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일본인 감독의 뮤즈가 되다 - 김영희

   

 

  지난 7월23일 개봉한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인 개봉관인 도쿄의 시네세종 시부야엔 주말 이틀간 전회가 매진되었고, 평일인 27일 극장을 찾았을 때도 아침부터 220여 객석이 대부분 찼다 . 젊지만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며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헤이세이(平成)의 하라 세쓰코’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신예 가시이 유우(<로렐라이>)나 마에다 아키(<배틀 로얄>)의 출연도 인기 원인이지만, 관심의 초점은 단연 배두나다. <키네마준보> 최근호가 권두 페이스로 배두나 인터뷰를 실은 것을 비롯해 각종 영화 잡지, 인터넷 사이트엔 그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한류 열풍’의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플란다스의 개><복수의 나의 것><튜브>가 차례차례 일본에서 소개되며 그는 이미 독특한 감각을 지닌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아왔다. 의외인 건 청춘영화임에도 객석을 10대보다는 20대 이후의 다양한 연령층이 채우고 있다는 점. 극장쪽은 “20대 이상 남자들 가운데 배두나의 팬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린다…>의 배경은 어느 지방 고등학교의 문화제(학교 축제)다. 고등학교 생활 마지막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오리지널곡을 연습 중이던 밴드 멤버들이 부상, 말다툼 등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다. 공연까지 남은 기간은 단 나흘. 남은 멤버 3인은 낡은 카세트에서 일본의 전설적 밴드 블루하트의 노래 <린다 린다>를 듣고 “이거라면 할 수 있겠다”며 보컬 찾기에 나선다. 뭐든지 알아듣기 힘들 땐 “하이”(네)라고 대답해버리는 한국 유학생 송은 이들의 보컬 제의도 덜컥 받아들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마시타 감독의 전작 <바보들의 배><후나키를 기다리며>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느긋한 템포와 구제불능 같은 남자들의 엇박자 유머 속 쓸쓸한 정서를 기억할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번 작품은 의외일 정도로 스트레이트하고 밝은 청춘영화. 그 탓인지 “야마시타에게 청춘영화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비판도 없진 않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영상이 잡아낸 여고생들의 소소한 감정의 순간은 담백한 감동을 준다. 우정과 연애, 성장을 이야기하되, 그 어느 것도 과장하거나 드라마화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은 “변화구의 코미디로 알려졌던 야마시타 감독이 이번에는 직구 승부로 신경지를 열었다”고까지 평했다.


  단순한 이야기 골격 속에서 야마시타 감독식의 유머는 전적으로 배두나에 의해 재현됐다. 노래방 장면이나 일본인 학생으로부터 사랑고백을 받을 때의 무심한 표정 속 유머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다. “평범한 줄거리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요미우리신문>), “배두나의 순발적인 연기력과 표정과 움직임이 매력적”(<키네마준보>)이라는 평들이 나올 만도 하다. 남들 연애 얘기를 듣는 게 취미, 친구가 없어 방과후면 초등학교 1학년생과 만화책 보는 게 유일한 일과였던, 약간은 엉뚱해 보이는 캐릭터 송은 마치 배두나를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실제 야마시타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여고생 밴드 멤버들의 다툼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잘 진전이 안 되던 중 우연히 여자친구가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연기가 좋더라는 말을 꺼냈다. 그렇다, 배두나를 출연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이 작품이 내 안에서 리얼리티를 갖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린다…>에는 고교 문화제, 블루하트처럼 일본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코드가 있다. 80년대 중반 데뷔한 블루하트는 수많은 카피 그룹을 양산시킨 전설적인 펑크 록 그룹이다. 단순한 청춘 예찬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칭찬이나 받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아”라고 외치던 블루하트는 일본인들에겐 거칠 것 없는 젊은 날의 상징과도 같다. 규모가 큰 작품은 아니지만, 배두나의 첫 일본영화 출연은 비교적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여고생 세일러복은 배두나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린다…>는 8월 이후 전국으로 순차 확대 개봉될 예정이다.


 

00고 2학년 여학생들 이 영화 보러갑시다!!


국도극장 위치 : 남포동 국제시장 입구. TEL: 245-5441

영화 상영시간 : 2006. 5. 20. (토) 16:50

만날 장소 1차 : 덕천역 15:30 (서면에서 1호선 갈아탄 후 자갈치역 하차)

          2차 : 국도극장 밖 16:30

 

* 같이 갈 사람은 오늘(목요일)자정까지 샘께 문자 넣어서 신청하셈~

* 문자 보낼 때, 자기 학번 이름은 필수!! 샘 전화번호 : 01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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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5-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키와 [박치기]를 보러갔던 12일 소풍날. 그 날부터 아이들이랑 이 영화를 같이보고야말겠다고 결심했다. 20명 이상이면 단체요금이 적용되어 3천원에 볼 수 있다는 말에 혹해 꼭 20명을 만들리라 의지에 불타던 나날들... 아이들 반응은 늘 그렇듯이 시큰둥으로 일관!! 결국엔 다른 반 여학생들까지 꼬시기 작업에 돌입하는 사태발생. 다른반 아이들도 여전히 시큰둥... 결국엔 20명이 안되면 어떠랴~ 그냥 보고싶다는 아이들이랑 맘 편이 보자 싶어서 포기하고 부족한 돈은 내가 보태주기로 결심! 진작 이럴껄.. 맘이 훨~편했다. 역시 아이들 상대로 뭔가 계획하고 진행할 땐 무리수를 두진 말아야겠다. (가끔 예외도 있지만.. 아니 사실 나같은 경우야 무리수를 두는 예외가 더 많지만..ㅋㅋ)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린다린다린다]를 봤다.

