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 84, 85

[ ] 제발 나를 길들여 줘! 여우가 말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 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너를 볼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 ]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86, 87

[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 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구 위에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것은 없으리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달빛 아래서 그 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그리고 나는 이렇게 걸어가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97,98

볕뉘

저녁밤 빗소리에 얕은 술을 했는데 취기에 휘청거렸다. 매운 고추를 먹어서인지 연신 눈물이 나기도 했고 빗길을 오는 길 불빛이 휘황해지기도 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밀린 책들을 책상에 옮기다가 그만 보게 되었다. 책 꼬투리를 접었다. 그리고 쓴다. 세상은 성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동화들이 성경이 되었으면 싶다는 말이 밀려왔다. 시간을 자라게 하고, 서로를 피우는 광경이 미학적이기도 하고 윤리적이기도 하다. 그래 그래 그 같이 밑줄이 처진 그 구절을 읽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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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 ] 낡은 패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패턴 자체를 조금 더 의식하는 것이다. 6 누구나 알고 보면 깊숙한 문제가 있고 함께 살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직 잘 모르는 사람‘뿐이다. 이것이 고전주의적 접근법의 하나이다. 7 나의 관심사는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끈기 있게 스스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선택지를 시도해본 후에야 어떤 일이 나에게 ‘딱 맞는‘ 일인지 알 수 있다. 9

[ ] 본능을 따르면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론은 사랑에 빠지는 상대가 나를 이상적으로 보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라 주장한다. ..어른이 되어 맺는 관계 안에서, 어릴 적에 아주 익숙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한다...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괜찮아서, 그러니까 왠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사려 깊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런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5, 36

[ ] 우리를 폭발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57

[ ] 우리는 ‘사랑‘이 마치 하나로 이루어져 더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인양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사랑은 ‘사랑받기‘와 ‘사랑하기‘라는 매우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관계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기꺼이 사랑할 마음이 더 커지고,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자신의 이상하고 위험한 태도를 더 많이 의식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69

[ ] ‘가정적인‘이란 말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할 때 주로 반복되는 실질적인 문제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장보기나 냉장고 청소부터 사촌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야 하는지 여부나 휴가 때 작년과 같은 곳에 갈 것인지 등이 포함된다...하지만 예술을 대할 때 쉽게 인정하듯이 세세한 부분이 중요하다. 원대한 주제가 뚜렷해지는 작은 지점이 바로 세세한 부분이다. 시인이 단어 하나 선택하는 문제를 두고 고뇌하듯이 말이다. 74, 75 우리가 작은 것에 분개하는 이유는 그 다툼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다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다품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다...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외교분쟁처럼 다루는 것이다. 76

[ ] 그리스식 애정관은 다른 무엇보다 상대방의 좋은 면과 뛰어난 능력을 흠모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이 가진 강력함이나 현명함, 친절함, 정직함, 재치, 혹은 아량을 접할 때 느끼는 설렘이라는 이야기다. 그리스인은 사랑이 모호한 감정이 아니라는 견해를 받아들였다...반면에 낭만주의는 상대의 약점이나 문제점도 포용하고 심지어는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또한 이 이데올로기는 사랑하는 사람이 날 가르치려 든다는 구조 자체에 반감을 갖는다. 81, 82 하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나 동료에게 가르침을 줄 때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할 때마다 칭찬을 열 번 하고, 충분히 기다려주기도 하는 방법을 사용할 줄 안다. 83

[ ] 우리의 괴로움과 불안을 잠재울 해결책은 특이하게도 비관에 있다. 사실 비관은 무척 매력 없게 들리는 개념이다. 비관은 실패와 관련이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 기대보다는 비관이 오히려 낫다. 89 서로가 실망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떤 개인의 특별한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한 명의 배우자는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어느 배우자든 똑같이 사람 미치게 하는 그만의 콤플렉스나 결정,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배우자에게 정말로 특별한 점은 우리가 그 사람의 가장 나쁜 면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사람의 매력은 아직 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서 그 또한 우리를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는 점에 있다. 93

