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읽기 외전(外傳) - 올해 읽은 것들....


올해 내가 무슨 목표를 세웠더라....
오늘 10월 1일이니까. 국군의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올해 남은 3개월의 시작이다. 얼마전부터 10월 1일이면 올해 내가 세웠던 계획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기로 했었다. 사람들은 이루지도 못할 커다란 계획에 치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매일매일 작은 계획들을 꾸민다. 친구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기 보다는 작지만 자주 선물을 주는 것이 내겐 더 기뻤다. 예전에 처음 연애란 것을 할 때 나는 주머니마다 이런저런 선물들을 가득 채워 그녀 앞에서 잊을 만하면 하나씩 선물을 꺼내 하루 종일 준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연애에도 가끔 감동이란 게 필요하다는 걸 나같이 약삭빠른 인간들은 잘 안다.

처음 만나자마자 예쁘게 포장한 선물 하나를 준다. 그리고 같이 차 마시러 가서 주문하는 동안 호주머니에서 작은 선물 하나를 꺼낸다. 머리를 긁적긁적하며 '하나는 잊고 있었네'하는 표정으로 그리고 주문한 차가 배달되어져 우리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동안 다시 주머니에서 선물 하나를 꺼낸다. 그녀를 만나고 있는 몇 시간 동안 한 시간에 하나 꼴, 30분에 하나 꼴로 나는 선물을 준다. 그 선물이 꼭 비쌀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포장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포장을 뜯는 동안 선물을 주고받는 가장 기쁜 순간이니까. 예를 들어 나는 작은 상자에 알록달록한 예쁜 캔디들을 하나 가득 담은 것, 어린 시절 공기놀이 할 때 쓰던 작은 공기돌로 쓸만한 조약돌을 반지 케이스에 담아 준 적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하루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하루종일 그녀를 기쁘게 해줄 마음에 부풀어 하루종일 그녀를 위한 선물을 사러 쏘다녔고, 그렇게 구한 선물들을 온갖 치장으로 예쁘게 포장했다. 그녀가 갖고 싶은 것들은 아무리 크든 작든 모두 내가 사준 것으로 채우고 싶었다. 머리를 고정시킬 때 쓰는 작은 실핀부터 아침에 일어나 엉킨 머리를 풀 때 쓰는 브러쉬 빗에 이르는 사소한 것들에게서 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꾸만 무엇인가 주고 싶어지게 된다. 나의 사랑을 주고, 나의 마음을 주고, 나의 관심을 주고, 나의 시간을 주고, 나의 생각을 주고, 나의 모든 걸 주고 싶어지게 된다. 그러다 그 사랑이 떠나버리면 나는 내가 준 것만큼 고통스럽고, 그 고통만큼 아프다.

그렇게 7년을 사랑한 내 첫사랑이 떠나버렸을 때....
그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저런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그 버릇만큼은 남아서 나는 아주 작은 계획들을 세운다. 오늘 하루는 어떤 일들을 저지를 것인지 세세하게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으며 하루의 계획들을 세운다. 가령, 오늘은 시바 료타로의 "항우와 유방"이란 책의 리뷰를 올려야지 생각한다든지, 오늘 집에 갈 때는 사무실에 펼쳐두었던 어떤 책들을 챙겨서 집에 갈 것인지 같은 세세하고 작은 계획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면 수첩에 그것들을 깨알같이 적어둔다.

이렇게 하루 일과는 빼곡하게 계획하고 기록하지만 대신 나는 1년의 계획이나 상반기, 하반기 계획 같은 것은 짜지 않거나 지극히 방만한 것들로 계획한다. 오늘 내 계획 중 하나는 전에 선물받았던 다즐링 홍차 한 잔을 우려 마시는 것이었다. 그런 계획은 까먹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이룰 수 있는 것이지만, 1년의 계획이란 1년간 일관되게 지켜내기 어려운 것이다.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우리 인간에겐 1년의 계획이란 것도 벅차기 그지 없다. 예를 들어 올해 나는 다음과 같은 독서 계획을 세웠었다. 올해는 시집을 중심으로 책을 읽기로 했었다. 지난 몇년간 홈피랍시고 만든 뒤에 사회과학 서적이나 인문서적 중심으로 책을 읽다보니 시집을 손에서 놓은지 근 5-6년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집에 가지고 있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200여권을 다시 읽는 것으로 했었는데, 읽다보니 지겨워졌다. 계획이란 꼭 그렇게 되라고 만든 것이긴 하지만, 계획에 휘둘려서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전쟁에 나간 장군이 모든 작전을 계획대로만 수행한다면 천변만화하는 전쟁의 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임기응변이란 것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계획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다시 읽기는 1/4분기 즉, 1월에서 3월달에 이르는 동안 30권 정도를 읽고 정리하는 중에 스스로 지겨워져 나가 떨어지면서 끝장나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5월달에는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그간 정리해논 노트북 데이타가 전부 날아가버리고 말았고, 바로 그 다음날 저녁 퇴근 시간에 교통 사고를 당해서 2주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시바 료타로만 데이타에 기반한 글쓰기를 하는 건 아니다. 나역시 데이타에 의존하는 편이라 노트북 데이타가 날아가버린 것은 나로서는 교통사고보다 큰 사고였다. 데이타복구센터에 문의해서 자료 파일들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복구된 자료 데이타가 무려 20만 개에 이르는데다 그 파일명이 모두 아라비아 숫자들로 되어 있어 하루에 100개씩만 열어본다고 하더라도 2,000일이 걸리는 대공사라 데이타들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시인이나 그간 책읽기를 하며 만든 데이타, 내 홈피에 업뎃하기 위해 만들어 논 자료들 모두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8월부터는 홈피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1년간 쉬기로 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서재에서 하는 일들은 과거 내가 구축해 만들었던 데이타들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할 것이다.

하여간 계획은 계획이고, 상황이 안된다면 "에너자이저" 광고처럼 처음부터 다시 하는 수밖에 없다. 데이타를 날려먹은 경험에 따라 나는 외장하드 디스크를 하나 구입했다.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데이타를 백업하게 된 것이다. 어찌되었든 작년에 나는 맑스.엥겔스 저작선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경험에 따라 올해는 시집을 중심으로 한 책읽기를 하되 1/4분기엔 한국시를, 2/4분기엔 역사서를, 3/4분기엔 외국시를 읽고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1/4분기엔 한국시 그 중에서도 문학과지성 시인선을 1권부터 35권까지 읽었다. 권수로 치자면 중간에 구입하지 않은 시집들도 있으니 대략 20여권 정도 되는 것 같다.