20일 토요일 그날! 극장에 모인 아이들은 아나키오빠, 우리반 ㅇ주, ㅇ린, ㅅ지, 8반 ㅇ혜, 9반 두 녀석. 나까지 모두 8명!
저렇게 스스로 뭔가 하는 아이들..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안스럽기도 하고..
(배두나, 코와 이마와 찡그리는 표정... 꾸미지 않은 연기..너무 사랑스럽다. )

우리 반도 이번 축제엔 뭔가 참여할 수 있을까?'
'의미 따위 없어'도 그저 재미있고 그저 신나게 흠뻑 빠질 수 있는 무엇!!
재작년엔 실패했는데 올해는 우리 반 아이들이랑 다같이 무대에 올라 미친듯 함께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아아~ 린다,린다~린다린다린다..
가사가 너무 좋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선인 2006-05-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생 배두나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공식홈피까지 갔다 왔습니다. *^^*

해콩 2006-05-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보면 더 좋은데... 배두나.. 몇 년 전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준 연기로 반했지요. 어떤 조직에 가입한 그녀, 거리에 서서 '신자유주의를 몰아냅시다~'라고 외치며 선전지를 나눠주고 있었더랬지요.. 결국 신하균과 함께 죽임을 당하는데... 암튼 고등학생 역할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더군요. 옛날 담임했던 반 아이랑 너무 닮아서 계속 어디서 봤더라~~ 곰곰 생각했지요.

조선인 2006-05-2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는 나의 것, 정말 끔찍한 영화였어요. 다들 어찌나 연기를 잘 하는지 무서워서 혼났거든요. ^^;;

해콩 2006-05-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내용이나 연기나.. 그런 영화 처음봤어요. 소름이 쫙 끼치면서 슬퍼지면서 우울해지는, 그런 영화였지요. 강추예요.

해콩 2006-06-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Blue Hearts リンダ.リンダ(린다린다)

ドブネズミみたいに美しくなりたい
도부네즈미미타이니 우츠쿠시쿠나리타이
생쥐처럼 멋져지고 싶어

写真には写らない美しさがあるから
샤신니와 우츠라나이 우츠쿠시사가 아루카라
사진에는 없는 멋이 있으니까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もしも僕がいつか君と出会い話し合うなら
모시모 보쿠가 이츠카 키미토 데아이 하나시아우나라
만약 내가 언젠가 너와 만나서 이야기하게 되면

そんな時はどうか愛の 意味を 知って下さい
손나 토키와 도우카 아이노 이미오싯테쿠다사이
그럴 때는 부디 사랑의 의미를 알아줬으면 해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ドブネズミ みたいに 誰よりも やさしい
도부네즈미 미타이니 다레요리모 야사시이
생쥐처럼 누구보다도 상냥하게

ドブネズミ みたいに 何よりもあたたかく
도부네즈미 미타이니 나니요리모 아타타카쿠
생쥐처럼 무엇보다도 따뜻하게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もしも 僕がいつか 君と 出会い 話し 合うなら
모시모 보쿠가 이츠카 키미토 데아이 하나시 아우나라
만약 내가 언젠가 너와 만나 이야기하게 되면

そんな 時はどうか 愛の 意味を 知って下さい
손나토키와 도우카 아이노 이미오 싯테쿠다사이
그럴 때는 부디 사랑의 의미를 알아줬으면 해

愛じゃなくても恋じゃなくても君を離しはしない
아이쟈나쿠테모 코이쟈나쿠테모 키미오하나시와시나이
애정이 아니더라도 연애가 아니더라도 너와 헤어지지 않아

決して負けない強い力を僕は一つだけ持つ
켓시테마케나이 츠요이치카라오 보쿠와 히토츠 다케모츠
절대 지지않는 강한 힘을 나는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リンダリンダ リンダリンダリンダ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

해콩 2006-06-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Blue Hearts 終わらない歌(끝나지 않은 노래)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クソッタレの世界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쿠솟타레노세카이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빌어먹을 세상을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全てのクズ共のため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스베떼노쿠즈도모노타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僕や君や彼等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보쿠야키미야카레라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 그대, 그리고 그들을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明日には笑えるよう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아시타니와와라에루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은 웃을 수 있도록