[ ]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때맞춰, 든든하고 온화한 태도로, 극적이거나 격앙된 감정 없이, 자신의 성격 중 가장 까다로운 면을 알려주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고는 마치 재난지역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처럼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상대방이 겁먹지 않고, 이해심을 발휘하며, 적절히 대비하고, 어쩌면 용서하고 받아들이기까지 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준다. 112

[ ] 결혼하시오. 후회할 테니. 결혼하지 마시오. 그래도 후회할 테니. 결혼을 하거나 안 하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하게 될 것이오. 세상이 어리석다고 비웃으시오. 후회할 테니. 세상이 어리석다고 슬퍼하시오. 그 또한 후회할 테니.....목매달아 죽으시오, 후회할테니. 목매달지 마시오. 그 또한 후회할 테니. 목을 매거나 안 매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할 것이오. 목을 매든 안 매든 둘 다 후회하게 될 것이오. 선생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정수라오. 138

[ ] 혼자 살든 부부로 살든 모두 문제점이 있다. 혼자 살면 외롭고, 함께 살면 답답하고 화나고 불만스럽다. 우리의 관계가 어떤 상태이든 간에 아주 비참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결국 너무 급하게 부부관계로부터 도망치려고 하지 말아야 하되,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144

볕뉘

안전. 상처받는 두려움. 한 칼럼에서 이런 글을 봤다. 일터문화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곳에는 안전함이 깃들여 있다고 말이다. 두려움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안전으로 열려있다는 말. 어쩌면 우리 몸은 아직 구석기시대여서 본능적으로 낚아채려는 것은 안전에 대한 욕구인지도 모르겠다. 식욕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동물 역시 사람을 보면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다. 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동물이 더 무섭다는 말. 그래서 사람도 평생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조직은 성과를 향해 밀어부치고 그 두려움을 은연중에 조장하지만 결코 잘된 방법이 아니란 걸 말이다. 어쩌면 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남을 만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며, 그 거리없음을 거리있음으로 시작해보는 것이다. 역시 비관이나 체념은 많은 것들을 도드라지고 보이게 한다. 관계도 그렇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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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그 여름

[ ] 이경은 서서히 이해하게 됐다. 수이가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았던 건 수이의 그런 성향 때문이라고.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이었다. 35 수이는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그것이 자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반면 이경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후회가 더 크리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36

[ ] 은지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한순간도 죄책감이나 불안함 없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경은 인정했다. 은지의 말처럼 이경과 은지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그 이유 때문에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제대로 헤엄치지 못했으며 끝까지 허우적댔다. 누구든 먼저 그 심연에서 빠져나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순간이었다. 은지와 함께했던 기억은 하루하루 떨어지는 시간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흘러가버렸고, 더는 이경을 괴롭힐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58

볕뉘

삶의 나이테가 두터워진다. 두려워지지 않고 두터워진다라고 쓰고 있다. 어쩌면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 반복된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사람들 사이의 그 관계의 온도와 농도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미적지근한 온도도 때로 고맙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도, 너무 빨라 스스로 감당할 온도가 넘어서서 또 다시 추락하는 일이 두려워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단 하나의 선명한 밑줄은 그 다양한 농도와 밀도와 온도의 관계들을 수긍해낸다는 데 있다. 채근하지도 재촉하지도 않는 일. 그 다양한 결들을 살려내는 일. 그것의 우선 자신과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양한 타자와 만남을 이뤄내는 일이기도 하다. 나 자신과 관계는 자신이 가장 잘 헤아린다는 점이고, 곁의 타자와 관계들을 잊지 않는다면 좀더 낫고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싶다. 많은 결들을 보이지 않지만 퀴어한 스토리의 특징있는 관계 서술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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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 만약 몸이 로봇처럼 야무지고 단단해서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끄덕하지 않는다면 이웃들은 우리에 대해 염려하거나 걱정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수치감을 느꼈던 몸의 연약함이 우리를 보살핌과 배려를 받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끄떡하면 상처가 나고 병에 잘 걸리는 몸, 그것은 우리가 내부로 단단하게 닫힌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향해서 열린 존재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35

[ ] 로렌스와 사르트르에게 자유에 대한 갈망은 매우 역설적이다. 자유를 원하면 원할수록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예민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렇지 않은 육체의 존재를 더욱 고통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육체를 자기의 정체와는 무관한, 아니 자기의 완전성을 위협하는 타자로 만들어야 한다. 43

