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靈이나 神의 존재를 믿게 되는, 그래서 무섭고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그들의 눈에서는 어찌 그리 눈물이 많은지... 원색의 영상이 그들의 삶.. 같다.

  대무(大巫) 이해경에게 평범한 스물 여덟 해를 살아온 '인희'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요즘 들어 자꾸만 몸이 아프고, 집안에도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고 말하는 그녀. "맑고 순수한 영이 들었네......" 찬찬히 인희의 눈을 바라보다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이해경은 말한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의 앞날이 보이게 되면서 힘들어하지만, 신이 자신을 찾아 왔다는 것을 거부하는 인희. 대무 이해경은 이러한 인희를 측은하게 여기고 옆에 두며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30년간 암을 비롯한 갖은 무병을 앓고 50살이 되어서야 신내림을 받게 되면서 고통에서 벗어난 손영희, 원인도 없이 왼쪽 눈을 실명하고 신이 보인다는 8살 동빈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아들을 달래기 위한 굿을 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희는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신의 그려 놓은 숙명을 따르도록 다른 이들을 이끄는 '소임'에 눈물 흘리는 대무 이해경. 그리고 가슴 속 묻어두었던 '신의 딸'로서의 숙명을 따르는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는 이야기가 밝혀지는데......

 신과 인간 사이에서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는 무당의 존재를 통해 둘 사이의 미묘하고도 위태로운 선을 이어주는 무당의 삶을 감동적으로 포착한다. 스물여덟살 인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내림의 운명과 그녀를 바라보며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소임을 느끼는 무당 이해경의 삶이 안타깝게 드러난다. 박기복의 <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2002)와 더불어 전통무속을 다루고 있지만, 자신들의 힘겨운 운명을 버텨내는 무속인들의 삶과 굿을 통한 카타르시스에 보다 밀착하며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완성하였다. 2006 전주국제영화제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작, 2006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을 위한 마케팅지원사업, DLP 직접영사방식 배급지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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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러 가야겠어요..
 

HK과 같이 봤다. 후투족과 투치족 사이의 반목, (대통령) 암살.. 그리고 이어지는 학살. 백만명이라니, 백만명의 목숨을 칼로 총으로 앗았다니 이 역사적인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인간이란 도대체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 걸까?

옆자리에서 보던 흑인의 국적은 어디일까? 국적을 초월하는 종족의 연대감이 그에게는 있을까? 이 영화를 '바라보는' 아시아인들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도입부 라디오 선동방송) 뒤늦은 휴전은 마을들을 보호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오늘 클린턴 대통령의 성명은 소말리아의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염려가 담겨있습니다. 청취자들이 왜 투시를 증오하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라고 말하겠습니다. 투시족은 벨기에 식민지배자들의 동조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후투족의 영토를 빼앗았으며 우리를 약탈했습니다. 지금 그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 툿시 반란군들. 그들은 바퀴벌래며, 그들은 살인자들입니다. 르완다는 우리의 영토이며 우리가 다수 민족입니다. 그들은 소수 반역자들이며 침략자들입니다. 우리는 그 침략자들을 물리칠 것이며 RPF반군을 쓸어버릴 것입니다. 여기는 RTLM, 후투진영 방송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요. 이웃을 살펴보십시기 바랍니다.}

 1994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두 부족의 공존을 위해 평화 협정에 동의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후투족과 투치족의 대립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평화 협정의 진행을 돕기 위해 UN군이 파견되었고,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이 역사적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르완다로 몰려들었다.

 르완다의 최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호텔 지배인인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는 평화 협정과 관련하여 밀려드는 취재 기자와 외교관들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랑 받는 가장이자 지배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폴은 하루빨리 협정이 체결돼 르완다가 안정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르완다의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르완다의 상황은 악화된다. 후투족 자치군은 대통령 살해의 책임을 빌미로 아이들까지 투치족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고, 온건파 후투족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위협을 느낀 폴은 투치족 아내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호텔로 피신한다. 이후 그곳으로 수천명의 피난민들이 모여드는데…

 전세계도 외면한 잔혹한 학살 속에서 가족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1,268명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폴. 불가능해 보이는 그의 도전이 뜨거운 감동으로 당신을 적신다…

