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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지음 / 한겨레출판

"소설가 김중혁의 유쾌한 공장 탐방기"
김중혁 작가는 <뭐라도 되겠지>, <모든 게 노래>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미 산문의 즐거움을 충분히 알게 해주었다. 더욱이 출간하는 산문마다 표지, 목차, 본문 일러스트 등의 작업에 직접 참여해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기도 했다. 이번에도 탁월한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며 유쾌한 산문 <메이드 인 공장>으로 독자들 앞에 섰다.

한 매체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공장 탐방기를 모아 엮은 이 책에는 제지,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화장품, 악기, 맥주, 라면 공장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은 공장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세심한 공장 관찰기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에 참여한 보통 사람들에 관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중혁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머와 인간미가 글 곳곳에 묻어나 읽는 내내 따뜻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는 글을 쓰는 일이 공장에서 하는 일보다 우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공장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이 소설을 쓰는 일보다 구체적이며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인간들은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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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람들
조 내버로, 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 리더스북

"'FBI 행동의 심리학'의 조 내버로 최신작"
FBI 최고 국가안보국에서 행동분석프로그램을 이끌었던, 한국에는 <FBI 행동의 심리학>으로 잘 알려진 조 내버로의 신작이다. 타인에게 아주 쉽고 일상적으로 고통과 아픔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인물들'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험한' 유형의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지, 임상적인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그 영역은 다른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을 것을 권하며 선을 긋는다. 대신 저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이런 '위험한' 유형의 사람들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대처를 안내하는 것에 집중한다. 상대의 유형을 파악하는 법, 도움을 구하는 법, 경계를 설정하는 법 등 자신의 경험, 그리고 연구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에 집약했다.

이번 책에는 특히 희생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위험한 사람'의 유형별 체크리스트를 실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실질적이고도 간단한 평가 항목들로 이루어진 이 리스트는 사소한 피해에서부터 치명적인 위험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인물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전 미리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이제 다음으로 수십 년 동안의 경찰 및 범죄 심리분석관으로서의 나의 경험에 기반을 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해볼까 한다. 다만 이는 전직 경찰 및 범죄 심리분석관으로서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심리 및 정신 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나는 당신이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현명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다음의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지, 이 문제에 관한 최종 결론이 아님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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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세월로 참사, 다음 발걸음을 위한 출발점"
“선원들에 대한 처벌보다 더 원하는 것은, 왜 친구들이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 선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산단원고등학교 생존 학생의 마지막 진술이다. 세월호 참사는 그 자체로 너무나 슬프고 힘겨운 일이지만, 사고의 배경과 원인, 잘잘못과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가려야만 피해자와 가족이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한 삶을 꾸릴 수 있을 테고, 한국사회 역시 이 과정을 제대로 밟아가야만 국가와 사회의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두 권의 검토 보고서와 17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 책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의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대형 재난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정부를 비판하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를 조목조목 짚는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 생각한다면, 다음 발걸음을 위해 꼭 확인해야 할 출발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16일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민변의 기록은 그 디딤돌이 되어 진실에 다가서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박원순, 서울시장)

우리 모두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하기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민변이 조사하고 연구하여 발간하는 이 책이 진실을 진실 그대로 밝혀 대한민국 사회의 도덕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기여하리라 믿습니다.(유시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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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지음 / 해냄

"김별아의 조선 여인, 사랑을 살다"
<미실> 김별아는 자주 여인의 삶을 소설로 옮겼다. 조선왕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 세종대 양반가 간통 사건을 그린 <불의 꽃>에 이어 문제적 여성 박어을우동의 삶을 소설로 되살려냈다. 역사는 성종 조 희대의 음녀로 그녀를 기록한다. 효령대군의 손자며느리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3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열여섯 명이 넘는 남자들과 간통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리학의 나라를 세우려는 왕의 의지가 그녀를 교형에 처하도록 한다. 김별아는 이 인물의 삶에서 스스로의 욕망의 자리를 떠돈 방랑자를 읽어냈다.

