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4시간동안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으십니까? (0706)
 
24시간동안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으십니까?
[FILM FESTIVAL] 제3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들이 안방을 찾아온다. 오는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EBS 전파를 타는 제3회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 2006)은 42개국 총 83편의 다큐멘터리들을 브라운관 위에 소개한다. 오전과 오후의 유아 및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고 하루 15시간, 모두 104시간 동안 꼬박 걸작 다큐멘터리들을 방송할 예정이다.

브라운관 밖에서도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 서울 도곡동 EBS본사에 위치한 'EBS 스페이스'에서는 개막작 <반 누엔의 여정>(연출 두키 드로르)을 시작으로 23편의 작품을 상영하고,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들을 대상으로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진행된다. 또한 올해 처음 마련된 특별상영이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에서 열린다(선착순 무료 입장). 이곳에서 상영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거장 존 알퍼트의 <파파>와 가자 지구 정착민들의 투쟁을 담은 요아브 샤미르의 <5일간>도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해두고 있다.

EIDF 경쟁부문인 'EIDF 페스티벌 초이스' 이외에 'EIDF 다큐멘터리 최전선' '서구가 본 북한' '아시안 디아스포라' '나이듦에 관하여' '다큐로 음악듣기' '다큐로 스포츠 즐기기' 등 총 14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화해와 공존, 번영의 아시아'. 이에 따라 페스티벌은 아시아 5개국 특별전을 따로 준비해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집중 조명한다. 파키스탄 카슈미르 지진 피해지역의 생생한 소리를 담은, 인도 P.N. 케이라 감독의 <카슈미르 구조작전>, 필리핀 네그로스 섬 사탕수수 농장의 어려움을 그린 보롓 림반 감독의 <네그로스 섬의 농부들> 등 아시아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특별전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 현대 건축술의 창시자 '마즈하를 이슬람'의 삶을 조명하며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에나물 카림 너르자르 감독의 <불굴의 건축가, 마즈하를 이슬람>과 같은 작품들도 아시아 5개국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제3회 EIDF가 새로 선보이는 섹션인 'EIDF 감독 회고전'에서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존 알퍼트의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필리핀: 삶과 죽음, 그리고 혁명>(1985), <미국의 노숙자>(1987) 등으로 에미상을 열두 차례나 수상한 존 알퍼트는 사담 후세인을 단독 인터뷰한 것은 물론 쿠바의 카스트로, 리비아의 카다피 등 세계 속의 '문제적 인물'들을 취재한 인물. 분쟁지역에 종군해 격전의 현장을 포착하는 등 세계의 생생하고 격렬한 '현장음'을 전하는 데 고심해온 존 알퍼트의 작품은 모두 4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뉴욕의 환자들을 만나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의료보장제도: 돈과 생명의 거래>(1977), 지속적인 코발트 흡입으로 폐가 망가진 노동자들의 이야기 <하드 메탈 증후군>(1988), 퇴행성 신경질환을 가진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10년간 기록한 <파파>(2001), 서부극이 속이 아닌 현실 속 카우보이들의 이야기 <라스트 카우보이>(2005)가 그들이다. 또한 EIDF 기간 동안 존 알퍼트는 한국을 실제 방문해 관객과 만난다. 미디어 민주주의를 표방한 DCTV의 설립자이자 책임운영자인 존 알퍼트는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해 'DCTV의 35년 역사: 민중적 다큐멘터리의 제작론'을 강의할 예정이다.

제3회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의 상영작과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eidf.org)를 참조하면 된다.

박아녜스/프레시안무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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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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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수)
꿈의 복권
25:15
25:10
7/14 (금)
영원히 당신만을
26:00
25:55
7/15 (토)
대통령, 미르 콴바르
12:25
12:30
인도와 나
13:45
13:40
베토벤의 머리카락
22:30
22:40
EIDF 지식채널 e (재)
24:05
24:10
아웃 오브 플레이스
24:10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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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오브 김
09:55
09:50
지일
12:25
12:30
샤디아
17:20
17:15
크리스 인 코리아
20: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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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켄 로치에 대해 예전에 쓰다 만 글 하나...

오늘날 좌파로 산다는 것의 의미 - 세계영화계의 마지막 빨치산
 
   역사란 향수가 아니다. 역사는 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역사가 향수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부르주아들에게 적합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며 따라서 역사를 탐구하여 민중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되돌려 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갖는 책임 중 하나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민중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당신을 그들의 현재를 재조정할 수 있고 현재를 조정하게 되면 결국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민중의 생각을 조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켄 로치

