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구술사인가 - 지금까지의 구술사 연구는 구술 채록을 모아서 출판하는 구술 증언 자료집과 학술논문 및 단행본 출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5 아직도 구술사와 관련된 학술논문이나 단행본은 자료집 출판에 비하여 상당히 미진하다. 양적인 성장에 비하여 질적인 발전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직도 구술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구술사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과정이나 기관이 없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술사 관련 연구들이 양적인 성장을 이룰 수는 있으나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16 구술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구술사 연구를 어떻게 하는가, 구술사를 다룰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그리고 구술사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이 책이다. 17

[ ] 구술사 연구현황 - 구술사에 대한 저항이 적은 스웨덴, 캐나다, 호주와 미국은 1950년대부터, 구술사에 대한 저항이 강한 서유럽 국가 가운데 영국에서는 1990년대가 되어서야 대영도서관이 구술사 수집과 아바이브즈를 시작하였다. 20 시카고학파는 연구에서 얻은 지식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한다는 진보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잇었고, 연방작가 프로젝트는 대중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역사를 밑으로부터 쓴다는 뉴딜정책의 대중추수주의에 기초하고 있었다. 21 1970년대까지 구술사가들의 역할이 아카이브즈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 자료를 활용하여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전문역사가의 몫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방향을 튼 것은 영국 폴톰슨의 [과거의 목소리]로 사회사와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지향하게 된다. 그리고 정치적인 당파성을 지닌 유럽 구술사가들, 특히 이탈리아 구술사가들의 이론과 방법론이 미국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로서 구술사를 연구로 보는 집단과 운동으로 보는 집단으로 양분되었다. 23 영국 - 엑서스, 랑카스터의 학제간 장애물이 적은 대학교. 옥스퍼드 러스킨 대학에서 노동자 계급의 노동사와 사회사 연구로부터 시작된 역사작업소는 그 관심 폭을 넓히면서 구술사를 가족사와 여성사 분야로 확대시켰다. 대중기억연구회는 경험주의적 구술사 연구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했다...영국은 다름 세 분야에서 발전된 역사해석을 낳았다. (노동자 의식의 형태, 도시 지역사회의 연구, 가족과 일) 25,26 독일 - 비조직화된 노동자들, 하녀, 프티 부르주아지, 농민, 실업 여성과 소수 민족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역사의 지평을 넓혔다./ 주관적인 요소들과 행위들도 역사안으로 들어오자 역사학의 당파성과 과학적 결점들이 명백하게 드러났고, 개인이 경험을 다루는 방식과 기억의 구조에 관한 질문들을 확장시키게 된다. 로컬 리즌닝 등 거대구조의 의구심에 부응하였다. 28 이탈리아 - 지아니 보시요는 노동자들의 역사는 노동조합의 지도자나 노동당의 역사만이 아니라 비정치적이고 보수적인 형태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조직적인 형태의 표현을 포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학에 민속학과 인류학을 접합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31 그람시는 민속을 비헤게모니적인 계급이 가진 문화의 역사적 표현으로 보고, 노동위원회의 노동자 계급의식에 기초한 평조합원 조직을 형성했다. 그의 헤게모니 개념은 주관성의 여기를 주었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구술사의 지속적인 유산이 되었다. 32

[ ] 한국의 구술사연구

[ ] 구술사 개념 정의 - 미국은 기록관리사archivist개념으로 출발 46 영국 톰슨은 구술의 기록과 수집보다는 정치성을 강조...1. 나이 많은 사람이 존엄성과 자기 확신을 가지게 도와주고, 2. 한 시대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줄 수 있어, 더 충만한 인간 존재로 향한다. 3. 구술사는 역사의 사회적 의미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단을 제공한다.47 이탈리아 폴텔리는 4. 역사가들이 등든 것과 역사가들이 말하거나 쓰는 것 모두를 구술사로 말한다. 윤택림은 구술사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을 통해서 현재로 불러와서 구술자와 역사가가 대화를 통해 쓴 역사라고 정의한다. 함한희는 구술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문화적인 배경을 파악하는 일이 아울러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48, 49