악다구니와 증오로 가득한 집안에서 태어난 한 여인이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 세상의 모든 빛깔을 품은 채 검지만 검지 아니한 여인 현비로.  그리고 그녀에겐 '낯설고도 익숙하며, 더럽고도 깨끗하고, 혐오스러우면서도 황홀한' 신세계가 열린다. '누구의 딸도 아내도 어미도 아닌, 순정한 암컷'으로 살고자 했던 한 여인의 삶을 그려내는 김별아의 문장은 물을 머금은 듯 화려하고 관능적이다. '조선여인 3부작' 세번째 이야기. (김별아 3부작 미니북 증정)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무지몽매한 이년이 어찌 답을 알겠어요? 밥이나 먹고 또자라, 하지 않았을까요? 노생에겐 생시보다 꿈이 더 달았을테니까요."
장미의 너스레에 그녀가 허허롭게 웃었다. 한단지몽의 고사는 그 익어가는 밤내를 큼큼거리던 여옹의 한마디로 마무리된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라네."
두 여자가 상하귀천을 깡그리 잊은 채 깔깔깔 배를 잡고 웃었다. 웃음 끝에 실없는 눈물 한 방울이 찔끔 흘렀다.
"아씨, 사람의 한살이라는 것은 그토록 덧없고, 아무러한 부귀영화도 지나면 모다 허망합니다요."
"아무렴 흘러가는 시간은 스러지는 아침 이슬이거나 사라지는 저녁 서리와 같지."
"그러니 아씨......"
장미가 문득 반들거리는 눈으로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죽으면 썩어질 육신을 헛되이 폐하지 마시고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보심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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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김영하 5년 만의 신작 산문집"
소설가 김영하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이후 5년 만에 산문집 <보다>를 펴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떤 대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시간과 그 생각을 적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설가의 다른 시선으로 포착된 인간과 사회의 면면들은 깊은 사유와 기록, 그리고 수정의 과정을 거쳐 스물여섯 편의 의미 있는 산문으로 탄생했다.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가 돋보이는 <보다>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변화를 대중들에게 친숙한 TV 드라마, 영화, 책과 함께 설득력 있으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대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작가만의 상상력과 사유를 더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산문집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제대로 보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보다>에 이어, <읽다>와 <말하다> 2권의 산문집이 추가로 출간될 예정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한동안 나는 망명정부의 라디오 채널 같은 존재로 살았다. 소설가가 원래 그런 직업이라고 믿었다. 국경 밖에서 가끔 전파를 송출해 나의 메시지를 전하면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가을에 이르러 내 생각은 미묘하게 변했다.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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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미국과 유럽이 아닌, 한국의 자본주의를 말하라"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자의 '국민의 정부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로, 안철수 18대 대통령 예비후보의 '진심캠프 국민정책' 본부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장하성 교수의 책이다. 2년여의 집필 기간 동안 국내외의 방대한 문헌과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원고지 3,000매 분량의 글과 문고본 1권 분량의 주석을 담았다.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도 오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제들을 기존의 주류 경제학 이론, 미국과 유럽의 관점을 벗어나 '한국 자본주의'에 포커스를 맞추어 새롭게 조명했다.

그는 특히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천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라는 핵심 문제를 가진 한국의 자본주의는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을 이해해야만 그 답이 보인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책은 우리의 과거를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의 시대는 민주주의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더 나은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제안한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의 글 :
 이 책은 우리가 오래 기다려 온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와 작동 방식, 그리고 그것의 명백한 한계에 대한 다층적이고도 총체적인 분석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우리는 한국 경제를 이해하고, 그 대안을 탐색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지적 자원을 갖게 되었다. _최장집 (정치학자,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장하성 교수는 이러한 인식의 토대로 한국의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불안정한 혼재를 말하며, 결국 기형적일 수밖에 없는 한국 자본주의를 고쳐서 쓰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정의로운 자본주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동의한다. _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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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줄리언 바지니, 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 글담

"철학과 심리학, 같은 질문 다른 대답"
인생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삶의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인생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각자의 답이 존재할 뿐인데, 서로의 답안을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누구도 정답과 오답을 채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삶이란 문제 앞에 선 인간은 자연스레 믿고 따를 만한 모법답안을 찾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모범답안으로 종교가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깊고 오래 고민한 건 철학이고, 오늘날 가장 많은 이에게 힘과 용기를 전하는 건 심리학이다. 두 학문이 삶에서 마주하는 질문에 각자 답을 전한다면 어떨까, 서로 다른 답이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접점에서는 찾아낸 답에 대한 확신을, 각각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여지도 있지 않을까.