世の中に冷たくされて 一人ボッチで泣いた夜
요노나카니츠메타쿠사레테 히토리봇치데나이타요루
세상에 차갑게 대해져서 외톨이인 채로 울었던 밤

もうだめだと思うことは 今まで何度でもあった
모-다메다토오모-코토와 이마마데난도데모앗따
이제 틀렸다고 생각한 적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지

眞實の瞬間はいつも 死ぬ程こわいものだから
신지츠노슝캉와이츠모 시누호도코와이모노다까라
진실한 순간은 언제나 죽을 만큼 무서운 법이니까

逃げだしたくなったことは 今まで何度もあった
니게다시타쿠낫따코토와 이마마데난도모앗따
도망치고 싶어진 적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クソッタレの世界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쿠솟타레노세카이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빌어먹을 세상을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全てのクズ共のため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스베떼노쿠즈도모노타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僕や君や彼等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보쿠야키미야카레라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와 그대와 그들을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明日には笑えるよう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아시타니와와라에루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은 웃을 수 있도록

なれあいは好きじゃないから 誤解されてもしょうがない
나레아이와스키쟈나이까라 고카이사레떼모쇼-가나이
한통속이 되는 건 싫으니까 오해받아도 어쩔 수 없어

それでも僕は君のことを いつだって思い出すだろう
소레데모보쿠와키미노코토오 이츠닷떼오모이다스다로-
그래도 당신만큼은 언제라도 생각나겠지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クソッタレの世界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쿠솟타레노세카이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빌어먹을 세계를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全てのクズ共のため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스베떼노쿠즈도모노타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모든 쓰레기들을 위해서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僕や君や彼等のため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보쿠야키미야카레라노타메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나, 그대, 그리고 그들을 위해

終わらない歌を歌おう 明日には笑えるように
오와라나이우타오우타오- 아시타니와와라에루요-니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자 내일은 웃을 수 있도록

해콩 2006-06-0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Blue Hearts 僕の右手(나의 오른손)

僕の右手を知りませんか X2
나의 오른손을 모르시나요

行方不明になりました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指名手配のモンタ-ジュ 町中に配るよ
지명수배 몽타쥬 온 마을에 나눠주어

今すぐ探しに行かないと さぁ、早く見つけないと
금방 찾으러 가지 않으면 자,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夢に餓えた野良犬 今夜吠えている
꿈에 굶주린 들개 오늘 밤 짖고 있어

見たこともないような ギタ-の引き方で
본 적도 없는 듯한 기타 치는 방법으로

聞いたこともないような 歌い方をしたい
들어 본적도 없는 듯한 노래를 하고 싶어

だから
그러니까

僕の右手を知りませんか
나의 오른손을 모르시나요

人間はみんな弱いけど 夢は必ずかなうんだ
인간은 모두 약하지만 꿈은 반드시 이뤄내

瞳の奧に巡り賭けた 挫けない心
눈동자 깊숙히 새겼어 꺾이지 않는 마음

今にも目から溢れそうな 淚の譯が言えません
지금이라도 눈에서 흘러넘칠듯한 눈물의 이유를 말할 수 없어요

今日も 明日も 明後日も 何かを探すでしょ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무엇인가를 찾겠죠

見たこともないような マイクロホンの握り方で
본 적도 없는 듯한 마이크를 잡는 방법으로

聞いたこともないような 歌い方をするよ
들어 본 적도 없는 듯한 노래를 해

だから
그러니까

僕の右手を知りませんか
나의 오른손을 모르시나요

프레이야 2006-08-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두나 연기 좋아요. 근데 해콩님 덕천역이면 제가 잘 아는 곳인데요. 그곳 가까운 데 학교에 계시나봐요. ^^ 덕천역이란 이름만으로 넘 반가운 거 있죠.^^

해콩 2006-08-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곳 가까운 두 번째 학교라지요. 지하철 덕천역 가까운 곳이 댁이신가 봐요. ^^ 우리 어쩌면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겠는 걸요. 그쵸?
 

"아카데미가 뭐래도 '브로크백'이 최고야!"
[해외리포트] 블로그에서 되살아나는 <브로크백 마운틴> 열풍
     윤새라(tomos) 기자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포스터
지난 3월 초에 열렸던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던 아카데미 시상식은 맨 마지막, 최우수 영화상 시상에 이르러 모두를 깜짝 놀래켰다.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브로크백 마운틴> 대신 <크래쉬>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수상자를 정하는 아카데미 협회 구성원들이 <브로크백 마운틴>을 꺼렸다는 해석부터, <브로크백 마운틴>이 너무 일찍부터 바람몰이를 해서 막판에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런데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한 달이 넘게 지났어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이목을 끈다.