[ ] 혐오는 심미적 반응으로서의 싫음과 윤리적 반응으로서의 미움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혐오의 대상은 그냥 싫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울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혐오하는 대상이 그냥 싫은 것인지 아니면 미운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우면서도 동시에 싫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45

[ ] 취향과 감각에도 역사가 있다. 타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국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타자를 향한 혐오의 감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와 무관한 듯 보이는 음식 취향도 그러하다. 51

[ ] 낙인을 찍는 순간에 ‘나는 개고기를 안 먹는다‘라는 개인적 취향이 ‘모든 사람은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명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개념이 되는 것이자 개인적 취향를 보편적인 것으로 입법화하는 것이 된다. 55

[ ] 역사적 시선의 소유자는 본래 혐오스럽게 태어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그것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혐오는 비역사적인 무지의 시선, 맹목적 직관의 시선이 전제된다. 이것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을 보는 그 시선이다. 무지의 시선 말이다. 144

[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의 마츠코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작은딸을 사랑하기 위해서 큰딸을 미워했다.. 부모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그녀를 외면하고 병약한 동생만을 끔찍이 보살피고 끔찍이 사랑하였다. 혹시라도 마츠코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렇지 않아도 가엾은 동생이 섭섭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그녀를 무시하였다. 여동생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마츠코를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149

[ ] 여성 혐오를 가부장적 구조로 설명하는 것은 고르디어스의 칼날의 효과를 보여주지만, 이 구조적 설명이 갖는 치명적 단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즉 사회적 변동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배내옷이 파랑과 분홍색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두색, 커피색, 블랙 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선을 보이고 있다. 161 유니섹스. 성희롱. 비혼.

[ ] 군 가산점 제도의 폐지는 남성적 특권의 폐지를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여성 혐오에 가담한 많은 남자들은, 여성들이 그러한 특권을 빼앗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아직도 자기네들에게 과거와 같은 남성적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여성 혐오의 바닥에 깔린 정서는 남성적 우월감이 아니라 패배감이다....2028년 결혼 적령기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120-123명으로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5, 166

[ ] 자기가 여성에 비해서 유리하고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남자들의 인식을 빼놓고 여성 혐오를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지나체게 남자들에게 유리했던 사회적.제도적 조건은 더욱 더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정당성에도 어찌되었든 많은 남자들이 과거에 점유했던 특권적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는 박탈감을 안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167 혐오는 약자의 감정이 아니라 강자의 감정이다. 그것은 열등감과 패배감의 표출이 아니라 우월감과 자만심의 표출이다. 약자는 불의하지만 힘이 센 권력자에 대해서 혐오가 아니라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가진다. 167

[ ] 루저: 여성 혐오는 특정한 여성 개인에 대한 주관적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집단적으로 반영된 현상이다. ˝이들의 위치가 몇 년 전부터 중요한 문화 코드로 등장한 ‘루저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한 남자 개인이 아니라 남자 전체가, 한 여자 개인이 아닌 여성 전체에 대해서 갖고 있는 정서적 태도인 것이다. 이 점에서 어떤 특정 여성 혐오자가 과연 루저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성이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신을 밀어주지 않는다면 감히 여성 혐오 발언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설혹 가능하더라도 여성 혐오라는 사회적 정동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70

[ ] 키에 대한 루저 발언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혐오가 아니라 분노라고 말해야 옳다. 여러 사회적 상황을 감안하면 나는 여성 혐오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혐오가 아니라 분노나 증오라고 말해야 옳다. 나는 미소지니도 우리말로 여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 비하로 옮기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 비하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이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구조가 개인의 의식으로 내면화되어 나타난 언행이 여성 비하의 본질이다. 171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과 같이 자신의 우월성을 보장해주는 가부장적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남자들은 여잘ㄹ 비하할 수 있는 특권도 동시에 상실한다. 172

