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21

 광주 상가집을 다녀오다. 일터에서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연락이라 대학동기녀석 부친상이다. 같이 어울리기도 많이 어울렸고 경황없을 그 녀석을 생각해서 버스로 향하는데 제 시간에 없어,  동네서점에서 비비적 거린다.  이재무, 이시영, 이문재 시집을 보다 사구.  있던 책한권에 시집 4권을 보태니 양복차림에 볼품없어 들봉투 하나 권하여 넣었다.

가는 길, 이문재의 "제국호텔'을 요기하였다. - 그러다가 상가집에 도착하고 동기녀석들 만나고, 예전 기억들을 보듬어내고, 한 녀석은 대뜸 나에게 미안하다. 뭘,  너 시험거부할 때...같이 시험 보지 않고 거부했어야 했는데라며.. 20년이나 묵은 이야길 끄집어낸다. 뭘~ 임마. 싱겁긴.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공부를 더 할 수 없는 놈도 있었구. 정말 여한이 없이 공부하고 싶었던 녀석들도 많았던 것을 좀더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

세상에 대핸 어리숙했지만, 그나마 열정은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 그 열정이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다 밤 1시를 지나쳤고, 서울행 녀석들과 일어났고, 하는 일 설명하기도 어줍잖아 그냥 열심히 산다라고 건넨다.  송정리역-광주역,  차편은 이미 끊겨있다.   앞 24시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오징어하나에 이시영 근작시집을 읽는다. 술도 반쯤 얼콰해 있었지만, 취한 김에 참 작가들은 답답하단 생각이 인다. 그래도 반짝하자마자 소멸하는 상품같은 작가들말고 든든히 주문하는 배후를 둔 작가들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쟁이 배후는 봐줄 사람들이 없으니, 동네사람들에게 잔뜩 핀잔이나 먹었으면 좋겠다. 그 든든한 배후를 꿈꾸며.

생각보다 대기시간은 길었다. 이재무 시집을 들고 여미어가기엔 체력이 부친다. 광주, 도청도 아니고 5.18 한참 지난 바람이 매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선만 버젓하게 만들어놓아 숨쉴 곳 하나없는 광주역사가 얄밉다 생각했다.

첫차로 옮기는 아침해는 참 빨리 떠올랐다. 잠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울 2006-05-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월
 

오월 어느 날

트럭 2대 가득 각목으로 무장(?)한 시위대를 만났다.

그들의 열정적인 연설을...시골고딩인 나는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


유리창이 깨진 채 커튼을 휘날리며 질주하던 버스와

초록으로 일렁이는 보리밭 위를 날던 시커먼 헬리콥터가

항복을 명령하는 삐라를 까마귀떼처럼 흩뿌릴 때에도 깔깔거리며 내달리곤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긴장한 표정으로 소곤거리던 동네사람들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84년 무더운 여름 날 굽이굽이  황토길 걸어 망월동에...그리고

무등산에 오르던 날 광주는 내게로 왔다.


그리곤 더 이상

아무도 아무것도 돌려 세우지 못하게 했던 광주는

그런 거스를 수 없는 어떤 힘! 아니었을까?

 

트랙백(0)   덧글(0) 이 문서의 주소:http://blog.jinbo.net/kskim1964/?pid=67
 
* 지인의 게시판을 들렀다. 가지고 나와야 될 것 같았다.

 

 

 060516 (참*) 강행군이다. 간담회에 참석하고 뒤풀이도 이어졌다. 서울 회원들이 함께하고 간담회 토론들을 하면서 서로 마음을 읽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인지 모르겠다.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안) 작성 및 관련토론이었다.  외국사례를 섭렵하더라도 그 문화에 대한 질적차이에 대한 접근 방법이나 인식차이가 있다보니 무난한 수준으로 가닥을 잡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과학기술분야의 성수대교붕괴라고 말하지만, 정작 불감증에 걸린 우리들은 그렇게 강물 흘러가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뒤풀이하며 대비된 의견들을 모아,  석박사-연구생의 인권 지침(권리/의무)이나 사례집, 교육시스템에 대해 더 품어보기로 한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벌써 01시 부근을 가르킨다. 11시 언저리쯤엔 막내녀석, 식구들과 케익을 자르다 아빠몫을 남긴 모양인데 맘에 쓰였는지 전화로 간절한 목소리다. '아빠 왜 안 와" 뻘줌, '참*분들하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에' '빨리 와아'' 응, 알았어 선물사줄께, 잘 자고 있어'라고 달랜다.(엄마 선물이 부족혔나.)