데이브 컬런이란 언론인이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개설한 '얼티밋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 블로그(brokeback.davecullen.com)가 바로 그 여진의 주인공이다. 이 곳은 <브로크백 마운틴>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는 목표로 영화를 논할 뿐만 아니라, 영화가 회원들의 삶은 물론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시상식이 끝난 후 등장한 영화 광고

데이브 컬런이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특별히 기발하지는 않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을 타리라 기대하고 있다가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오자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자발적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 데이브 컬런만이 아니고 몇 백 명, 이제는 더 숫자가 늘어 몇 천 명에 이르렀다. 4월 말 현재 회원수만 4천명이 넘고 매일 10만에서 20만 정도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계기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 블로그가 개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원들이 의견을 냈다. 돈을 모아 이 영화와 관련된 뜻있는 일을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해서 8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2만4천불(약 2400만원).

그 돈으로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 블로거들은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데일리 버라이어티>란 잡지 3월 10일자에 <브로크백 마운틴> 광고를 한 장 전면광고로 실었다. 광고 가격은 1만5435불(약 1500만원).

그들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상 수상에 실패한 데 항의하는 대신 이 영화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긍정적 광고(positive ad)'를 선택했다.

▲ 블로거들이 돈을 모아 잡지에 낸 광고.
이 광고를 보면 남자 대 남자가 아닌 두 인간 사이의 가슴 아린 사랑을 보여준 주인공 히스 레저와 제이크 길렌할의 사진 옆으로 이 영화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 이름이 일일이 적혀있고 "고맙다"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있다.

그리고 사진 밑으로는 "올해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인 <브로크백 마운틴>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꿔준 것에 감사한다"는 감사의 변이 달려 있다.

또 <브로크백 마운틴>을 최우수 영화로 지정한 26개 영화단체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러면서 이 광고를 게재한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은 그들과 같은 의견이라고 밝힘으로써 이 영화를 최우수영화로 선정하지 않은 아카데미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아카데미의 상업적 위력을 감안해 미국 업계는 늘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총력을 기울여 영화를 띄우는 광고를 내보낸다. 그리고 상을 탄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영화 광고에 자랑스레 추가한다.

그런데 유력시되던 상을 타지 못한 영화가 도리어 그 사실을 바탕으로 광고를 낸 일은 미국 사회에서 대단히 이례적 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광고를 낸 당사자들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영화의 감동에 끌려 전세계에서 모여든 경배자'들인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제2의 물결 : <브로크백 마운틴>을 시골 도서관에 보내자!

'브로크백마운틴 포럼' 블로거들은 광고를 내며 미국 언론의 이목을 반짝 끄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도 왕성한 활동을 개진 중이다. 4월 초에 미국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DVD가 출시된 것을 계기로 '제2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출시된 영화 DVD를 미국 및 캐나다의 시골 도서관 2천 곳에 보낼 계획이다.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브로크백 마운틴>의 메시지를 DVD를 통해 알리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블로그 참가자들에게 DVD를 기증받는 것도 한 방법으로 DVD 1천 개를 기증받겠다는 목표인데 4월 21일 현재까지 500개가 넘는 DVD가 모였다. 그러나 종교적 보수 색채가 짙어지는 기미를 보이는 작금의 미국 사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효과를 볼까?

▲ <얼티밋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 블로그 초기화면
4월 초에는 메사추세츠 주 한 감옥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을 죄수들에게 검열을 하지 않고 보여줬다는 이유로 해당 교도관이 징계를 받았다. 또 영화 DVD가 출시되면서 보수 단체에서는 월마트에 <브로크백 마운틴> DVD를 팔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다.

이에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은 영화 DVD를 판매하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월마트에 쓰라고 블로거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문화 전쟁' 속에서 월마트는 보수 단체의 거듭되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브로크백 마운틴> DVD를 취급한다고 발표했다.

한 개인이 개인적으로 시작했지만 예상 외로 폭넓은 지지를 얻으며 꾸준히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브로크백마운틴 포럼'.

따져보면 동성애를 소재로 잘 만든 영화가 결코 <브로크백 마운틴>만은 아니다. 그러나 풀뿌리 운동인 '브로크백 마운틴 포럼'의 의미있는 활동은 인터넷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와 함께 현재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사회·문화적으로 갖는 영향의 진폭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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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4-2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었답니다. 비됴로 보죠...

해콩 2006-04-2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뒤늦게 상영하는 극장 없을까요? CGV 예슬전용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상영되었던 '내곁에 있어줘'를 하고 있답니다. 참고로 하세요~

해콩 2006-05-2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도극장 상영 스케줄~

6/1~6/14

11:40 <브로크백 마운틴>
14:20 <메종 드 히미코>
16:40 <브로크백 마운틴>
19:00 <메종 드 히미코>
21:20 <타임 투 리브>

해콩 2006-06-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문화 속의 동성애 이야기 <브로크백 마운틴>
한기욱 | 문학평론가, 인제대 교수


