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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지음 / 교양인

"당신처럼 읽고 쓴다는 것"
반갑다. <페미니즘의 도전> 이후 9년 만에 만나는 정희진의 신작이다. 여러 지면에서 꾸준히 글을 만날 수 있기에 목마르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서평이자 독후감이자 칼럼이자 비평”을 모았기에 하나의 주제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토요일 느지막하게 일어나 눈을 비비며 읽다 퍼뜩 잠에서 깨곤 하던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한데 모아 읽는다는 건, 생각의 각성제를 하루에 몰아 먹는 일과 비슷해 깨어 있지 않을 수가 없다. 경험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런 밤샘을 하고 나면 다음 날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아 피로를 잊는다.

어렵다. 정희진처럼 읽고 정희진처럼 써야 하는 게 아니고 당연히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정희진처럼 읽고 쓰기가 전하는 매력, 배우고 익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어떤 것들을 이곳에 옮기기에는 아직 내 몸이 이 책을 충분히 통과하지 못했다. “텍스트 이전의 내가 있고, 텍스트 이후의 내가 있”는 건 분명한데, 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분하여 글로 옮기기에는 “독후의 감”이 부족하다. 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직 각성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밤샘 후 좋은 기분은 오전에 끝이 나고 오후에는 깊은 피로가 몰려온다. “독후의 감”을 만나려면 텍스트와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는 핑계로 이제 이 책을 당신에게 권한다. ‘당신’처럼 읽고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길 바라며.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우리가 접하는 책들은 대개 서울 출신, 남성, 서양, 중산층, 비장애인, 이성애자, 건강한 사람, ‘학벌 좋은’ 사람이 쓴 책이다. 사회는 모두 이들 ‘주류’ 시각 안에 포섭되어 있다. 간혹 협상하는 저자들이 있다 해도, 획일적인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대개 독자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읽는다. 사실, 나는 저자가 특정 인구 집단에 속하는 책은 거의 읽지 않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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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 포레

"어둠의 뿌리를 찾아서"
한국에 소개된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들 중 본격적으로 범죄(성적 동기에 의한 연쇄살인)을 다룬 경우는 두 가지가 있었다. 대개 어두운 세계를 다루는 작가이지만, 뇌수술을 통해 자신의 노예를 만들려던 <좀비>가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례였다. 그 살인자, 주인공은 어째서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작가를 포함한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다. 악은 기원을 파악할 수 없는 채로 이미 거기에 와 있다. 어쩌면 세계는 애초에 부조리한 것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선택당한 누군가가 그 세계의 악의를 대속하듯 받아들여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아동 연쇄 납치 살인범이 등장하는 <대디 러브>에서도 악이 어디에서 왔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악은 태양이나 달처럼 본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악몽>에 엮인 단편과 중편들은 악의 기원에 하나의 단서를 남긴다. 바로 사랑의 결핍과 그로 인한 강박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세계는 누군가를 쉽게 떠밀어 버리고, 그 낭떠러지에서는 돌아올 수가 없다(고 믿어진다). 이것은 신자유주의-미국에 대한 은유일까? 그런 면도 있지만, 아마 아닐 것이다. '타자'에게 선사한 악의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악몽>의 공포는 타자들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의 아찔한 절망일까? 아니다. 그 절벽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슬픔이고 악몽이라는 사실을 <악몽>은 반복해 보여준다. 악의 기원을 신비의 영역에 남겨둔 <악몽>과 별도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악몽>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독자의 몫이다. 이런 비교는 늘 그렇듯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최악의 공포는 인간의 가장 깊은 약점에서 비롯되어 현실에서 실현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 스타 트리뷴

심리학적 공포의 대가라는 명성을 공고히 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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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학생은 C학생 밑에서 일하게 되는가 그리고 왜 B학생은 공무원이 되는가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 민음인

