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1.

[ ] 오셀로의 비극은 그가 사랑과 질투라는 양극 사이에서 사고와 감정이 분열되고 그 결과 고통을 겪을 줄만 알았지 양극을 동시에 받아들이거나 뛰어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201

[ ] 오셀로의 말에 의하면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가 겪은 위험때문에 그를 사랑했고,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험에 반응하는 그녀의 동정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과 동정은 이야기가 일으키는 감정이고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다. 따라서 오셀로의 사랑의 핵심은 실재가 아니라 허구인 셈이다. 204

[ ] 오셀로의 사랑이 생각과 감정으로 양분될 때 그의 생각은 이야고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이다. 그는 사랑의 현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야고의 생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8

[ ] 오셀로의 사고와 감정은 거의 언제나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의 갈등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반면 이야고의 이분법적 존재 방식은 거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선과 악 사이에서 아무런 갈등 없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209

[ ] 오셀로는 사랑에 과한 한 생각보다 감정이 강한 인물이다...그러나 사랑이 뿌리를 내려야 할 현실적인 조건들에 대하여 차분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일에 관한 한 그는 에밀리아의 말처럼 얼간이이고 멍청이이며 흙처럼 무식하다. 215

2.

[ ] 미움을 주축으로 하는 이야고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그의 비존재를 존재케 하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그가 끊임없이 약행을 구상하고, 거기에 동기를 부여하며, 그것을 실현할 대상을 구하는 이유는 그런 일련의 활동들이 그의 삶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악행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나 위험 또는 기쁨을 느낄 때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낀다. 206

[ ] 오셀로에게 그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이야고에게 그것은 삶의 전략이며 본질이다. 그런데 이야고의 신비는 그의 생존을 노력이 거의 본능적이고 자동적이어서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거의 갈등 없는 이분법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208

3.

[ ] 사랑과 질투로 양극화된 오셀로의 모든 사고와 감정은 대립하고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갈등은 허구와 실재, 천국과 지옥, 사랑과 질투, 창녀와 천사, 순결과 음욕, 조화와 혼돈, 흑과 백, 선과 악처럼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이분법적 생각과 감정과 사물과 상황의 그물망을 형성한다.그것은 우리 몸의 혈액 순환계와 흡사하다. 동맥과 정맥이 큰 줄기에서는 그 차이가 뚜렷하지만 실핏줄에 이르면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듯이 오셀로의 사고와 감정 또한 명백한 양극의 대조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호하게 섞이면서 교차한다. 이런 식으로 셰익스피어는 오셀로의 사랑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극명한 대조에서 가장 미세한 섞임까지 잡아낸다. 219

[ ]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나 강렬하고 대비되는 양극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13

[ ] 그녀는 오셀로의 얼굴을 그의 마음에서 보았다. 그녀는 극중 인물 누구에게도 질투심도 시기심도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녀는 성을 오셀로처럼 천사와 창녀의 행위로 양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와 나눌 사랑의 의식이었다....우리가 오셀로의 죄와 벌에 사로잡혀 있는 한 사랑의 진실은 드러나지 못한다. 사랑의 진실은 이분법적 양극의 어느 쪽에도 또한 양극의 그 어떤 조합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데스데모나는 물론 창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화 석고 묘사이나 순수하고 완벽한 홍옥이나 진주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그려는 사랑을 말한 대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런 데스데모나를 보려면 우리는 모든 이분법을 버려야 한다. 241-243

[ ] 이야고 - 내약이 듣는구나. 쉽게 믿는 바보들은 이렇게 붙잡히고 바로 이런 식으로 수많은 훌륭하고 정숙한 부인들도 아무런 죄 없이 치욕을 당한단 말씀이야. 142

4.

[ ] 씨-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248 한글자사전에서

볕뉘.

0. 셰익스피어 작품을 모티브로 한 몇 편의 시. 그리고 시를 주제로한 시극을 지난 가을에 보았다. 그렇게 출발하여 한켠에 두었던 책들을 보고있다.

