트위터에 냉면이 넘쳐나는 금요일, 밤에는 넷플릭스의 다큐 추천도 올라왔다. 인기 자기계발서 '시크릿'의 주인공이자 '하모니' 등 몇권의 책을 낸 미국의 현대판 구루, 제임스 아서 레이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다. 지금 1/3쯤 봤는데 자기계발 강연장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 자신의 아픔과 한계를 고백하고, 울고, 변화를 원한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마음이 답답하다. 2009년 많은이들은 돈을 내고 아리조나주의 사막 오지에서 텐트 안에 모여 한계를 극복한다며, 마음이 원하는 건 우주가 들어준다니, 고온에 고생하다가 그중 세 명이 사망한다. 그후 2년 수감생활을 하고 나온 제임스 아서 레이, 그는 자신은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고 ...

 

변화를 원하고 자신의 현재를 미워하는 사람들, 그중에 나도 있지. 하지만 저런 사이코패스적 구루 말고 건강하게 삶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나도 책을 읽으며 징징대고 있는걸까. 누가 마흔이면 불혹이래. 마흔 훌쩍 넘겨도 봄바람에 훌렁훌렁 휘둘리는데. 그나저나 봄은 왔네. 거짓말처럼.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Arthur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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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쇼몽'을 찾아 봤다. 단편 '라쇼몬'의 섬뜩한 느낌, 그 비내리는 폐허의 잔상이 길고 깊어서다. 옛영화 특유의 크게 울리는 음악이 내내 사람을 긴장 시켰다.

 

https://youtu.be/xCZ9TguVOIA

 

영화는 오늘처럼 비오는 날, 교토의 남대문인 라쇼몬, 지붕 위쪽은 반쯤 허물어져 살아있는 사람 보다는 시체에 어울리는 장소에서 시작한다. 백년 전의 소설가가 그보다 백년 앞선 황폐한 시대의 인간 맨얼굴을 그렸다. 비에 젖어, 낮에 쨍한 관가 마당에서 했던 증언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승려와 나뭇꾼.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불 속의 사건의 증인들이다. 승려는 길에서 지나가던 사무라이와 부인을 봤고 나뭇꾼은 사무라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영화는 소설과 동일한데 그들의 증언이 영상으로, 한낮의 맑고 무더운 날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두 남자, 도적 다조마루와 점잖은 체 하지만 얄팍한 속임수에 욕심으로 넘어가버리는 사무라이, 그 둘 사이에 성취물처럼 놓여있는 여인. 서로 차지하려 싸우다가 한쪽이 버리니 나머지도 금세 입맛을 잃는다. 소설에서는 끝까지 이제 어쩌냐며 울어버리는 여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미친 듯이 웃어제끼며 둘을 싸움 붙인다. 자존심을 부추키며. 둘다 지쳐 나가떨어질 땐 여인은 사라지고 없다.

 

이 모든 장면을 영화에서는 나뭇꾼이 목격했지만 재판정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자기도 욕심으로 무언가를 훔쳤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상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가라는 중얼거리는 승려와 나뭇꾼에서 시작하는데 그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인간 따위는 욕심으로 이루어졌고 체면 따위는 없는거라는 인물이 (아마도 소설 '라쇼몬'의 그 하인) 등장해서 이번엔 노파 대신 버려져 울고있는 아기에게서 옷과 포대기를 벗겨 갖고 떠나버린다. (비열하고 이기적인 이 인물은 '이야기는 재미있으면 그만, 진실은 내 알 바 아님, 이라고 말하는 ... 나 같았다.) 이제 이 아기는 어찌할 것인가,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나뭇꾼이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은 그리 말하지 않지만) 키우겠노라 약속하는 (처음엔 그 조차 의심하는 승려) 나뭇꾼. 영화는 어둡고 시끄럽고 강렬하게 비와 땀과 칼부림을 쏟아내지만 결말은 비가 그치고 그래도 인간, 약속이라도 작은 믿음이라도 보여주려한다. 이대근을 닮은 도둑 다조마루와 나약해 보이다가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자  거의 미쳐 소리지르는 여인, 그리고 진짜 넋을 내준 무녀, 새침한 사무라이 등 각각의 인물들이 전형적이지만 생생하게 여러 감정을 보여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역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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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2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의 클라쓰라고나 할까요.
고전으로 추앙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라쇼몽의 핵심은 인간은 모두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사실만 보게 되더라 뭐 그런 게
아닐까요.

상이한 진술 가운데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아마도 신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부만두 2018-04-23 21:13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진실은 결국 인간의 능력 밖에 있겠지요.
그러니 인간 독자들은 재미만 챙기기로 하겠습니다. ^^

클래식은 의미 만큼, 은근하게 묵직한 재미가 있었어요.
이 영화 추천하고 싶어요. (이미 보셨을듯)

레삭매냐 2018-04-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전에 영화 보기에 미쳤었던 시절
이 있었습니다. 20년도 더 된 시절의 이야기네요.