"왜 학교는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을까"
국내에서만 300만 독자가 읽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신작이다. 저자 스스로 지금까지의 저작물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 책은 현재의 금융 위기가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교육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하며 자녀에게 '현실에서의 돈'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우리 아이들이 'A'학생(Academics, 학자형)이나 'B'학생(Bureaucrats, 관료형), 즉 피고용인이 되는 훈련에 열중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C'학생(Capitalists, 자본가형)을 키워내는 데에는 관심이 없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금융 교육을 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각 장 말미에 '부모의 행동 단계'를 함께 실어 아이에게 돈에 대해 가르칠 때 필요한 요령과 지침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그리고 그들은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주택 담보 대출을 신청했다. 돈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단기 부채를 장기 부채로(또는 평생의 부채로) 바꾼 셈이다. 그러다 주택 시장이 붕괴했다. 주택 시장은 경제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무너지자 일자리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성인들과 그 자녀의 인생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서 좋은 성적을 받고 보수가 높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라."라고 말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조언을 따르면 손익 계산서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산을 짜는 데에만, 즉 얼마나 벌고 얼마나 지출하는가 하는 문제에만 골몰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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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비밀스러운 사랑의 집,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요가 노관으로 돌아왔을 때, '노관의 기와지붕 물매 사이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역사가 깊은 종갓집의 섬세하게 묘사된 풍경들을 본다. 어머니의 의자, 볼품없는 탁자, 성경책 같은 것. 두시 삼십분을 가리킨 채 멈추어 있던 괘종시계처럼 멈춘 채, 집은 비밀스러운 사랑의 기억을 품고 있다. 다정했던 어머니와 어머니를 열망한 율이삼촌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이요는 추억 속 집의 모습을 되살려낸다.

섬세한 묘사로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이야기의  고풍스러움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독일문학을 읽고, 종교에 의지하는 절제된 사람들의 모습들, 불가능한 사랑을 품고, 참고, 지켜내는 정갈한 모습들, 사랑이 이미 지나간 자리를 소설은 덤덤하게 응시한다. 작가는 이십 대에 처음 이 소설을 썼다. 채 완성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늘 마음 속에 머물렀던 그 소설을 수년이 지나고, 오십대가 되어서야 완성해냈다. 황석영, 류보선, 성석제, 이병천, 전경린, 하성란이 제4회 혼불문학상을 수여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율이 삼촌은 이즈음에서 말을 멈출 필요가 있는 듯 잠깐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사랑은 그녀를 중심으로 내 인생을 재편성했어. 나는 생이 끝날 때까지 운행을 멈추지 않는 그녀의 행성이 되었지. 하루 종일 주인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다마 밤이면 그 무릎 아래서 잠들곤 하는 충실한 개처럼 이십 년 동안 그녀 곁을 맴돌고 있어. 내 세포 하나한가 그녀에게 연결된 것처럼 난 한 번도, 한 순간도 그녀에게서 벗안본 적이 없네. 이국 멀리에 있든, 길 위에 있든, 세상 어느 곳에 있든 나는 항상 그녀에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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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지음 / 문학동네

"작가들이 바라본 세월호"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사회과학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써내려간 글들을 모은 것이다. 수록된 글은 모두 계간 『문학동네』 2014년 여름호와 가을호에 게재된 것인데,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필자와 출판사가 뜻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었다. 책의 인세와 판매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에 기부된다.

김애란,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열두 명의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집필했으나,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민규 작가의 가슴 뜨거운 이 고백처럼, 우리는 4월 16일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다 크지도 않은 아이들을 어찌 그렇게 허망하고 참혹하게 잃어버릴 수 있나……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구나 싶은 자책. 오로지 고속 성장만 목표였던 이런 사회의 구성원인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스럽다. 그날 이후 글을 쓰고 싶은 욕망과 상상력이 어딘가로 처박힌 채 회복될 기척이 없다. 그날이 없었으면 그들은 오늘 아침에도 눈 비비고 일어나 학교에 갔겠지. 친구들과 웃음을 터뜨리고 싸우고 공부하고 질투하고 울고 화합하고 꿈꾸며 내달렸겠지. 그들이 신바람 내며 일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주었어야 우리의 미래도 보일 텐데. 더듬더듬 손을 뻗어 길을 찾고 싶으나 심해처럼 캄캄하고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은 폐허의 이 자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우리.
잊지 말고 기억하고 지켜보자, 이것이 시작이다.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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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육아
전투육아블로그 서현정 지음 / 한빛라이프