1. 어쩌면 올초 연희단거리패의 30스튜디오에서 본 백석우화 연극을 보곤 희곡에 관심이 더 생긴 연유인지도 모르겠다. 참 무난히 읽어냈다. 백석 시를 토해내는 오동식이라는 배우를 보았고, 따뜻한 밀크티를 주는 이승훈배우를 기억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낭독의 힘이 스며들기도 전이다.

2. 예약을 할 수 없어 대기번호를 기다리며 연희단거리패 30년사를 들추어보았다. 그만큼 시간이 남았었고, 빈 자리를 내주고 간신히 극을 보았다.

3. 번역자는 멕베스도 그러하지만 오셀로도 이분법에 중독된 자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극적 인물의 말로가 어디서 시작하며, 어떤 여파를 일으키는지 미세하게 살펴보려 하고 있다.

4. 성공과 책임감은 이분법을 양분으로 자란다. 쑥쑥. 좋은 것만 취하고, 자라게 하는 것만 취하고, 그렇게 조직을 살리고 키웠다고 자부한다. 그러다가 잘라버린 이분법이 아닌 것들은 모두 다 쓰레기통으로 쳐넣어버린다. 이런게 세상이자 조직이다. 업적을 치하하고, 또 다른 적을 만들어 그 대지에 의기양양하게 그 조직을 보인다. 우러른다.

5. 이분법의 인물로 오셀로와 이야고를 말한다. 이분법에 사로 잡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오셀로와 이분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것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이야고라는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괴기스러운 일은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있고, 그것이 가져온 사고에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느낌조차없는 일이 혼재한 세상이다.

6.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그 말로를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위기와 위험으로 조직을 보존하기에 급급한 그 삶의 논리를 생생히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선한 일이라고......저들이 하는 일은 악한 짓이라고 하고.....저들은 뱀이라고 여우라고....이분법의 꼬리표를 다는 자를 의심하라. 언어의 대비가 강렬한 자를 의심하라. 그들은 현실에서 살고 있지 않다. 허구. 지금과 다가올 미래에서 사는 자들이다. 그래서 자신을 의심조차하지 못할 것이다.

7. 어쩌면 이분법의 울타리에서 걸러진 말들을 간수해야 할 것이다. 그 말씨들을 따사로운 솜에 물을 조금 뿌리고...양지바른 봄볕에 두고 며칠 기다리고....여기저기 심으려해야 할 것 같다.

8. 지난 흔적들은 늘 부끄럽고 위태롭다. 지금 흔적들도 위태롭고 부끄럽다. 가녀리고 스러져가는 손을 잡으려면 얼마나 나를 뒤집어야 하는 일인가 두렵다. 그렇지만 기쁨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작은 사실을 느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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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맥베스의 경우 야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현 방법이다. 맥베스의 갈등은 언제나 양심과 야심, 선과 악, 충성심과 역심과 같은 상반되는 가치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맥베스의 권력욕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욕망을 표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이다. 바로 이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와 표현 방식이야말로 맥베스의 혼란을 가중시켜 그를 점점 더 깊은 갈등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악의 세계로 빠뜨리는 주범이다. 140

[ 2 ] 진실은 영구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이런 틀에서 진실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완전한 허구에는 못 미친다. 또한 시간적으로 현재와 예언이 실현되는 꿈꾸는 미래 사이에 위치한다. 이런 중간자의 위치 때문에 맥베스의 진실은 어느 쪽에나 소속될 수 있으며 동시에 어느 쪽에도 소속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불확실성의 지점이고 태풍의 눈이며 맥베스 비극의 시발점이다. 강력한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러한 마음은 내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끔찍한 환상이 그의 심신을 무력화시키는 ‘없음의 혼돈‘이다. 141