1분기가 3개월이니 중간에 계획에 없던 책들을 읽을 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90여일간 40권 정도의 책을 읽은 것 같다. 2.5일에 한 권꼴로 읽은 셈이 된다. 하루는 시집 한 권을 읽고 거기에 포스트 잇을 붙인 뒤에 그 시인의 약력과 내가 좋게 읽은 시 몇 편을 타이핑하여 정리해둔다. 그리고 시인의 글이나 비평 중에서 인상적이라 여겨 밑줄 친 부분도 함께 정리하는 것으로 책 한 권을 읽은 것으로 쳤다. 시집 한 권당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략 5-6편의 마음에 드는 시가 나오니까 지금 내 노트북엔 원래대로라면 100편 이상의 시가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만 중간에 노트북 데이타를 날려먹는 바람에 다시 타이핑하는 수고를 경험했으니 실제로 정리되어 있는 시는 50여 편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다른 책을 읽는 틈틈이 정리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2/4분기에 나는 서양 중세사에 대한 책읽기를 시도했다. 서양 고대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호메로스부터 출발해서 헤로도투스를 읽고, 그외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던가? 예전에 그런 책들을 한 차례씩은 읽은 경험이 있어서 서양 고대사가 그리 낯설지는 않은 편이었다. 대신에 서양중세사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암흑천지를 헤매듯 했다. 다행히 최근 서양중세사에 대한 좋은 책들이 제법 출간되었으므로 나는 서양중세사에 대한 책들을 이참에 좀 읽어두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므로 1차 도서목록에 포함된 것들을 읽은 뒤엔 1차 목록에서 누락되었거나 1차 도서목록에 포함되긴 했으나 제대로 읽지 못한 것들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그런 계획하에 읽었던 책들이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중세로의 초대", 자크 르 고프의 "중세에 살기", 요한 호이징하의 "중세의 가을",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 "죽음의 역사", '죽음 앞에 선 인간" 등과 "중세의 빛과 그림자", "로마 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마르크 블로크 "봉건사회1.2" 등을 읽었었다.

3/4분기에 나는 주로 외국시들을 읽었다. 청하외국시인선을 죄다 사모으지 못했던 것을 한탄하면서 민음사가 새로운 판형으로 출판한 시집들과 솔출판사에서 출판한 외국 시인선들을 주로 읽었다.

라파엘 알베르티의 "죽음의 황소", 파블로 네루다의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프랑시스 퐁주의 "일요일 또는 예술가",  니카노르 파라의 "아가씨와 죽음", 장 주네의 "사형수", 로르카의 "사랑의 시체", 기유빅의 "가죽이 벗겨진 소", 예이츠의 "1916년 부활절" 등과 민음사 외국 시인선 가운데 로트레아몽, 랭보, 발레리, 아폴리네르, 발레리, 엘뤼아르, 괴테, 니체, 릴케, 김소월, 피츠제랄드, 말라르메, 프레베르, 베를렌, 워즈워스, 휘트먼, 딜런 토마스, 헤세, 프랑시스 잠, 셰익스피어, D.H.로렌스, 롱펠로, 존 단, 키이츠, 에밀리 디킨슨, 빅토르 위고, 블레이크, 투르게네프, 바이런, 셀리, 니시와키 준사부로, 휠덜린, 키타하라 하쿠슈, 이사카와 타쿠보쿠, 하기와라 하쿠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빌헬름 뮐러, 에우제니오 몬탈레 등을 읽었다. 그리고 김남주 번역 시집 1 "은박지에 새긴 사랑"과 두번째 권인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읽었다. 마야코프스키와 루이 아라공 등은 이 시집에서 읽은 것들이다.

그리고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 전20권"짜리를 읽고 있다.

3/4분기에 나는 "책에 관한 책들"이란 주제로 테마 서평 비슷한 것을 써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한상범의 "금서, 세상을 바꾼 책",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책-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의 "내가 읽은 책과 그림" 전사섭의 "장충동 김씨를 위한 책 이야기", 로버트 다운스의 "교과서가 죽인 책들", 사사키 다케시의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과 모로하시 데쓰지의 "중국고전명언사전"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 -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 베스트셀러", "book+ing 책과 만나다" 등을 읽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청탁 원고 자체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제가 기고하지 않기로 해 버려서 결국 공연히 책만 읽어댔다.

아, "항우와 유방"은 틈나는대로 심심풀이 삼아 읽었던 책이고, "벌거벗은 여자"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신간 중에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라 그냥 쭈욱 읽었다.

대충 정리해보니 올해의 책읽기는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어쩌면 책이란 건 매시간 애인의 손에 건네주던 선물주기와 같은 것이다. 새로운 책, 새로운 지식을 찾아 그때마다 관심가는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하나의 계획을 짜고 그 아래에서 나에게 상을 주듯 책을 읽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특히 한 분야에 해당하는 책들을 쭉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한 분야에 대해 식견이란 것도 쌓이기 마련이다. 4/4분기엔 무엇을 읽을까? 글쎄.... 지금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남은 기간동안엔 정말 옆에 쌓여있기는 했으나 그간 읽어대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야 할 테니까.

하지만 내년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 그게 뭘까? 흐흐, 글쎄... 그건 내년에 가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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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10-0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추천하시다니... 흐흐, 기쁩니다.

stella.K 2004-10-0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르카의 "사랑의 시체". 어, 나도 읽었는데...바람구두님도 읽으셨군요. 기뻐요. 같은 책을 읽게되서. 하하. 추천!

stella.K 2004-10-0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어때서요?

urblue 2004-10-0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관심가는 분야가 생기면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찾아서 한꺼번에 몰아보고는 했습니다만, 님의 리스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질립니다. -_-;
왠지 편안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바람구두 2004-10-0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설마 벌써 잊은 건 아니실테고...
urblue님! 그러고보니 마이리스트 만들어 올린지도 제법 오래전 일이네요. 흐흐.
속삭이신님! 말씀 안하신다고 모르겠나이까?

stella.K 2004-10-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내가 뭘 잊었다는 것인지...? 시집요? 누구한테 받았는가 하는 거 말씀인가요? 그거라면...글쎄요. 제가 건망증이 심해서리 누구한테 받았더라? 하하.

비로그인 2004-10-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바람구두님의 그 긴 글은 엄청난 데이타의 힘이었군요.
하지만... 간혹.
글이 너무 길고, 정보의 질보다는 양에 감탄하다가 그냥 지나갈 때가 더 많습니다.
저만 그러는지 몰라도.
바람구두님, 데이타에 갇히지는 마시고...
날아간 데이타, 날아가도록 내비둬두 되지 않을까요?
가끔 너무 게을러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저는,
경탄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제가 사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분들을 꼭 뵙게 되는군요.
ㅋㄷㅋㄷ
 

추석 명절을 정치인들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추석 명절 온가족이 둘러 앉아 나누는 이야기 속에 민심이란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작게는 집안 대소사에서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두런두런 나눠지는 장(場)이 바로 추석 밥상머리 아닌가. 이번 추석 차례 준비를 하면서 어쩐 일로 둘째 숙부가 도서출판 "시공사(時空社)" 이야기를 꺼냈다. 가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독서인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까닭은 이 출판사가 좋은 책을 널리 펴녀 두루 인간세계를 불밝히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공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이 출판사의 사장 '전재국'이란 인물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전두환의 맏아들인 까닭이다.
 
