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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잃어버린 지혜, 낭송을 되찾을 때"
책을 읽다가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면 소리 내어 문장을 읽곤 한다. 고비를 넘기고 자세를 바로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18세기 전후 묵독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책과 소리가 멀어졌지만, 인간의 몸은 여전히 낭독의 힘을 기억하는 게 아닐까.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책과 소리가, 소리와 몸이, 그리하여 책을 몸에 새기는 낭송을 강조하며 새로운 기획을 제안한다.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는 전작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의 다음 버전이라 하겠다. 공부의 재미와 의미를 한껏 강조했으니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줄 때도 되었다 싶다. 낭송을 하려면 우선 외워야 한다. 암기와는 달리 텍스트를 뼈에 새겨 텍스트와 몸을 모두 자유롭게 만드는 게 낭송이다. 낭송은 지식을 이해하고 품는 걸 넘어 호흡과 휴식에도 맞닿는다. 소리와 파동으로 몸과 우주가 감응하게 하고, 그 울림으로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다. 고미숙은 당연히 '고전' 낭독을 강조한다. 고전이야말로 낭독으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좋음을 오랜 기간 품어온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이어 낭송Q 시리즈로 낭송하기 좋은 고전을 차례로 소개한다 하니, 고전 읽는 소리가 서로 겹치며 여기저기서 울려퍼질 날을 기대해도 좋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인류는 수천 년간 책을 소리로 터득했다. 구술과 낭독, 암송과 낭송 등등으로.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몸 전체가 그 소리의 파동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그 파동과 기를 몸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쿵푸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묵독만이 책읽기라는 편견에 빠져 있다.(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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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청동과 꽃의 나날, 최영미의 청춘 시대"
4월의 어느 날, 속에서 반란이 시작되었다. 저녁 귀가가 늦고, 술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남학생들과 수련회에 가고, 치마보다 바지를 즐겨입게 된 젊은 날. 전경이 상주하는 청동의 교정에도 봄은 왔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사랑과 혁명의 불꽃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는 탁월한 감각으로 뜨겁던 날을 위로하던 최영미가 '그 시대'에 관한 소설을 완성했다. 26년 만이다.

앞에서 싸우지도, 멀찍이 물러나 모른 척을 하지도 않았던, 쇠와 살이 부딪치던 청동시대를 개인으로 통과해야 했던 한 사람. 주인공 '이애린'의 영혼에 각인된 흉터와 무늬까지 소설은 성실하게 그려낸다.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으나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던 1980년의 봄. 동서추리문고의 'Y의 비극'에 열광하며 광주의 비극에 눈을 감았던 날들. 그야말로 전쟁 같던 사랑이 할퀴고 간 흔적을 소설은 담담히 돌아본다. 모든 것을 통과한 뒤에도 여전히 '검은 밑줄이 그어진 나의 변명'을 찾길 원하는 개인들에게 최영미가 건네는 청춘의 인사.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우리, 헤어지자."
불의의 습격을 당한 동혁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주먹이 내게 날아왔다. 타격이 가해질 때마다 내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매서운 주먹을 이리저리 피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 맞는 부위를 최소화하려고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가렸다. 그래도 눈이 찢어지고 머리털이 뽑히고 입술이 화끈거린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일어선다. 여기는 서울 세검정의 카페. 4월인데도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 탓인지 손님이 별로 없다. 드디어 그날을 자판으로 건드리고나니, 아랫배가 싸하다.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묵힌 응어리를 배설하려 화장실로 간다. 북한산이 보이는 찻집, 깨끗한 화장실에서 오래된 덩어리를 물로 흘려보낸다. 비누로 씻어도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젊은 날의 얼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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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마스다 미리의 ‘여자’ 이야기"
2014년 7월 일본에서 출간된 최신작 <여자라는 생물>과 마스다 미리의 초기 화풍을 엿볼 수 있는 사랑 에세이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가 동시 출간되었다. 만화 <수짱 시리즈>를 통해 국내 많은 팬들을 확보한 그녀가 만화 다음으로 선보인 여자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여자공감만화가'에서 '여자공감에세이스트'로 확장시킨 책이었다. <여자라는 생물>은 전작에 이어 여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마스다 미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여자에 관한 것들, 시간이 흘러 변해버린 여자에 관한 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자신의 실제 삶의 풍경들에 녹여 담담하게 들려준다. 곳곳에는 짧은 만화가 삽입되어 있어 만화와 에세이를 함께 보는 즐거움은 물론,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진다. 무엇보다도 서른을 먼저 경험한 선배언니답게 여자 마음을 진솔하게 보여주어 여성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른의 세계로 쭉쭉 끌려가는 자신의 몸. 그리고 지금도 계속 끌려가고 있다. 젊은 시절의 봉긋한 가슴과 이별할 때. 가슴이 처져가는 것은 봉긋해지기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 부끄러운 것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 아직 한동안은 괜찮다. 신주쿠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모아서 올려주는 브래지어를 세 장이나 세미오더 하고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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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패니 브리트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그래픽 노블"
단 한 명의 친구도 없는 외톨이 소녀 헬레나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 어디를 가든지 뒤따라다니는 수군거림과 벽마다 휘갈겨 쓴 악의적인 낙서들, 누구도 말을 걸어선 안 된다는 명령. 이유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가 느끼는 공포. 헬레나는 <제인 에어>의 결말처럼 자신에게도 해피엔딩이 찾아오길 꿈꾼다. 매일매일 괴롭힘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헬레나는 사실 특별한 존재이다. 엄마가 밤을 새며 손수 지은 원피스를 입어 보고 기뻐하는 아이,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그 누구에게도 따돌림을 당할 이유가 없는 아이다.