[ ] 구술 자료의 성격 - 1. 구술성 - 논의되고 있는 주제에 대한 구술자의 태도가 변하면서 같은 인터뷰 내에서도 많은 구술자는 한 형태의 리듬에서 다른 형태의 리듬으로 바꾼다.....구술이 매우 상황적이고 연행적 성격이기 때문에, 구술은 누구에게, 언제, 무엇 때문에, 어디에서 되고 있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51 2. 주관성과 개인성 - 구술자료는 단순히 사람들이 했던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하길 원했던 것, 그들이 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것 그리고 그들이 했다고 지금 생각하는 것도 말해준다...과거의 사실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인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경험 인식했는가도 담겨있다....구술사의 주관성과 개인성은 민족과 국가가 주체가 되는 중앙 중심적, 국가 전체사적 역사 연구에서 가려지는 개인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구술사의 강점이다. 52,53 3. 서술성 - 백인 중산층 여성의 연대기적 서술, 하층민 여성의 서술은 일화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 55 4. 공동작업 - 연구자와 구술자의 공동작업적 성격 때문에, 구술사 연구에서는 연구자와 구술자가 동시에 저자라고 볼 수 있다. 55 구술자료는 과거의 사건에 대한 사실적 진실보다는 서사적 진실을 보여준다. 57

[ ] 구술사 연구의 인식론적 쟁점들 - 구술사는 경험주의적, 실증주의적 규범이 무너질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구조적 읽기란 구술자가 주관적으로 전유하는 조건들, 즉 그의 또는 그녀의 특별한 삶의 경험을 형성하는 조건, 구조, 과정에 관심이 있다. 문화적 읽기는 구술자의 서술이 어떻게 일반적인 문화적 레퍼토리로부터 구조화된 경험, 또는 생애사의 의미를 이루는지에 초점을 둔다. 이 두 개의 읽기는 서로 보완적이다. 60 구술사의 증언들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사건들에 영향을 받으며, 생각하고 이야기 가능한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것들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사적인 기억들과 공적 재현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과의 상호관계이다......이는 다른 종류의 역사가 쓰이는 것이다. 41 권력의 비대칭 극복 방편으로 역사 연구 자체에 대한 급진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것은 구술사 연구를 공동작업 내지는 공동 저자의 형식으로 가거나, 지역사회에서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의 역사를 쓰게끔 하는 것이다. 62

[ ] 구술과 기억 - 기억연구의 계보: 보편적 기억이란 없고 모든 집합기억은 공간과 시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한 집단이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이런 알브바크스의 개념을 발전시킨 바스티드는 집합기억의 공간적 차원이 사회적 지속성과 보존의 중심들을 재창조함으로써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63 역사가는 사실적 자료로서 기억의 내용보다는 기억의 작동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회상은 이제는 과거의 반영이 아니라 현재의 한 부분인 재현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 한다. 64 푸코: 사람들은 티브나 영화 등을 통해 과거의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과거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고 판단된 것을 기억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그 해체 작업도 대항기억을 통해서다. 따라서 기억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제하고, 그것의 내용을 정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것이다. 65 공식적인 기억과 삶의 경험에서부터 오는 사적 기억과의 사이에는 잠재적인 괴리가 있다. 이 괴리는 대중 대항기억이 출현할 수 있는 가능한 공간을 열어준다. 대항기억은 종속되거나 억압받는 사람들의 사적이지만 집합적인 기억이다.... 결론적으로 기억은 현재의 시각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진리를 생산하기 위해 역사를 재창안하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역동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67 인터뷰와 기억 - 한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은 각자의 사회적 지위,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구술자들이 현재 처한 사회적 구조 속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68 1. 직접적이고 극적이고 감정적인 상황은 더 확고하고 지속적인 기억을 만들어 낸다. 2. 구술자들이 그 고통을 발성함으로써 그 고통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69

[ ] 구술사 연구방법 - 연구주제와 구술자 선정: 구술자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이 연구자의 연구주제에 타당한 정보와 자료를 줄 수 있는 이론적 자격이 있어야 한다. 79 현지조사와 라포 형성: 라포는 감정이입, 상호신뢰, 이해, 공감대, 우정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라포는 측정될 수 없는 인간관게의 한 면에 대한 개념을 말하기 때문이다. 80 연구자(면담자)와 구술자와의 관계의 성격이 바로 자료와 자료 수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관계에 대한 자기성찰적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82 구술자 연구자의 역할: 1990년대부터는 공동작업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피면접자 대신에 구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83