시공사는 지난 1990년 8월 17일에 설립되었다. 설립은 90년에 되었으나 실제 출발은 한 해 전인 1989년 2월에 "스테레오 사운드"라는 일본의 오디오 전문 계간지 "스테레오 사운드"의 한국 번역판을 출간하면서 시작된다. 1990년 8월 현재의 사명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1991년 전재국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시공사'는 우리 국내 출판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단시일 내에 엄청난 사세 확장을 이룩한다. 특히 '시공사'가 두드러진 흔적을 남긴 분야는 한국미술연구소와 연계하여 미술서적을 발행하면서 그동안 불모지에 가깝던 국내의 미술서적의 판도를 새롭게 열었고, 1997년부터는 '시공주니어'를 출판하는 한편, 무협지, 코믹스, 잡지 "까사리빙", "유행통신", "PC플레이어", "케이크", "기가스" 등등을 냈고,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데쿠베르(Decouvertes:발견) 총서"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라는 이름으로 출간하여 1999년 현재 100권 이상을  발간했다. 이외에도  현대 서구사상을 다룬 ‘로고스 총서’, 종교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샴발라 총서’와 불교관련 시리즈로 ‘시공 불교경전’ 시리즈, ‘시공 불교 총서’를 비롯해 무협소설 분야의 ‘드래곤북스’, 추리소설 시리즈인 ‘시그마북스’, Sci-Fi와 판타지 전문의  ‘그리폰북스’, 예술 분야의 이론서 시리즈인 ‘시공 아트 시리즈’ 등을 펴냈다.

시공사의 성장은 눈부셨다. 1991년 첫 단행본으로 펴낸 "아랍과 이스라엘"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펠리컨 브리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특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하루에 1만 권이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우며 1998년에는 한해 135종의 책을 출간하여 최다 종수를 출판한 출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3년에는 해외 예술서적 전문 수입과 도소매를 목적으로 한 아티누스(Art In Us)를 이 해에 음악전문 출판사 "음악세계"를 만들었다. 이후 시공사는 도서판매체인점 "리브로"를 만들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 멀티미디어 문화사업체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웰빙 라이프 스타일 포탈인 "CASA", 인터넷 만화포탈인 "코믹 플러스", 여행전문 포탈인 '저스트고펜션' 등을 가지고 있다.

이 책 "옥스포드: 20세기 미술사전"은 시공사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양장본 하드 커버에 매끄럽게 짜여진 편집, 1,80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미술가의 생애와 활동은 물론 각종 미술사조와 그와 관련된 미술비평가, 미술관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도 튼튼하게 제본되었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좋은 미술 사전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한국미술연구소'의 현대 미술사 전공자들이 번역에만 꼬박 1년, 교열·편집에 3년이란 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매만진 흔적이 묻어난다.

나는 시공사에서 출간된 책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한 100여권쯤... 이쯤 되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출판사 중에 "시공사"에게 한 자리를 줄 법도 한데, 나는 "시공사" 책을 살 때 여전히 주눅들고, 어딘가 께름직하다. 나와 내 집 사람이 좋아하는 어떤 필자, 그는 정치적인 앙가주망을 했던 사람은 아니다. 그저 사람 좋은 대중적으로 읽기 편한 에세이들, 사람 만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쓸 줄 아는 그 정도 필자였다. 그 이가 이 출판사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 부부는 얼굴을 마주보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 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나는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 시절 내 친구들이 끌려가서 얻어맞고, 고문 당했던 생각을 하면 양심상 이곳과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

어떤 이는 나의 이런 글을 보면서 연좌제도 아니고,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묻는다고 날 탓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에겐 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 어차피 나는 앞으로도 시공사에서 나온 책 중에 좋은 책, 나에게 필요한 책이 있다면 사서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께림직할 수밖에 없다. 20여만원의 예금 잔고를 가지고 골프를 치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나날이 성장일변도인 멀티미디어 그룹의 총수로 있다는 것, 그 자금의 출처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것, 그것은 설령 현재의 법으로, 혹은 현재 정권의 의지로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의 양심에는 여전히 께림직한 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에게야 미안한 마음이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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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09-3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비연 2004-09-3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하지만 출판사의 어려운 현실들을 생각하면...그런 (출처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돈이 출판업계로 들어오는 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런지도 모른다고..(일단 문화사업이니까) 생각되기도 하죠...문득문득. 그래선 안되겠지만...

바람구두 2004-09-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사람들이 그러죠.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썼다고요. 하지만 그 곳은 이미 출판만 하는 경지를 넘어섰다고들 하지요.

로드무비 2004-09-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기세좋게 '오후'를 창간했다가 하루아침에 입을 씻는 걸 보면
시공사는 발행인의 자질이나 자금의 출처 문제뿐 아니라 여러 모로 신뢰할 수 없는
곳임이 분명합니다.

바람구두 2004-09-3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세계"란 잡지 역시 그랬었다죠?

마태우스 2004-09-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사는 건 그냥 사겠지만, 내는 건 절대 거기서 안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거기서도 절 원하지 않겠지만요^^

바람구두 2004-09-3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태님 같은 분이 너무 겸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뜻만큼은 너무 잘 이해되네요.

sooninara 2004-09-3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공사 책은 믿음이 가는데..전씨 생각하면 책사주기가 찝찝하더군요^^
시공사가 외국책중에 베스트 셀러 될만한 책들은 무차별로 사들여서 국내 판권을 어마어마하게 올려 버렸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그런지 재미있는 책이 많고..안살수가 없고..휴.....

starrysky 2004-09-3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그리폰 북스와 아티누스 때문에 시공사를 참 좋아라 하면서 '모든 걸 용서해줄 수 있어'라고 감히 외치던 부류였는데, 알라디너들께서 조곤조곤 말씀해주시는 걸 들으면 들을수록 참 께름직해요. 지난번 '오후' 사건 때도 한번 발칵 뒤집혔었고.. 오오, 어째야 하는 건지!!

깍두기 2004-09-3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는 싫지만 시공주니어와 그리폰북스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흑흑...

바람구두 2004-09-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누가 포기하라던가요. 알고는 있자는 말이었습니다.
그리폰북스는 몰라도 시공주니어는 저희 집에도 많이 있군요. 흑흑.

. 2004-10-02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깨림칙합니다. 내 인생에 너무다 중요한 책이다 싶은 책 정도라면 몰라도 시공사 책들은 안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브로에서 아무리 싸게 파는 기획전이 있어도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더러운데 쓰는 것 보다 낫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로 인해 생의 흐름이 변해 버린 이들을 알며...또한 피의 외침들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전두환 일가가 선고받은 벌금이라도 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유돈이 29만원이라는 사람하고 무슨 대화가 된답니까

비로그인 2004-10-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80년대부터 미국싫다고 코카콜라안먹으면서 지내는 사람도 아직까지 있긴 있지요.
저렇게까지 살아야할까도 싶지만, 그렇게라도 안살면 안되겠다 싶을 적도 솔직히 있지요.

저두 리브로와 시공사가 그래서 싫지요.
흠... 듣자하니 전재국은 예술적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역사를 알고 있는 혹자도 그런 죄와 이런 감각은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하더군요.
감각에 대해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 말 때문에 어찌도 화가 나는지...
여하튼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건 결핍된 교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신의 경제적 토대가 아비가 만든 피의 역사라는 것을 무시한다면...
저는 연좌제는 아니더라도...

지금 이 시대의 지배층의 2세들이 자신의 출신성분과 경제적 토대가 어디서 비롯됐는가 정도는 알고 그것으로 출세를 하더라도 도덕적인 부담감, 죄의식 정도를 지닐 수 있도록 그들에게나 그들의 출세를 보는 사람에게나 사회적 교육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제때 과거청산이 안됐으니, 잘못한 자는 잘못을 뉘우쳐야했으나, 생존투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자식이 아비의 과거와 무슨 관련이 있겠는가고 묻겠지만 당신을 교육시킨 아비의 재산이 누구의 것이겠는가?는 평생 한번이라도 자문자답하게 만들어줘야지요.