타인을 흉보거나 놀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따돌림을 당하는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기보다 가해자의 무리에 속하거나 방관하는 것이 쉬웠다면 이 작은 소녀의 읊조림에 귀 기울여 보면 좋겠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구원 받을 수 있다. 쉬운 선택보다는 옳은 선택을 하는 이들로 인해서. 2013년 캐나다 퀘백 주에서 출간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오늘 밤, 음악과 아니타 아줌마와 루스 아줌마의 흥겨운 웃음소리와 주황색 술이 달린 전등이 뿜어내는 빛 속을 어른거리는 유쾌함, 저녁으로 먹은 양고기. 이 모든 게 잊게 해 준다. 내일이 되면 나는 카나와나 호수로 가는 버스에 올라탈 거라는 사실을. 반바지를 입은 마흔 명의 아이들과 함께. 단 한 명의 친구도 없이. 버스에서 나의 전략은 가는 내내 책 읽기. 마치 내 관심사는 오로지 책밖에 없다는 듯이. 캠프장 주차장에서 제각각 무리를 짓는다. 여자아이들끼리, 남자아이들끼리, 괴짜들끼리, 얼뜨기들끼리, 그리고 외톨이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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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격
페터 비에리 지음 / 은행나무

"너무나 익숙하지만, 제대로 묻지 못한 삶의 존엄성"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낯설게 바라보면, 막상 우리가 그것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로 표현되는 인간의 존엄성도 이런 개념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든 인간이 언제나 존엄한지’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나는지 생각해보라.) 존엄성이란 주어진 답이 아니다, 각자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페터 비에리는, 존엄성은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 말하며 존엄한 삶을 찾기 시작한다.