 {폴 루세사기나(Paul Rusesabagina)는 1268명의 투시인(Tutsi)과 후투(Hutu) 난민들을 키길리(Kigali)에 있는 밀콜린스 호텔(the Milles Collines Hotel)에서 보호해줬다. 폴과 타티나아는 현재 벨지움(Belgium)에서 아이들, 로저, 다이안, 리스,트레서, 그리고 조카 에나이스, 캐린과 같이 살고 있다. 타티아나의 오빠 토마스와 그의 아내 페덴스는 찾을 수 없었다. 2002년, 어거스틴 비지문구 장군(General Augustin Bizimungu)은 앙골라에서 잡혀 탄자니아로 이송, 유엔 전범 재판에 회부되었다. 모든 인터함웨(the Interhamwe)의 리더들과 죠지 루타간다(George Rutaganda)도 재판을 거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투시 반군이 후투 정규군과 인터함웨 시민군을 국경넘어 콩고로 몰아낸 후 인종 학살은 1994년 6월에 종식됐다. 이 민족갈등의 내전은 거의 백만명의 주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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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아름답다'는 말이 와 닿은 날이다. 이 영화 역시 아름답다.

새 학년 첫 수학시간,  '루트'라는 별명으로 자신을 소개한 수학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수업을 시작한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한 어머니는 나를 낳고 가정부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깊은 부분'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까?)을 고백하며 시작하는 첫 수업이라니. 첫 장면부터 화들짝 놀랐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것이라도 내 삶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상기된다. 그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지금껏 몇 번 털어내지도 못했다. 정말 필요한 나눔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외면 당하거나 비웃을까봐... 그러나 루트선생은 아주 자연스럽게 첫 수학 시간을 그렇게 풀어갔다.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젊은 그의 어머니는 10년의 가정부 경력을 가진,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진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9명의 가정부가 못견디고 그만둔 '박사'를 보살피는 일, 그것이 그녀가 맡은 일이었다. 박사의 형수는 다리를 절었다. 그를 보살펴주던 수학박사 학위를 받아 귀국한 그가 취직하기 직전 그때까지 그를 보살펴주던 띠동갑 형은 죽고 형수와 공연을 보고오다가 교통사고로 그리되었다는 설명. 시동생인 '박사'는 뇌를 다쳐 기억이 80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는 설명.

쓰다보니 진부한 줄거리 나열이 되어버린다. 원작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과 영화의 미덕은 각각 다르겠지만 소설 역시 충분히 감동적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그란 달을 이고 돌아오면서 '수학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 지독히 싫어하는 아이, 수학선생님들, 그리고 우리반 녀석들과 이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감동을 책으로 나눌수도 있을까?

 

[펌] 사랑도, 인생도 어려운 수학문제 같은 것. - songcine

루트(√)라고 불리우는 선생님이 있다. 그가 한 학교로 첫 수업을 하는 날...  아이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루트 선생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트라고 불리우는 그의 어머니 이름은 쿄코... 그는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녀는 파출부 살고 있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의뢰 받은 집의 파출부로 생활하게 된다. 의뢰한 한 여인의 집에서 그녀는 자신의 죽은 남편의 동생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으며 어렸을 적 기억만 남아 있다. 그리고 모든 일상의 기억 시간은 단 80분...  쿄코는 신발사이즈를 시작으로 엉뚱한 수학 박사의 도우미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기 시작하고 그런 것을 박사도 알았는지 자신의 양복에 매모지를 붙어 하나 하나 그녀의 정보를 적기 시작한다.  쿄코는 그가 이상했다.  모든 삶과 연관 된것을 수학용어와 공식으로 풀이하는 그의 방식을...  하지만 그와 생활하면서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박사가 쿄코의 아들을 초대하면서 사건은 점점 더 아름다우면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작년 메가박스 일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 수입/배급사인 스폰지에서 마련한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이상일 감독의 작품이자 오다기리 조(메종 드 히미코, 피와 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크랩 헤븐'이라던가, 부천영화제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녹차의 맛', 그리고 우에노 주리(스윙 걸즈)와 아오리 우유(하나와 엘리스)같은 꽃미녀(?)를 세트로 볼 수 있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등등이 상영되는 작은 영화제이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첫 작품은 바로 이 작품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메가박스 영화제에서 놓친 것이 분해서가 그 이유였다.
이 작품은 에가와 요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배우 테라오 아키라와 후카츠 에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수학과 삶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파출부로 등장했던 쿄코의 회상으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영화에서는 쿄코의 아들이 수학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키던 와중 회상을 하는데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영화에서는 수많은 수학 용어와 숫자와 학자들이 등장한다. 우선 영화의 첫 시작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던 √(루트)라는 기호부터 시작된다. 영화에서 루트는 모든 숫자를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π(파이)와 i(아이)라는 무한한 기호도 등장하고 소수와 완전수 등이 등장한다. 이런 수많은 공식과 기호들은 이게 영화인지, 교육방송인지 헛갈릴지도 모르지만 삶과 접목시키는 박사의 생각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사실 단기 기억 상실증이란 소재는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다. '메멘토'라던가 '첫키스만 50번째' 같은 작품에서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른 예이긴 하지만 알쯔하이머 병에 걸린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던가 하루가 지나고도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을 다룬 '사랑의 블랙홀'도 있다.  여기서 우리 일상의 반복은 앞의 '메멘토'보다는 '첫키스만 50번째'와 '사랑의 블랙홀'이 더 가깝다. 그런데 이들 주인공들의 특징을 보면 병에 걸린 또다른 주인공에게 화를 내지 않으며 끝까지 운명과 맞써 싸운다. 그런 점에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주인공인 쿄코 역시 자신의 맡은 바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불평도 불만도 나타내지 않는다. 그리고 힘든 고난을 겪고 있는 박사를 같이 위로한다.