[ ]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47

[ 3 ] 그자는 운명을 걷어차며 죽음을 비웃고 지혜, 자비, 공포보다 자신의 소망을 더 위에 둘 거야. 83

[ 4 ] 시간이 내 무서운 위업을 미리 알고 막았어. 쏜살같은 목표는 행동이 없으면 절대 잡지 못하는 법. 바로 이 순간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손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생각에게 행위로 보답하기 위하여 내 생각을 실천하자. 95

[ ] 아 불쌍한 나라! 못 알아볼 지경이오. 어머니가 아니라 무덤이란 할 수밖에 없는 그곳에선 무지한 자 말고는 어떤 것도 웃지 않고 탄식과 신음과 대기 찢는 비명을 토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며, 격렬한 슬픔은 흔해 빠진 감정 같소. 조종을 듣고도 누구인지 안 물으며, 착한 사람 목숨이 모자 위의 꽃보다 더 빨리 시들어 병들기도 이전에 죽습니다. 108

[ ] 이보시오! 모자를 눈 아래로 끌지 말고 슬픔을 말하시오. 비탄이 입 못 열면 미어지는 가슴에게 터지라고 속삭인답니다. 110

[ 5 ] 전의는 마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어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슬픔을 뽑아내고 뇌수에 각인된 고통을 지우며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사용하여 왕비의 심장을 짓누르는 위험한 것들을 답답한 가슴에서 못 씻는가? / 그 일은 환자가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120


볕뉘

0. [3,4]의 인간유형이 지금과 무척 닮아 있는 듯싶다. 소망과 목표에 쫓기거나 중독되어, 지혜도, 자비도, 공포도, 죽음조차 보지도 느끼지도 않는 인간말이다. 삶은 현재에 놓여있지 않아, 현재와 미래의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2]

1. 이러한 인간은 애석하게도 [1]의 사고구조라는 곱셈이 된다면.......


2. 어쩌면 그 이분법이라는 무한회로로 익히 양심을 잃었을게다.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시선과 자신의 회로로 남는 것만 취하여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치유될 수 없는 지경까지.......

3. 어쩌면 그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스스로 해야만 할 것이다. 슬픔과 가슴이 미어지면서 삶을 밀어가면서.....그것이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삶의 회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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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년에 한 번 저녁 회식, 고졸자들과 자식또래의 신입사원...팀장인 제수씨는 대부분의 회식이 점심이며, 자기가 주장해서 일 년에 한번 저녁회식을 한다고 했다. 두루 아래위로 잘하는 눈치있는 사원이 좋다고 한다. 그럴까. 그렇지만 꼰대소리 듣는다고...달라진 일상의 수준을 바라보는 법을 느끼고, 그렇게 사고하지 않는 순간. 꼰대라고 나눈다.아쉬움과 심리적 안정을 옛날에서 찾으려하는 관성이 지체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아에 대한 고민, 삶에 대한 고뇌를 스스로 향유하지 않으려는 삶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이들은 뒤늦게 감기가 든다.

2. 역사는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자 시도이다. 읽고 있는 책들이 한결같이 전하려는 흔적이다. 현실은 아마 그 사이나 또는 그 밖에 있을 것이다. 역사가 보려는 경계들 사이나 또 다른 너머에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3. 미투라는 쓰나미. 아니 이미 예고된 경고였을 것이다. 권력의 기울기를 갖고 있는 것. 그 기울어진 운동장에 사는 이들은 늘 무게중심을 체감하나 말은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예외가 없다. 수평을 향해 더 멀리가려고 할 것이다. 언어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꾸로 어른들의 언어를 빌려 신음하는 비명. 갇혀 있거나 스러져가 볕도 보지 못하는 이들의 퀭한 눈동자들. 어쩌면 인간은 본디 괴물인지도 모른다. 괴물임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순간, 괴물임을 거꾸로 증명하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밖으로만 향해있지 않다. 똑같은 크기로 안으로 향해있다. 무심하고 지나치는 것들의 안타까움을 눈치채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도 나도 없고, 경계란 본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정언명령을 따지지 않더라고 말이다.