그는 세 가지 질문으로 존엄성에 다가선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 너무 쉬운가? 그렇지 않다. 첫 질문에서는 존엄성이라는 게 나 혼자 구현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두 번째 질문에서는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엄중한 책임을 알게 된다. 주어진 존엄성을 무작정 지키는 게 아니라 존엄성을 잃기도 하고 다시 찾기도 하는 구체적인 현실의 삶을 인정하는 태도,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이를 위해 노력하는 각자의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시선에서, 인간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따뜻한 철학 책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내가 삶을 살아가며 경험을 쌓아갈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있었다. 왜 우리는 존엄성이라고 하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냈을까? 존엄성은 과연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되는 걸까? 그러면서 서서히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사고하고 경험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우리의 삶은 연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 그 원인은 안에도 있을 수 있고 밖에도 있을 수 있다. 존엄을 지키는 삶의 형태는 이런 위험을 견제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네 삶을 지탱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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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김기창 지음 / 민음사

"2014 오늘의작가상 수상작"
노인이 사는 단독주택은 더블사이즈 침대와 탁자, 복제 그림이 걸려있는 게스트룸, 천장이 높은 서재와 하노키 욕조가 구비된 욕실, 스크린이 설치된 AV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물 빠에야를 직접 요리하고, 차라투스트라를 인용한다. 고상한 취향과 염세적인 말투를 잃지 않는 주인공 '노인', 모든 것을 가진 그는 이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 혹은 딸 같은 사이로 지내던 가사도우미 '덕'과 이웃집 젊은 미혼모 '진'이 그의 일상에 포함되며, 죽음 대신 찾아온 마지막 첫사랑을 만끽한다.

한 노인과 두 여자가 이루어내는 이 이야기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전개에서 비껴서 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은 자신의 감정을 두고 사색하거나 빈정대거나 당황하거나 순응하고, 그런 노인의 관심 앞에 선 '진'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노인을 받아들인다. 삶과 죽음의 문제, 욕망과 마음의 문제를 말하는 장면장면이 담백한 유머와 함께 이어진다. 순응하고, 관조하고, 놓아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삶, 우아해서 슬프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노인은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며 이놈 저놈 냄새를 맡게 하는 하이에나를 떠올렸다. 나는 너희와 다를 바 없으며 공동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의미였다. 노인은 진과 다니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돈 주고 젊은 여자를 사는 철면피로 보는 것은 아닌지, 피카소 같은 망나니 정력가로 보는 것은 아닌지, 진과 다닐 때 노인의 성기가 바지 위로 솟아 오른 것을 남들이 눈치챈 것은 아닌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노인은 자신과 진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결국, 그들은 아무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지금껏 혼자인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젊은 사람 중 관계의 시달림보다는 외로움을 택하는 사람이 있듯이 노인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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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우간린 지음 / 위즈덤하우스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공자의 멘토링"
<논어>, <공자가어>, <사기>, <공자집어> 등 다양한 사료의 기록을 바탕으로 공자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중국의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자 인재개발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저자 우간린은 "가치관이 결여된 사람은 무서우리만큼 텅 빈 삶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하며 삶의 멘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선택한 멘토는 바로 공자다.

