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쓰려고 생각을 해보니 과장이 습관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일어나 물만 마시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는데 내 약을 가지러 간 남편은 함흥차사. 나중에 문자가 왔다. 1시쯤 문자가 왔는데 2시쯤 오겠거니 했던 남편은 3시가 다 되어 왔다. 남편이 사 온 음식을 먹고 있는데 딸아이가 아빠를 급하게 부르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Youth Conference 에 모임을 맡아서 짐 나를 것이 있나 생각했었다.
먹을 걸 거의 다 먹어서 대강 치우려고 하는데 이번엔 해든이 친구 마일즈가 해든이를 데리러 왔다. 자기 생일 파티가 곧 시작하는데 해든이는 자기 베프니깐 먼저 데리러 왔단다. 수영파티를 하기 때문에 해든이 수영복 입으라고. 수영장 물을 데워서 아이들이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꺼려졌지만, 그렇다고 해든이만 수영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남편이 선물을 사왔지만 딸아이하고 잠깐 나갔기 때문에 선물을 어디다 뒀는지 찾으려니까
마일즈가 묻는다.˝아줌마, 제 선물 샀어요? 포장했어요?˝
˝아,, 아니,, 해든이는 카드 만들었나?˝ 우물쭈물
카드도 안 만들고,,,ㅠㅠ
˝해든아, 엄마가 포장하는 동안 얼렁 카드 만들어라.˝
해든이, ˝야 이리와서 너 카드 같이 만들자.˝ ---음,,,너무 했다 해든이!! 급하니까 잔소리 못하고 누가 만들든 카드가 완성되면 되는 거지 뭐!!ㅠㅠ
선물 포장을 해서 해든이에게 전달하고 남편이 사 온 약을 먹고 막 침대에 누우려니까 남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온다.
사정인 즉, 오늘 내가 출근을 안 했기 때문에 딸아이가 내 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가 점심 시간에 학교에서 점심을 안 먹고(시니어니까 그래도 된다) 샌드위치를 사서 우리집 근처 산에 있는 Morgan Ranch 꼭대기에 가서 분위기 있게 동네를 굽어보며 폼 잡으면서 먹은 뒤 차를 타고 학교로 가려다가 차 사고가 났단다.
혼자 덜컥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지만 차 사고보다 내가 더 무서웠는지 우리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고 AAA에 전화해서 경찰 출동하시고 해서 차는 지금 정비소로 옮겨졌고 견적이 $2,000 정도가 나왔지만 보험이 들어있어서 $500만 내면 되는데 그것도 딸아이가 자기가 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잘 말해달라고. ㅠㅠ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도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안 한 이유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 딸아이는 자기가 죽게 되서도 우리에게 먼저 연락 안 하고 자기 장례식 계획까지 다 세우고 나중에 우리는 장례식에만 참석하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것 뿐아니라 엄마로서도 자격이 없다. 아니 실격이다.
당연히 일어날 일이었고, 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내가 오늘 출근을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나는 도대체 엄마로서 자격도 없고, 뭐냐???ㅠㅠ
다행히 딸은 다른 차와 사고가 난 것은 아니고 Morgan Ranch에 있는 공터에서 차가 빙글빙글 돌았고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질까봐 자기는 급하게 내리다가 무릎을 다쳤지만 괜찮고, 차는 그렇게 돌다가 다행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진 않고 2-3미터 정도 천천히 가다가 벽같은 곳을 박고서 멈췄단다.
물론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한 딸이 한편으로 대견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패배감이 떨쳐지는 건 아니다. 그저 나쁜년이란 말만 나오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