"아, 빵 터져서 애 깼잖아요."
전투육아블로그가 책으로 나왔다. '엄마가 화장실에 가면 우는 이유는? 엄마가 날 두고 화장실에 가서!' 라는 깊은 깨달음, 여러 재료를 곱게 갈아서 단계별로 조리하여 만든 이유식은 냉동실에 잠시 머물다가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현실, 애가 깰까봐 살금살금 움직이다 소리를 내버렸을 때의 자책감...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동동거리다 보면 나만의 시간은 커녕 밥 먹는 것도 놓치고 마는 엄마들의 폭풍 같은 육아기를 적나라하게 실황 중계한다.

이래야 한다는 가르침도 없고, 아이에게 최상의 것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하는 평범한 엄마들의 진짜 이야기,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이 웃음 속에 녹아있다.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된 채로 울고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면서 속이 시원해진다. 그렇게 또 아이를 끌어 안아 줄 힘이 생긴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
 파인애플을 종종 썰어요. 가지도 종종 썰어요. 당근도 조금 종종 썰어요. 새우살도 종종 썰어요.
버터에 살짝 볶은 뒤 밥을 넣고 같이 볶다가, 기꼬만 간장 약간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볶아요.
깨를 넣고 마무리해서, 정성스럽게 그릇에 담아,

싱크대에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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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넌센스
케빈 랠런드, 길리언 브라운 지음 / 동아시아

"인간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르원틴이나 굴드와 한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는 자연스레 사회생물학을 열렬히 지지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윌슨이나 트리버스와 한두 시간 동안 대화하면 나도 모르게 사회생물학을 신랄히 비판하게 되었다.” 진화론에 얽힌 여러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중도의 입장에서 과학적 태도를 견지한 진화생물학자 메이너드 스미스의 고백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뒤흔든 진화론의 파급력 못지않게 이에 대한 이해와 오해의 차이가 크고, 전문가도 판단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다.

<센스 앤 넌센스>는 ‘진화론을 이용하여 인간성을 연구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동시에, 진화론의 역사가 그간 거쳐온 그리고 지금 마주한 진화론의 최전선을 차례로 짚어가며 무엇이 센스이고 무엇이 넌센스인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전한다. 강력한 이론으로 자리 잡은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미메틱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각각을 주요 개념, 사례 연구, 비판적 평가, 문제점과 논란으로 세분하여 설명하는 교과서적 방법은, 단일한 관점이나 특정 학파의 견해에 기반한 기존의 개별 도서가 전하지 못한 폭넓은 이해를 전한다. 명쾌한 설명에 다가서되 명확한 결론은 의심하는 태도로, 진화론의 진면목, 인간행동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서기 바란다.
- 과학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이기적 유전자와 통섭으로 대변되는 진화생물학 교양도서 시장은 편향되어 있고, 무엇보다 학계의 논의와도 괴리되어 있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이 인간의 수준에서 논의될 때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학문적 역사와 함의를 담고 있다. ‘통섭’을 읽고 설레발치는 과학주의자들과, 진화심리학이 인간정신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리라 희망하는 얼치기 과학자들, 마지막으로 과학을 거부하는 것이 인문학 정신이라 생각하는 독단적 회의주의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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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이 함께하는 그림에세이"
베스트셀러 <하악하악> <청춘불패> <절대강자> <사랑외전>에 이어 30년 지기인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이 다시 마음을 모아 ‘흔들리는 세상을 뚫고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을 펴냈다. 전작에서 생존법, 소생법, 인생 정면 대결법, 사랑법을 꾸준히 소개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이외수의 자기 극복법’을 이야기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외수 작가가 틈틈이 집필해온 촌철살인의 원고를 추려 주제별로 정리하고, 글에 잘 어우러지는 정태련 화백의 자연 세밀화 54점을 곳곳에 배치했다. 정태련 화백의 정교한 열대어 그림마다 이외수 작가의 한 줄 시를 곁들여 시적 감수성을 불어넣기도 했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라고 다독이며, 작가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인생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희망도 필요하고 절망도 필요하다. 단지 포기라는 놈의 유혹만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끔 쓰러지면 어떤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 그대를 응원한다. 힘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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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지음 / 민음사