가끔 주변의 지인들에게 너는 '좌파'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인터넷상의 심심풀이 심리 테스트에서 진보성 유무를 판별하는 테스트에서도 비교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아서 어느 정도 그런 구석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나는 누군가에게 '좌파'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마음이 뜨끔하다. 그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좌파란 말을 듣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자괴가 들어서이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좌파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하는데 어떤 불편(좌파라는 것이 단지 불편할 정도의 수준이라니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이나 있지 않을까 가슴 죄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에나 수구보수꼴통들은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한 일년쯤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시네 21>을 보다가 김규항이 우리나라에는 어째서 '켄 로치' 같은 감독이 나오지 않느냐는 요지의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장선우, 여균동 감독 같은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 요지는 그랬던 것 같다. 두 사람이 한 때 마당극 문화운동 등에 참여했던 것은 사실이고, 나름의 중요한 역할들을 했지만 현재로선 그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 참 어렵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영화들을 보면서 세상에 어떤 긴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좌파란 세상을 긴장시키는 존재이어야 한다. 진보나 변혁 혹은 대안이란 것은 기성 사회와 불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장선우나 여균동 감독의 영화가 기성 사회에 어떤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는 흔적을 현재로서는 발견할 수 없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에는 사랑으로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생명의 표현>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사랑받는 자>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라고 말한다. 좌파의 기본 요소는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사랑에는 사랑으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대하는 것.

  이렇게 말하면 너무 원칙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은가 하고 물을 지 모른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그렇다. 우리는 파블로 카잘스가 말한 것처럼 지금 현실 정치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좌파는 더 이상 혁명적 변혁을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고 현재로서는 그럴 힘도 없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더 좌파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난 지금도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디 방 구석, 책상 밑 같은 구석진 곳을 찾아들어가 꺼이꺼이 울고 싶어진다. 뭐 대단한 운동권 출신인 탓도 아니고(오히려 전혀 관련없는 축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서럽기 때문이다. 보시면 알 게 될 것이다. 실제로 <랜드 앤 프리덤>을 보고나서도 그렇게 울었다. 영화 속의 그 주인공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사회주의 순수성은 여지없이 짓밟혔고, 그래도 그는 살아남아 영국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는 것을 보았고, 또 그 노동당이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것을 보았고,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 산 중에서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보았고, 칠레에서 세계 최초로 선거에 의해 수립된 사회주의 정권이 미국 CIA와 칠레 우파군부에 의해 어떻게 처참히 무너지는 지 그는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으리란 생각이 들자 나는 너무나 서러운 나머지 울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글 베껴가는 건 좋지만 이런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건 첨삭이라도 하고 자기 홈피에 올리길 바란다.) 장선우나 여균동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자신의 이상을 아주 쉽사리 접고 흔히 말하는 연착륙이란 것을 거뜬히 해내는 알바트로스들을 본다. 함 선생이 바보새라고 말했다는 바로 그 새. 하늘에 떠 있을 때는 그렇게 우아하게 날지만 그들이 땅에 내려왔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이 얼마나 뒤뚱거리며 걷고 있는지 알 게 되었던 것이다.(뭔 말인지 모르시는 분은 저녁 9시 뉴스를 열심히 보시라. 과거 노동운동의 대부, 학생운동의 지도층, 존경받는 대학 교수들이 모여 앉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그리고 역시 자신을 돌아보시라. 이 말이 과연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라고 해당사항이 없을까!)
 

.......죄송하지만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으로(http://windshoes.new21.org/directer-kenloach.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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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켄 로치, '팔수' 끝에 칸느영화제 접수하다

켄 로치, '팔수' 끝에 칸느영화제 접수하다
[오마이뉴스 2006-05-29 21:42]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96년이었을 거예요. 영화 잡지 KINO가 주최하는 시사회에서 켄 로치 감독을 처음 만났던 때가.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지식인 좌파들의 이야기를 현재와 연결시켜 좌파안의 모순을 그려냈던 묵직한 이야기 때문에 '아 영화가 이런 이야기도 그릴 수 있구나', 놀라움으로 봤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한참 역사나 사회에 대해 예민하던 때였기도 했지만 한총련의 연대 사태 직후라 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였죠.

그 켄 로치, 영국의 좌파이자 리얼리스트인 노장 감독이 7전 8기 끝에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군요. 28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 5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2006 Sixteen Films Ltd.
ⓒ2006 Sixteen Films Ltd.
1920년대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을 다뤘던 <랜드 앤 프리덤>과 은근히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9˙11 이후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온 칸느영화제의 성향을 반영하는 듯하네요. 심사위원장이 왕자웨이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고요. <28일 후> <나이트 플라이트>로 얼굴을 알린 질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았네요.

켄 로치 감독은 <달콤한 열여섯> <빵과 장미>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등의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8번째 도전한 끝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켄 로치 감독은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은 외국인들에게 현재 미국의 이라크 전과 같은 울림을 준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시상식에서도 "영국의 과거 제국주의 역사를 다루는데 작은 진보가 있길 바란다"며 영국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영국 프리시네마의 전통을 이어받은 켄 로치는 대중적인 화법으로 역사와 진보, 그리고 계급에 문제, 복지사회 영국의 이면을 파헤쳐온 원칙 주의자입니다. 국내에서는 그의 영화 중 <빵과 장미>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등이 개봉됐고요. 다수의 작품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으며 DVD와 비디오로 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초기작 <하층민들>은 리얼리즘 계열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보리밭에 부는 바람>은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에 나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아마도 <랜드 앤 프리덤>과 동일한 계보위에 놓는 게 적당할 듯하네요. 그래서 더 반가운 영화구요.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볼베르>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네요. 악동에서 성숙한 면모를 거듭 보이고 있는 알모도바르는 언제쯤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가져갈지 궁금해집니다.