게이 카우보이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리안(李安)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은 아카데미상을 여럿 받은 화제작이지만 국내 영화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게이들의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기보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가 된 듯하다. 말하자면 <왕의 남자>처럼 동성애적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놓는 대중적 방식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게이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를 내놓고 옹호하는 '급진적 자유주의' 방식도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차라리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나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꼬>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퀴어무비'(동성애영화) 장르의 정치적 코드에서 보면 그다지 혁신적이거나 '불온'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동성애 이야기가 진부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과 강렬한 호소력을 갖는 까닭은 그것이 미국문화의 여러 틈새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첫번째 틈새는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동시에 가장 마초적인 미국문화의 양면성에서 발생한다. 만약 영화의 무대가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쌘프란씨스코나 뉴욕이라면 이 이야기의 긴장과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 두 주인공 에니스와 잭이 서부지역 가운데서도 '깡촌'에 해당하는 와이오밍주의 촌놈들이기 때문에 내면의 금기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적 사랑에 빠져든다는 설정 자체가 문제가 된다. 마초적 심성을 지닌 두 남자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싹튼다는 것은 요샛말로 '대략 난감'한 일이다.

두번째 틈새는 미국 서부의 현실과 이상(신화) 사이에서 벌어진다. 전통적인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아메리카 인디언을 때려잡으면서 프런티어를 개척하는 거친 삶과 투쟁 속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1963년의 에니스와 잭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뜨내기 일꾼에 불과하고 그들이 찾은 일거리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함께 양떼를 돌보는 일이다. 서부의 신화에 비해 너무 초라한 현실인 것이다. 더욱이 이 둘은 진정한 카우보이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상한'(퀴어) 짓거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영화에서 미국 서부의 이상과 신화는 완전히 추방되지 않는다. 그것은 에니스와 잭의 내면 깊숙이에, 그리고 거칠고 황량한 자연의 한 자락에 똬리를 틀고 은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비록 생계를 위해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마초적이면서 순수한 카우보이의 심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는다. 동명의 원작소설에서는 애니 프루(Annie Proulx)의 섬세하되 터프하고 과묵한 문체가 서부의 정경과 서부 사나이 특유의 황량하고 비정한 질감을 적절하게 포착한다. 리안 감독의 영상 역시 서정적이긴 하지만 이런 황량한 질감을 보여주는 데 어느정도 성공한다.

이 영화에 서사적 긴장을 불어넣는 최종적인 틈새는 두 인물의 표층의식과 심층의식 사이의 어긋난 지점들이다. 가령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엉겁결에(?) 정사를 벌인 다음날 에니스와 잭은 둘다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그들의 심층에서는 이 치명적인 사랑이 이미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양치기 일이 끝나자 에니스는 헤어짐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잭을 떠나보내고 약혼자 앨머와 결혼한다. 잭은 잭대로 텍사스의 부잣집 딸 루린과 결혼하여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복귀를 꾀한다.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국면은 4년 뒤에 잭이 에니스의 집으로 찾아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남편 에니스와 잭이 정신없이 키스하는 광경을 목격할 때의 앨머의 어두워지는 표정은 동성애자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예고한다. 물론 당사자의 고통은 더 혹독하고 길다. 에니스와 잭은 가족과 함께 '정상적'인 삶의 표면을 영위하면서 일년에 한두 차례 만나 몰래 사랑을 나누는 구차한 이중생활을 무려 20년 동안 지속한다. 표층과 심층의 괴리가 이제는 표리부동한 이중생활로 지속되는 것이다. 그들은 왜 좀더 자유주의적인 지역으로 도망가서 함께 살지 않을까?

에니스는 농장을 꾸리면서 둘이 함께 살자는 잭의 거듭된 제의를 한사코 거부한다. 어릴 적 이웃의 동성애자가 린치당해 죽어 있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 그의 뇌리에 각인된 동성애 공포/혐오가 아직 작동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에니스는 나중에 잭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린치당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내면적 공포가 잭의 제의를 거절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주된 이유는 오히려 노동으로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지키고 딸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에니스 나름의 신조 때문이다. 에니스가 자신의 이혼 소식을 듣고 텍사스에서 와이오밍까지 득달같이 달려온 잭을 매정하게 돌려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예정했던 만남을 돌연 취소하여 잭과 격한 언쟁을 유발하는 이유도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력 때문이다. 에니스의 이런 일상적 고투야말로 "너를 단념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잭의 애절한 목소리 못지않게 영화의 긴장미를 팽팽하게 당기는 힘이다.

에니스는 잭이 죽은 뒤에야 이런 일상적 고투에서 놓여나 잭의 사랑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노동자 에니스가 일자리를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맏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버지 노릇을 다하려는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긴 세월 닫아걸었던 가슴속 깊은 곳의 자기감정에 대한 인정이며, 잭의 애절한 사랑에 대한 뒤늦은 응답처럼 보인다. 20년 넘게 잭이 간직해온,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자기들이 입었던 피 묻은 셔츠를 쳐다보면서 "맹세할게"라고 나직하게 읊조리는 마지막 장면은 에니스에게 노동과 동성애 사이의 갈등이 일정한 화해에 도달했음을 일러준다. 한때 카우보이의 영혼을 찢어놓은 동성애는 이제 하층노동자의 일상적 삶 속에서 작은 자리를 허락받은 것이다.
 



