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와 영화 첫 부분 까지 봤을 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정도 겠거니 하고 봤는데, 예쁜 영상의 호러.... 가족의 비미르.... 


천식으로 고생하는 안나는 입양 부모와 함께 산다. 이제 중학생, 학교에서는 겉돌고 딱히 괴롭힘을 당하지 않지만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집에 와서도 늘 무표정. 그 이유는 자기를 아껴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는 현실' 때문이다. 입양한 어머니의 친척이 사는 바닷가 마을로 요양차 떠나는데 취미인 그림 그리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안나, 왠지 눈에 익은 낡은 2층집과 그곳에 사는 신비한 소녀 마니를 만난다. 그리고 둘은 비밀의 우정을 맹세한다. 


이때 감 잡았어. 말 없는 외국인 어부, 낮엔 낡고 어스름에만 생생해지는 집, 귀신 나온다는 낡은 탑, 그리고 안나 눈에만 보이는 마니. 푸른빛이 도는 안나의 눈동자. 몇 번이나 정신 잃고 길에 쓰러진 안나를 보면서 아, 저 시골 먼친척 아줌마는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아픈 아이를 저리 안 챙기시나 안타까웠다. 


일본 애니에선 귀신이나 요괴 나오는 게 일도 아니고, 시간 여행이나 '알고 보니 내가 그 사람' 플롯도 흔하다. 그래도 이야기 한 편 한 편 따로따로에선 어찌 그리 애절한지. 역시 장르의 문제일까. 안나는 순정만화로, 안은영은 명랑액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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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개된 신작 넷플렉스 영화. 원작 소설 시리즈도 영화에 맞추어 리커버로 나옴. 


오빠가 홈즈, 그 셜록 홈즈인 십대 소녀 (자칭) 준비된 '탐정'. 시골 영지(?)에서 홈스쿨링 하던 늦둥이 여동생의 열여섯 생일날 어머니가 사라진다. 오빠들과 배다른 동생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싸가지 없는 오빠들 태도가 아무리 빅토리안 시대라지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엄마가 왜! 어디로! 그러니까 왜! 사라졌을까. 엄만 날 사랑하니까, 엄만 날 만나길 원할거야. 엄마가 여기 저기 숨겨놓은 힌트로 에놀라, Enola, Alone 당차게 혼자서기를 한다. 그것도 당시 세계의 수도 런던에서.  


사라진 귀족 청년을 돕기도, 찾기도, 함께 싸우기도 하는 에놀라. (내 눈엔 조이와 로리가 보인다) 위험 천만한 일을 계획하는 엄마는 아마도 시대를 한참 앞선 서프레제트 운동가 비슷한 존재로 보인다. (영화 서프레제트에도 헬레나 본엄 카터가 나옴) 


하지만, 에놀라 홈즈 영화에선 (아마도 시리즈의 첫 영화라서) 많은 떡밥만 깔아두고 귀족 청년 이야기도 너무 쉽게 덤벙덤벙 해결하고 만다. 런던에서 열여섯이 돈뭉치 들고 그렇게 살기가 쉽...지가 않잖아. 어린이용 영화로 만든 건 아니겠지만 .... 긴장감이 너무 없고 몰입도 잘 안되고 귀족 청년도 (로리를 연기했던 티머시 셀러메이의 미모를 못 따라가서 안타깝고) 주인공 에놀라도 (어린시절의 스칼렛 조한슨이 떠오르지만) 그닥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홀로 서기하는 남자 귀족 구해주는 여자 영웅 이야기도 애매한 로맨스 같아서 뭔가 찜찜했다. 게다가 엄마 헬레나 본엄 카터도 조금 밖에 안나와. ㅜ ㅜ 그런데 셜록 홈즈가! 사각턱에 느끼한 눈길로 나한테 2탄을 기대하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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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1권 읽다가 다른 책에 밀려 서둘러 반납을 해버렸답니다.
다시 읽을까 말까 고민되네요 ㅠㅠ

유부만두 2020-09-25 07:28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각색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전 영화가 평범해서 책은 읽을 마음이 줄었어요.
 

필립 K. 딕 단편선 표제작의 이 짧은 이야기는 영화 <토탈 리콜>로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 졌다. 잠재의식인지 욕망인지 계속 꿈 속에 나타나는 그 여인, 그리고 그 곳, 화성! 나는 화성에 가야만 한다네, 라고 평범한 회사원이 결심하고 목돈을 들여 기억을 생생하게 뇌에 담아주고 '진짜' 기념품도 준다는 '토탈 리콜'로 간다. 그리고 알아낸다. 꿈이 진짜고 지금의 자신은 만들어진 설정의 인물이라는 것을.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만나는 그 척박하지만 왠지 정감 넘치는 화성 풍경들이 생각난다. 그 모래폭풍, 미세먼지의 대기. 뮤턴트들의 의리. 그리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를 되뇌이던 머리 큰 영웅. 