[ ] 인터뷰 - 구술사 인터뷰는 대체로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뷰와 생애사 인터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사건에 초점을 두는 인터뷰를 에피소드적 인터뷰라고 하는데, 생애사 인터뷰가 구술자의 생애 전체를 다루는 것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89 기록의 세가지 원칙 언어 분별의 원칙, 말 그대로의 원칙, 구체적 언어원칙을 따르면서 필기를 89.. 면담자는 인터뷰 메모나 노트에 인터뷰 상황과 구술자의 비언어적 행위 그리고 추후질문 사항들을 적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91

[ ] 인터뷰 질문 - 1. 일단 연구주제에 적합한 주요 질문들을 만들고, 다시 그 주요 질문들 밑에 세부 질문들을 만들어 놓는다.2. 외부인의 이점 이용 3. 어떻게 이야기되는가는 무엇이 이야기되는가의 한 부분이다. 이야기하는 형식, 몸짓, 표정, 억양, 발음의 리듬과 길이 등에 주의해야 한다. 4. 사실이 이야기되는 순서 또한 사실이다. 5. 인터뷰 시 추상적인 용어나 개념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물질적인 자료, 예를 들면 사진, 선물, 소장품들을 이용해서 질문을 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학력이 높을수록 추상적인 개념에 익숙하고, 낮을수록 더욱 구체적인 질문이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유용할 수 있다. 6. 1차 인터뷰는 개방적 질문을 통한 비지시적 인터뷰를 하고, 2차 인터뷰는 좀더 초점을 가지고 인터뷰를 한다. 3차 인터뷰는 최종적으로 면담자가 추가 질문할 사항이나 인터뷰 자료 중에 혼란스러운 부분, 의심스러운 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예를 들면 연도나 아이들의 나이, 사건의 시기 등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것들에 대해 특정한 질문을 한다. 92-95 7. 문자 그대로의 번역은 최선일 수 없고, 가장 충실한 번역은 항상 어느 정도의 창작을 내포한다. 구술 자료의 녹취도 마찬가지다. 107

[ ] 구술생애사 - 구술자와 연구자 간의 대화의 전체적 맥락에 달렸기 때문에, 같은 개인을 다른 연구자가 연구한다면 다른 종류의 삶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98 주요 분석 변수 : 맥락, 서술의 형식, 구술자와 연구자의 관계.... 연구자와 구술자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경계 넘기의 성격을 밝히는 것이 구술생애사 연구에서 중대한 작업이다. 99 듣기의 기술...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처럼......104 면담자는 구술한 내용을 중심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비평적 질문하기를 시작해야 한다...구술 자료들을 다른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104

볕뉘.

0. local reasoning ....최근의 흐름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방향만이 아니라 자세한 실행방법까지 텍스트로 삼기에 안성맞춤인 듯하다.

1.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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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 신용목


내가 죽은 자의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가 그의 이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오늘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으니
나의 이름은 갈수록 늘어나서, 머잖아 죽음의 장부를 다 가지고

나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까?

저기
공원에서 비를 맞는 여자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면, 기도도 길을 잃고
바닥에서 씻기는 꽃잎처럼 그러나 당신의 구두에 붙어 몇발짝을 옮겨가고 ......

나는 떨어지는 모든 꽃잎에게 대답하겠습니다.

마침내 죽음의 수집가,
슬픔이
젖은 마을을 다 돌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나에게 와 잠을 청하면,
찬물이 담긴 주전자와
마른 수건 하나,
나는 삐걱거리는 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목소리로 물을 수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달라고 할까봐.
꽃 핀 정원에 울려퍼지다 그대로 멈춰버린 합창처럼, 현관의 검은 우산에서
어깨에서.....빗물처럼
뚝뚝,

낮은 처마와 창문과 내미는 손

위에서

망각의 맥을 짚으며
또,
보고 싶다고......보고 싶다고......
울까봐.
ㄱ러면 나는 멀리 불 꺼진 시간을 가리켜 그의 이름을 등불처럼 건네주고,
텅 빈 장부 속에