영국에서 철학 대중화 바람을 이끈 줄리언 바지니와 실존주의 심리치료사 안토니아 마카로가 두 학문이 대표 선수로 나서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나눈다. 줄리언 바지니는 올바른 감정사용법을 묻는 질문에 ‘감정은 우리가 염려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데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잘난 체를 하고, 안토니아 마카로는 ‘원치 않는 손님이 파티에 참석하는 걸 저지하는 데 온 힘을 쏟기보다는 그 손님과 함께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더 낫다며 감정을 수용하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라고’ 유연하게 조언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인생은 양자택일이 아니고, 우리가 굳이 철학과 심리학의 우위를 판단할 이유도 없다. 행복, 자긍심, 거짓말, 지위, 죽음, 외모, 육체, 후회 등 스무 가지 주제를 다루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마흔 개의 대답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하루, 행복한 오늘의 삶이 아닐까 싶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인생의 질문들에 대해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같은 주제, 다른 시각으로 조언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달콤한 정답이 없다. 철학자와 심리학자답게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지고 생각을 유도한다. 어쩌면 독자들은 그 점이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문제들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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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
최상희 지음 / 사계절

"지구를 횡단하는, 너와 나의 이야기"
'델 문도'(Del Mundo)는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세상 어딘가에도 우리와 같은 이야기가 함께 숨쉬고 있다. <그냥 컬링>으로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최상희 작가는 꿈꾸듯 여행하듯, 세상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아홉 편의 소설로 그려냈다.

릭샤꾼인 인도 소년과 그를 고용한 한국인 소녀 유진의 애틋한 만남의 찰나에 관한 이야기 <노 프라블럼>, 한 여학생이 맡기고 간 필름에서 인화한 144장의 사진을 보며 남아메리카의 어딘가의 풍경을 짚어보는 독특한 여행담 <필름>,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 사는 소년의 절실한 꿈을 그린 <시튀스테쿰> 같은 작품이 눈에 띈다. 산뜻한 문장으로 그려낸 확장된 이야기의 공간에 이 세상을 사는 청소년의 이야기가 머문다.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 청소년 MD 김효선

책속에서 : "소원들 들어주실 거야. 다만 여기 신들은 '빨리'라는 개념을 몰라. 신들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르거든."
유진이 흐르는 강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태양이 던져 준 마지막 햇살이 누런 물을 붉게 물들였다. 어느새 가트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잠시 후면 뿌자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쿤마르는 지금쯤 작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빗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방을 나서기 전에는 리나에게서 받은 편지를 또 한 번 읽을 테지. 비록 읽지 못하는 글자투성이라고 해도 쿤마르에게는 문제될 게 없었다. 어차피 신의 뜻을 모두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쿤마르는 강가 여신 같은 리나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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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대한 대담한 도전"
아마존 1위와 하버드대학교 출판부 역사상 연간 최다 판매 도서, 피케티 신드롬과 록스타 피케티, 파이낸셜타임즈와 포브스 등 유수 언론의 문제 제기와 논쟁, 보수와 급진 양 진영 학자의 동시 비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두고 지난 몇 달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이 세계적 화제작이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이 다루는 불평등 문제가 한국 사회에 그만큼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 아닐까 의미를 부여해본다.