저는 시공사 시리즈의 감각과 질은 인정하지만 되도록 안사고 살 책이 있으면 헌책으로만 삽니다. 피로 쌓은 권력과 자본이 미래의 문화자본, 문화권력으로 둔갑하는 걸 도와줄 수는 없다 아입니꺼?

이런 바램과는 달리 비약과 성장을 거듭하지요.

좋은 세상입니다.
친일파, 쫓겨내려온 (미 남부 보수교회로부터 내림받은) 기독교 지주 우익들,그들을 철저히 이용한 이승만과 그 정치일당들, 다시한번 친일파처단이 가능할 뻔 했을 때 그들을 비호했던 그걸 혁명이라고 이름지어 역사로 길이 남기려했던 박정희세력. 그런 비굴의 역사를 딛고 빨갱이라 몰아쳐 정권안정의 기회를 다져간 피의 전두환... 이들에 엉겨붙어 목숨과 재산을 부지하는 꼴통보수들, 이런 역사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안녕과 출세만 가능하다면 굽신거렸던 각종지식인들, 법조인들... 이런 역사와 사회를 이용하여 재산증식에 급급했던 무식한 졸부들... 이 잘 살고 있는 아직도 '좋은' 세상입니다. 이런 좋은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 당신들한테, 재산몰수나, 능지처참이나, 혁명이나 사형같은 게 아닌, 단지 죄책감 한번 지녀보는 게 어떻슈? 하고 묻는 것조차도 그 썩어빠질 개혁이라면

이게 몰상식이고 비상식이지 어디 상식이 있는 사회랍니까?

그들이 버전업해서,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세대물림하고, 문화권력으로 증식하고, 다시 이 나라의 지배층으로 도덕성과 정통성을 부르짖을 때,

그들을 비난하는 자들이 고작 노블리스 오블리제 따위를 노래할 때,

대한민국은 무한히 발전, 성장 잘 하겠지요.

나는 이 나라에 그것도 국가구성원인아이들까지 낳아주며 오늘도 '무사히' 애국 잘 하고 있습니다. 젠장할...

난 쪽팔리지 않는 나라에서 소박하게 잘 살고 싶습니다.



 

나의 책읽기 - 05

말을 배우는 방법은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같다

얼마전 "연합뉴스"를 보는데 재미난 외신기사 하나가 올랐더군요. "영어든 한국어든 아기가 말 배우는 방법은 같다"는 기사였는데,  지난 15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아동건강 및 인적 발달 연구소'가 영어, 한국어 등 7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있는 유아 2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기들은 모두 명사를 먼저 배운 뒤  동사와  형용사를 학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내용인즉 어느 나라에서든 아기들에게 언어를 습득시키기 위한 방식에서는 모든 나라에서 명사가 다른 어떤 말보다 더 빈번하게 사용됐고  여기에는 명사가 강조되는 미국 영어와 동사가 강조되는 한국어를 배우는 아기들간에 차이가 없었다는 건데요.

모든 언어권의 아기들은 평균적으로 300개에 가까운 명사를 알고 있었고 여기에는 동물, 장난감, 신체 일부 등을 지칭하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또 동사로는 `놀다' 등 행동을 지칭하는 단어를 약 100개 가량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명사를 먼저 배우게 되는 걸까요? 그건 우리가 명사라고 할 때 지나치게 추상적인 단어들을 먼저 연상하지만 않는다면, 예를 들어 "사랑, 슬픔, 행복" 같은 것들 말고, 자동차, 사과, 나, 너, 그 등 실체가 명확한 것들을 배우기가 손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체가 명확하다는 건,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구체적이라는 뜻이죠.

그에 비해 동사나 형용사는 더 추상적이고 아마도 유아에게는 파악하기에 너무  어려운 개념일 거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종종 농담삼아 "사랑"이나 "슬픔", "외로움"과 같은 명사들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거나 형용사라고 말하곤 했는데, "사랑"은 문법상은 명사일지 몰라도 그건 여러 감정 중 하나를 의미하는 명사라기 보다는, 상태를 의미하는 형용사이거나 동사에 가깝다고 말하곤 합니다. 사랑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형태를 지녔다면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 일에 목숨걸지는 않겠지요. 어찌되었거나 독서도 이와 한가지일 겁니다. 앞서 책읽기의 여러 방법들 가운데 저만의 독서술이라고 할까요? 책 한 권을 읽을 때 저는 "어떻게 하는지"라는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독서의 기술을 말씀드렸는데, 참고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제가 모든 책을 저렇게 읽지도 않을 뿐더러 저런 방법이 꼭 좋은 방법일리도 없겠지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계통밟기

오늘은 "계통 밟아 읽는 책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계통 밟아 읽는"이란 말을 할 때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하나는 어떤 책을 읽을 거냐?는 선택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계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겁니다. 앞서 아기들도 언어를 습득하는데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선 사물의 이름이라 할 수 있는 명사, 기본적인 어휘 수를 늘려가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어려서 읽는 책읽기란 그렇게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여러 흥미들, 기본적으로 알아야만 하는 상식이랄까, 교양이랄까 하는 것들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학교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들은 대개 두 부류라 생각하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한 부류는 괜히 교만을 떠느라 그러는 것이고, 다른 한 부류는 학교에서 얻은 지식보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수적인 문제들, 가령, 왕따나 차별과 같은 일들로 상처 받은 기억 때문이겠지 하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학교 교육에 대해서야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대개 학교에서 배웁니다. 따지고 보면 계통을 밟는다는 말 자체가 학교에서라면 당연히 존재하는 커리큘럼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보자는 말이니까요.

김건우 선생의 책 "옛사람 59인의 공부산책"의 제2부 첫장에는 "공부할 때 차례를 지켜라"란 말이 나옵니다. 오늘날처럼 모든 국민이 의무교육을 받는 시대는 아니었음에도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대개 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쳤습니다. 책 읽기에 대한 차례가 규정되어 있던 것이죠. 또, 김성철, 허경진 선생이 지은 "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을 보면 그 무렵의 아이들은 한자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천자문"을 배웠다고 합니다. "천자문"을 배운 뒤에 '책씻이' 혹은 '책걸이'란 걸 하고 그런 뒤에 다시 "동몽선습"을 읽습니다. 이를 마친 뒤에는 "사서"와 "오경"을 읽지요. 그런 뒤에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로 가지를 쳐 나갑니다. 즉, "천자문", "동몽선습", "사서오경"은 당시 사대부 가문의 필독서이자 교과서였던 셈입니다. 여성이 경우에도 명문가의 자손들은 "소학"이나 "삼강행실도"와 같이 주로 성리학적인 이념에 따라 주로 수양도덕서들을 많이 읽혔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소혜왕후(인수대비)가 지은 "내훈"이 필독서였습니다.