영화에서는 수학 기호 만큼이나 야구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박사가 야구를 좋아했다는 것과 쿄코의 아들 루트 역시 어린이 야구 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박사를 위해 어린이 야구팀의 등번호를 그가 좋아했던 팀의 선수 등번호와 동일 시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우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수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도 강추이다. 나 역시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고 느껴졌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삶의 공식과 수학적 공식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박사가 써 내려간 이 기호처럼 말이다.

eπi+1=0

무한한 수가 만나고 거기에 1이 들어가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빈 상태의 0(영)이 되어버리는 것...  바로 오일러의 법칙이다. 영화속 수수께기 같은 문제를 하나 남겨 보려고 한다. 한번 맞춰보길 바란다.

284와 220이란 숫자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약수의 합이 서로 반대의 수와 같다는 것이다. 284의 약수(1, 2, 4, 71, 142)를 구하고 그 숫자들을 더해보길 바란다.  또한 반대로 220의 약수(1, 2, 4, 5, 10, 11, 20, 22, 44, 55, 110)를 구하고 역시 그 숫자들을 더하면... 284의 약수의 합은 220이 되고 반대로 220의 약수의 합은 284가 된다. 이런 것을 우애수라고 한다.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법칙이기도 하다.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수학과 담을 쌓았으므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와 비슷한 법칙을 생각하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프랑스 소설가)의 소설 '개미'를 생각하게 된다.

1

11

12

1121

122111

112213

12221131

1123123111



첫번째 숫자 1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일이 하나라고 이야기한다.(11)  다음에 11을 보여주면 일이 둘이라고 이야기한다.(12)
그리고 12를 보여주면 일이 하나, 이가 둘이라고 이야한다.(1121) 이런 식으로 숫자가 점점 커지는데 이런 숫자의 배열 역시 앞의 영화속 우애수나 완전수처럼 법칙을 가지고 있는 것...

이 세상과 그리고 수학... 알다가도 모르겠고 풀려고 해도 풀지 못하는 미스테리가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평범한 삶속에서도 진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모든 진리에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랑도, 삶도, 꿈도... 그 모든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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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영화는 그렇게 시작하는군요!

해콩 2006-09-0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은 안봐서 모르겠는데... 영화, 너무 좋았어요. 기회가 되면 꼭 보시길...

2006-09-0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9-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 기분 좋으시다니 저도 ^^

BRINY 2006-09-0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예매했어요~ 기대되요~
 

그녀와 그는 2차대전 중 인도네시아에서 만났다. 그는 농림부 관리로 그녀는 타이피스트로.

서구적이고 어여쁜 22살의 처녀에게 유부남인 그는 독설가라는 첫인상을 남기지만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전쟁이 끝난 후 부인과 이혼하겠다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녀 역시 귀국한다. 그러나 그는 폐병에 걸린 부인을 버릴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유부단함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먹고 살 방법이 막막한 그녀는 미군을 상대하고 이전 자신을 겁탈했던 친척 오빠에게 의지한다. 괴로운 삶의 시간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와 그는 늘 자주 만나고 여행을 가고...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둘이 여행간 온천에서 만난 유부녀와 잠을 자고 가출한 그녀와 살림을 차린다. 그러면서 그녀의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임신 중절을 하러 혼자 찾아간 산부인과의 회복실에서 그녀는 그 유부녀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곧장 그를 찾아간 그녀는 다시 그에게 사랑을 고집하고.