특히 이 책은 '성인'으로 정형화된 공자가 아닌 여느 범부들처럼 셀 수 없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공자의 면면을 들추어 보여준다. 실제로 공자는 미천한 신분 때문에 남의 집 연회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은 예삿일이었으며, 14년이라는 시간을 쓰일 곳을 찾지 못해 천하를 떠돌아다니며 보낸 이였다. 저자는 공자가 살면서 겪은 이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40여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삶의 중심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이 책의 공자가 전하는 지혜는 어려움과 문제에 관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추천사 : 이는 공자의 지혜가 단순히 2천여 년 전에 박제가 되어버린 낡고 죽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는 것이라는 반증이라 볼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실정에서 공자의 사상을 오늘날 우리의 삶의 지혜와 접목시킨 이 책이 출간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거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고 저마다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삶의 지침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_김원중(단국대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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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1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김훈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 이 땅의 풍경"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김훈 작가는‘풍륜’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이 땅의 풍경을 온몸으로 담았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 <자전거여행1>, <자전거여행 2>는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오래도록 사랑 받아왔다. 한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두 권은 서로간의 목차를 섞어 주제별로 재편성해 10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자전거의 두 바퀴에 의지해 나아감과 멈춤을 반복하며 만난 전국의 길과 풍경과 사람들은 김훈 특유의 깊은 사유와 섬세한 언어에 의해 생생하고도 아름답게 살아난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마음을 흔들고, 머리를 깨우쳐 읽고 또 읽게 만든다. 김훈 산문의 정수를 이 산문집을 통해 오롯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밥벌이’의 가파름에서부터 ‘문장’을 향한 열망까지를 넘나드는 ‘처사(處士) 김훈’의 언(言)과 변(辯)은 차라리 강(講)이고 계(誡)다. 산하 굽이굽이에 틀어앉은 만물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겨 설(說)과 학(學)으로 세우곤 하는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진정 높은 것들은 높은 것들 속에서,
진정 깊은 것들은 깊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인가보다. _ 정끝별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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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안도현 시인이 발견한 일상의 아름다움"
안도현 시인이 시 절필 선언 후 처음 쓴 글들을 모은 <안도현의 발견>은 시인이 포착한 일상의 아름다움들에 관한 201편의 산문을 빼곡히 수록한 책이다.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시인은 사람, 사물, 일상에서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어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201편의 산문은 생활, 기억, 사람, 맛, 숨 총 5부로 나뉘어 소개되는데, 대상은 우리말 사전, 가족사진, 원고료, 곤드레나물밥, 생강나무, 벼룩나물과 같이 사물과 자연에 관한 것부터 권정생, 신경림, 이정록 등 시인이 아끼는 사람까지 다채롭다. 한편 한편의 호흡은 짧지만, 시인의 따뜻한 언어로 들려주는 문학과 삶, 사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평온함과 작은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는 거대하고 높고 빛나는 것들보다는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나뭇잎의 앞면보다는 나뭇잎 뒷면의 흐릿한 그늘을 좋아하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따르는 사람보다는 나 혼자 가만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더 사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이름들을 오래 응시하고, 어루만져보고, 귀 기울여보고, 의미를 입혀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은 삶을 전진시키는 에너지와도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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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제 견해보다 학점이 우선이니까요"
서울대에서 좋은 학점을 받는 방법보다 서울대에 입학하는 방법이 훨씬 시급하고 엄중하게 다가오는 교육 현실에서, 굳이 앞쪽 문제에 관심을 두어 1100명에 이르는 최고 학점 학생을 인터뷰하고 해외 명문대학과 비교 분석까지 진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의 목적은 높은 학점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어떻게 공부하고 있으며, 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수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있다.

이 교육 탐사 프로젝트는 대학에 와서도 초중고 때의 수용적, 수동적 태도를 이어가며 새로운 방법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답을 그대로 외우고 옮겨 적는 방식을 반복하는 현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담아낸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과임에도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목소리에는 이미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체념이 가득하고, 벗어나려 시도했지만 처참하게 무너진 패배의 경험이 쓰라리게 묻어난다. 수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자세가 가능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결론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학교 밖, 학점을 벗어난 삶의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전환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결국 서울대만의 문제, 교육만의 문제는 아닐 터, 이 책 역시 변화의 주체는 '우리 사회 전체'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 인문 MD 박태근

서울대에서 최상위권 학점을 받은 학생들의 목소리 :
"인생에 “무식하다 할 정도로 필기해요. 무조건 전부 다.”
“예습은 꼭 할 필요가 없는데요.”
“제 견해보다 학점이 우선이니까요.”
“학부생이니까 수용적인 게 당연하지 않나요?”
“공부가 좋아서 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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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바티스트 드 파프도 지음 / 토네이도