4. 시시다방의 진은영편을 들었다. 몇년이 지난 것을 우연히 듣고서......마지막 말이 맺혔다. 존재가 달라진다는 것.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충만하거나 새로 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겹쳐 다정했다. 아프면 색깔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그 선명함에 기대야만 고통이 감해진다는 말. 한 평론가의 진은영시에 유난히 색깔이 많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5. 아픈 계절이자 변곡의 시절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행적과 그 자장을 갖는다. 결코 예외는 없다. 백석의 시를 살핀다. 수라. 아버지이기에 어머니이기에 형이기에 오빠이기에 어른이기에 정상인이기에 사업주이기에 자본가이기에 a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젊기때문에 수도권에 살기때문에.......안으로 향하는 낮고도 긴 저 저음을 느껴야하는 봄인지도 모른다. 참 아프다. 피기 전엔 늘 아픈 것이라고 다독일 수 있을까.


볕뉘.

0. 설 명절, 다른 때보다 오래 쉬다가 두 곳의 상가를 조문하고 돌아오니 봄빛이다. 인간-욕망이라는 갤러리고트빈의 전시를 내려오기 전 잠깐 봤고, 내려와 알게 된 지인들에게 새봄인사를 한다.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 이리 난망하고 잡히지 않아 어설프다. 스러져가는 것을 볼 줄 알거나 안을 수 있는 마음을 키우지 않으면, 스러진 것의 아픔이 철철 넘쳐흘러 진창인 것을....그래 아프지만 봄이다.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 나가는 것, 아니 해 결의 결을 나누고 나누어 보는 일...그것에서 겨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의도하지 않는 의도가 넘치는 세상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일까.....낡은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추스릴 것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더 아파하기로 하자. 더 아픈 곳을 애써 찾자. 밖과 안으로...안으로밖으로.....그래야 겨우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생겨가는 것인지도.....

 

1.

철 지나버린 자작 시 몇편▼

 

불일치란 구원

 

보가 움쭐한다. 몇 년전 평야 지근거리에 있는 저수지 보가 터졌다. 민원이라든가 아우성이라든가 할 만큼 다 이야기를 했는데도 곪아 터졌다. 갈라진 으로 물은 미어져 나와 도로를 휩쓸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주택을 향해 낮은 곳으로 거 칠 것없이 흘러갔다.

 

염치의 보가 금이 갔다. 몇 년전 숨도쉬지 못할 것 같은 불일치의 보가 터졌다. 낮거나 비우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내동댕이 칠 기세를 많이많이 모으고 있다. 틈이 점점 벌어지면 그 틈으로 부릴 것들을 휩쓸고, 비우지 못하는 것들을 거침없이 먹고 잡을 것이다.

 

억장이 무너졌다. 숨도 참지못할 것 같은 부릴줄 만 아는 것들에게 도를 넘어섰다. 부끄러워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렸다. 틈새는 봉합되지 않으며 넘친 선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쓸어버릴 조짐이다. 넘쳐버린 것들은 막혀버린 것들을 거리낌없이 무너뜨릴 것이다. 비워진 것들은 스쳐지나갈 것이다. 비울 것들을 밀어내면서 갈 것이다.

 

버티는 것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제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것 들은 한번씩 무너질 것이다. 무게를 감당하려면 할수록 주변의 감당하고픈 존재들과 짐짝처럼 우르르 밀려다닐 것이다. 틈은 점점 벌어져 감당하려는 것들을 휩쓸고, 감당하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밀어붙일 것이다.

 

경계는 없다. 모멸찰 것이다. 삶의 마당뿐만 아니라 제 가슴과 마음 속을 박박 긁어댈 것이다. 내 안의 불일치라는 광맥을 따라 모멸과 관성과 억장은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내 밖의 불일치라는 심장 소리를 따라 걸어야 할 것이다. 뛰어야 할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 것을 예비하여야 할 것이다. 비움과 환대의 그릇만이 쓸려간 뒤의 것들을 끌어담을 수 있을 것이다.