7명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최고의 배우들이 이루어낸 최상의 앙상블!

빔 벤더스와 샘 셰퍼드의 인연은 시나리오만이 다가 아니었다. <파리 텍사스>를 작업하며 빔 벤더스는 무릎까지 꿇으며 직접 트래비스 역할을 연기해줄 것을 샘 셰퍼드에게 제의했지만 단호히 거절당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게도 당시 해리 딘 스탠튼이라는 그 이상의 배우를 찾아낼 수 있었기에 작은 에피소드로 끝이 났지만 빔 벤더스의 아쉬움은 내내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돈 컴 노킹>을 작업하며 샘 셰퍼드는 각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찌감치 주인공 하워드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오랜 바램이 실현된 것. 그 뿐만이 아니다. 이야기에 하워드의 옛 애인 도린의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제시카 랭을 떠올렸던 빔 벤더스는 그녀 역시 캐스팅하는 행운을 얻었다. 제시카 랭과 샘 셰퍼드, 1982년 이래 한 집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1984년작 <컨츄리> 이후 상대역으로 함께 연기한 적이 없는 그들에게도 <돈 컴 노킹>은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영화 속 두 배우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완벽한 호흡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두 아이들, 하워드의 아들과 딸인 얼과 스카이는 캐스팅 보드의 젊은 배우들 중에서 찾아냈다. 캐나다 출신의 사라 폴리는 이미 다양한 인디영화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배우이며, 신인 가브리엘 만은 영화 속에서 부르던 3곡의 노래를 직접 연주하는 타고난 재능을 보여주며 빔 벤더스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들 외에도 그 옛날 <워터프론트>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아름다운 금발의 여배우 에바 마리 세인트가 곱게 늙은 모습으로 하워드의 어머니로 등장하고,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설 탐정 서터 역에는 팀 로스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 빔 벤더스 감독은 그리 크지 않은 역이었던 얼의 여자친구 앰버에 페어루자 볼크를 선택했다. 촬영 직전 마지막 수정본에서 그녀의 역할이 커졌고, 조금은 정상적이지 않은 앰버 역을 정말로 잘 해냈다.
이렇듯 7명의 최고 배우들이 모여, 영화 <돈 컴 노킹>의 최상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캐릭터에 집중했던 작가 샘 셰퍼드의 의도는 본인을 비롯한 이들 배우들의 호연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 속 그들의 몸짓, 목소리, 표정, 눈빛은 그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와 어우러지며 하나로 녹아든다.


<돈 컴 노킹>의 여정을 완성하는 장소들, 흔들리는 태양과 한 줄기 바람이 그곳에 있다!

타락한 서부극의 영웅이자 우리의 주인공 하워드 스펜스는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며 잃어버린 시간, 잊었던 꿈을 찾아 길을 떠난다. 몬태나 뷰트와 네바다 엘코 그리고 유타 모압까지 세 개의 주를 건너는 긴 여정 속에서 하워드는 점차 간절한 자신에게로, 뒤늦게 만나는 분신에게로 그리고 가슴 아픈 옛 사랑에게로 다가간다. 늙고 지친 그에게 그 여정은 초조하고 서글프다. 거칠고 황량한 대지, 인적 없이 퇴락해가는 과거의 영광만을 간직한 텅 빈 도시. 하워드가 발길을 옮기는 그곳들은 빔 벤더스가 사랑해 마지 않는 바로 그 미국의 또다른 모습이다.
몬태나주 뷰트, 주인공들 모두가 한데 모이는 그곳은 그 어떤 곳보다 빔 벤더스 자신에게 무척 특별한 장소이다. 1978년 처음 방문한 뒤로 항상 그의 머릿속에 남아 언젠가는 꼭 영화 속에 등장시키리라 마음 먹었던 것을 이제야 실현한 것이다. 한 세기 전 뷰트는 광산업으로 흥청거렸던,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보다 훨씬 큰 매우 부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이젠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거대한 건물들과 넓은 대로들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있고 황폐하며, 마치 유령 도시와도 같은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과거의 영광이 퇴락한 채로 남아있기에 더욱 그로테스크한 그곳의 풍경을 촬영감독 프란츠 러스티그는 선명한 색감으로 한 폭의 회화처럼 화면에 담아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정체된 공기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고독과 절망이 낮게 비추는 태양빛 아래 드리워져 있다.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빛바랜 도시의 그림자는 슬픔으로 얼룩져 있다. 태양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빛나고 공기는 충만하며 한 줄기 바람은 지친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워드는 뒤늦은 후회와 절망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희망의 끈을 동시에 발견한다.




랜드 오브 플랜티-풍요의 나라.. 참 좋은 영화였다. 악한 이미지의 역할까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마무리 짓게 하는 영화.

빔 벤더스가 '베를린 천사의 시'라든가 '파리 텍사스'의 감독이라는 걸 몰랐다. '참 좋은 영화더라' 친구의 이 한마디를 믿고 본 영화가 '랜드 오브 플랜티' 였고 대만족이었다.