이 시대 사대부들이 하는 일은 오로지 독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날마다 책 읽는 것이 생활이었고, 이렇게 평생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니 자연 독서량도 엄청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우리네 요새 같이 책의 종수가 다양하지 않았을 테니 평생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 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일이었겠지요. 어찌되었든 이들은 그냥 한 번 읽었으니 되었다 하고 책을 덮은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 밥상이 나올 때까지 "논어"의 한 구절을 다시 읽고, 아침 밥상 물리고, 다시 "대학" 읽고, "맹자" 읽고 의문나는 부분, 의문이 풀리지 않는 부분은 다시 골머리를 앓으며 읽곤 했습니다. 앞서 말한 김건우 선생의 책 이야기에 따르면 같은 책을 1,100여번 읽은 선비도 있었다고 하니 이 당시의 독서란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당시의 선비들이 주야장창 책만 본 건 아닙니다. 당시의 선비들은 학자이자 동시에 도학자(철학)이고, 시인이면서, 작가이고, 그런가하면 음악가(거문고는 당시 선비들의 필수 악기처럼 대접받았습니다)이면서 경세치용하는 정치인이기도 했지요.  

체계를 세우는 여러가지 방법 - 단, 진리는 없다

게오르규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에서 했던 유명한 말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던 시대"의 공부란 그런 고전의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네들은 고전이 곧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라 믿었고, 그외에 다른 독서 역시 고전을 독해하고, 자신만의 입론을 할 수 있는 첩경으로 여겼기 때문이죠. 게다가 서양 중세가 그러했듯, 동양 중세 특히나 조선의 학문이란 성리학이 절대 진리에 버금가는 학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제가 생각하는 "계통 밟아 책읽기"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과학(科學, science)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과학이란 줄기를 세우고, 그에 따라 체계를 잡아가는 학문이라고 규정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말 "자연세계에서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 지식" 이란 정의와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체계가 없는 학문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앞서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종종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 질문은 체계를 밟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비논리적인 질문입니다. 마치 "나는 사랑해!"라고 선언해버리는 것과 같지요. 이렇게 말해버리면 다시 여러 차례의 반문을 거쳐야만 합니다. "사랑해?" "누굴?" "왜?" "어떻게 그렇게 됐어?" 라고 말이죠. 세상에 무수히 많은 책 중에서 그 사람에게 합당한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게 옳을지 알 수 없고, 그의 관심이 어느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나는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어도 상대방에겐 고문일 수도 있는 게 문화상품 "책"의 취약점 아니겠습니까?

책을 읽는데 있어 조급함은 최대 금물입니다. 오늘 중으로 세상의 모든 진리를 꿰뚫을 수 있는 방법은 누구에게도 없거든요. 가령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책 읽는 행위도 역시 마라톤  42.195km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한글을 익히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걷기를 배웠다고 해서 모두가 마라토너로 나설 수 없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도 순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음악이란 장르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클래식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거나 독서하거나 음악듣기를 아직까지 시도한 바가 없어서 이 분야 역시 다른 음악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취약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어찌되었든 음악을 듣기 위한 특별한 준비는 필요없지만 만약 클래식음악을 체계적으로 듣고 이 분야에 대해서 좀더 잘 알고 싶다면 그에 따른 공부가 필요하겠죠.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므로 본인에게 적당하다 싶은 방법을 채택하면 될 겁니다. 우선, 서양음악사 책 한 권을 사서 서양의 고전음악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살피면서 그 순서에 합당한 작곡가들의 대표곡들을 하나하나 구해서 들어보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아니면 서양음악 이론서를 사서 그에 나오는 교향곡이나 소나타와 같이 형식으로 쫒아가는 방법도 있고, 악기별로 쫓아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오늘밤 천하의 진리를 배우리...

다만 이 모든 걸 한꺼번에 해치우고 싶다는 욕심은 금물입니다. 예를 들어 "그라모폰 "이란 유명한 음악잡지가 있다고 치죠. 이 음악잡지를 비롯해 펭귄가이드 등은 클래식 음반에 별점을 매겨 품평합니다. 그라모폰에서 선정한 100대 명반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요. 하지만 그라모폰에서 선정한 100대 명반을 통째로 구입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렇게 구입해놓았다고 해서 음악을 듣는 귀가 저절로 열리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명반선만 쫒아가다가 "에이, 뭐 이래", 하고 중도에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외려 더 많지요. 이걸 마라톤에 비유하면 페이스 오버인 셈입니다. 즐길 줄 모르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친다는 건, 극히 일부의 천재들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예습 복습 철저히란 말을 귀에 마르고 닳도록 들어서 뭐든지 미리 앞서서 배워두고는 정작 공부해야 할 때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를 누리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죠. 하나를 배우더라도 제대로 끝까지 이치를 깨우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독서나 문화를 즐기는 자세에 있어서 무엇이든 속성으로 해치우고 잘난 척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동기부여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속성으로 배우고 아는 척 하는 일은 남들 앞에서야 즐거운지 모르지만 돌아서면 허전하기 그지 없는 일이죠. 예를 들어 미술평론가가 되길 희망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기억력이 비상하고, 미술사조는 물론 당시 역사상의 연대표까지 줄줄이 꿰뚫고, 거장은 물론 지난 시대의 소소하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까지 죄다 기억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결국 미술평론가가 되지 못했어요? 왜 그럴까요?

그는 그림을 볼 줄 몰랐거든요. 자기만의 시선으로...

마찬가지로 계통을 밟아 책을 읽는다는 것도 논리적, 체계적인 공부만으로 가능한 건 아닙니다. 앞서 클래식음악을 듣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렇듯 계통이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는 방법인 거죠. 지나치게 커리큘럼에 의존하는 방식이 때로 음악이 줄 수 있는 즐거움, 미술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빼앗아가거든요. 남이 지어논 이야기, 남이 세워준 계통을 따라 읽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기는 하지만 스스로 지적인 여행의 오솔길을 걸어보지 않고는 제대로 된 심미안을 기를 수 없는 법이죠. 계통 밟아 책 읽기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몸 풀기 차원에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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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토요일이라 그런가? 댓글이 저조하네요. 추천도 늦구요.

바람구두 2004-09-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연애하느라 바쁜 모양인듯... 흐흐, 주6일 근무하는 저 같은 직장인만 불쌍하죠. 흑흑

_ 2004-09-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나 문화를 즐기는 자세에 있어서 무엇이든 속성으로 해치우고 잘난 척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동기부여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속성으로 배우고 아는 척 하는게 남들 앞에서야 즐거운지 몰라도 돌아서면 허전하기 그지 없는 일이죠."

제가 처음 책을 접하게 된 계기가 저거였어요 ㅠ_ㅠ
이것저것 그저 알고자 하는 것만 늘어서, 아무거나 그냥 내키는 데로, 휭휭 읽었더니, 결국은 어느것 하나 체계도 잡히지 않고, 공허한 상태가 바로 저입니다. 크흑 ㅠ_ㅠ

오늘도 추천발사하고~^^

바람구두 2004-09-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버드나무님의 글이 인용한 부분을 보니 부끄럽기 그지 없네요. 분명히 저에게도 그런 동기부여는 있었을 것이니까.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나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또 한 가지 이유는 글 올릴 때 교정을 한 번도 안 보고 그냥 올리다보니 나중에 보면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게 눈에 띈다는 거죠.

stella.K 2004-09-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애하더라도 바람구두님 글 읽고 데이트에 나갈꺼여요. ㅋㅋ.

바람구두 2004-09-1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에서 걸립니다만... 흐흐.

stella.K 2004-09-1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예리한 바람구두님!