<21그램>을 연출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나리투가 자국인 멕시코 영화 <바벨>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눈에 띄네요. 아시아권으로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중국의 왕 차오 감독이 <럭셔리 카>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치색을 띤 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올 칸느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감독 주간에 초청되는데 그쳤습니다. <괴물>이 2회 상영되는 동안 국내외 언론에 극찬을 이끌 낸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네요. 필름마켓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수출 최고가를 경신하며 이미 제작비의 절반을 넘게 회수했다니, 그것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요?

* 각 부문 수상작/자 리스트

-황금종려상: <보리밭에 부는 바람> 켄 로치, 영국
-심사위원 대상: <플랑드르> 브뤼노 뒤몽, 프랑스
-심사위원상: <붉은 길> 안드레아 아널드, 영국
-감독상: <바벨>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멕시코
-각본상: <볼베르>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남우주연상: <영광의 날들> 자멜 데부제, 사미 나세리, 로슈디 젬, 사미 부아질라, 베르나르 블랑캉
-여우주연상: <볼베르>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롤라 두에나스, 블랑카 포르틸로, 요하나 코보, 추스 람프레아베
-황금 카메라상: <12시8분, 부쿠레슈티의 동쪽>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루마니아
-단편영화상: <스니퍼> 보비 페어스, 노르웨이
-주목할 만한 시선: <럭셔리 카> 왕차오,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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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칸에서 본 ‘용서받지 못한 자’ / 임범
아침햇발
한겨레
» 임범 대중문화팀장
칸 국제영화제에 취재를 가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처음 봤다.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그곳의 억압적 문화 아래서 ‘죽거나 혹은 버티거나’ 하는 이야기로, 지난해 말 한국에서 개봉한 뒤 이번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더없이 화창하고 쾌적한 칸에서, 그와 상반되는 갑갑하고 우중충한 군대 내무반을 봤기 때문일까. 올해 칸에서 나는 이 영화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다루는 모순이 국제적으로 소통될 만큼 보편적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한국의 독특한 징병제가 외국인들에게 이해가 될수 있을까?

영화에서 말년 병장이 신병을 능글맞게 ‘갈굴’ 때, 또 고문관 신병이 맥락을 몰라하며 엉뚱한 말을 해댈 때 나는 배꼽을 잡았다. 유치하고 단순 무식해 보이는 그 권력 질서가 더없이 교활?c을 드러낼 때 나의 사병 시절이 떠올라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는 군에 복무하는 동안 삶이 정지한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게 2년반을 버티는 방법이었다. ‘거꾸로 매달아도 시계는 간다’는 군댓말은 빈정댐이 아니라 귀담아들어야 할 격언에 가까웠다. 그 시간을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속으로 끌어들이면 위험하다. 영화의 세 주인공 가운데, 요령껏 잘 버텨내는 이는 제대 뒤 곧 군 시절을 잊어버린다. 고문관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이와, 군의 불합리함을 예민하게 의식했던 이는 자살한다.

알다시피 한국처럼 월급도 제대로 안 주고, 외출도 극도로 제한하면서 2년 넘게 모든 남자를 복무하게 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 없음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 군대에서, 그것도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입대해서 저항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군대 문제를 다룬 서양의 다른 영화들처럼 억압과 저항, 또는 굴복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간의 객체가 된 젊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시간을 잘 버텨내지 못하는 이들은 비극을 맞으며, 잘 버텨냈다고 해서 그 태도가 옳았던 것도 결코 아니라고 영화는 일깨운다. 군 시절 내 삶이 정지해 있었다고 생각해 온 나는 영화를 보면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다. 삶이 정지해 있는 시간이란 없다. 정지해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고통받고 죽어간다.

그런데 외국 관객들도 나처럼 영화를 읽을까. 기자 시사회에서 한국 기자들은 웃는 동안, 외국 기자들은 조용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제 기간에 데일리를 발행하는 〈할리우드 리포터〉나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를 미국의 군대 영화와 비교하며 “흥미가 덜하다”거나 “군 내부의 억압 기제의 묘사가 약하다”고 썼다. 흥미나 묘사가 약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 이들 잡지의 평은 초점이 미묘하게 빗나가 있었다.

영화를 잘 못 만든 걸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평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신문은 “의무병역제가 남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며 “그 점에서 지금은 잊혀졌지만 과거에 있었던 프랑스의 의무병역제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문제는 미학이 아니라 모순된 상황 자체에 있다. 미학은 다른 나라, 다른 유형의 모순들 속에서 보편성을 찾아내 소통하게 만든다. 그것을 힘들게 할 만큼 특수한 모순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모순이다. 한국의 의무병역제는 그만큼 특수한 모순이 돼가고 있다.

임범 대중문화팀장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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