[ ] 우리는 처음 보는 물건을 신기하게 보듯이 낯선 타자를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인격이 아니라 보이는 외모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타자는 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친근한 관계로 접어드는 순간 대상이었던 타자는 주체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즉 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격적 관계에서 타자는 주체와 동등한 대화 상대가 된다. 지금까지 ‘그‘로 보이던 제삼자가 자신을 ‘나‘라고 칭하는 ‘너‘가 되는 것이다. 내가 질문하면 그는 ˝나는 ..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그러면 너는?˝하며 나의 의견을 물을 수 있다. 일방적이던 관계가 쌍방적인 관계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모르는 타자만이 대상화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여성이 나에게 성적으로 대상화된다. 175

[ ] 과연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자는 다 김치녀라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남자들이 많다. 특히 자신의 무력감을 절감하는 남자들은 그러한 일반화에 기대고 싶어 한다. 그녀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무력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자기를 치고 올라가는 여성들을 김치녀라는 이름으로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남자들은 자기가 여자들보다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우월하지 못하면서 상대 여성을 비난하는 것일까? 우리는 김치녀에 대한 비난에서 남성 우월주의적 유산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남성성의 신화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몰아쉬는 마지막 거친 숨이 아닐까. 182

[ ] 여성 혐오라는 용어가 선동적인 구호에 가깝다면 여성 비하라는 용어는 태도의 전환을 요구하는 윤리적 성격이 강하다.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 가운데 혐오감만큼 거두기 어려운 감정이 없다. 혐오했던 대상이 착각이며 환상이고 오류였다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혐오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그것은 지극히 보수적이며 심미적인 감정이다. 반면에 비하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이고 심미적인 반응이 아니라 관찰과 도덕적 판단의 결과다. 판단하지 않으면 비하의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비하했던 사람의 진면목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이전의 비하했던 감정과 태도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오해했다는 생각에 후회하기도 한다. 심지어 존경심이 생길 수도 있다. 186

[ ] 혐오가 정치적인 이유는, 자기보다 약하고 만만한 상대를 타겟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타자의 몫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와 단물 빨아먹기의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이다. 케이크자르기라는 게임이론이 있다. 욕심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케이크를 자르고 큰 조각을 취한다. 이때 케이크가 생명이며 행복이고 부, 건강, 아름다움리라고, 반면 그 가장자리가 죽음과 불행, 가난, 질병으로 오염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다. 혐오의 기원은 생리적인 기능에 있다. 단 것은 삼키고 쓴 것은 내뱉고, 단물을 빨아먹고 찌꺼기를 내뱉는 동물적 본능이 그것이다. 191

[ ] 혐오는 비민주적이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무시, 다수의 소수에 대한 무시, 즉 이러한 권력의 위계가 없으면 혐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소수의 타자를 혐오함으로써 달콤한 쾌락을 향유하게 되지 않는가. 이 점에서 혐오는 분노의 감정과 다르다. 분노는 불의에 대한 자의식에 머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강력한 의지까지 동반한다. 행동으로도 점화될 수 있다. 194 그렇지만 혐오감은 행동의 가능성을 극히 주관적인 쾌락으로 바꿔버린다. 194

볕뉘

0 . 여기저기 이동하는 틈에 읽다.

1. 저자는 몸문화연구소장으로 있고 영문학전공이다. 사례로 여러 문학이야기가 자연스러워 부담스럽지가 않다. 그는 혐오라는 감정을 몸에서 뱉은 침을 다시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 감정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은 타자화의 역사이자 인류가 끊임없이 합리화하는 기제라는 것이다. 밖만 아니라 내부의 심연도 그러하다고 하다. 저자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역사의 구조적 설명만으로 지금을 설명해낼 수 없으며, 보다 적확한 용어를 쓰는 것이 현실을 좀더 낫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오항영교수가 기존 관점과 달리 역사를 구조-의지-우연의 산물이라고 보는 점에서 곁들여봐도 좋을 듯싶다.

2. 결을 나누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싫다와 밉다. 심미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 조금씩 나누다보면 조금씩 보는 시선도 느끼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쉽게 단정짓지 않고 유예를 두려는 노력이 움직인 것만이 아니라 움직이려는 것,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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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나한테 관대해지는 방법.