책에선 영화의 그 대단한 화성 '연대기'는 건너뛰고 이 문제의 남자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고심하는 '회사'에 집중한다. 실은 주인공에겐 화성의 '기억' 말고도 더 중요한 진짜 '판타지' 혹은 레종 데트르가 있었다. 이 근원적인 판타지, 어쩌면 맨 인 블랙! 


<토탈리콜 2012>는 지구/화성 대신 영연방? 영공화국?이 나오고 그 반대쪽 (문자 그대로 지구의 핵을 지나 반대쪽)의 콜로니, 식민지가 있다. 서양-동양의 대칭 요소는 다 보여주면서 위-아래로 설정했다. 콜로니엔 동양 문자와 언어, 문양과 건축적 특징을 다 섞어서 담아놨다. 한글과 우리말도 들리고 한자와 용 문신은 흔한 배경이다. 야매 분위기가 풍기는 토털리콜 서비스의 사장은 존조가 연기한다. 동양 얼굴이 많은 이 곳을 노동력 시장, 하층민, 그리고 기계로 대신 쓸어버릴 곳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토록 개념 없는 영화;;;; 


소설에서 나오는 상체 탈의 (FEMEN 아님!) 토탈리콜 안내 여직원 대신 영화버전에서 두 번 모두 기형 가슴을 가진 여성이 나온다. 가슴에의 집착에 불쾌한 기분이 든다. 또한 두 명의 중요 여자 캐릭터가 서로 구별이 되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얼굴 모양으로 싸우는데 그들의 싸움은 진영 싸움이라기보다는 남자 하나를 사이에 둔 캣파이트 정도로 축소되어 지루해졌다. 과거를 찾으러 주인공이 옛 집으로 (콜로니의 집과 대비되는 색과 습기) 찾아갈 땐 본 아이덴티티과 겹쳐 보일 정도로 영화 전체가 별 특징이 없다. 


필요할 때 단 시간에 비용과 노력을 줄이면서 생생한 경험(의 기억)을 산다, 는 설정이 흥미롭고 꽤 솔깃하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갑자기 무술 실력을 다운로드 하는 장면도 생각났고. 집안에서 VR로 세계여행을 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진짜는 아니잖아. 그럼 뭐하겠어,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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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말년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신의 사생활을 소재로 소설을 쓰며 습관처럼 자살을 시도하고 실패했던 그가 진실처럼, 하지만 거짓말 하듯 외면하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물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폐병을 앓는 작가가 피를 토하며 걷는 눈길, 광기 어린 죠커의 표정이 보인다. 


인상적인 카메오로 미시마 유키오가 나와서 다자이 오사무에게 일갈한다. 당신의 소설은 나약하고 싫다!고. 그런데 경멸할지라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던 지리한 시대의 소설가. 


백 년 전의 인기 소설가가 지금은 씁쓸한 코메디언 처럼 보이는 영화였다. 재미는 그닥이지만 주인공의 서재가 아름다웠다. 작위적인 CG가 의외로 다자이 오사무와 어울린다.



어린 딸아이가 '아빠는 오지 않아. 어떤 언니랑 일하잖아'라고 말한다. 아이도 아는 것 같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아내는 눈물을 삼키며 아이를 끌어안고 (옆에 더 어린 아들과 갓낳은 아이를 어르면서) 말한다. '아니야, 아빤 일하시잖아. 집에 오신댔어. 반드시 오실거야.' 이때 강보에 싸여있던 아이 쓰시마 유코는 성장해서 소설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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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영화는 바뀐 날씨로 모든 게 달라져 버린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이 모두를 되돌릴 수있다. 그러니 바른 결말을 위해서 위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 세계를 구하는 일이다. 영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영웅이 싫다고 한다면? 그 영웅에겐 원래의 세상은 고사하고 이 엉망인 현재도 다 잃게 되는데. 괴물에게 바쳐지는 제물처럼 모든이를 살리기 위해 아무 말도 말고 희생되어야 하나? 


아니, 그런 건 싫어. 다 필요 없어. 난 살거야. 

이전의 세상은 사라졌어도 나름대로 

다른 식으로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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