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어떤 시기인가엔 반드시,

삶의 나사가 헐거워져서 온몸과 마음이,

하는 일들이 모두 덜거덕거리고 덜렁거려서 불편할 때가 있다.

맞춤하게 나사를 조여주면 좋겠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또 살다보면,

마음이 물 먹은 솜처럼 함빡 젖은 듯이 무겁게 처져서,

옥상 위 빨랫줄에 내다 널어서 햇볕에 보송보송하게 말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편안하게 찾아서 읽기 쉬운 그런 책이다.

중국의 작가가 쓴 이야기 책인데,

예전 리더스 다이제스트나 좋은 생각 같은 책에서 읽었음직한,

사람을 좀 촉촉하게 젖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삶은 그렇다.

하나하나 주워들이면 풍족해질 것 같지만,

사실 이사갈 때 보면, 그것들이 모두 쓰레기였음을 깨닫는다.

 

적당히 빼고, 적당히 내어 말린 보송한 상태에서 살고 싶지만,

가끔은 촉촉히 젖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삶이 <그는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다>에 불과하다면, 참 무의미하지 않겠는가?

어느 춥고 눈비내리는 날,

어떤 운전자가 세 명을 만난다.

좌석은 한 자리.

병이 급해 병원에 가야하는 할머니,

자기를 구해줬던 의사,

그리고 자기의 이상향인 아가씨... 누구를 태울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를 고르려 하면, 나머지에게 너무 고통을 준다.

하나의 해결책은,

자동차 열쇠를 의사에게 줘서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는 거란다.

자기는 남아서... 이상향인 아가씨랑 데이트를 하고... ㅋ~

 

9점 문제처럼...

주어진 범위 안에서 아무리 뱅뱅 돌아봐야, 해결책은 거기서 거기다.

파격.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으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는지도 모를 일임을, 이 책은 들려준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나 '닭고기 수프'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마음에 힘을 주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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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써서 이 선을 짧아지게 해봐.

 

상대를 건드리지 않고도,

자신이 더 강해져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더 긴 선을 그리면 상대적으로 저 선은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죽음의 순간에서야 깨닫게 된다는 진리.

 

왜 그런 별 것 아닌 일들 때문에 그토록...(179)

 

사람들은 그런 것을 생활이라 부르며 산다.

별 것 아닌 일들 때문에 짜증 내고, 힘들어 하고, 고뇌하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내가 짐작하는 바와 언제나 어긋나게 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잠시 스쳐가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진다.(198)

 

고등학교 시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수상록이 국어책에 실렸더랬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 스러져 죽을 사람들인 것을,

그 사람들의 평가에 왜 그리 예민한지...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매기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게 매기는 에고이스트도 곤란하겠지만,

스스로를 너무 격하하는 자격지시미스트도 좀 곤란하다.

 

스스로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 때,

거울처럼 비춰 볼 수 있는 것이 친구다.

좋은 친구라면, 나의 힘빠진 어깨에서 나의 능력을 읽어줄 것이고,

상황의 곤란함을 이해해 줄 것이고,

나의 지나친 오버에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충고해 줄 것이다.

그런데, 삶에서 필요한 친구는 흔치 않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자기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도록...

그렇게 살 일이다.

 

세상은 진흙탕처럼 하루도 맑아질 날이 없다.

그런 것이 세상의 원리다.

일양일음위지도...라고 했으니,

양지는 음지가 되고 음지는 양지가 된다.

혼탁할 수밖에 없다.

거기 살면서, 세상의 혼탁함에 좌절하기만 한다면, 어찌 살까...

 

"우리의 삶은, 즐거움을 찾아내는 만큼' 이라고...

어려운 순간에 부딪힌다면 이 메시지를 꼭 떠올려주기 바랍니다.(218)

 

다음 주면, 새 학년도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도 좋겠다.

삶은, 즐겁지만도 괴롭지만도 않다.

다만, 즐거움을 찾아내는 '긍정적 에너지'를 지니고,

날마다 신 나고 즐겁게 살려고, 애를 쓰는 만큼 즐거울 수 있다는 점.

 

힘겨워 지친 어깨를 한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던져주기 힘들 때,

이런 책 한 권이 친구를 일어서게 할지 모른다.

 

선물하기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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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2-1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봅니다. 요즘 제 마음이 그렇거든요.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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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머릿속 한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던 옛날 이야기책 한 권이 꿈틀거린다.

 

그 책에 적히다 만 글자들은

아직도 마음 속에서 간질거리며 잠들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마음 속에서 간질거리며 잠들었던 이야기 도막들이,

살이 붙고, 피가 흐르는,

태동을 막 시작하려 든다.

 

이 책을 읽으면,

팀(Tim)이라는 남자 아이와,

엘리스(Eless)라는 여자 아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끌려 드는,

바람 한 줄기를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공중에 올라탄 팀과 엘리스를 따라,

독자가 작가가 되고,

기계가 작가가 되고,

기계를 본 독자는 팀과 엘리스의 꿈 속에서,

영원한 (Timeless)  소년, 소녀로 살아가게 될는지 모를 일이다.