혼자 남을까봐. 주인 몰래 내어준 빈방에 물 내리는 소리처럼 떠 있는

구름이라는 물의 영혼, 내 몸속에서 자라는 천둥과 번개를 사실로 만들며

네 이름을 훔치기 위해

아무래도 죽음은 나에게 눈을 심었나보다, 네 이름을 가져간 돌이 비를 맞는다.
귀를 달았나보다, 돌 위에서 네 이름을 읽는 비처럼,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섞으며 젖어도 되겠습니까?
저기
공원을 떠나는 여자의 붉은 입술처럼, 죽음을 두드리는 모든 꽃잎이 나에게 기도를 전하는......
여기서도

인생이 가능하다면, 오직 부르는 순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사랑이 가능하다면,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볕뉘

0. 쪽빛 하늘, 흰 뭉게구름...햇살을 투명하다못해 콕콕 찌르듯 날카롭다. 그늘. 명암의 대조만큼 바람이 분다. 그늘에 서서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안는다. 팔을 벌렸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은 빠져나가며 손바닥 안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간지럽다. 눈이 감겼다. 나는 구월 작열하는 태양아래, 그늘에 서성거리며 손가락의 실핏줄에 집중했다.

1. 바닷가 그늘바람을 헤아리다가 강연자료를 읽어냈고, 시간이 남아 시집을 펼쳤다. 그만 이 시를 읽었고 마음이 시큰거려 어쩌지 못했다. 아리고 비릿하다. 아니 마음이 찰랑거려 눈의 물, 수위가 눈가까지 찰 듯했다.

2. 죽음의 장부에 이름을 쓴다. 사랑이 가능하다면 그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내 이름으로 그 위에 써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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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바닥에 떨어져야만 위로 솟구쳐 튀어 오른다


[ ] 유미적 평화주의자 164

[ 1 ] 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서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는가? 말벌이 뱀의 머리 위에 앉아 침으로 계속 쏘아댔으므로 뱀은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수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뱀은 구르는 수레바퀴 밑에 자기 머리를 집어넣어 말벌과 함께 죽어버렸다 / 뱀과 말벌의 관계는 나와 문학과의 관계 현실과의 관계 나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와도 같다./그러나 나는 죽음이 두려워 현실이라는 거대한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서글픈 존재이다./과연 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적을 깨부숴버릴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말벌과 함께 죽는 뱀의 우렁찬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서시


[ ] 엄밀히 말해 모든 인간은 이성이라는 권위에 복종하는 대가로 문명생활이라는 팁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마조히스틱한 체질의 노에라고 할 수 있다. 129
[ ] 남에게 베풀고 나서 느끼는 행복감은 건방진 시혜의식과 우월감에서 나오는 만족감일 뿐이지 진짜 행복감은 아니다. 129

[ 2 ] 친구에게 우정을 쏟아 그에게 한없는 은혜를 베풀면, 그 친구는 반드시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왜냐하면 은혜를 입는 동안 계속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130

[ ] 나는 이성을 통해 육체를 콘트롤하기보다는 육체를 통해 이성을 콘크롤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일 뿐더러, 그런 방법에 의해서만 몸과 마음의 균등한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고 운명의 극복 또한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132
[ ]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논다‘는 사고방식을 자유주의 정신에 따른 최선의 생활관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133
[ ] 진리는 오히려 폭력, 권력, 도그마가 되기 쉽다....오히려 ‘자유‘가 우리를 진리케 한다. 134
[ ] 이성에서 오는 즐거움이 맑은 유리처럼 투명한 것이라면, 감성에서 오는 즐거움은 반투명의 유리처럼 환상적인 것이다. 올바른 이성은 ‘각성‘을 주고 독창적 감성은 ‘황홀‘을 준다. 135
[ ] 일탈본능이 적절한 대리배설의 통로를 찾게 되면, 오히려 인간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인간의 ‘창조적 에너지‘를 보다 넓게 확충시킨다....일탈적인 내용으로 된 꿈을 우리가 ‘시원한 길몽‘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36
[ ] 빵에 대한 통제가 물리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섹스에 대한 통제는 인간이 정신을 지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종교, 도덕, 윤리 등 각종 사회 규범들의 가장 밑바닥에는 섹스에 대한 금기와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에 대한 구별이 있다. 143
[ ] 현재의 욕구에 정직하되 ‘길게 보고‘ 살며 ‘두고 보자‘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 ‘두고 보자‘ 정신은 절대로 복수의 정신이 아니다. 시류를 초월해 주변의 유행사조에 연연해 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정신이 바로 ‘두고 보자‘ 정신이요. 천진난만한 솔직성과 직관력을 지닌 천재의 정신인 것이다. 161
[ ] 우유부단한 것이 확고한 신념보다 낫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164
[ ] 세계는 지금 ‘문명‘과 ‘반문명‘이 혼재된 상태에 놓여 있다. 168