"격변의 시대에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
미래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해,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각각의 추가 단위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생산되는 상황을 뜻한다.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협력적 공유경제가 급부상하는 지금이 경제 패러다임 변혁의 초기 단계이고, 이런 역사의 변환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만 인류가 새로운 세계에 안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유와 협력에 대한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과 전망은 <공감의 시대>와 <3차 산업혁명>에서 충분히 설명되었지만, 이번 책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기술 발전과 새로운 실험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현상을 전하는 동시에, 인류가 겪은 이와 동등한 수준의 변화, 즉 봉건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시장경제에서 근대 자본주의경제로 전환할 때를 거울로 삼아 격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역사적 관점을 전한다.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자기 이익에서 공동 이익으로, 부의 축적에서 양질의 삶으로 바뀌는 인류의 새로운 꿈이 어떻게 실현될지, 명민한 미래사상가의 눈으로 미리 짐작해보자.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통찰력 넘치고, 놀라울 뿐만 아니라, 실용적이기까지 한 이 책은 최근 부상하는 사물인터넷이 엄청난 생산성과 제로 수준의 한계비용 사회로의 전환, 그리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을 어떻게 추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모든 시민과 의사 결정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제리 윈드(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

20세기 경제를 지배한 거대 기업들의 역사적 기원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는 경제 역사상의 변칙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계층구조를 명징한 현상으로 인식한다. 수직적 가치 사슬을 파괴하고 새로운 수평적 가치 사슬을 창조하는 소유에서 접근으로의 사회적 전환은, 우리를 대중의 경제와 대중의 사회로 이끈다. 리프킨에게, 이러한 전화는 거대하며 희망적이다. - 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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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문학평론가 신형철만이 풀어낼 수 있는 영화 이야기"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의 저자이자,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세 번째 산문집을 선보였다.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라고 밝혔던 그가 이번에는 문학이 아닌, 영화를 선택해 색다른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한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한 연재 지면에서 이처럼 언급한 바 있는 그는 책을 읽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 또 보는 방식을 취해 정확한 해석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물들을 담은 것이 바로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다.

책에는 2012년 여름부터 2014년 봄까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신형철의 스토리-텔링’이라는 타이틀로 매달 연재한 글 19편에 다른 지면에 쓴 글들을 함께 수록했다.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이라는 네 가지의 주제로 나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건축학개론> <설국열차> <라이프 오브 파이> 등 27편 영화를 신형철만의 방식으로 읽어낸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그의 비평에세이를 두고 ‘충격적으로 탁월하고 놀라우리만큼 심오한 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자 스스로 영화평론가가 아니라 문학평론가라는 점이 이 책의 개성과 한계라고 했지만, 한계점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섬세한 영화 비평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탁월한’ ‘놀라운’ ‘충격적인’ ‘심오한’ 따위의, 들으면 기분 우쭐해지는 형용사에 신형철은 인색하다. 그래도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 감독조차 자기 영화를 이렇게 잘 알기는 힘들다, 알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벙어리가 말문이 열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게 과장이라면 적어도 아름다운 발음과 억양과 최적의 속도로 말할 수 있게 된 말더듬이의 심정이라고는 해도 되겠지. 우리나라 영화 비평사에 새 페이지가 열렸다고, ‘충격적으로 탁월하고 놀라우리만큼 심오한’ 책이 나왔다고, 신형철은 좀 우쭐할 자격이 있다고, 이렇게 적은 다음 나는 기꺼운 맘으로 마침표를 내려놓는다. - 박찬욱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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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보이스
마이클 루이스 지음 / 비즈니스북스