이 책은 지난 300여 년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적 전개를 살피는데, 부의 분배, 부와 소득의 관계를 드러내며 19세기 마르크스와 20세기 쿠즈네츠를 넘어 자본주의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경제학 책이라기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워 노력을 기울이면 찬찬히 읽어갈 수 있을 책이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물론 망설일 필요는 없다. 노암 촘스키가 곧 나올 <피케티 패닉>의 저자 김동진에게 보낸 메시지를 되새겨보자. “피케티는 분명히 우리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의 책을 구입하는 많은 사람 중 오직 일부만이 책을 읽겠지만, 그의 핵심 메시지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올해, 아니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폴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케티는 완벽한 순간에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리고 한 세대 이전의 폴 케네디처럼 정책 분야와 지성계의 록스타로 떠올랐다. 피케티의 실증 연구는 정치 담론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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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자음과모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존재 증명"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여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 부조리를 작품 속으로 끌어와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의 일부를 바라보도록 만드는 힘을 최고로 꼽고 싶다. 이는 90년대에 대표작을 쏟아냈던 그가 늘 소지했던 장점이기도 하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전작을 탐독하며 작가 경력을 시작한 '사회파'의 후예여서였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각종 형사 법규가 내포한 딜레마,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의' 등 당대 일본 사회의 법률과 사회 체계의 헛점을 공략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 이후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감상적인 휴머니즘으로 천천히 바뀌어 왔다. 소위 '신본격'이라는, 트릭 자체에만 집중한 미스터리를 비판하는 패러디-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를 내면서였지 싶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동시대 자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종류의 피로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21세기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야베 미유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선한 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이 두 작가에게서 초기의 '쨍한 맛'이 사라진 것은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와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계속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공허한 십자가>는 서로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사형제도의 적합성에 대해 묻는다. 살인자를 죽이고 나면 어떤 점이 나아지는가? 그때 유가족에게 드리워진 짐은 덜어지는가 아니면 제삼자들의 호기어린 '정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 피의자를 죽이는 형벌을 주고 나서 형법이 교화를 말한다면 과연 교화의 대상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때, 사형이 집행될 때 속죄는 종료되는가? 아니면 남은 속죄는 누구의 몫인가? <공허한 십자가>는 언뜻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 간의 링크를 찾아내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링크가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무래도 즐겁게 읽고 나서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 장점은 아직 살아있다고 봐야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징역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재범률이 높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갱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완벽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면, 갱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형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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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수학과 친해지면 모든 공부가 쉬워진다
송재환 지음 / 예담Friend

"송재환 선생님이 정리하는, 초등 1학년 수학의 힘"
초등 1학년 학부모들에게 ‘공부의 기본=책읽기’라는 명쾌한 공식을 널리 퍼뜨린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의 송재환 선생님이 이번에는 ‘초등 1학년 수학’과 함께 돌아왔다. 수학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지에 더해, 2013학년도부터 확 달라진 수학 교과서에 대한 분석과 개념 설명까지, 초등 1학년 수학 공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들의 공부 습관 중 핵심은 바로 '책읽기'와 '수학 공부 습관'이고, 초등 1학년은 제대로 된 생활 습관과 공부 습관을 들이고, 공부의 기초를 잡아야 하는 시기이다. 두렵고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수학, 선행 학습보다는 적기 학습을, 문제 풀이보다는 개념 원리를 앞세워야 한다.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로 시작해 수학으로 완성하자. 수학과 친해지면 모든 공부가 쉬워진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 굳이 과목의 계급을 따지자만 수학은 가장 높은 계급에 속해 있다. 사시 국어나 영어는 기본적으로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뒷받침되면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다. 다른 과목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학은 어휘력이나 이해력뿐만 아니라 수리력이나 논리력과 같은 추가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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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마니
조앤 G. 로빈슨 지음, 페기 포트넘 그림, 안인희 옮김 / 비룡소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소녀들에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의 원 안에 함께 있고, 자신은 그 바깥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소녀. 런던의 양부모님 댁에서 외롭게 지내던 안나는 요양을 위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있는 페그 부부네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금발의 소녀 마니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게 된다.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타인의 표정과 한마디 말, 다락방의 묘한 냄새와 바람 무늬까지. 지칠 줄 모르고 세상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녀 안나와, 바닷가 커다란 저택 안에 서 있는 소녀 마니의 마법 같은 만남. 달콤하고 비밀스러운 판타지.