"나만의 길을 찾는 여정"
촉망받는 젊은 변호사로 앞길 탄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던 저자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이 결핍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는 이 결핍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길로 전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 여정에서 그는 시대의 스승들을 만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얻게 된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파울로 코엘료, 제인 구달, 이사벨 아옌데, 에크하르트 톨레, 디팩 초프라, 마야 안젤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늘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전해온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작가, 학자 18명의 감동적인 개인사부터 심오한 가르침까지,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선물한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속에서 : 다음 날 아침 톨레의 말대로 침묵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숲 속을 오래도록 걸었다. 사위를 둘러싼 정적에 가만히 정신을 집중해보니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평온함이 나를 강하게 에워쌌다. ...살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묻고, 내 일과 미래에 대해 예전에 했던 생각과 그 답이 일치하는지와 상관없이 어떤 것이든 홀가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놓고는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인정하기 두려웠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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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감정들
W. G. 제발트 지음 / 문학동네

"역사의 꿈과 꿈의 역사"
서지학에 조예가 깊은 제발트가 먼저 불러내는 인물은 스탕달이다. 청년기 스탕달의 삶을 재구성하는 제발트는 객관적인 전기적 기술을 넘어서서 스탕달의 의식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고 기록 또한 그 왜곡의 자장을 재현한다고 스탕달(의 입을 빌은 제발트)는 말한다. 따라서 제발트는 앙상한 기록으로만 확인 가능한 사실관계들의 틈바구니를 뒤지며 스탕달의 의식 속에서 특정한 패턴을 지닌 운명의 씨앗을 찾아낸다. 그 왜곡의 자장은 의지와 불안이 뒤섞인 꿈의 파동이다. 스탕달에 이어 등장하는 '화자'는 제발트 자신의 형상화에 다름없으며, 그가 여행 중에 환상을 목격하는 것이 바로 꿈의 파동을 가시화한 것이다.

스탕달의 여정과 닮아 있는 화자의 여행(2부)는 다시 카프카의 여행기를 복원하는 과정(3부)에서 확인되며, 제발트는 이 세 여정이 갖고 있는 공통점, 즉 동일한 운명-꿈의 씨앗이 이미 하나의 작품(카프카의 어떤 단편)으로 형상화되었음을 알린다. 스탕달-카프카-제발트로 이어지는 이 운명의 패턴은 자신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 하나의 역사를 이룬다. 이것은 꿈의 역사다. 따라서 <현기증.감정들>은 역사에서 꿈의 조각을 그러모으면서 출발했다가 100년 단위로 재현되며 자신을 구조화시키는 꿈의 역사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이 역사는 불완전하다. 1813년의 스탕달, 1913년의 카프카에 이어 2013년이라는 숫자를 불러낸 제발트 자신은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꿈의 역사는 이토록 불완전하며 결코 완전히 구조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꿈의 역사는 꿈 자신을 향해 수렴한다. 사실과 꿈들 사이에서 시커먼 중심을 향해 물결치는 이 소용돌이 같은 반복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소설의 제목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행위이겠다. <현기증.감정들>은 현실로 화하지 못한 예지, 즉 끝없이 자기자신을 향해 수렴하는 꿈의 형태로만 남음으로써 영원히 운동하게 될 멋진 숙명을 지닌 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현기증. 감정들>의 내러티브에는 치유 불가능한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린 자아의 의식이 녹아 있다. ……황홀하고 독창적이다. - 뉴욕 타임스

연상의 유희로부터, 기억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고독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여행……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규정하는 <현기증. 감정들>의 화자는 비탄에 젖은 정신 그 자체다. - 수전 손택

그는 스스로 체험한 황당하고 우연한 사건들과 마음을 짓누르는 음울을 직접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만의 환상적인 기법으로 서술함으로써 그 ‘실재’를 미학적으로 증명해냈다. - 디 차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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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계 시대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지음 / 청림출판

"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웃기고 울리며 위협하는가"
눈부신 기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기술'은 사람보다 뛰어난 운전 솜씨를 선보이고, 머지않아 의사보다 질병을 더 정확히 진단할 것이며, 엄청난 자료 집합으로 유통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한때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해낼 것이다.