[3 ] 편의주의는 원시와 과학, 지성과 본능이 합리성의 토대 위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편의주의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편의주의는 ‘융통성에 바탕을 둔 적극적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다. 173

[ ] 약육강식으로 점철되는 생존경쟁이 장인 이 세상에서, 남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네줄 인간은 아무도 없다....이것은 부모 자식 간이나 형제자매 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자기를 위로해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180

[ 4] 더욱이 자신의 ‘사랑 문제‘에 대한 고민 따위에 대해 타인에게 위로나 조언을 구한다는 것은 진짜 바보짓이다. 181

[ ] ‘허무‘와 ‘퇴폐‘가 없는 삶이란 사실 위선적인 삶이 아닐까? 181
[ ] 주역에서는 ‘시중의 도‘를 중요시 한다. ‘변화는 때의 흐름과 함께 있다‘는 뜻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183
[ ] 행복한 운명은 인내와 절제에 있는 게 아니라 관능적 열정과 순진한 떼쓰기에 있다. 왜냐하면 운명은 야하기 때문이다. 운명은 솔직하기 때문이다. 운명은 우리의 육체적 본성이 갖고 있는 솔직한 욕구에 따라 정직한 기계처럼 움직인다. 185
[ ] 중국 순자 사상의 골자는 ‘제천론‘이다..인간이 천명에 순응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오히려 천명에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187

[ 5] 정신은 금욕주의적인데 육체는 쾌락주의적 방향타를 가지고 있을 때, 그러한 양가감정은 그 사람의 심신을 이원적으로 분리시켜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191

[ 6 ] 내가 강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이중적 의식구조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본능적 욕구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담론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도덕이 이루어진다. 참된 도덕이란 ‘솔직성‘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191

[ ] 진정한 행복은 운명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지는 드라마틱하고 긴장감 넘치는 ‘재미‘로부터 온다. 193
[ ] 참된 지성이란 무엇보다도 ‘현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느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당위적 논리‘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194

[7 ] 다원주의적 가치관과 개방적 사고는 바로 ‘자유‘와 ‘야함‘ 두 개념에서 나온다. 195

[ ] 내가 주역을 40년 넘게 공부한 이유는, 그것이 운명론적 결정론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일 년 신수같은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닥친 절체절명의 난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199

[8 ] 지금은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돼도 괜찮은 시대가 아니라 소수의 돌출된 창의성을 위해 다수가 너그러워져야 하는 시대이다.

이상 마광수의 뇌구조에서

볕뉘.

0. 가수가 수전증이 있고, 연주중에 그것을 의식하면 듣는 이가 전부 수전증에 걸리는 듯하다. 그냥 있네 하면 나만 그렇다. 체념은 자신을 아는 깨달음에 가깝다. 고독을 제대로 느끼려면 사랑을 희망하지 말아야 한다. 이래도 외롭고 저래도 외롭고, 완전한 사랑같은 없다고 절망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아는 혜안은 희망이나 대리 만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손에 놓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고독이든, 체험이든, 병마로 인한 고통이든...그랬을 때에서야 자신을 있게 하는 것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유도 같이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1. 그의 철학관이나 문학관을 눈여겨보다. 그러고나니 그는 빌헬름 라이히와 몹시 닮아있다. 왜 대중들이 권위주의에 물들은 갑옷을 입게 되는가?라는 질문이 화두이다. 그리고 강신주를 닮았다. 지독한 개인주의자이다. 양주의 내몸의 털 하나가 소중하다고 말이다.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이자 힘이라는 사실도 그의 몸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2. 윤수종, 강신주, 마광수....등의 꾸밈없는 토론들도 가정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섹스관이나 마초적인 여성관들도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다름을 인정한다면 그 관점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권위주의체제에 대해 본능적으로 경기를 일으키는 그러한 인물들이 너무도 없다는 것을 한편 생각해본다면 훨씬 그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3. 그의 서시, 뱀과 말벌, 수레바퀴로 뱀인 자신을 몰아가는 그 모습은 ......글 가운데 나오는 죽음은 모두 개죽음이며, 동물과 죽음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그의 아포리즘을 통해서도 간간히 노출된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자신의 관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가 여지없이 읽힌다. 그의 책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 어쩌면 토론회나 강의 기회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8의 메모들이 무척이나 정제된 그의 노력이란 사실도....그의 삶이 배여나온다. 서시. 윤동주의 서시가 아니라 마광수의 서시. 다시 읽혀야될지도 모른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그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