한 때 씨네필이었는데 당근으로 봤습지요 ㅋㅋㅋ
 

전후 좌우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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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대신 '리처드 3세'를 먼저 읽었다. 어젯밤 공연의 감동을 안고 희곡을 읽는 내내 배우 황정민의 강한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희곡의 리차드는 황 배우 보다는 더 주저하고 더 간교하며 더 겁을 먹고 있었다. 조카의 왕위를 빼앗고 죽인 영국판 수양대군, 리차드 3세. 그는 형 에드워드 4세를 왕위에 앉히기 위해 장미전쟁 중 열심히 싸웠지만 자신의 불편한 몸 (곱추에 뒤틀린 팔과 다리)에 세상에 적의를 품고 있다.

 

공연에서 그의 어머니는 등장하지 않고 앤 공주는 더 강렬한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붙잡으려 애쓰는데 엘리자베스 왕비와 앤 앞에서는 간교하게 말하다가 사람이 돌아서자 마자 입술을 비틀며 웃어대는 리차드는 세상에 둘도 없을, 둘이나 있다면 무서워서 큰일날 악인이다.

 

리차드의 광기 혹은 폭력은 신하 헤이즈팅스를 망치로 때려죽이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렇게 희곡에 없는 끔찍한 행위를 넣어서 황 배우의 리차드는 세익스피어의 손을 떠나 그만의 것이 된다. 그에 질세라 일인이역 하신 정웅인 배우 (에드워드4세, 스탠리경)는 계백장군 처럼 스탠리 경의 아들 조지를 칼로 벤다. 희곡에선 스탠리는 족보에 발이 묶여서 (현부인의 전남편 소생 아들 리치먼드가 리차드 왕과 싸우게 됨) 이쪽 저쪽에 반씩 충성할 뿐이고 나중엔 편한 마음으로 살아있는 조지를 만나러 간다.

 

리차드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과감히 생략해서 워낙 많은 출연과 대사 분량이 더더욱 황 배우에게 집중되었다. 공연 100분 중 황 배우의 대사가 70분을 넘었을테고 그의 굽은 등과 비틀린 손과 발에도 점점 그 존재감이 커져서 리차드, 아니 황 배우가 스러지고 뿌연 김이 무대를 덮어도 이게 끝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몰입해서 본 황정민의 리차드 3세, 유명 배우 공연이라 어느정도 가볍겠거니 했던 마음이 미안했다. 악인에게 이토록 눈과 귀,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고 나니 지쳤고, 늦잠도 잤지만 희곡은 읽었다. 그리고 .... 검색해보니 컴버배치의 리차드 3세가 있다고....디비디로 나와있다고....가격은 ....


 

https://youtu.be/wt7xxO0geAM

 

 

https://youtu.be/BiPwhLLWYvM

연극 보러 가기전에 '장미전쟁'과 '리처드 3세' 를 급하게 공부하고 갔는데, 정말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퍼스트 네임들 에드워드, 헨리, 리차드 들이 자주 나와서 많이 헷갈렸다. 자상한 설명으론 디킨스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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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1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유부만두 님표 페이퍼를 애정해요 ~~~~!!!
저는 오늘 게리 올드맨이 나온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배우 황정민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똬악 만나네요!!! 흠칫

유부만두 2018-02-19 21:34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전 황정민의 착한 사람 연기만 봤기에 이번 연극에서 그 악랄한 에너지에 놀랐어요.
 

음식 준비하면서 볼 영화는 아닌데, 은근 웃기고 재밌게 봤다. 작년 겨울에 개봉됐을 때 친구들이 '유부녀가 보기엔 열받을 거'라 해서 넘겼다가 라디오 방송 (난 라디오 책 영화 소개에 잘 낚이는 편) 영화 소개를 듣고 너무 궁금해져서 바로 다운로드 받았다. 영화 보기는 정말 편해졌네. 예전엔 비디오대여점에 가서 거꾸로 세워진 빈 박스에 좌절하기도 여러번, 반납일 넘겨서 벌금에 핀잔도 여러번인데, 요즘 사람들은 이런거 모르겠지.

 

영화는 웃기고, 캐릭터 욕도 좀 아니 많이 하고, 이게 뭐야, 하다가 피식 다시 웃게 된다. 뻔한 사람들, 저런 인간들 봤는데 하면서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에 박수도 쳤다.