 

 

문책

 

 

 

지난 시간을 불러 세운다

등짐처럼 눈꺼풀이

내려와도

모질게 지나버린 시간을 채근한다

 

온몸이 쓸려내려갈

기세의 말들은 용케도 몸 속을

침식해 들어간다.

 

삭히면 삭힐수록 단어 하나하나

 

날을 세워 낚시바늘처럼 온몸을 되찌른다

 

뚝뚝 떨어진 시간을 불러 세웠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속,

몸에 박혀

심장 가까이 꽂힌

 

사금파리 같은 시간들을 거꾸로 세웠다

 

얼굴은 붉어지고

피는 거꾸로 솟고,

툭 불거진

혈관 가까이 실금같은

사기조각이 통증을 짓누른다

 

하늘은 흐리고

바다는 색을 잃어 슬프고

바람은 한겹한겹 온몸을

발가벗겨 체온을 내렸다

 

몸도 시간도

간당간당 깃발처럼 날린다

흘러올 시간들 속에

숨표처럼 또렷하다

 

 

궁리와 혁명 사이^^

 

- 진심은 어딘가 걸려있다

 

 

꼴같지않은x 들과말도섞지않는다는가끔룸펜지경도되는j 를만나

 

 

술을섞고답답함도섞고눈에보이는생활고도느끼다가

 

 

취하지도 않은 또렷한 소리로

 

"혁명이 필요하다 "는 말에

 

 

서슴지 않고

 

"그래"라고 했다.

 

 

한시간

 

하루

 

이틀

 

나흘

 

한주가 지나도

 

 

또렷이 서성거리는

 

"그래"

 

불러들인다.

 

 

세상x같은곳에서

 

김수영만

 

들먹거리는 방구둘의

 

거울속에서

 

짓는다

 

 

"컹컹"

 

"혁명할 궁리도"

 

"못하는것들이"

 

 

 

한달

 

두달

 

세달

 

 

'혁명할 궁리'

 

궁리에 방점도 못찍고

 

앞말은 잊고

 

들어앉은

 

'처자식버릴 궁리'하다

 

 

머리가 쇤다

 

자화상

 

 

무너뜨린다

쌓아놓은

벽돌들을

툭툭 흔들고 쳐서 무너지게 한다

 

그리곤 다시 쌓는다

아귀는 맞는 것인지

벽돌이 채워지지 않아 빈 곳은 있는지

 

또 부수고

다시 짓는다

 

흔든다

흔들어 무너뜨린다

제대로 갈피잡지 못한

시간들을 거두어 낸다

거둔 시간들을 쌓는다

 

쌓는다

흔든다

서지못해

기댄 곳을 부수곤

다시 기둥과 벽들을

무게중심선에 맞춘다

 

공들일 하루를

인내할 한주를

고달플 한달을

외눈의 한해를

겹눈의 수해를

다시

무너뜨린다

다시

안으로 쌓는다

 

무엇을 하는지

잊을 때까지 허문다

무엇을 하는지

잊는 때까지 쌓는다

 

바닥이 있지도

않는듯 허문다

그리곤 쌓는다

숨결이 메마르도록 짓는다

 

메마른 대지에

다시 물을 붓는다

스며들 시공간부터

채운다 다진다 곁의 바닥까지

 

완장

충성을

맹세하다 부르짖다 줄세우다

 

권한과 월권의

경계가 무너진다

 

잘 해야한다 잘 할 수 있다 잘 해내었다

 

합리의 무한궤도

일에 걸리적거리는

불합리의 궤도는 무거운 그림자다.

 

감성도

감정도

사람도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를 달고 이유가 증식한다.

 

목적과 수단이

일순간 어긋내며

그날그날을 핍박해낸다

 

일거수일투족이

다 증거다.

관계밖과 관계안과 위를 살며

언제든 법과 말로 균열을 낸다

 

말과 법은 늘 무기다

동일한 협박범이다

권한은 일상들을 숨가쁘게 한다

 

발가벗은 채 추는 춤은

법의 장식과 말의 노리개를 달고 구경거리가 된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너도 제물이다.