 

4. 그런 면에서 보면 아래 [개인주의자 선언]은 훨씬 밋밋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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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의 상업화는 성적 욕망의 과잉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성적 욕망이 전반적으로 억압되었을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 현상이다. 안으로부터 분출되어야 할 성적 에너지가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영위되고 충족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왜곡이다. 자율적 판단이 ㅇㅏ니라 사회에 의해서 관리된 행동으로 변질된다. 관리되면서도 자율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자발적 복종이다. 223 성적 욕망은 상호간 향유라는 본질을 잃고, 구매자와 상품의 관계에서 소비로 전락한다. 224

식욕.수면욕.성욕이 대표적인 인간 본능임을 부인할 ㅅㅏ람은 아무도 없다....빵을 달라는 요구.생존권 보장이 깔려있는 식욕이라는 본능을 ㅅㅏ회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욕구가 각종 사상적, 정치적, 법적 이념과 요구로 정식화된 것이다.....수면욕도 단순히 자ㅁ만 자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휴식을 취해 몸을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노동 강도를 완화하려는 오랜 노력은 수면욕을 ㄱㅣ본 동기로 한다. 또한 편하게 쉴 수 있는 주거환경과 만족할만한 여가 역시 연관을 갖는다./동일하게 본능에서 출발한 생존 욕구임에도 시민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바로 성욕이다. 식욕과 수면욕, 즉 식사를 하거나 잠을 ㅈㅏ는 행위에 대해 그 누구도 부끄럽다거나 타락이라고 규정하지 안ㅎ는다. 하지만 여전히 성욕에 대해서는 은밀하게 숨겨야 한다고 여긴다. 성적욕망을 정신보다 중시하는 순간 ㅂㅣ정상적 충동으로 분류된다. 225 이상 생각의 미술관 chapter 7 욕망을 생각하는 사람에서

 

  볕뉘.

 

  0. 문득 이 글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난 강연이 생각도 났다. 윤수종교수의 빌헬름 라이히 강의 였다. 그리고 또 다시 샤를 푸리에의 열정적 인력으로서 네 번째 사과에 대한 이야기다.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로서  갑옷을 입은 일상인의 삶들을 다루었다. 물론 노동과 정치에 대해서도 사유를 길게 전개하기도 했다.

 

 1. 68혁명으로 치기어린? 관계의 시도가 실험으로 나타났고, 아나키스트의 삶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 역시 질투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이런 사실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회마다, 그 사회의 벽은 교묘히 결합되어 있다.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불과한 것을 대학교수가 썼다고 해서 가두는 일과 사회적 매장을 시키는 일도 엄연히 벌어졌다고 하겠다. 위계와 처신을 중요시하는 관행들 속에 하루하루가  엇박자로 이루어지고, 담론의 전개나 진화하는 양태를 찾아볼 수 없다.

 

 2. 고인의 책은 읽지 못했다. 다만 윤수종교수의 뒷얘기를 통해서 여러 문제의 꼬리를 물고 있는 성의 공적담화가 잇따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교수의 연구도 그의 맥락과 닿아 있었다.

 

3. 잘 모르겠다. 사회적 자장이 열리거나 틈이 보이지 않으면, 늘 사회적 희생이 따른다. 얼마나 질식할 삶들이 여기에 매여 매장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매일매일....