가을산 2004-09-1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나의 책읽기 - 04

손이 기억한다.

"개관하기 -> 포스트 잇 -> 밑줄 긋기"까지 왔습니다. 그 다음에 남은 것은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손으로 옮겨 적는 겁니다. 저는 손으로 적습니다. 노트나 수첩에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적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손으로 적는 것이고, 그게 영 어려울 때는 먼저 컴으로 적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적은 노트나 수첩을 애지중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버리는 것에 비중을 두는 거지, 그걸 뭐 나의 비망록에 적어두고 두고두고 기억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기억에 안 남는 걸 어쩌겠어요. 흐흐. 하여튼 그렇게 적어둔 걸 다시 컴에 저장해둡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해두면 찾기 귀찮아져서 워드패드라고 하는 메모장에 그냥 적어둡니다.

종종 "박사가 옛날 박사지 요새 박사가 무슨 박사냐"는 말을 합니다. 제갈량이란 중국의 지식인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융중에 묻혀 책만 읽은 사람이 세상 만사 돌아가는 일에 죄다 해박합니다. 장강에 시시때때로 동남풍이 불어오는 것도 알뿐만 아니라 도교의 무슨 비술을 익혔는지 제 수명까지 연장할 수 있는 비기를 알고 있는 인물이죠. 제갈량 시대에 출판된 책이 과연 몇 종이나 있을까요? 저는 종종 지역마다 보물을 얻는 방법이 어떻게 차이나는지 누구 문화인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테마를 정해 연구해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으리라 생각해보곤 합니다.

가령, 알라딘이 마술램프를 어디서 구하던가요? 알라딘이 마술램프를 구하는 곳은 우습게도 시장입니다. 일찍이 대상무역에 종사하던 아랍 지역의 유목민들에게 사막을 걷다가 우연히 마술램프를 구해도 되겠지만, 그네들은 상업이 발달하였기에 시장(바자)에서 마술램프를 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우리네 전설에서 보물을 구하는 건 어떤 방법을 통해서 일까요? 대개는 산에 나무 하러 갔다가 구해옵니다. 아마 우리나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게 산이고, 그만큼 생활과 밀접한 대상이라 그렇겠지요. 아랍에서 보물은 시장에서 돈 주고 우연히 사는 행운이지만, 한국에서 보물은 산에 올랐던 나뭇꾼이 우연히 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듯, 도깨비들 놀래켜주었다가 도깨비 방망이를 얻든, 아니면 연못의 신령에게 금도끼, 은도끼를 얻듯 우연히 습득하거나 꾀를 부려 얻는 것이죠. 그렇다면 중국에선 보물을 어찌 얻을까요?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그네들은 선인들을 통해 그것을 얻나봅니다.

중국의 선인들이란 도가적인 인물들인데, 이네들은 원래 인간이지만 많은 공부와 신술비기를 익혀 선인이 됩니다. 삼국지의 유명한 황건적 두목인 장각이 비서인 태평요술서를 얻는 것도 매한가지죠. 그런데 장각이 이 책을 얻었다고 저절로 선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장각 역시 산속 동굴에 들어가서 몇년씩 태평요술서를 공부하여 선인이 되고, 도인이 되지요. 중국에서는 책이 곧 보물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중국의 무협영화들에 등장하는 비급이니, 비기니 하는 것도 죄다 무슨무슨 무예의 초식들을 적어둔 책입니다. 그리고 그런 비기를 익히는 동방불패니 이런 사람들도 다 그런 책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무공을 연마해서 초절정고수가 되지요. 이렇듯 중국에서 책이 보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책 구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중에 융중의 초려에서 농사짓고, 물고기 낚시나 하던 제갈량이 구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과연 몇권이나 되었을까 생각해보는 건 아마 불온한 상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역시 많이 읽지는 못했을 거란 걸 상상하기는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복하라, 가죽끈이 끊어질 때까지....

독서에 대해 전해지는 명언들 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말은 가죽으로 맨 책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책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흔히 독서에 힘쓴다는 말로 해석하는데, 맞는 말이면서 당시의 독서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지를 상상케하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물론 당시의 책이 꼭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부들부들한 종이가 아니라 대나무 조각(죽편)을 엮어 만든 책이기에 가죽이 더 쉽게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이것을 세 번이나 끊어뜨릴 정도라면 얼마나 반복해서 같은 책을 읽었을지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한우충동(汗牛充棟) "이란 말인데 이는 소가 땀을 흘릴 만큼 수레에 실은 책의 무게가 엄청나고, 이 책을 쌓아올린 것이 용마루에 부딪칠 만큼이란 뜻입니다. 저도 이사를 몇 번 다녀봤지만, 친구들이 도와주러 다녀간 뒤 늘 하는 말이 "다음부턴 부르지 마."입니다. 이삿짐 중에 제일 힘든 이삿짐이 책짐이란 건 서재를 즐겨 이용하는 분들은 다들 알만한 내용이겠지요. 그런데 그 당시의 책은 역시 대나무였습니다. 이와 흡사한 말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있어요. 여성분들이 듣기엔 좀 그런 내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옛날 얘기니까 말씀 드리면 이 말의 뜻은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마 그 수레에 불 불이면 잘 탔겠지요. 대나무 자체에도 기름기가 있지만 읽은 사람의 손때에서 묻어난 기름도 대단했을 테니까요.

어찌되었든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퇴계 이황 선생도 하셨던 말씀이죠. 퇴계 선생은 “책이란 정신을 차려서 수없이 반복해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한두 번 읽어 보고 뜻을 대충 알았다고 해서 그 책을 그냥 덮어버리면 그것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옛 선인들의 공부법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갈량도 그렇게 공부했을 겁니다. 우리 근대의 지식인들만 하더라도 책 내용을 줄줄 외우는 암송에 의한 독서법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근원수필의 저자인 근원 선생도 암기력이 매우 뛰어나서 한문 고전들을 외워서 어느 부분을 묻더라도 막힘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워낙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정보량도 많은 시대이긴 하지만, 많은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적지만 알찬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실제의 활용이나 응용이란 측면에서 더욱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자, 개관하고, 책에 질문을 걸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밑줄 긋고, 두번 세번 읽고, 손으로 옮겨적고까지 왔습니다. 그 다음엔 뭐가 남았을까요.

책 쓰는 아마추어

그렇습니다. 그 다음엔 책을 다시 쓰는 겁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숙제를 내주면 줄거리만 줄줄 베껴서 낸 기억들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렇게 숙제를 하면 아마 선생님이 차근차근 일러주셨겠지요. 독후감이란 말 그대로 책을 읽은 뒤에 너의 느낌을 적는 글이란다. 앞으론 줄거리를 베끼지 말고 네 감상을 적어보렴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줄거리를 요약해보라고 시키고 싶네요. 만약 그것이 문학작품이 아니라면 더욱더 줄거리를 요약해보는 일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줄거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책의 구조를 빼내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구성해내는 걸 의미하죠.
아마 학교 다니면서 공부할 때 다들 해본 일일 겁니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지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의 목차를 봅시다.

제1부 인간과 시장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 제레미 벤담
시장경제도 계획경제다 : 아담 스미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꼬리가 개를 흔든다? : 토마스 로버트 맬더스
'대박'의 경제학
사회보험, 위험의 국가 관리
마약, 매매춘, 포르노의 경제학
누구나 자기 몫을 가질까?