'노크하지 마세요'.. 가족주의 영화라는 것을 알고 봤다. 개인적으로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보기로 결정했다. 흠... 가족주의 영화, 맞더라. 것두 많이 세련된!  그러나 최소한 허리우드 식의 '가족만이 안식처요, 희망이요, 최후의 귀착지다'.. 등등의 교훈을 강요하듯 늘어놓진 않는다.

디테일한 감독의 의도는 잘 모르겠고 내가 궁금한 건.. 이 영화에서 여자들의 위치이다. 예민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30년 만에 불쑥 찾아온 아들에게 자상하기만 한 어머니. 30년 동안 외면한 '그'의 아들을 키우며 아들과 하워드와의 만남을 걱정하는, 그리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듯한 옛 연인. 존재조차 몰라주지만 아들과의 관계를 도와주고 원망하는 빛이라곤 하나 없는 착하기만 한 딸. 좀 멍청하지만 아들의 곁에서 늘 그를 믿어주는 아들의 애인. 이 여자들의 캐릭터. (엔팅 크렛딧에서도 여자들의 사진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하워드의 말탄 사진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그건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처리된 그림이고 아들의 사진은 나오지도 않는다) 감독 자신이 말하고자 한 건 '천사같은 여성들의 역할'일까?  하긴 그러고 보니 '랜드 오브 플랜티'에서도 조카딸아이는 날개만 없지 거의 천사였다. 것두 의식있는 천사!!

여성들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건 동의하지만 이런 식의 '천사표'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나로서는 부담스럽다. 흠~~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는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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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의회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웅변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펠라치오!
드디어 낱낱이 밝혀지는 <목구멍 깊숙이> 진실 혹은 대담

1972년 6월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은, 그래서 닉슨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임해야만 했던 워터게이트 스캔들. 딥 스로트(deep throat, 익명의 정보 제공자)에 의해 만천하에 그 배후가 공개된 이 사건과 때를 같이해 또 다른 딥 스로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목구멍 깊숙이>. 이 영화는 마침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맨해튼의 한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한낱 포르노에 지나지 않았던 영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신화, 신드롬이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목구멍 깊숙이>는 단순히 파격적인 소재와 정식 극장 개봉한 최초의 포르노라는 점 때문에 화제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 전역이 대대적으로 성적 해방과 평등권, 반문화적 가치를 부르짖던 시기에 개봉,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던 것. 단돈 2만5천 달러로 만들어진 저예산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가 벌어 들인 총 수익은 자그마치 6억 달러!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모여 들었으며, 이는 단순히 영화 관람의 차원이 아닌, 정부와 제도의 억압에 맞서는 사회 운동으로까지 그 의미가 격상되었다.
다수의 아카데미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명가인 HBO 다큐멘터리가 제작한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영화가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바로 지금, 당시 영화에 출연한 남녀배우들과 스텝들의 촬영비화와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관객 등 사회 각계각층에 던져진 파장과 반향들을 당시 화면과 함께 되짚는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비화 속에서 만들어 졌으며, 영화가 갖는 역사적, 사회적, 영화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관객의 지적인 호기심을 구석구석 애무해줄 그야말로 화끈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About <목구멍 깊숙이>

전설의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
세기의 히로인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


포르노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극영화까지 포함해서 이 만큼 화제를 몰고 왔던 영화가 또 있을까? <목구멍 깊숙이>는, 우리 관객들에게도 한 때 필견의 영화로 여겨졌으며 지금도 역대 최고 화제작으로 서슴없이 손꼽히고 있는 전설의 작품이다.
<목구멍 깊숙이>는 자신의 성감대가 입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중산층 여성이 섹스에 탐닉한다는 내용의 영화. 펠라치오(오럴섹스)의 극치를 보여주는 <목구멍 깊숙이>는, 그 범상치 않은 소재와 다른 포르노와 비교해 놀라울 따름인 그 대범하고 노골적인 표현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구강 성교가 남자를 위한 여성의 일방적인 봉사였던 것에 반해, <목구멍 깊숙이>에서는 동등한 상호 관계를 뜻하는 것이어서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 해프닝도 있었다. 그만큼 영화의 내용이 당대에는 센세이셔널했던 것이다.
영화가 뿌린 화제의 중심에 섰던 것은 단연 주연을 맡은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였다.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해 평범한 외모의 린다는,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남성들에게 인기가 더 많았다. 이웃집 여자 같은 이미지가 오히려 평범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기에 더 적합했던 것. 하지만 <목구멍 깊숙이>의 대성공과 달리, 린다의 삶은 비극적이었다. 뉴욕 경찰의 딸로 태어난 린다는 원래 남자들을 멀리 하던 소녀였지만, 차 사고로 좌절해 있던 즈음에 만난 척 트레이너란 남자가 그녀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았다. 난봉꾼이었던 그에 의해 린다는 <목구멍 깊숙이>에 출연하게 된다.
그러나 뜻밖에 <목구멍 깊숙이>가 흥행에 대성공하여 린다는 어느 누구보다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정식 연예인으로서 주류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들은 사회의 편견에 부딪혀 좌절 되었으며 이후 출연한 영화들마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 결국 쓸쓸한 인생을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녀가 무참히 망가진 후 반포르노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포르노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모임에도 가입했던 린다는 자신을 포르노의 희생자로 증언하기까지 했다.