1968년 카네기 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자, 2014년 스튜디오 지브리 최신작 <추억의 마니>의 원작이다. 애니메이션을 감독한 요네바야시는 이 이야기로 ‘고립된 소녀들의 영혼을 구제할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보고 지켜주었던 존재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화다. 겁 먹은 새끼 짐승처럼 여리고 불안한, 어른들에게는 쉽게 이해 받지 못하는 어린 마음들에 대한 존중과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 차 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내가 기억하는 한, 여름이면 언제나 이곳에 있었어.” 안나는 마니의 눈이 바다와 색깔이 같다는 걸 발견했다. 얼굴을 가로질러 바람에 날리는 마니의 머리카락은 방파제에 있는 마른 풀과 같았지만 그보다 더욱 밝은 연노란색이었다. 안나는 마니가 자기가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과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싫었다. 마니와 비교하면 나는 마녀 같아, 하고 안나는 자신을 밉게 생각했다. …

“넌 운이 좋구나. 내가 너라면 좋겠다.” “어째서?” 안나는, 넌 예쁘고 부자고 상냥하니까, 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가졌으니까,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혀가 묶여 버렸다. 이런 말은 정말 멍청하게 들릴 것이다. 안나는 우울하게 풀 끝을 질겅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너를 없애고 싶어 하는지 말해 봐. 그리고 왜 그랬는지도. 네 부모님은 너를 사랑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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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행복의 나라는,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행복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다. 한때 행복한 나라 1위에 올랐던 부탄이 그렇다. 부탄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그런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로 상정하니, 행복은 꿈꿀 수 있으나 실현은 되지 않는 헛된 상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의 행복을 추구할 뿐 우리의 행복을 기획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을 터, 어떻게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가 덴마크를 찾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UN 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덴마크에서는, 요즘 걱정거리를 물으면 걱정거리가 없다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냐고 물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덴마크를 찾아 3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난 저자는, 학교, 일터, 사회에서 행복사회를 만드는 여섯 가지 가치, 즉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을 찾아내고, 우리 역시 행복의 조건이라 말할 이런 가치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어떻게 개인과 사회에 자리 잡았는지 분석한다.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덴마크의 행복 역시 150년이 넘는 동안 일구어온 결과다. 하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니다. 물론 우리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책이 이런 생각의 전환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인간은 유전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덴마크 사람들은 그 정점에 있다.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만들어낸다’는 저자의 관찰은 정확하고 감동적이다. ‘무엇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가슴이 뛰었다는 그의 진정성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행복에 관한 그 어떤 전문서적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행복한 교실, 행복한 일터,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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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마음의 칼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모험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1천만 부 이상 판매된 블록버스터 판타지 <퇴마록>의 외전 두번째 권. 전편은 국내편과 세계편 사이의 시기를 배경으로 퇴마사들의 과거와 생활상에 집중했다. 이번 이야기는 주로 혼세편 무렵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1965년 인도-파키스탄 2차 전쟁 직후, 혼세편 '와불이 일어나면' 얼마 전과 직후, 세계편 '아스타로트의 약속' 직후, 혼세편 '홍수' 이후. 독자가 궁금해했을 사건의 이면을 공개한다.

퇴마록 본편의 굵은 줄기의 곁길에 귀신과 싸우는 더글러스의 호쾌한 모험담이며, "마스터라 부르시오"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블랙서클의 전설 같은 반가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청홍검을 얻고 검술의 오의를 고민하는 현정, 준후와 연희와 백호의 사사롭고 애틋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까지. 모험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내가 관찰자다. 내가 봐야, 내가 확신해야 내 죄도 비로소 생긴다. 양자 역학이니 파동 함수는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관찰자고, 내가 내 죄를 만든다. 혹은 없앤다. 이때껏 내가 죄가 있나 없나, 밖으로부터 찾으려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 왔다. 그 모든 게 잘못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이 경우는. 마음의 칼의 경우는.
더구나 단순히 죄의 유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은 어디서 생기고 어디서 끝날까. 누군가가 돌아봐주는 데서 생겨나고 누군가가 외면하는 것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해도, 자신이 마음의 칼을 움직일 수 있다면? 보이지도 흔적도 남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정말 있다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을 통제할 마음의 힘이 있을까? 자신 없었다. (마음의 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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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 엘릭시르