경제학 카페의 제1부는 "인간과 시장"입니다.
제1부에서 유시민은 고전경제학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레미 벤담의 공리론적인 의미에서 경제란 무엇인가를 논한 뒤에 국부론의 아담 스미스의 경제이론을 요약하고, 다시 맬더스의 경제학 이론을 다룹니다. 뭐 내용은 지대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목차에 모든 것이 나와 있습니다. 그걸 앞서 제가 말씀 드린대로 차근차근 해본 뒤에 본인이 읽고,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 손으로 옮겨적고 난리 친 것을 조금씩 타이핑 해 놓는 겁니다. 이때 그저 베끼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자신이 물었던 질문에 대한 저자의 응답만이 아니라 본인이 알아낸 지식들을 함께 담아놓는 겁니다.

가령 "유시민의 경제적인 관점이 모두 옳아. 아, 유시민! 너는 왜 그리 멋진 말만 골라서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 이외에 아무론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구태여 제가 말씀드린 방법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호, 유시민! 그래, 이런 부분은 그대가 하는 말이 맞아. 나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유시민 선생!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다른 학자들은 그대와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던데, 나 역시 이 부분은 그들의 말이 더 맞는 것 같거든." 한다면...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비판적인 재구성이 가능하게 됩니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당신만의 관점을 재구성하여 그 글 속에 녹여낼 수 있다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세요.

처음엔 좀 어렵겠지만, 몇 번 노력하고 공부하다 보면 그 방면에 대해 이런 제목의 책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줌마가 연 경제학 카페
- 유시민 씨 그건 좀 아니예요."

제1부 인간과 시장
경제는 밥그릇 싸움이다.
경제? 아직도 한다고 생각해, 경제는 되는 거여
맬더스 씨, 정신 차리세요.
'대박'의 경제학과 소시민의 꿈
사회보험, 국가 관리의 위험성을 폭로하며
결혼도 매춘이다.
이제 여성의 몫을 주장할 때다...


이 얘기가 꿈만 같은가요? 뭐, 김어준이니 한비야니 하는 사람이 날 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죠. 흐흐.  까짓거 책 한 권 못 내보면 어때요? 대신에 경제학에 대한 기초는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번엔 계통 밟아 읽는 책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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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9-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읽었습니다. 출력이라도 해야 될까봐요. 다음 번 계통읽기, 요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stella.K 2004-09-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군요. 추천 한방 때리죠.^^

▶◀소굼 2004-09-1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선읽기 후추천^^;;그리고 이어지는 퍼가기;

stella.K 2004-09-1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어제 전 선추천, 후읽기했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더 재밌어요. 별차이 없지만. 제가 1등으로 추천했걸랑요. 알아 줄 것도 아닌데...

가을산 2004-09-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관록이 묻어나네요!
전 책을 한번씩도 읽기 힘든데, 어찌하면 반복까지 할 수 있으려나요? ㅜㅡ
계통읽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소굼 2004-09-1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추천이 재밌긴 한데...추천하기 버튼이 밑에 있어서..다 읽고 한거에요^^;

바람구두 2004-09-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추천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요. 선추천후추천 가지고 두 분이 다툼하시니... 글 쓴 저로서는 심히 즐겁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년 여름에 시원한 냉면이나 한 그릇씩 하실까요? 흐흐.

stella.K 2004-09-17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면은 지금 먹어도 맛있어요. 사 주세요.^^

_ 2004-09-1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에 간직하든, 일회성이든지간에, 손으로 직접 한번 쓴다는데에 공감해요. 전 예전까지는 옆에 꼭 공책하나 두고, 쓰고는 했는데, 요즘은 너무 게을러져서 ㅠㅠ
퍼갈게요~ 물론 추천한표 남기고 ^^

바람구두 2004-09-1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공짜 너무 밝히면 머리털 빠져요. 흐흐.
버드나무님/ 저야 추천을 너무 밝히는지라... 흐흐

프레이야 2004-09-18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책읽기 연작, 잘 읽고 있습니다. 계통읽기도 기대됩니다. 늘 좋은 글 보며 감사드리고 싶네요. ^^

바람구두 2004-09-1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서재이다 보니 이런 류의 글들에 반응이 좋군요. 다들 일가견들이 있는 분들이라 글 올리며 많이 신경쓰였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후한 평가 주셔서요... 산그림자, 혜경님... 모두

마태우스 2004-09-1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시민 책에 대해 "왜 맞는 말만 하는거야"라고 하는 부류예요... 하지만 앞으로는 님의 말씀대로 좀 생각을 하면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답게 추천이 두자리 숫자네요. 저도 당근 동참^^

마냐 2004-09-2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별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추천. 정말 도움됨.
 

나의 책읽기 - 03

앞서 책을 개관하라고 했는데, 이제 드디어 책을 열고 본문을 읽어볼 시간이 왔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에 따라, 책의 종류에 따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뭔가 알고 싶어서겠지요. 그것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가령,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 시간 떼우기를 목적으로 읽는 잡지든 궁극적으로는 책을 읽음으로 뭔가 알고 싶어서 일 겁니다. 그것이 지식이 되었든, 감동이 되었든 책을 펼쳤을 때 우리는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잘 읽었다 소리가 나올까?
- 사람과 사귀듯 책과 사귀라!

얼마전 서재 모임이 있었어요. 저도 마태님 덕분에 맛좋은 갈비를 먹고 돌아왔습니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습관처럼 되어 버린 제 버릇인데, 저는 종종 사람을 책에 비유합니다. 얼굴은 표지이고, 그 사람의 몸매는 책등, 몸피는 책 두께란 식으로 접근해가게 되더군요. 처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할 때 표지가 주는 인상, 자기 소개를 간략히 하는 것은 프롤로그를 읽는 것이죠. 자꾸만 사람을 읽어 버릇하게 됩니다. 대개 인사가 끝난 뒤의 처음 대화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바로 질문이죠. 책도 매일반일 겁니다. 본문을 펼치기 전에 개관을 하다보면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죠. 만약 개관을 하고 난 뒤에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이미 그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별로 땡기지 않는 내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대충 훑어보면서 관찰하게 되잖아요. 누군가 타인과 나누는 그 사람의 대화를 엿듣거나, 눈빛을 보거나 앉은 자세를 보거나 남의 이야기에 대꾸하는 그의 태도를 보거나 기타 등등 책이 그러하듯 사람 역시 가만 있어도 우리에게 여러가지 정보들을 이미 내보이고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책 역시 개관해보았을 때 첫번째 질문거리가 생겨나지 않으면 별로 재미없는 책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한 번 보고 모르듯 책 역시 본문 중간중간에 뜻밖의 질문거리들, 나를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을 숨기고 있기 마련이죠.