"<21세기 자본>보다 공격적이고, <위대한 개츠비>만큼 매혹적인"
최고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로 손꼽히는 마이클 루이스가 돌아왔다. <머니볼>로 국내에 잘 알려진 그의 새 책은 미국 출간 당시 부동의 1위였던 <겨울왕국>을 끌어내리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책은 탄탄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라는 약탈적 수법을 통해 거액을 챙겨온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상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전개되고, 그들이 한데 모여 결국 '엄청난 일'을 벌이는 구조로 이야기를 펼치는 이 영화 같은 논픽션은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경영서’ 최종 후보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나란히 선정, 책 출간 이후 결국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미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시작 됐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다루는 주제의 무게가 무색할 만큼 흡입력 있는 전개와 깔려 있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눈부시다. 피가 끓어오르고, 눈을 뗄 수가 없다! - 뉴욕 타임스

난 타이거 우즈의 플레이를 보듯 마이클 루이스의 글을 읽는다. 천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 말콤 글래드웰(<아웃라이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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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이언 매큐언 지음 / 문학동네

"역사의 폭풍에 흔들리는 작은 불꽃"
이언 매큐언이 역사의 파도에 떠밀린 사랑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라고 하면 누구나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인 <속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속죄> 이전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노센트>는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발현되는 상황”에 줄곧 흥미를 가져온 이언 매큐언이 쓴 '사랑 이야기'들의 원형인 셈이다. <이노센트>는 2차대전이 끝난 뒤 냉전의 영향권에 들어간 베를린에서 미국 CIA와 영국 MI6가 펼친 공동 작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존 르 카레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지만 이언 매큐언은 진짜 스파이들의 세계보다는 그들로 인해 삶이 꼬여 버린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애국과 정의라는 대의명분만으로 정보 수집 업무에 투입된 남자는 작전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유약한 인간이었는가를 발견하게 되고, 이미 그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그렇기에 그를 기용했던) 첩보 기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자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남자는 베를린에서 연인을 만들지만 그의 사랑은 그 자신의 유약함과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압박으로 인해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섬세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왜곡되었을까? 사랑은 여기에서 투쟁의 형태로 다시 시작된다. 작은 사랑의 불길이 역사의 폭풍에 맞서 흩날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떨리는 촛불이 지닌 아름다움 역시 그 연약함에서 오는 것이다. <이노센트>는 촛불이 되기로 결심한 사랑의 위태로운 아름다움과 그를 둘러싼 폭풍의 종잡을 수 없는 위력을 대비시키며 감동을 선사한다. 어쩌면 이 작품은 사랑이 하나의 소재가 되어 다른 주제에 봉사하는 역할 대신에 사랑 그 자신이 가장 중심에서 빛나는, 이언 매큐언이 선사하는 가장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스파이 서사, 비극적 러브스토리, 통렬한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공존하는, 매큐언의 가장 다성적인 작품. - 허핑턴 포스트