[ ]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한다 9

[ ] 일탈이 필요해요. 우울과 좌절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아요. 21

[ ] 그 시선은 남을 바라볼 때만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볼 때도 적용되죠. 비교한 후 화내도 되죠...겉으로는 멋져 보여도 뒤에서는 더러운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내가 부풀려서 기대해놓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오히려 ‘저 사람도 숨 쉬고 사는구나, 별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나한테도 관대해질 수 있어요. 25

[ ]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 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40, 41

[ ] 모든 것을 너무 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에 중점을 두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이 중요해요. 45

[ ] 자기검열: 눈치를 많이 보니까 그렇죠.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서 그렇죠. 내 인생은 내 것이잖아요. 내 몸도 내 것이고, 그 책임은 내가 지는 거죠...원인보다 결과물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감정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도 똑같거나 혹은 다르다라고만 평가하는 것이 이유가될 수 잇어요. ...좋게보다는 과도하지 않게? 극단적이지 않게 바꾸는게 중요하죠....56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 욕구를 먼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59

[ ] 관계: 애정을 좀 분산시키는게 필요하네요. 많이 희생하다 보면 대가를 기대할 수밖에 없어요. 내가 너무 잘해줬으니까, 그만큼의 보상을 못 받는다는 느낌에 상대가 더 빠지게 될 수도 있고요. 66 내 불안감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일 수 있어요. 68 확인에 대한 욕구는 알겠는데, 그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이 애 같다고 해야 할까?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어떤 관계냐가 큰 의미가 있을까요. 69 자기 자신을 특별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해야 해요. ‘좋다, 나쁘다‘만 흑백논리가 아니에요. 71 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74 늘 부분과 전체를 구분했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마음에 든다고 이 사람 전체가 다 마음에 들고,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전체가 싫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좀 다르게 생각하는 시도를 하면 좋겠어요. 84 예전에는 ‘나한테 어울리고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상대를 만나보며 균형이 잡힐 수도 있어요. 90

[ ]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때그때 행동으로 해보는 거예요...그러다보면 나중에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떤 면에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어떤 면에 안도감을 느끼는구나‘ 같은 거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어요. 94

[ ] 사람을 사귀거나 안 사귀거나, 아주 친하거나 다시는 보지 않거나, 터뜨리거나 참는 거요. 늘 예스 아니면 노의 선택지만 존재하고, 중간 단계는 아예 없네요. 97 이 문제는 상대를 평가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도 그 잣대가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게 큰 문제예요. 99 지금은 관계가 좁고 삼각형 같아서 마음을 많이 찌르겠지만, 팔각형보다 십육각형이 원에 더 가깝잖아요. 다양하고 깊은 관계가 많아질수록 원처럼 동그랗게 무뎌져서 마음을 덜 찌를 거예요. 102

[ ] 히스테리 성격: 그런 성향이 있죠. 어딜 가든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거요...하나의 유형은 내 매력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야한 옷을 입거나 근육을 키우는 식지요. 다른 하나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여기면서 자책해요. 119

[ ]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좁고 자기비하적이니까,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둘 중 하나로 선택해야만 차라리 편한 거죠..끊임없는 이분법적인 사고....밀려나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밀려나더라도 한 계단, 두 계단씩 내려올 수 있는 건데, 마치 누군가가 ‘야 너 내려와‘하고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받아들이죠...122, 123

볕뉘

0. 책주문이 있어 구입해서 미리본다.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여러 생각들이 일었다. 자고난 뒤에도 어쩌나 싶을 정도로 ...흔적을 남겨야 할 지도 의문스럽기도 했다.

1. 아들러는 아이들이 첫째, 둘째, 막내....로 자라는 과정에서 그 관계가 여러모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사회적 자아나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해 그런 심리관계를 들여다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릴 적 가정내의 관계 형성이 인정이냐 무시냐의 문제을 떠나 모멸감이나 모욕감이 순환하게 되는 흐름 속에 산다는 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 구조 속에 쾌감이나 의존관계 속에 살아지게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2.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번역한 한 평론가는 작중 인물의 대부분이 이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스스로 비극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3. 삶 역시 주어진 정답은 없을 것이다. 마음안의 상처 역시 보듬어 주고, 또 다시 생살이 돋고 하는 과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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