이 책은 이 새로운 시대의 명암과 전망에 대한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교수의 통찰과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정보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저자들은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하며, 다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와 최신 추세를 종합하여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상의 전략과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지난 경제가 아니라 다음 경제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 기계의 처리 능력과 인간의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협력 관계, 근본적으로 달라진 세계에 걸맞은 정책 수립 등,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새로운 전망을 내놓는다.
- 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기술이 세계경제를 뒤엎고 있다. 이 책이야말로 이 혁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책 가운데 단연 최고다! -케빈 켈리(<와이어드> 공동 창간자, <기술의 충격> 저자)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세계관이 바뀔 것이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MIT미디어랩 공동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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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지도
오영욱 지음 / 페이퍼스토리

"오기사만이 그릴 수 있는 인생의 지도"
빨간색 하이바를 쓴 캐릭터와 ‘오기사’로 더욱 친숙한 오영욱.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건축가인 그가 그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대부분 여러 도시나 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인생'을 주제로 한 이번 책은 전작들과 차별화된 일러스트와 독특한 컨셉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오영욱은 총 147장의 지도로 이루어진 ‘니히르반’이라는 가상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탄생’의 페이지에서 시작되는 길은 경쟁, 시간, 실패, 친구 등 108개의 삶의 키워드를 이정표로 삼는 지도 페이지로 이어진다. 각각의 키워드에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고, 저자가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들과 상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택할지는 전적으로 독자 각자의 몫이다. 따라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경험하는 상황들이 달라지며 발견해내는 삶의 이유와 목적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오영욱이 만든 인생의 지도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의 글 :
 인생에 지도가 있다면 좋겠다고 종종 바라왔다. 지도란, 결국 지혜로운 선인이 앞서 그린 길들의 모양인 셈. 그것에 의지하면 처음 떠나는 먼 길 앞에서도 든든하리라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여기 오영욱이 만든 인생의 지도가 놓여 있다. 그런데, 이 지도 좀 이상하다. 따라서 걸을 수 없는 지도다. 잔말 말고, 선배만 믿고 따라 오면 된다고 주장하는 그런 지도가 아니다. 대신 이 지도 한 권 품고 길을 나서면 몰랐던 것들이 보일 것 같다. 사소하고 하찮게 여기던 것들. 길옆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의 빛깔, 땅바닥에 함부로 버려진 조약돌 무늬 같은 것들이. 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지도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책을 덮고 길을 떠날 시간이다. 당신의 인생, 당신만이 그릴 수 있는 지도를 찾아서. _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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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꼬마 만복이
안도현 지음, 정호선 그림 / 한솔수북

"시처럼 노래처럼 읽는 안도현 시인의 동화"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안도현 시인의 동화집. 시골에서 나고 자라며, 온종일 들과 산을 누비던 그 옛날 어린이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장난꾸러기 만복이와 슬기, 난이는 소박하고 드넓은 자연 속에서 메뚜기, 방아깨비, 벌, 호박꽃과 친구가 된다. 호기심 많고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푸근하고 싱그럽다. 맑고 건강한 단어들이 반복되며 아름다운 운율을 만든다.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오늘날 도시의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밖으로 나가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질 것이다. 특별한 이벤트처럼 자연을 만나는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둘은 강둑에 나란히 앉았어요. 슬기와 만복이가 나란히 앉으니까, 강물도 강물끼리 나란히 앉았어요. 슬기와 만복이가 나란히 앉으니까, 강 건너 푸른 들판도 들판끼리 나란히 앉았어요. 그때 슬기는 보았어요. 만복이의 어깨 위에 살진 메뚜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 것을. 슬기는 손가락을 입에다 대고 나직하게 말했어요. “만복아, 움직이지 마.” “왜 그래?” “네 어깨 위에 메뚜기가 날아와 앉아 있어“. (중략)

메뚜기는 풀잎 위에 앉는 곤충이지요. 그런데 지금 만복이 어깨 위에 메뚜기가 앉아 있어요. 날아가지도 않고 앉아 있어요. 그렇다면 메뚜기는 만복이를 풀잎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그래요. 메뚜기가 만복이를 풀잎으로 생각한다면, 이제 만복이는 풀잎이지요. 슬기는 혼자 속으로 말했어요. ‘만복이는 풀잎이다.’ ‘만복이는 풀잎이다.’ ‘만복이는 풀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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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예담