"현재가 추억의 빛깔로 물들면"
고전부 시리즈의 화자 호타로는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호타로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라는 신조를 가진 '에너지 절약주의자'다. 이 심심한 신념을 가진 고교생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그를 적당한 미소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사용한 (이 방법 뿐이었을 것이다)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호타로의 성격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 조성을 전담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에, 현실에, 사건에 가능한 개입하지 않으려는 호타로의 거리감은 어제 일조차 추억 속을 더듬는 듯한 빈 공간감을 안겨 준다. 그런데 그 마음 속의 빈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의 별 것 아닌 장면들이 깜빡이며 떠오르기도 한다. 간략한 문장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이 시리즈가 사건 위주로 빠르고 건조하게 전개되지 않는 이유다. 케이온이나 아즈망가 대왕처럼 소위 학원 일상물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이 음악이나 개그를 중심축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고전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억의 중심으로 삼아 그때의 풍경을 찬찬히 훑는다. 어딘가 빈 듯하고 약간은 멀리 있는 듯 느껴지는, 일견 시시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이 고전부의 세계를 구성한다. 현재진행형의 추억이랄까. 덕분에 지탄다도 단순한 사차원 미소녀가 아니라 마치 회상 속의 인물과도 같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여러 명이 아닌 단 한 명,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퇴색되기는 커녕 도리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는 사람만이 갖춘 비현실적인 매력.

이렇게 고전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절을 현재진행형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며칠 전 또는 몇 달 전의 사건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래 된 일처럼 느껴지는, 읽는 이가 쌓아 놓은 추억에 따라 다른 빛깔을 선보이는 고전부의 매력은 네 번째 책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단편의 사건들을 하나씩 훑는 호타로의 에너지 절약주의자적 서술을 통해 추억 같은 현재를 살아가는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십중팔구... 입학식중에 생각했다. 십중팔구 이 학교에서도 이 일 저 일 있을 것이다. 삼 년간 눈앞이 핑핑 돌 일이 벌어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 있는 전원, 아니, 나와 같은 나이인 모든 인간이 체험할 '눈앞이 핑핑 돌 일'이지, '그래, 이쯤 되면 좀 색다르군' 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왜냐하면 내게는 확고한 신조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 그게 뭔가 하면...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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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탐닉
신이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신이현 산문집, 열대의 나날들에 관한 기록"
<루시와 레몽의 집>에서는 알자스의 작은 시골마을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에펠탑 없는 파리>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풍경과 진짜 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신이현이 열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열대탐닉>은 캄보디아에서 6년간 머물며 열대에 탐닉했던 나날들에 관해 독특한 방식으로 기록한 산문집이다.

열대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적도 근처의 뜨겁고 건조한 땅, 황량하고 고독한 땅을 떠올릴 테지만, 작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체험되었다. 열대 과일 냄새, 우기의 비 냄새, 건기의 먼지 냄새, 매연 냄새, 그늘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땀 냄새로 가득 찼던 작가의 열대는 작가를 포함한 5인의 삶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독특하게도 그 5인은 잭프루트, 망고, 두리안, 용과, 파파야로 명명되어 소설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냄새, 공기, 태양, 비, 모래 먼지가 어우러진 열대의 모습은 묘한 매력을 풍기며 오감을 자극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의 열대는 황량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쓸쓸하게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 반대로 꽉 차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은 밀도의 온갖 냄새들로 압축되어 붕붕 떠다녔다. 열대 과일 냄새가 있었고 우기의 비 냄새와 건기의 먼지 냄새가 있었다. 정전의 밤 모토가 뿜어내는 매연 냄새가 있었고 강변의 황혼과 연꽃의 뒤덮인 들판과 끝없는 코코넛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냄새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땀 냄새가 있었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아주 불행하거나, 어찌되었거나 달콤했다. 아무리 씁쓰름한 인생이라 해도 이 수영장에 누워 있는 순간 좀은 달콤함에 젖어 어찔해졌다. 이렇게 나의 열대는 사계절에 사는 내 지인들의 것과는 좀 다르게 체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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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김수행 지음 / 돌베개