 

4. 모임의 활성화는 성비율에서 시작한다는 우스개아닌 현실처럼, 우리들의 관계는 어떻게 확장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지난 여러 역사적 경험들이 다시 우러나오면 좀더 나아질까? 이는 모두의 글처럼 비단 성에 국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에 관계되는 것이고, 우리의 일상의 농도에 관계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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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울 2017-09-06 15:01   좋아요 1 | URL
안타깝습니다 ㅜㅜ
 

테스트 씨

[ 1 ] 나의 단일성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의 동일성이 무너지고 ‘나는 나와 나 사이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그가 한 인간으로 믿어왔던 것들은 모두 의심해야 할 것으로 변모한다./˝나는 내 모든 첫 번째 생각과 우상을 무너뜨려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줄 몰랐던 나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원할 줄 몰랐던 나와 결별해야만 했다.˝ 144, 145


[ ] 테스트 씨의 끝 - 사물들을 바라보는 기이한 시선, 알아보는 법 없고 이 세계 바깥에 있는 어떤 인간의 이러한 시선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자리한 눈으로, 이는 생각하는 자에게 속한 것이다. 그리고 또 이것은 번민의 시선, 알아보는 법을 잊어버린 인간의 시선이다. 138

[ ] 테스트 씨의 몇몇 생각 - 내가 세계에서 빌리고 싶은 것이라고는 오직 힘뿐이다.....바위. 공기. 물. 식물성 재료 같은 재료 자체에 대한 느낌이다. 그것들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그리고 행위와 국면이다. 125/ 나는 말하니, 원천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통이나 관능의 원천인 것과도 같다. 우리는 ˝우리에서 왔다고...˝. 이로부터 변화가, 값이, 크기가, ‘감지‘가, 더욱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더욱 기이한 ‘가속‘이, 우리의 주인이, 순간과 또 도래하는 순간에서 비롯한 우리의 우리가 기인한다고 느끼고 있다. 126/ 나는 내가 아는 바를 멸시한다. 내가 가능한 바를 멸시한다....내 ‘영혼‘은 바로 내게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더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지점에서, 내 정신이 제 앞에 펼쳐진 길을 폐쇄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128 / 수단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제 감수성에다가, 그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그 감수성에 의거하여 작동할 무언가를 부여한다. 여기, 이러한 의미로 실행한 것에 대한 결산이 있다. 감수성이 전부다. 전부를 감당하고, 전부를 평가한다. 129 / 나는 세상 쪽을 향해 있지 않다. 내 얼굴은 벽을 향한다. 벽의 표면 중 그 어떤 부분도 내게 미지로 남은 것은 없다. 131 / 본질은 삶과 맞서 존재한다. 132

[ ] 테스트 씨의 초상 -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전체의 기원이며, 따라서 전무의 기원이다. 반응 그 자체다. 저 안으로의 후퇴다....가능한 것의 소모와 충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113/ 분명, 언제나 더욱 풍부해져 돌아왔으므로, 뭇 분열과 대체와 극도의 유사성을 지니고서, 그럼에도 회귀와 어김없는 역산을 보장받은 채로 114 / 그는 자신이 상당히 자주 가장 강한 자들보다도 강한 자임을, 가장 약한 자들보다도 약한 자임을 알아차렸다. 이는 기이하게 분배된 과도와 양보의 정치학으로 인도할 매우 중대한 발견이었다. 118

[ ] 단어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지요. 바라는 대로 단어를 배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배합에 언제나 꼭 다른 어떤 사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야만 합니다. 잊어버려야 할 단어가 200개 있는데, 그것을 들으면 번역하게 마련이지요. 이를테면 ‘법‘이라는 단어는 어디를 막론하고 정신에서부터 지워내야 합니다. 아무도 안주하지 않게 하려면 말입니다. ˝ 108 / 저 스스로 체득한 그것은, 자신에 대해 잘 들어맞는 관념을 갖는 일이었다.... 사물 전체와 양립 가능한 것이, 인간과도 같은 저 자신이 자리매김했던 것이다....그는 제 시간을 불가능 속에서도 용이함 속에서도 잃지 않았다. 104