그래 가까이 이런 얘기도 있었다. 벼랑끝, 누구나 벼랑이란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그래서 로또를 산다구. 한번도 사보지 않은 로또 한번 사볼까..ㅎㅎ

오늘도 일터 동료 집들이다. 진수성찬에 하루하루 호위호식하는 일상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3년 04월 04일 13시 53분 24초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선택 당한 것이다. 줄세우기 경쟁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그대의 성적을 보고 대학과 학과가 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적성'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성적' 따라, 그리고 제비 따라 강남 가듯 시류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그대는 지금까지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고전을 앞으로도 읽을 의사가 별로 없다.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영어, 중국어를 배워야 취직을 잘 할 수 있어 입학했을 뿐, 세익스피어, 밀턴을 읽거나 두보, 이백과 벗하기 위해 입학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학원에 다니는 편이 좋겠는데, 이러한 점은 다른 학과 입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문학의 위기'가 왜 중요한 물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대는 인간에 대한 물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채, 철학과, 사회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를 선택했고, 사회와 경제에 대해 무식한 그대가 시류에 영합하여 경영학과, 행정학과를 선택했고 의대, 약대를 선택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그대의 무식은 특기할 만한데, 왜 우리에게 현대사가 중요한지 모를 만큼 철저히 무식하다. 그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민족지'를 참칭하는 동안 진정한 민족지였던 <민족일보>가 어떻게 압살되었는지 모르고, 보도연맹과 보도지침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그대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사회경제적 정체성에 대해 그 어떤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을 만큼 무식하다.

그대는 무식하지만 대중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아 스스로 무식하다고 믿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문화가
토해내는 수많은 '정보'와 진실된 '앎'이 혼동돼 아무도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생인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에 익숙한 그대는 '물질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로 이미 치환했다.

 물질만 획득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그대가 무지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동아리를 선택하려 하는가, 그리고 대학가에서 그대가 찾기 어려운 책방을 열심히 찾아내려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펌, 홍세화]




아빠도 이렇게 무식한 대학생으로 입학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식하지만,
좋은 선배, 책방 열심히 들락거리려 노력한단다.

대학에 입학한지 20년이 지났지만,
교육현실은 뭐 그리 잘났다고, 그 자리에서 맴돈다.
찬,윤,민이가
또 내 나이가 되면 이렇게 교육현실이 물이 고여있듯이
제자리에 맴돌지 않았으면 하구.
그런 현실을 바꾸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

무식하지말자. 끝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울 2006-05-0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60507
어르신과 함께, 조부모산소에 들르다. 조모 이장시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고생만 하게 만들어서 맘이 편치 않았다. ( 식구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하루밤을 지냈는데, 어르신 두분은 부지런하시다. 새벽산행부터 해서... ... 인근에 아침*요 수목원을 들르려고 하였는데, 객들로 붐비고 빠져나갈 생각하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불쑥 올라버린 입장료라는 것이 만만치 않아 회군하다. 점점 불어나는 인파는 장난이 아니다.)

산소입구엔 묘비도 묘반도 없다. 조모산소를 옮기는 것도 당신이 아무일도 아니라곤 하고선, 서류일이며 부대일로 외삼촌도움을 받아 간신히 처리해내시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던 것이 들린다. 몇번 선산을 데리고 가신 적이 있다. 장남이란 이유도 있겠지만, 어르신 마음엔 조상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안다. 잘 되고 잘 못되는 일 가운데 마음과 연결고리를 갖고 계신다.

먼저 작고하신 숙부님은 기제사자리에서 격식을 유난히 반대했고, 나 역시
 

 1.

 지난 한자락 봄볕은 유난히 짙었다.

 가끔 봄구름이 다가와 스친 듯 다녀가길 몇 번,

 겨울 볕도 섞길 여러 번,

 어젯밤은 무슨 꿍꿍이셈인지 밤구름이 유난히 짙다.

 

2.

 봄비가 오른다

 벚꽃은 연분홍으로 붉어지고,

 개나리는 이미 취해 진노랑으로 붉고,

 새순은 막사발로 얼마나 들이켰는지 연초록으로 붉다 

 목련은 아직 덜 취해 말곳말곳,

 온몸으로 취해 제 색으로 붉은 봄을 새 하얀등으로 저어하고 있다.

 

3.

 봄볕은 봄구름 속에 色色 酒精으로 빚어져

 봄비로 오른다.  봄들이 흐릿 얼콰하다.


 **  점심, 도서관에 잠깐 들르러간 길, 봄비에 짙어지는 꽃잎과 새순들이 얄밉다. 허-ㄹ.

 *** 어느세상이라고 이리도 짙어지는지..... 속 탄다. 이놈들아, 봄비 이젠 그만들 내려쌓지만 말구...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6-04-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쨋든 글은 아름답습니다 ^ ^

파란여우 2006-04-0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덜 깨셨구랴. 괜히 꽃잎에게 원망은^^

여울 2006-04-0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어쨌든 봄은 아름답군요. ㅎㅎ
속삭이신님 카피는 레프트 No copy the right !!
파란여우님, 역시 눈치 채셨구랴~ (근디, 억울한 디 왠지??!!! 갓끈 맨 기분...)
 



 하루는 지인이 짜는 책장일 거들고, 쳐박혀 냉대받고 있던 묵은 책들을 내왔다.

먼지를 털고 닦는 사이, 치우치고-속좁고-나만 생각하는 습속이

뚝뚝 묻어나와 한참 부끄럽고 민망하다. 가끔은 새책과 헌책이

섞이기도 하지만, 책읽기 습관 일그러진 내모습이 보여 좌불안석이다.(그래도 사진이 알아볼 수 없게 나와

 다행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2-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 진짜 많다. 무슨 서점 같아요..

여울 2006-02-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량서적, 불량서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