 

사회는 말라비틀어졌으며

사회적인 것은 스스로 설 수 없어

일과 목적의 밀림을 헤쳐가는 것은

타겟이된 혼자일 수밖에 없다.

 

성인들을 관음할 수밖에 없어

점점 멀어지는 유격은

세상의 습기조차 빼앗는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품지 못하고

사회는 보습기능도 잃어

각질처럼 벗겨진다

 

발가벗겨진 지평선의 군상들

발가벗겨질 수평선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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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꽃‘ - 꽃을 피워요 하얀꽃. ^벗^꽃을 피우세요 하얀꽃. 하얀벚꽃을 피웠어요. 하얀꽃. 하이얀 마음을 피워요. 하얀꽃. 마음을 피우세요. 맑간 봄. 봄을 쥐세요. 봄을 피우세요.

볕뉘.

0.김수영의 꽃을 웅얼거려본다. 김수영을 사랑의변주곡 뒤의 꽃잎을 세어본다. 셈 해본다. 호오하고 꽃에 바람을 불어본다.

1. 볕에 둔 벚꽃가지에 꽃이 피다. 피어오르는 중이다. 하염없이 꽃을 바라본다. 곁에 피는 꽃봉오리를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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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 연주, 손님맞이, 세 가지 모두가 완벽함은 거의 동일했다. 수단의 간결성, 절제 그리고 매력. 그녀는 양념이 꼭 필요하지 않은 요리에 양념을 넣는 것, 페달을 과도하게 밟아 부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 ˝손님을 맞이하면서˝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26

[ ] 어린 시절의 매혹적인 독서들은, 그 독서들이 우리 안에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독서를 한 장소와 날의 이미지다. 나는 그 독서들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 독서들이 내게 말해준 것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독서들이 차례로 내게 안겨준 기억들 자체가, 독자에게 꽃핀 에움길에서 늑장 부리며 ‘독서‘라고 불리는 독특한 심리적 행위를 머릿속에서 창조하도록 충분한 힘을 안겨, 그 행위 안에서 이제 내가 제시할 몇몇 성찰이 따를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48

[ ] 본질적으로 책과 친구가 다른 점은 그 둘이 지닌 위대한 지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둘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다. 독서는 대화와 달리 우리 각자가 다른 생각을 전달받아 혼자 남은 채, 다시 말해 고독 속에서 지적 역량을 즐기는 것인 데 반해, 대화는 고독을 즉각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으면서 정신의 풍성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52

[ ] 작가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각 그림 속에 나머지 세상과 다른 경이로운 풍경을 가볍게 살짝만 담는데, 우리는 그들이 그 풍경 한가운데로 우리를 들어가게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유행 지난 꽃들이 자라는 제일란트 정원˝으로, ˝토끼풀과 쑥˝ 향기 물씬 풍기는 길로, 당신들이 책에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들보다 더 아름다우리라 여겨지는 모든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주세요˝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59

[ 1 ]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에 있다. 독서는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안내할 수는 있지만 그 삶을 이루지는 않는다. 61

[ 2 ]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그 정신 안에서 되살려야 할 그런 창조적 활동은 고독 밖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가장 수준 높은 대화도, 가장 절박한 조언도 고독하지 않은 이에게 아무 소용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대화나 조언이 그 독창적인 활동을 직접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개입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와 우리 내면 깊숙이 작용하는 개입, 다른 정신으로부터 오지만 고독 속에서 맞이하는 충동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바로 이것이 독서의 정의이고, 오직 독서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그런 정신에 이로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이 독서다. 기하학자들의 표현대로 ˝증명 끝˝이다. 64

[ ] 독서가 마법의 열쇠로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던 우리 내면의 문을 열어주는 독려자로 남는다면 우리 삶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은 건강하다. 반대로 독서가 우리를 정신이 사적인 삶에 눈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대체하려 한다면 위험해진다. 66