"<자본론>, 새롭고도 오래된 강의"
한때 <자본론>은 금서였다. 아직 여러 힘이 갈등하고 경쟁하며 서로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이제 <자본론>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금서가 아닐뿐더러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찾는 손길이 적다. 원전 번역에 수십 종의 해설서가 나왔는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끝이 보여서일까, 아니면 마르크스가 저술의 목표로 삼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이론보다 현실에서 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자본주의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고, 어쩌면 시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는 처음으로 <자본론>을 한국어로 완역했고, 대학과 대학 바깥에서 수십 년에 걸쳐 <자본론> 강의를 해왔다. 그는 ‘가장 쉬운 수준의 강의’를 목표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하고 어떻게 찬양했는지를 정리하기 위해 새롭고도 오래된 강의를 시작했다. <자본론>의 전체 구성과 역사 맥락이라는 오래된 호흡 속에서 <자본론>의 개별 내용은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고, 한국 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 상황은 해석의 여지를 넓히고 듣는 이에게 공감을 전한다. 한국 사회를 향한 김수행 교수의 뜨거운 목소리가 마르크스의 냉철한 분석과 함께 강력하게 들리는 힘 있는 책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결국 자본 또는 자본가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사라져야, 대다수 국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람다운 생활을 하며 자기들의 개성과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에, 한 줌도 안 되는 거대한 자본가계급의 독재 때문에 국민 전체가 죽어가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사실상 <자본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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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니콜라스 카 지음 / 한국경제신문

"정말로 위대한 회사를 만든다는 것"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또는 조직에서 나와 자유롭게 자신만의 일을 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듯이 열에 하나'만'이 성공의 길을 찾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매뉴얼이 성공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전문가가 아닌 것', '젊지 않은 것', '혁신적이지 않은 것'은 창업의 성공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즉, '실리콘밸리에서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입고 쌈박한 무언가를 발명해내는 '천재소년''만이 창업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창업 사례를 수집하고, 11년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가정신' 과목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이 책은 그런 그가 자신이 지켜보고 연구한 방대한 사례 중 최고만을 모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매일 언론에서 다루고 세계를 움직인다는 이들의 성공담은 없다. 대신 책은 평범한 사람들을 세운다. '언뜻 보면 미치광이같은' 이들의 이야기다. 시장의 불황에도, 모두가 비웃는 아이디어에도, 부족한 자금에도,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이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의, 나름의 역경에 막혀 도전하지 못하고 꿈을 간직하고만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할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그런 규정집 안에는 많은 규칙들이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으면 바로 모델을 변화시켜라, 한 번에 크게 도약하기보다 작은 걸음으로 나아가라,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투자받아라' 등등. 그러나 여러 상황에서 정확히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잘 먹히고' 때때로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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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잘못 뽑은 반장
이은재 지음, 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초등학교 반장 선거라고 얕보지 마세요"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되며 스테디셀러에 오른 <잘못 뽑은 반장>의 후속편. 자기를 무시하는 친구에게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황당한 이유로 반장선거에 출마했던 남자 반장 ‘이로운’에 이어, 같은 학교 재학생인 여자 반장 ‘공수린’이 바톤을 이어 받는다. 전작이 반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면, 후속편에서는 반장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 일어난 골치 아픈 소동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다룬다. 공수린은 후보 추천을 받는 과정과 후보 연설 어디에서도 속임수 한번 쓴 적 없지만, 반장이 된 이후 끊임 없이 자질을 의심 받게 된다.