"<어떤 날 그녀들이> 임경선 장편소설"
에세이 <엄마와 연애할 때>, <나라는 여자>와 단편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 등의 작품으로 이삼십대 독자의 지지를 얻은 작가 임경선이 들려주는 첫 사랑 이야기. 이야기는 해인과 연인이 급작스럽게 이별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열일곱, 해인과 안나의 서툰 시절로 이동한다. 한국인이 딱 한 명 있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운명처럼 만난 소년과 소녀, 일상은 균열을 일으키고 소문에 상처입는다.

쉬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에 칼럼니스트로 사랑받은 작가의 감각적인 문장이 더해졌다. 사랑의 순간과 그에 대한 해석, 아포리즘으로 읽혀도 좋을 문장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이들의 조심스럽게 한 발짝 내딛는 사랑 이야기에 따스함을 더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간 나의 사랑들에게 미안했으며 또한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가수 이효리가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 시린 느낌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해. 왜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사실 그간 일 때문에 뉴욕에 많이 오긴 했지만 학교나 이 마을에 올 엄두는 못 냈어. 몇 번이고 가볼까 하다가 무서워서 포기했지. 해인아, 난 그때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널 필요로 했던 것 같아."
그 말에 해인은 가슴이 시큰해져서 어렸을 때처럼 여전히 툭 튀어나온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나도 그랬어."
안나가 해인의 어깨에 기대어 가만히 숨을 고르자 해인이 나지막이 안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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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 지음 / 김영사

"구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10년 만에 인류의 삶을 바꾼 기업. 직장인이 꼽은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포춘> 선정 기업 브랜드 가치 세계 1위. 모두 '구글'의 앞에 붙는 수식이다. 이 회사는 어떻게 일하기에 '보통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을까.

2001년 합류하여 2011년까지 CEO로서, 현재는 회장으로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에릭 슈미트가 이 기업, 구글의 힘을 직접 밝힌 책이다. 구글이 실행하는 방식, 구글이 추구하는 전략, 구글이 꿈꾸는 비전을 통해 거대한 변화의 시대,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이 변화를 뚫고 나갈 것인지 모색해본다. 이 감동적일만큼 '혼란이 미덕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미래를 다루는 기업이 핵심으로 삼아야 할 가치와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대부분의 회사는 이런 맥락을 무시한다. 이들은 성공을 거둔 다음에야 그들의 문화를 기록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 이런 일은 인사처나 홍보부에 있는 누군가가 담당하게 되는데 대개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회사의 핵심 정신이라고 할 사명 선언mission statement을 매끄럽게 작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이 맡는다. 이 결과 보통 고객 "만족", 주주 가치의 "극대화", 사원의 "혁신" 등 일련의 상투적인 수사로 가득 찬 기업 선언이 나오게 된다. 다만 성공적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사원들이 이 말을 믿는가, 안 믿는가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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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재인

"1990년의 히가시노 게이고"
어쩌면 우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잘못된 것들을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국내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개되던 초창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믿을 수 없는 홈런 쇼를 이어왔고, 자연스럽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터리계 부동의 현역 4번타자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연유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90년대에 정점을 찍고 최근 들어 저물었다고, 홈런 수가 퍽 줄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초중기 작품들이 추가로 번역되면서 보다 진실에 가까운 모습이 드러났다.  많은 작품들이 번역된 현재, 그는 애초부터 홈런 타자가 아니라 발이 빠르고 안타를 잘 치는 유형의 선수였던 걸로 보여진다. 많은 작품을 내놓으면서 '이 책을 구입하시면 최소한 몇 시간의 즐거움은 보장'하는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히가시노 게이고 말이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역시 주말 또는 잠들기 전의 밤을 위한 즐거운 소품이다. 트릭과 스토리 모두 적당한 수준이다. '아니, 굉장하지가 않아! 히가시노 게이고는 예전 같지 않아!'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쎄, 이건 그 굉장하던 1990년의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는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고, 대단히 성실하게 집필해 왔으며, 안타를 양산하는 중에 종종 홈런을 쳤던 것뿐이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은 깔끔한 안타다. 나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두 시간이었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지금은 비슷한 타입의 작품을 꾸준히 써 나가는 작가 쪽이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고 또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다음 작품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히가시노 작품 쪽이 훨씬 재미있고 또 높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 종류의 서랍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작가다. 그리고 그 서랍 모두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오리하라 이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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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육아를 부탁해
정윤경 지음 /  코코넛(coconut)