[ ] 책에 대한 기호는 지성보다 조금 아래에서, 그러나 같은 줄기에서 지성과 함께 자라는 것 같고, 모든 열정이 그 대상을 둘러싸는 일에 대한 편애를 동반하듯이 책과 관계를 맺고 책이 없어도 여전히 책에 말을 건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작가들은 생각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시간에도 책과의 교류를 즐긴다. 게다가 책들이 쓰인 건 무엇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가? 책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감춰진 수천 가지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드러내지 않는가? 74

[ 3 ]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 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런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요령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 우정의 이 모든 흔들림은 독서라는 순수하고 고요한 우정의 문턱에서 소멸된다. 공손함도 필요 없다. 78-80

[ 4 ] 책에 대한 기호가 지성과 함께 커진다면, 우리가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과 함께 감소한다. 독창적인 정신은 독서를 자신의 개인적 활동에 종속시킬 줄 안다. 그에게 독서는 그저 가장 고결한, 무엇보다 가장 고상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독서와 지식이 정싱의 ‘우아한 예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힘을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깊이에서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태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건 다른 정신들과의 접촉 안에서, 다시 말해 독서 속에서다. 85

[ ] 사실은 수 세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종의 환상이 겨우 몇 발짝 떨어진 것처럼 보게 하는 사물들의 조금은 비현실적인 색채를 띠고 현재 속에 친근하게 솟아오는 과거. 그것이 어쩌면 너무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와 우리의 정신은 땅에 묻혀버린 시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보고 놀랄 때처럼 달뜬다. 그래도 과거는 우리 가운데, 스치고 만질 만큼 가까이서 햇살 아래 꼼작 않고 서 있다. 96 독서에 관하여. 프루스트


볕뉘

0. 이른 잠. 새벽인 줄 알았으나, 아직 자정을 넘기지 못한다. 다시 들 잠도 아니어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나머지 쪽을 읽었다. 콩브레 마지막 쪽을 덮었다. 세시 반. 고프던 배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잠을 청했다.

1. 프루스트의 독서, 독서에 관하여는 스완네 집 쪽으로 1 권에 나오는 대목이 많이 겹쳤다. 가끔씩 책을 왜 읽느냐는 걱정어린 시선들에 앞서 이렇게 되물어야 겠다. 당신은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

2. ㅇ가 벗의 추모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여  ㄷ시에 갔다. ㅅ치킨은 장소를 맞은 편으로 옮겼고, 치킨과 닭내장탕에 소맥을 번갈아 마시며 오랜만에 이야기를 섞는다. 마음의 탈상을 한 지가 오래라 그렇게 추모사업이라 이름을 칭하고 정례적으로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늘 죽음은 도처이고, 책을 본다는 것도 늘 죽은 이들의 말을 여기에 당도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표시날 필요도 없고 목적과 기한을 두는 것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혹시 과정의 결들을 살린다면, 그 시행에 앞서 준비하는 여러 결들을 나누고 어루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 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나 간만의 만남이고 오래의 일이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친 연유다.

 

3. 프루스트는 독서와 대화의 차이가 소통방법의 차이라고 한다. 하나는 고독과 맞서고 또 하나는 고독을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는 자리라고 말한다. 독서를 왜하느냐는 질문에는 고독의 신발을 신어보라고 마음을 건넨다. 신고나면 어디든지, 책숲으로 난 길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과거를 바로 곁에 세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이다. 그러면에서 바흐친은 사건과 대화의 알맞은 주자이다.

 

4. ㅈ와 몇 달동안의 독서이력을 나누어본다.  우연히 겹치는 책들과 대화에 걸리는 작가들이 얻어 걸렸다. 진리는 찾을 수 없고, 책에서 진리를 찾지 말아야 한다. 모두 다르게 읽고 나누는 풍요로의 독서. 시각이 아니라 피부의 감각과 오감이 넘실거리는 풍요의 고독과 사건의로서 만남을 서로 나누어줄 시간을 잘 가꾸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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