공수린과 마가희, 성격도 외모도 집안 환경도 판이하게 다른 두 소녀의 라이벌 구도를 중심으로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간의 권력 관계를 그려낸다. 극과 극의 두 캐릭터가 충돌하며 긴장을 자아내고, 우리 반 교실에 꼭 한 명씩 있을 법한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상당하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거창한 한 줄의 정의를 새겨주려고 하지 않는다. 반장이든 반장이 아니든,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배려 그리고 편견을 버리는 일임을 기억하게 해주는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야, 공수린 제법인데. 청소 당번도 아닌데 제일 열심이잖아. 그래. 반장은 저래야지. 우리 아빠가 정치인들한테는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거든. 그런데 이제 보니 공수린이 딱 그래.” “그러게. 공수린 같은 애가 반장 되니까 좋은 점도 있네. 잘난 척하는 애들은 반장 되면 청소 감독이나 하면서 눈꼴사납게 구는데 말이야.” 진찬기가 대꾸했다.

‘감독하는 건 뭐 쉬운 줄 알아? 그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데.’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참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수린이 반장 돼서 뭐 제대로 하는 게 있니? 저렇게라도 해야 애들한테 덜 미안하니까 그러는 거겠지.” 김별리가 비아냥거렸다. “맞아. 별 볼일 없는 애가 반장 돼서 우리가 다른 반에 얼마나 기가 죽었는데… 반을 대표하는 반장이면, 반장답게 폼나는 일 좀 해야 되는데 공수린은 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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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재인

"비극을 부르는 피에로가 목격한 살인의 전말"
책의 띠지에는 "나는 결코 비극을 부르는 피에로가 아니다. 비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써 있다. 맞는 말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저주가 실재할 리 없기 때문에, 불운을 부르는 피에로라는 설정이 실제로 작동할 리가 없다. 그런데 누가 저 말을 했을까? 피에로 인형이 말을 하나? 그렇다. 피에로 인형은 소설 속의 인물은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말, 독자들에게만 들리는 말을 한다. 피에로 인형은 각 챕터마다 등장해 자신이 살인사건에 관련해 본 것들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십자 저택의 피에로>는 등장인물들보다 독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역발상의 추리소설이 되었다. 물론 피에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하지도 않기 때문에 독자들 역시 사건의 전개를 꾸준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엘러리 퀸과 같은 '진검승부'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허술한 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짜증나는 설정들, 예컨대 트릭에 쓰이는 일 외에는 아무런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나 트릭에 쓰이기 위해 쓸데없이 오가는 진술들 같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한 추리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초창기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겁다. 트릭보다는 동기이며, 그 동기가 보여주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이 이 소설의 정서를 구축한다. 스스로 어리석음을 향해 다가서는 인간의 복잡한 세계를 바라보는 피에로는 어쩌면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백야행>을 쓰게 될 작가의 목소리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그 피에로 인형 말인데."
미즈호가 가오리 쪽을 보면서 말했다.
"아까 내가 봤을 때는 계단 옆 장식장 위에 소년과 망아지 인형이 놓여 있던데?"
"응, 엄마가 자살한 후 할머니가 불길하다면서 피에로 인형을 치우셨어. 사실 그 장식장에는 내내 소년과 망아지 인형이 놓여 있었는데 그날따라 처음 보는 피에로 인형이 놓여 있었거든. 그래서 고조 씨 얘기를 듣기 전에도 그 인형이 불행을 불러온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인형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고조가 말했다. 움찔 놀랄 만큼 무거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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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질주 2014-09-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 또는 자본가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사라져야, 대다수 국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람다운 생활을 하며 자기들의 개성과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개인적으로 이 말은 19세기의 산업화 초기에 맑스 시대에서나 통한 한심한 말이다. 자본과 지대, 그리고 인적 자본의 과거 개념들이 붕괴되고있는 현실에서 어찌 보면 일단 다수의 근로자는 좀 앞서가는 말로는 사이보그(자동화)로 대체되어 더 이상 설령 자본가들이 착취를 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즉 인적 자원은 기술과 기계의 합성된 것으로 대체되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