매큐언의 작품 중 가장 탄탄하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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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 / 후마니타스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를 선택할 권리"
선택에 관한 우화 가운데 한국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은 바로 ‘인생극장’이다. 선택에 직면한 주인공이 A를 선택할 때와 B를 선택할 때를 각각 가상으로 추적하는 내용인데, 주인공의 선택은 즉각적이고 이후 벌어지는 상황도 우연에 가깝다. 그런데 이렇게 판단하는 우리는 합리적 주체로 최적의 선택을 하고 완벽한 결론에 이르는 걸까? 선택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실을 동반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자주 예측과 다르다는 걸 잊는다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레나타 살레츨은 소비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이 왜 중요한 문제인지 따져 묻는다. 저자가 말하는 ‘선택 이데올로기’는, 개인이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궁극적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뜨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에 휩싸이게 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을 대신해주는 전문가를 다시 선택하는 상황을 고발하며,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게 왜 스스로를 불리하게 만드는지 설명한다. 그렇다고 선택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가 선택을 찬양하면서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바꿔나갈 선택, 또는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할 선택을 배제한다는 데 있다. 선택이 변화의 시작이라면, 그 시작은 실제로 제공되는 선택지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있고, 이 책은 이런 반성적 사고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는 불안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삶에서는 부족함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오늘날의 소비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또 최종 심급에서는 사회 변화까지 가로막는다. 우리는 너무 많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또 자신을 개인적인 기획의 전적인 주인으로 여기면서 정작 사회를 변화시키는 선택들에 대해서는 잊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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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vs 학부모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제작팀 지음 / 예담Friend

"부모와 학(虐 : 사나운, 가혹한)부모 사이, 길을 잃은 당신에게"
성적 상위 1%였던 고3 모범생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교 일등을 하던 한 고교생이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는데 더 이상 못 버티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부모력이라는 신화 속에서 불행한 아이와 불안한 부모는 점점 늘어간다. 서로 어긋나고 고통받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는 착각...

이 책은 한국의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를 '부모'로 보았다.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서 6개월간 진행한 '기적의 카페'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부모와 학부모의 역할을 모색한다. 또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과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였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추천사 :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가정 안에서 부모와의 관계 회복, 즉 가족력의 회복 없이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부모로서 행복하게 자신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길 원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 고원형 (아름다운배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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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글쓰는 허지웅’의 신작 산문집"
각종 비평 프로그램과 토크 예능,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방송인 허지웅’ 혹은 ‘연예인 허지웅’으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지만, 허지웅은 ‘글쓰는 허지웅’일 때 가장 그답다. 대한민국에서 보통 사람으로 20대를 버텨낸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대한민국 표류기>, 한국의 60-80년대 공포영화사를 다룬 <망령의 기억>,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과 연애사를 웃기고 애잔하게 그린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에 이어 새롭게 펴낸 이번 산문집은 ‘글쓰는 허지웅’다운 책이라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표류기>의 글 일부와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칼럼과 개인적인 글을 엮은 이 책에서는 20대의 시절과, 어머니와 가족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들, 그리고 보통 사람으로서 버티고 버티며 써온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관한 기록이지만,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지는 세상을 사는 모든 이들이 가슴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이어져, 읽는 순간순간마다 함께 울컥하고 함께 울고 웃게 된다. 때로는 신랄하고 적나라한, 때로는 가슴뭉클한 허지웅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가슴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우리의 지상 과제는 성공이나 이기는 것이 아닌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버티고 버텨서 다음 세대에게 후하고 창피하지 않은 우리가 됩시다. 버티고 버텨서 앞선 세대에게 손을 내밀고 관용할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 남 보기에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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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에 비친 달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세종과 신미, 조선의 글자를 꿈꾸다"
정찬주 장편소설. 조선 초 최고의 산스크리트 어 전문가이자 학승이었던 신미 대사가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이었음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조명한다. 숭유억불을 정책적 이념으로 내세웠던 유교의 나라 조선. 조정 대신들과 세종은 한글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신미는 반대 세력들의 계략 속에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훈민정음 28자, 우리 문자의 꿈을 향해 향해 나아간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역사소설을 주로 발표해온 저자는 단정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전개한다. 우리 글자를 향한 도정의 질곡 마디마디에 새겨진 불교적 사유가 구름 같이 떠돌고, 물처럼 흐른다. 소설가 한승원, 조정래, 시인 정호승 추천.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은부채를 건네받은 신미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은부채는 신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신미는 세종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기까지 했다.
"앞으로 네 화두는 상감마마를 도와 우리 글자를 만드는 일이다."
"스님, 부족하고 어리석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 일도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는 것만큼 쉬울 수 있다. 무지렁이 백성들을 위해 우리 글자를 창제하겠다는 일념을 자나 깨나 붙들고산다면 홀연히 글자들의 원리와 이치가 네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너의 하화중생의 길이다."
함허는 점심 공양 전에 오대산으로 떠났다. 신미는 함허가 산문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뒤 사리전에 들어 가부좌를 틀었다. 함허가 당부한 대로 화두를 '그 어떤 것 하나', 즉 '이 뭣고?'에서 세종과 이심전심으로 통했던 '우리 글자'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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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