Production Note

진짜 이야기는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인터뷰 800시간, 네버엔딩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목구멍 깊숙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의 할머니를 통해서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보고 싶어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대중의 호응에 비례하여 그것을 억누르려는 법적, 정치적 제재 또한 강했다.” 할머니의 이런 증언은 그레이저로 하여금 <목구멍 깊숙이>를 다큐멘터리로 재조명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으며, HBO 다큐멘터리 대표이자 13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쉴라 네빈스를 찾게끔 만들었다. 둘은 이면에 숨어 있는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해 보자는 것에 동의를 했으며,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한 재능 있는 두 감독 펜튼 베일리와 랜디 바바토를 공동 연출자로 낙점했다.
영화 개봉 후 이미 수십 년이 흐른 상황. 감독들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서 장소를 막론, 밤낮 없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정한 후 2년 동안 당시 영화를 제작했던 프로듀서, 출연 배우들, 스탭들, 영화를 본 당시 관객들을 수소문해 수 백 개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아울러 저명한 학계 인사들의 견해도 수집했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감독들은 <목구멍 깊숙이>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한 사람들의 발 자취를 따라가는 구성 방식을 택했으며, 덕분에 작품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리얼리티를 얻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언으로 인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제작한 인터뷰 영상만 해도 800시간이 넘었으며, 그것을 편집하고 재구성해서 이야기로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해도 1년. 그런 과정에서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목구멍 깊숙이>에 버금가는 화제를 낳았다.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표현 수위를 비롯, 외설 논쟁이 다시 한번 불 붙었으며 원론적으로는 다큐멘터리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들이 통감한 것은 진실은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목구멍 깊숙이>를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들. <인사이드 딥 스로트>의 제작진들은 어쩌면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진실을 파헤치는 데 온 열정을 불태웠으며, 이제 우리는 그 동안 경이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묵구멍 깊숙이>와 벌거벗은 채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흠흠... --;  일단 다큐멘터리 중간중간에 삽입된 [딥 스로트]의 화면은 기금봐도 역시 충격적이었다. 영화 중간에 노신사 세 분이 벌떡 일어나 나가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을 정도로. 중년의 아주머니들은 끝까지 보시던데.. ㅋ

알게된 것, 하나! 포르노 영화도 정치성을 띤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이 영화에 출연한 죄로 5년형을 선고받는데 그 과정에서 변호사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유죄가 될 것이고, 민주당이 잡으면 무죄가 될겁니다."

확인한 것, 하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는 그 분들은 왜 국민을 늘 가르치려고 드는 거냐? (내가 그 '국민'이 되겠다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세금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냐? 아니면 세금 걷는 것이 미안해서 그딴 일이라도 해야 하는 거냐? ) 어떤 영화를 보건 안보건 그 결정권을 나에게 온전히 돌려달란 말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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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 솔직한 ‘식욕왕성 늑대’ 가브
엉덩이가 착한 ‘깜찍당돌 염소’ 메이
본능과 우정이 번개 치던 밤에...

설마 네가 염소일 줄이야’...
허걱, 네가 늑대였다니!’


폭풍을 피해 오두막에서 쉬던 ‘메이’는 발을 삐었다며 오두막에 들어오는 ‘가브’를 만나게 된다. 어두운 밤이고 코감기 기운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건 목소리뿐. 둘은 천둥과 번개 속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의 공통점이 많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다음 날 만날 것을 약속하는데... 친구를 만난 설레임에 부푼 늑대 ‘가브’는 약속 장소에서 우정의 암호인 ‘폭풍우 치는 밤에!’를 외친다. 그러나 환한 미소로 얼굴을 내민 것은 바로 염소 ‘메이’! 비는 그쳤지만 아무도 상상 못한 우정의 폭풍이 그들의 가슴에 휘몰아치는데...


나를 잡아먹고 마지막이라 할 수 있어요?”
어째서 난 늑대 따위로 태어나 버린 거야!


약육강식의 본능을 넘어 둘은 점점 더 서로와 친해진다. 몰래 몰래 우정의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둘의 약속 장소로 늑대들이 사냥을 나서고 ‘가브’로 인해 ‘메이’는 목숨을 구하지만 둘의 우정은 들통나고 만다. 늑대들의 규칙에 따라 사형을 선고 받는 ‘가브’, 같은 무리로부터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메이’. 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각자 서로의 정보를 빼내는 것. 친구를 배신하지 않으면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목숨을 잃을 절대적 위기상황! 과연 둘의 선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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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2-1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