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한참 인기를 끌 때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내친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까지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이제 내용은 거의 기억 안 난다. ㅠㅠ
예전엔 그래도 책 내용이 어슴푸레 기억이 있었는데 나이를 들수록 책을 읽는 그때 뿐이다.
예전 엄마에게 책을 읽으시라고 자주 말씀드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읽으면 뭐하니. 그자리에서 잊어버리는데.˝라고 하시곤 하셨는데, 엄마는 잊어버리는 것보다 워낙 시력이 안 좋으시니 고생을 하기 싫으셨던 것 같다.
엄마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노안경을 쓰고 책을 읽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점점 책을 멀리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남편이 딸에게 이런 것을 사는데 왜 돈을 쓰느냐는 등 어쩌고 저쩌고 해서 깼다. 딸아이는 우리 부부가 결혼 기념일인데도 시큰둥하게 보냈을까봐 영화표랑 칠리스라는 식당의 키프트카드, 그리고 영화관에서 먹으면서 보라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탕과 초콜렛을 팝콘 박스에 넣어서 줬다!! 나중에 우리가 프랑스 식당도 가고 쇼핑도 한 걸 알고는 억울해 하긴 했지만;;;ㅎㅎㅎㅎ
남편에게 딸이 또 이런 걸 선물로 주면 잔소리 말고 고맙게 받으라고 했다. 물론 돈도 없는 아이들이 용돈을 아껴 선물하는 것이 안쓰럽긴 하지만 자꾸 선물을 줄 때마다 그런 소리를 하면 아이들도 그런 소리를 또 듣게 될텐데 내지는 부모님은 그런 거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친정 부모님이 딱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선물을 자주 드리지도 않았지만 드릴때마다 또 한소리 듣겠다는 생각을 자동적으로 했으니까.
우리 부부는 가난하다. 결혼 하고서 우리 둘다 늘 열심히 돈을 벌고 지금도 열심히 돈을 벌지만, 버는 것보다 지출이 많으니 늘 허덕이게 된다. 나는 솔직히 아이들에게 직업을 구하는데, 또는 학교에서 그닥 필요 없는 것을 많이 가르치고 좋은 옷을 사고 좋은 것을 먹고 책을 사는데 거의 모든 수입을 쓰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보니 아이들 공부 과외를 위해 돈을 쓴 것은 거의 없다. 딸아이가 한국에 있었을 때 수학 성적이 안 좋아서 처음엔 과외를 시키다가 내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어 그 학원에서 수학을 배웠는데 그것도 6개월 정도 하고 말았다.
내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것은 음악, 체육...이게 다인데 악기를 여러가지 가르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어간다. 더구나 현악기는 한국이나 여기나 레슨비가 좀 쌔다.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는 노후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거나 돈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들이 아버지의 날에 손으로 만들어 주는 카드 같은 것들이 나에겐 더 가치가 있는 것들이니까.
많은 것을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아이들의 사랑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다. 오늘도 캠프에 갔다 온 N군이 선물이라고 사왔는데 내건 없고 남편 것만 달랑.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사주고 좋은 것 사주고 하는 사람은 난데 사랑은 남편이 다 받는다. 뭐 그렇다는 앞뒤없는 얘기. (좀 섭섭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