뉴욕 대학에서 예술경영쪽 강사로 일하는 매기, 위스콘신 출신에 퀘이커 교도인 그녀는 매우 참해 보이는 인상이나 행동은 꽤나 예술적(?)이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학과장을 맡을 만큼 능력자를 부인으로 둔, 게다가 같은 분야 인류학을 연구하는 낭만파라 흘리고 다니는 존. 매정하고 굴고 따따따따 말을 쏟아내며 은근 매력적인 대니쉬 액센트의 (핑크 목도리와 페이크 퍼 조끼가 똥머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랑꾼 죠젯. 이들이 벌이는 러브 트라이엥글, 그리고 중요한듯 조연인듯 하지만 마지막 한 방을 먹이는 걸로 보이는 피클맨, 가이.

 

 

 

 

이 영화는 '한여름 밤의 꿈'의 틀을 이용하는데 그럼 읽어줘야지, 나도.

 

 

그렇담 미스터 폭스도 만나줘야하고. 아우, 바뻐. 명절 직전에.

 

https://youtu.be/rAOJJ15hHhk

 

 

 

 

 

 

 

 

 

 

 

 

 

 

 

 

그러니까, 난 명절 직전에 영화 보고 책 빌리고 전도 몇 접시나  부치면서 어린이 입맛을 무시하지 못해서 함바그도 고기 두 근이어치나 빚고, (달달하고 맛있구먼. 역시 케쳡이 짱) 나물을 하다 보니 내년 설까지 먹을 것만 같은데...아 모르겠음, 바리 바리 싸들고 멋진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서 시댁에 갔더니 쫘쫜. 나를 기다리던 2부, 만두, 두둥.

지금 난 양 팔이 다 아프지만, 그래도 컴백홈 했기에 뻗어있다. 시댁에서 싸온 음식을 계속 먹으면서. 다이어트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책은 그리 급하게 빌리곤 왜 안읽는거냐고 물으신다면 ... 팔이 아파서 두꺼운 책은 못들겠다고 하려니 지금 나는 타자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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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2-18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센스8을 봤다는... 이거야 말로 음식 준비하면서 볼 드라마는 아닌 듯. 보다 민망한 장면들이 많아서 혼자인데도 막 주변을 살펴봤다는...
암튼 명절 지내느라 수고 많았어. 오늘까지 계속 게으름 피우면서 푹 쉬어

유부만두 2018-02-18 07:37   좋아요 0 | URL
그건 시리즈 물이죠? 애아빤 시즌1 보다 말더라구요. 배두나 땜에 저도 궁금하긴해요.

책읽는나무 2018-02-1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집에 도착하셨군요?^^
뒤늦게 읽었네요ㅋㅋ
아~~싸가지고 온 음식들 부러워요.....며칠 장 안봐도 든든하겠습니다.
수제 햄버거도 맛나겠습니다
쓰읍~~~~^^

유부만두 2018-02-18 08:15   좋아요 0 | URL
ㅋㅋ 저건 제가 시댁으로 들고 간 음식이고요;;;; 갖고온건 쇼핑백 하나에요.

단발머리 2018-02-1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제햄버거라~~~ 아하~~~ 케찹을 찍어서는 우라차차차차차차~~~
한 입에 쏘옥~~ 앗, 맛있겠다!!!!

유부만두 2018-02-19 12:19   좋아요 0 | URL
함바그, 라고 불러줘야 해요. 채소랑 케쳡이 마니 들어갔거등요. ㅎㅎ

라로 2018-02-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기스 플랜 봐야겠어요!! 미스터 폭스 얘기가 나온다구요?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환데 말이죠!! 이번에 그 감독이 만든 영화 또 개봉할 거에요!! 이번엔 인간과 개가 주인공이에요.
암튼 유부만두 님의 이런 종합 선물 같은 페이퍼 짱이에요!!!

유부만두 2018-02-19 12:19   좋아요 0 | URL
미스터 폭스 영화 사진을 곁들인 책으로만 읽었어요. 트레일러를 보니 여간 얄미운 여우가 아니네요. ㅎㅎ
인간과 개를 주제로 한 영화라니 기대해 볼게요.

북극곰 2018-02-1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가시나요?! 저도 사실 그냥 맘편히 제가 해서 들고가서 시댁에선 일 안하고 얘기나하고 쉬었음 좋겠어요. 아무리 많이 준비해가도 그럴 일은 없겠지요? 만두같은 것이 꼭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으니 -,,- 저는 오늘 오후에야 집에와서 좀 늘어지는 중입니다. 명절 힘들어용.

유부만두 2018-02-19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집에서 다 해가는 편이에요. 어머님 댁 부엌은 아무래도 제가 불편하기도 하고 짬짬이 쉬기 어렵더라구요.
시댁에 오래 계셨다 오셨네요. 월요일이라 더 지치시겠다.... 명절 힘들죠.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