[ ] 테스트 씨와 함께 한 산책 - 시작과 끝의 계속적인 힘이 존재들을, 존재의 조각들을, 의혹들을, 걸어가는 문장들을, 처녀들을 소진시킨다. 99


[ ] 테스트 씨의 항해일지 발췌 - 나는 어리석지 않다. 왜인가? 내가 나를 어리석다고 여길 때마다 내가 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죽이기 때문이다. 73 / 반목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생생한 저항이나 먹잇감이, 타자가, 즉 적수요 세계에 개개로 남아 있는 자, 나의 장애이자 어둠, 또 다른 나, 억누를 수 없는 필적할 만한 지성이, 가장 좋은 친구인 적이, 신성하고 숙명적인 내밀한 적대가 없어서는 안 된다. 71/ 타자, 그를 나는 침묵 속에서 정당히 제물로 바치며, 또한 그를 불태운다. 내 영혼의 코밑에서! 그리고 나! 이자를 나는 물어뜯고, 그에게 언제나 꼭-꼭-되-씹-은 제 고유의 실체를, 그를 성장하게 할 유일한 먹이를 제공한다! 66/ 내가 지닌 미지가 나를 나로 만든다. 내게 있는 서투름이, 불확실함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나약함, 나의 연약함.... 결함이 내 시작의 바탕이 된다. 불능이 내 기원이다.....내가 처한 현실의 궁핍으로 말미암아 상상의 풍요로움이 태어난다. 62/ 제 안에 저로 인한 궁극의 생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생각을 반성 또는 우연한 기회로 인해 발견할테고, 또 발견한 후에는 마땅히 죽음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는 특정 생각으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는, 그저 어떤 생각도 뒤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57

[ ]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편지 - 그의 영혼은 분명 독특한 식물로 이루어졌기에 잎이 아니라 뿌리가 본성을 거슬러 명료함을 향해 뻗어나갈테지요! 이것이 바로 이 세계 밖을 향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43/ 인간의 정신이 어린아이나 개의 정신을 담듯, 그의 정신이 제 정신을 담습니다. 46 / 보편 존재 안에 모든 영혼이 존재하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한 존재의 친구 속에 존재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48 / 그는 매일같이 제게 원하는 것이 무어냐에 따라 저를 지칭합니다. 그가 제게 붙이는 이름만으로도 저는 닥칠 일이나 해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을 때에는 그는 저를 존재 또는 사물이라 이릅니다. 그리고 가끔은 저를 두고 오아시스라고도 부르는데, 저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듭니다. 49

[2 ]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 - 결국 테스트 씨가 우리의 안목으로는 알 수 없는 정신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이르렀다고 믿게 되었다. 확신컨대 이러한 탐구에 수년의 시간을 바쳤으리라. 그리고 더욱 확신컨대 발명이 무르익고 그 발명을 본능으로 삼는 데에는 더 많은 나날, 수년의 세월이 필요했으리라. 발견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려움은 발견을 자신에게 합하는 데 있다. 19/인간에게 무엇이 가능합디까? 모든 것에 맞서 사우는 나이건만, 육체의 고통 밖으로, 어떤 정도를 넘어서건만. 그러나 나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통을 겪는 것은 바로 무언가에 극도로 집중하는 일일 테며...32

볕뉘.

0. 궁금하여 마저 읽다. 그 역시 보들레르, 말라르메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오히려 삶을 뚫고나간다는 점에서는 그 이상인 듯 싶다.

1.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읽다. 가을이 곁에 들어와 얇은 이불을 몸에 꽁꽁 묶어보았다. 가을 맛이다.

2. 길은 밖으로 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그 깊이와 넓이, 크기로 안으로도 나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난 길은 그저 같아지는 길이다. 밋밋한 사막같은 황량함을 남길지도 모른다. 외려 제 안으로 난 길이 이런 동일함을 주저하게 하고, 다양한 길을 다그칠 것이다. 그렇게 길이 만날 때만이 풍요로움과 다른 삶, 다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는지도 모른다.

3. 모두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줄 몰랐던 나‘ 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원할줄 몰랐던 나‘와 결별할 때만이 안밖의 길은 교묘히 섞이기 시작할는지 말이다. 하지만 발견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테스트는 말한다. 어려움은 발견을 자신에게 합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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