"발달심리 전문가의 두뇌 육아 지침서"
'두뇌 발달의 핵심은 생후 3년 간의 경험이다. - 뉴욕타임스' 실제 두뇌 발달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유독 생후 3년을 강조하는 건 왜일까? 이 시기의 두뇌 발달은 이후 건강한 뇌 발달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영아기에 기본적인 신뢰를 잃은 아이는 나중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어렵고, 자기 조절을 배우지 못했다면 충동적이고 불안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아기의 뇌 발달은 학습이나 교육적인 가르침 보다는 올바른 돌봄과 관찰, 위로가 필요하다. 발달심리학 정윤경 교수가 아기의 월령별로 부모들이 알아야 할 행동, 놀이, 말 등의 알짜배기 육아법을 총정리했다. 엄마들의 질문에 예를 들어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듯한 글은 재미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저자의 말 : 사실 뇌는 태내에서부터 거의 평생 동안 발달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음악을 배우고 수학을 익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후 3세까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발달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뢰'와 '자기 조절' 그리고 '동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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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
마큐 뷰캐넌 지음, 이효석, 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물리학, 경제학을 구하다"
경제학과 물리학을 비교했을 때, 어떤 학문이 현실 세계와 좀더 가까울까? 아마 대부분은 경제학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물리학은 손으로 잡을 수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입자부터, 눈 안에 담을 수 없는, 머릿속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규모의 우주까지,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대상을 다루고, 경제학은 돈으로 대표되는, 그래서 생활과 직결되는 살림살이와 맞닿은 현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학의 잘못된 경향을 지적하며 물리학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름하여 ‘금융 물리학’인데, 이름부터 익숙하지 않은 이 방법이 어떻게 위기에 빠진 경제학을 구하고, 그리하여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될지 살펴보자.
 
<사회적 원자>로 잘 알려진 복잡계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은 인종 문제, 주식, 부의 불균등, 계급 갈등 같은 사회의 여러 현상을 물리학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해왔다. 이번에는 금융 위기 이후 힘을 잃은 경제학에 집중하는데, 경제학은 그간 수요와 공급의 원리, 합리적 개인들의 거래로 안정적인 평형 상태가 만들어진다는 전제를 과신했고, 이 때문에 결과에 아주 큰 차이를 만드는 작은 변화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제학은 안정적인 기후는 예측할 수 있지만, 폭풍 같은 비정상 상황은 예측할 수도,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시장이나 경제를 비평형적인 자연적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이를 분석해온 물리학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인데, 만약 이런 접근이 성공한다면, 위기에 빠진 경제학도,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물리학도, 모두 구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성공에 한 표를 던진다.
- 과학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이 모든 책에서 나는 한 가지가 빠졌다고 느꼈다. 바로 경제학적 사고의 특이한 개념에 대한 조사이다. 그 특이한 개념은 시장의 자기 규제적인 성격과 “평형”이 되려는 경향 때문에, 경제와 금융 위기, 혼란의 역사가 우리 시대에 기적적으로 끝나게 되었다고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었다. 나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그리고 또한 경제 시스템의 좀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이해를 위한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탐색하고자 이 책을 썼다.(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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