"누군가의 아버지가 남긴 우리 가족의 이야기"
지난 9월 25일,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만 1년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가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얘기했지만, 자신의 딸 다혜, 그 딸이 낳은 딸 정원을 떠올리며 남긴 글타래를 보면, 그곳은 가족의 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가 병상에 들기 전에 시작되었겠지만, 병상에 들어서야 무르익었고, 병상에서 벗어나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가족이 가장 그립고 애틋한 그때, 그는 딸과 함께한 40년 세월을, 손녀를 마주한 12년 시간을 어떻게 써내려 갔을까.

이 책은 최인호의 가족 이야기이자 최인호의 가족이 함께 만든 책이다. 딸 다혜가 표지와 본문 그림을 맡았고, 손녀 정원은 악필로 유명한 최인호의 필체마저 또박또박 정자로 바꾸어놓았다. 손녀가 자기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평생 몸에 익은 작가의 글쓰기 습관까지 바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대단한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을 앞둔 딸을 생각하며 인생의 연속을 실감하지만, 주민등록등본에서 딸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할 때까지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남긴 우리 가족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가족을 떠올리거나 추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인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글이 그러하듯이.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딸아이의 문갑을 열어본 순간 나는 성장한 딸이 목욕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가 낯이 붉어지는 아버지처럼 왠지 겸연쩍고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하고 또 한편은 섭섭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네 엄마도 한때는 딸이었고, 그 딸은 너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 그 엄마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단다. 이제 네 딸도 언젠가는 엄마가 되어 또 다른 딸을 낳게 될 것이다. 네 엄마의 엄마가 그리하였듯이.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그러하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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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시
이성복 지음 / 열화당

"1976-1985, 이성복의 가리워진 길"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며 보냈던 시절이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와 <남해 금산> 무렵. '아픔'과 '치욕'에 관한 아름답고 서슬퍼런 문장들. 그간 어둠 속에 묻혀있었던, 이성복의 미발표 시 150편을 한 권으로 엮어 냈다.

"아버지 저의 날들이 이리 곤비하니 숨을 그늘이 없어요" (초토일기 넷)이라고 말하는 절망. "연애는 안 되고, 연애는 잘 안 되고 아무도 우리 생일을 기억하지 않았다"(연애는 안 되고)라고 말하는 떠돎. "나는 기억한다 아저씨, 같이 가도 돼요? 누이는 덥석 팔짱을 끼었다 그래 가자 삼단요 펴진 네 방으로, 그래 나는 실연했다" 라고 뇌까리는 치욕. (1978년 10월) 같은 문장들이 어둠 속에서 꽃을 피운다.

앞으로의 시적 여정도 바로 이 지점, 1976-1985년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최근작 <래여애반다라>의 정제된 감정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성복이 처음 출발했던 자리, 이 시퍼런 문장들이 한층 새롭게 보일 듯하다.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를 묻는 산문집 <고백의 형식들>과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고 말하는 대담집 <끝나지 않는 대화>도 함께 출간되었다.
- 시 MD 김효선

함께 읽기 :

<고백의 형식들>
<끝나지 않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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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신작 동화"
국내 창작동화로는 처음으로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의 주인공. 한국 작품 최초의 미국 펭귄출판사 출간, 영국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1위 랭킹에 이어 2014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황선미 작가의 신작동화. 초등학교 4학년 자경이는 같은 반에 전학 온 명인이의 구두 한 짝을 몰래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반장 혜수의 강요에 못 이겨서 그랬다.