둘은 떠난다. 이름도 생소한 남쪽의 어떤 섬으로 그가 발령을 받은 것이다. 함께 가지 않으려는 그에게 애걸하며 매달려 결국 둘은 떠난다.  신산한 삶 때문이었을까, 전처의 저주 때문이었을까? 그녀 역시 이미 폐병이 깊은 상태로... 그녀는 들것에 실려 섬에 닿는다. 맑은 날이 거의 없는 우울한 그 섬.. 어느날 그녀는 홀연히 떠난다. 깊은 울음을 우는 그를 남긴채.

 

화가 났다. 그녀의 끊임없는 사랑에. 지칠줄 모르는 열정에. 언젠가는 후회하고 결국 지칠 거라고 단정짓고  지켜봤지만 그의 어떠한 '부정'에도 그녀는 줄기차게 그를 사랑했다. 그래도 나는 믿을 수 없다. 아니, 그런 것이  사랑이라면 나에게 '사랑'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무엇이다.

스카프와 코트를 걸친 유키코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동경에서 도미오카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키코와 도미오카는 전쟁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사랑에 빠졌었다. 유키코는 이혼한 도미오카에게 환영받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미오카는 실제로 여전히 그의 아내와 장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도미오카는 집을 나서고 그 옛 연인들은 여관에 투숙하게 된다. 도미오카는 아내가 병들어 있어서 도저히 그녀를 떠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시 사랑에 이끌린 도미오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요키코를 온천이 있는 여관으로 데려간다.

-서울시네마떼끄 나루세 미키오 회고전에서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에 토대를 둔 <부운>은 나루세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일본 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루세 영화로도 꼽힌다. 이 처연한 러브스토리는 전쟁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함께 근무했다가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종전 뒤 일본에서 재회해 힘들게, 그리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루세의 말대로 정말이지 끝까지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쫓아가는 이 영화는 사랑이 절대로 어떤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의지의 투쟁’을 벌이듯 사랑을 요구하는 여자주인공 유키코에게 쉬운 공감도 허용치 않는다. 영화는 그러면서도 끝내는 그 사랑에, 그리고 그 당사자인 유키코에 보는 이를 ‘굴복’시키는 기이한 힘을 보여준다. 한편 다양한 전개로를 통해 읽힐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부운>은 걸작의 또 다른 조건 하나를 갖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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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9-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셨어요? 여배우 너무 예쁘죠? 연기도 잘하고.
'사랑'운운은 뭐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요... 솔로의 푸념이라고나 할까ㅋㅋ
 

만화가 할아버지 이하 모두 독특한 가족인 '하루노'네

할아버지(외할아버지인지 친할아버지인지 나오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도 모두 '아버지'라고 부르는..)에게 배원 만화가인 엄마, 정신과 의사인지... 최면술사인지.. 헷갈리는 아버지, 음악 믹싱을 직업으로 하는 멋진 삼촌 (아사노 타다노부.. 으 멋진 남자), 바둑을 잘 두는 중학생 하지메(아오이와 관계를 바둑이 이어준다), 그리고... 커다란 자신이 늘 조그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그래서 그 '큰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귀여운 딸(이름을 잊었다. 일본이름 기억하기 정말 어렵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

토토로가 나올 것 같이 우거진 숲과 맑게 흐르는 강.. 일본의 전원 풍경은 묘하게 우리나라와 다르면서 아름답다.

 

하루노 가족은 도쿄 외각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엄마는 주방 식탁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그만뒀던 애니매이션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열심히 일을 하고, 아버지는 가족을 상대로 종종 연습을 하는 최면술사이다. 사춘기 소년인 아들 하지메는 새로 전학 온 여학생에게 풋사랑의 들뜨는 감정을 품게 되고, 별난 할아버지의 행동들은 이 가족의 특별한 일상 중 빙산의 일각만을 보여줄 뿐이다. 어린 딸 사치코는 엄청난 크기를 하고있는 자신의 판박이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고민이고, 도시에서 사랑의 기억을 달래기 위해 고향을 찾은 외삼촌 아야노도 마찬가지. 이 가족의 평범한 듯 특별한 일상이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엉뚱하고도 따뜻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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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0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 아사노 타다노부가 나오나요??

해콩 2006-09-0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아하시는구나.. 멋지지요? 부시시한 단발머리로, 좋아하던(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여자는 벌써 결혼한) 여자 앞에서'는' 버벅거리는 귀여운 캐릭터.. 기회 되면 보세욤. 영화도 좋더라구요. 일본의 농촌 풍광, 멋지던걸요~ 암튼 그들의 귀여운 상상력은 인정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