그렇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때, 책이 혹은 책의 저자가 어떻게 응답을 보내오는지 살펴보는 것이 독서(본문읽기)입니다. 많은 질문거리들을 던져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싣고 있는 책이 좋은 책인 건 당연한 거겠지요. 한 번 만나보고나니 더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는 사람을 두 번 만나게 되지는 않듯이 말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사람은 정말 대화 자체를 녹음했다가 다시 들어보고 싶을 만큼 말도 잘하고, 내 안에서 내가 어떻게 이런 말들을 숨겨놓았지 싶을 만큼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상대가 있게 마련입니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대화 중간에 "녹음 좀 할께요."라며 녹음기를 꺼내놓을 수 없지만, 책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제 녹음기는 샤프 펜슬과 포스트 잇입니다. 저는 회사 책상 앞에 그리고, 집의 침대 머리맡에(요새는 주로 침대에서 로마인처럼 누워 책을 본답니다. 제겐 최고의 쾌락이죠.), 그리고 집 책상 앞에, 거실에 어디에나 포스트잇과 샤프 한 자루씩을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읽는 책, 집에서 읽는 책, 거실에서 읽는 책, 서재에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이 다 다르고, 그곳에 쌓여 있는 책도 다르죠.

책을 읽다가 주저없이 질문을 던지고, 의문점에 포스트잇, 적절한 응답을 찾았을 때 포스트 잇, 대화의 핵심적인 부분에 포스트 잇을 붙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포스트 잇이 많이 붙어 있을 수록 좋은 책이겠지요. 처음 읽을 때는 대개 포스트 잇만 사용합니다. 샤프 펜슬을 이용하지 않는 까닭은 포스트 잇은 언제라도 상처없이 떼어낼 수 있지만, 샤프 펜슬로 그은 밑줄은 계속 남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샤프 펜슬은 언제 사용하는가? 두번째 읽을 때 씁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서 처음 대화를 나눕니다. 아, 그날 분위기도 좋고, 밖에는 비도 내리고, 커피 한 잔은 왜 이리도 향기로운지... 제 아무리 속지말자. 조명빨, 화장빨을 외쳐도 두 번 만나고, 세 번 만나면서 살펴보니 분위기도 영 아니고, 한 두마디 하고 나니 소재거리도 없고, 게다가 유머 감각은 왜 그리 꽝인지, 게다가 지지정당도 다르고, 정치 성향은 물론이요. 종교적인 견해 차까지... 이런 다음부턴 피해다녀야 겠는 걸...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멋모르고 읽을 때는 아, 정말 대단해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던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밤새워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읽을 때는 왜 이리 겸연쩍은지 감동에 감동을 거듭하며 포스트 잇 붙여논 책들을 다시 읽으며 하나하나 붙였던 포스트잇을 다시 떼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동이 식었거나 아니면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었던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 때 들어야 하는 것이 샤프 펜슬입니다. 앞서 책을 한 번 만 읽고 다 읽었다고 하지 말라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다시 읽기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등장하는 늙은 연인들이 아니니까. 자꾸만 보면서 흠도 찾게 되고, 장점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좋은 구절이라 전부 밑줄을 치는 건 책을 너무 혹사시키는 거죠. 그러니 포스트잇을 붙인 페이지 중에서도 핵심적인 단어 혹은 문장을 찾아 그곳에만 밑줄을 칩니다.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는 것이죠. 이 문장 하나에만 밑줄을 치지만 읽을 땐 이 문단 혹은 이 장을 전부 다시 읽어본다란 약속을 하는 거죠.

대개의 책들은 이 정도 하면 잘 읽은 겁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 보고, 두 번 봐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습니까? 보면 볼수록 끌리고,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뭔가 새로운 것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새록새록 끄집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건 정말.... 보물창고죠. 결혼만 안 했다면 어떻게 집에 데려가서 밤새 얘기라도 하고 싶은 그런 상대들이 있는 거죠. 그런 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책은 대접을 잘 해줘야 합니다. 우선 책 싸는 비닐을 가져다 정성껏 포장을 합니다.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갈 채비를 하는 거죠. 맘에 드는 상대방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분위기, 칭찬, 선물.... 책에도 그렇지요. 우선 가까이 두어야 할 책이라면 비닐 포장 정도는 해주세요. 환경을 생각한다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접해줘야 하는 책도 있는 법이죠. 가령, 라면만 사줘도 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탕수육은 먹여줘야 하는 이도 있는 법이니까요. 좋아할 수록 잘 해줘야 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진리입니다. 그렇게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 책을 읽는 방법은 공부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제 경우엔 노트나 수첩을 가지고 다닙니다. 평소에 제 머리속을 들여다보면 텅 비어 있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순간엔 그야말로 멍청이 그 자체죠. 저는 제 아무리 절친한 친구의 핸펀 번호, 생일도 기억 못합니다. 그런 걸 기억하는데 원래부터 재능이 없었던 데다가 이름을 기억하는 일만으로 벅찰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그런 걸 저 대신에 기억해주는 존재들이 있지요. 가령, 그 친구 전화번호는 핸펀에 내장된 메모리가 해줄 거고, 수첩도 그렇고, 생일은 달력이 기억해주니까. 저는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눌 생일을 기억 못한 적도 있습니다. 연애 할 때.... 몰라도 손 들라. 그리고 눈치껏 맞추라.

"개관하기 -> 포스트 잇 -> 밑줄 긋기"까지 왔습니다.
그 다음엔 뭐가 남았을까요?
그건 다음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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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1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추천부터 하구.

stella.K 2004-09-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재밌어요. 저를 책에 비유하자면 어떤 책일지 궁금하군요.^^

_ 2004-09-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덕분에 제 독서생활에 많은 반성을 합니다.
책읽기에 대해 일러주신 3개 모두 퍼가겠습니다. ^^

바람구두 2004-09-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추천.... 바람구두는 추천에 목마르답니다. 흐흐.
글구 버드나무님은 방명록에 글 좀 남겨주세요. 흐흐.

▶◀소굼 2004-09-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퍼가고 추천;

urblue 2004-09-1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칭찬, 선물... 살짝 웃음이 나오네요.

바람구두 2004-09-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시방 절 떠보시는 거지요? 안 넘어가요. 흐흐.
버드나무님/ 반성은 필요없어요. 실천만 하실 수 있다면.
소굼님/ 저는 즐찾하겠습니다.
urblue님/ 이런 urblue님을 꼬시는 중이었는데, 수법이 들통나버렸군요.

갈대 2004-09-1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보다 '분위기, 칭찬, 선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이 어찌된 일일까요? 으음...
포스트잇 + 샤프(저는 연필로 하렵니다), 이제 좀 지저분하게 봐야겠습니다.

하이드 2004-09-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끝까지 피지도 않고 깨끗하게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었는데요,
공병호씨 책 읽고, 마음이 혹해서, 막 줄긋고, 포스트 잇, 형광펜, 접고, 메모도 하고, 등등 나달나달하게 책을 봤지요. 마음이 별로 안 좋더군요. -_-a 네. 저 A 형이요.
요즘은 그저, 메모할 부분 귀퉁이 접는 정도 책날개를 이용해서, 어디까지 읽었나 표시하기 정도입니다.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고 요즘 든 가장 좋은 습관은 책 읽고,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한다는 점이죠.

2004-09-16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9-1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보다니? 저가 유부남 아저씨 떠서 뭐할라구요? 그래도 구두님은 신뢰할만한 분이니 무슨 책 같다고 하면, 저의 이미지 업그레이드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흐흐.

2004-09-16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4-09-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도서관여행자 2004-09-1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스트잇을 써요... ^^

바람구두 2004-09-18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리브리스님! 아유, 오랜만이셔요. 포스트잇... 그것 없었으면 책 읽는 게... 좀 지저분했겠지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