아이들도 치밀하게 머리를 굴리며 자신의 영역을 탐색한다. 누구랑 어울릴지, 어떤 그룹에 속할 것인지,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춰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자신을 왕따로 여기는 눈빛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지. 어른들의 처세나 인맥 관리 못지 않게 치이고 스트레스 받는다. 그저 순수한 마음만을 나누기엔 너무나 복잡한 세상.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기도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낸다. 마음을 다친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손을 내미는 것으로. 우리 모두에게는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또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이 작은 이야기가 알려준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공부 시간에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괜찮아. 나 혼자서 저지른 일 아냐. 괜찮아. 난 이보다 더 심하게 당한 적도 있어. 괜찮아. 신발이 그것뿐이겠어. 다른 거 신으면 되지. 괜찮아. 명인이랑은 죽을 때까지 알은척 안 하면 돼. 그래. 얘들이랑 어울리면 돼. 마음에 안 들어도 친구잖아. 친구끼리는 싸우기도 하고 비밀도 나눠 갖는 거야. 얘들이 친구가 아니라면 내 친구가 어디 있다고. 나는 괜찮아지고 싶었다. 그래서 괜찮다는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웠다. 하지만 괜찮지가 않았다. 목구멍에 덩어리가 걸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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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열
사쿠라기 시노 지음 / 현대문학

"잃어버리면서도 살아가자면"
홋카이도 동부 구시로 시 외곽에 습지가 있다. 그 인근에 '호텔 로열'이라는 이름을 가진 러브모텔이 하나 지어졌다. 꽤 의미심장한 설정이다. 구시로 시는 작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며, 그의 아버지는 실제로 '호텔 로열'이라는 러브호텔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사쿠라기 시노는 모텔의 잡일을 도우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또는 그 일들이 남긴 잔해들을 마주해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호텔 로열>은 일종의 고백록이나 관찰기로 읽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일곱 편의 단편이 이어진 이 연작 소설집에 정해진 주인공은 없다. 종종 서로 다른 단편의 주인공들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 단편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것은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호텔 로열이라는 건물을 둘러싼 정서다. 몰락해 가는 도시 외곽에서 결국 폐업한 채 스러져 가는 모텔 건물과 그 인근의 쓸쓸한 풍경이 그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삶을 증언한다.

일곱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자각하고 있다.  어느새 폐업한 낡은 건물처럼 이들의 결핍은 좀처럼 당장 해결할 수가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어떡할까, 모자란 부분을 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몰락한 소도시에서 별 수 없이 눌러앉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삶이란 어차피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가끔 빛이 드는 듯도 하지만, 정말로 새로운 삶이, 더 좋은 삶이 다가올 수 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삶의 궤적은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몰락하는 지방을 떠나지 못하고 그와 함께 무너지고 마는 러브모텔 건물처럼, 사람들의 삶이 쌓아온 관성의 무게 역시 다가오는 슬픔이나 좌절을 앞두고도 좀처럼 발을 움직이기 어렵게 만든다. 모두가 호텔 로열을 스쳐가며 자신의 무거운 두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는 그 무게를 감수하면서 힘겹게 떠나고, 누군가는 주저앉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다리가 무거워졌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이 망연한 결론 앞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 것인가. <호텔 로열>은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질문 자체가 얼마나 쓸쓸한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꼭 한 번은 던질 필요가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저기 산 쪽에 있던 호텔 로열, 알고 있는가?"
"예, 근처에 묘지가 있는 거기지요?"
아오야마는 그 호텔이 지금은 폐허가 되었노라고 말했다. 아오야마의 몸에서 풍겨 오는 노인 냄새가 폐허라는 말에 묘하게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얼마 전에 거기 사장이 죽어버렸구먼. (...) 호텔 로열 사장이 임종할 때 한 말이 있는데, 그게 참 웃긴다고 해야 하나, 눈물이 난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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