 

모든 어른들을 기른 것은 8할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기르면서,

어른들은 자기들이 어려서 듣고 만들고 되뇌이던 이야기들을 다 잊어버렸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문학이란 이름의 글들을 읽어 봐도,

영 시원찮은 노릇이다.

그건,

마음 속에 눈의 여왕이 깨뜨려버렸던 '얼음 거울 한 조각'이 콕 박혀 있어서,

어린 시절의 말랑마랑하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노라면,

세상에 나처럼 바보같이 나이먹어가는

어린이 어른이

나 혼자만은 아님을 알게 돼서,

안심하게 될는지 모른다.

 

똑같다

 

그런 적 없나요.

길을 가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벌레를 만난 적 없나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언젠간 틀림없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땐 놀라지 말아요.

벌레가 더 깜짝 놀라 달아나기 전에,

얼른 먼저 인사를 해요.

그러면 금방 친구가 될 테니......(159)

 

이치고이치에...란 일본어가 있다.

일생일대의 귀한 인연...이란 말이다.

한자로 '一期一會' 일기일회...라고 쓴다.

 

마음을 어른처럼 쓰면,

어른처럼 단단하게 굳게 만들어 버리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일기일회의 인연을 바라보면서도,

어...어...어... 하다가,

우리 모두 흙 속에서 동창생이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른들 모두,

흙 속에서 동창생이 되기 전에,

어린 시절 우린 모두 친구였음을... 생각할 수 있잖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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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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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글쓰기는... 조급하지 않게 열심히,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고집하지 말고 자기만의 생각을 찾고
독선적인 글을 버리고 독창적인 글을 찾으며
고립되지 않고 고독한 창작의 열의를 불태우노라면...
누구에게나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리뷰 중...)

 

그래서 글쓰길 해보는 사람들은 좌절한다.
작가가 말하는 '개구리 언어'밖에 글이 되어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왜 글을 매일 쓰는 훈련을 하는데도, '왕자나 공주'의 글이 나오지 않는 걸까?
특히 이 책은 일반적 논설문, 논술문, 수필 등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시나 소설 등의 문학적 글쓰기를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글의 예를 들려고 했겠지만,
외국 소설들을 번역한 것을 설명문의 사례로 드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외국 작품들이라 하여도 그 아이디어를 빌려오기가 좋은 것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 문장들은 외국 작가의 것이 아니라, 번역가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문장으로 이뤄지고, 그 문장들이 하나의 주제를 위해 달려간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단어들이 취사선택되고, 여러 표현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주제를 제대로 드러내기란 요령부득... 쉽게 얻기 어려운 경지가 반드시 있다.

사랑이란 단순히 어떤 멋진 대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웃음이 많아지고,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기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해지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기꺼이 자기 헌신을 감수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자신이 먼저 사랑스럽게 변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도 스스로가 사랑스럽게 변해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16)

이렇게 '멋진 글쓰기'를 사랑하도록 독자에게 위안을 준다.
멋진 글을 쓰고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애정인 셈.

어떤 경우든, 언어 사용의 실질적인 변화없이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없으며,
사람이 변하면 그 사람의 언어 또한 변한다.
내가 변하기 않고 문장 기술만 훈련하는 것은 글쓰기 공부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로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경험이어야 '창작으로서의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30)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되어야 하고, 결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단 소리다.
글쓰기 공부는 결국... 삶의 공부인 셈.
이런 것을 모파상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작은 사물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담겨있는 법이다.
그것을 발견하도록 하자.
불과 들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다른 불이나 나무와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앞에 서있어야 한다.(73)

연애편지를 써본 이들은 알 것이다.
자기 마음을 전달하려는 문장을 한 문장 이끌어 내기가 얼마나 수월치 않은 일인지를...
끝없이 주변을 관찰하면서, 자기 마음과 가장 비슷한 것들을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읽고, 관찰하고, 편지지를 썼다 구겨 버리기를 수십 자,
그 뒤에야 아주 여리게나마, 일반적인 사랑 고백과 조금이라도 비슷하지 않아 보일 때까지... 써야한다.

그러나 글쓰기나 연애나, 매일매일 단위로 삶은 다른 일의 연속인 셈.
파스칼 키냐르의 언술을 동원하여 날마다의 생각을 적어보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소설을 쓰거나 읽을 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과거란 그런 것이다.(88)

글을 쓸 때도, 일상 언어처럼 단순하게 발언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초점을 맞춰가려고 애써야 한다.
모든 사물을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던 조상들의 자세를 떠올려야 할 일이다.
그러노라면, 매일 매일은 같은 날처럼 보이지만,
매일 매일은 조금씩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글쓰기는 결국 작가가 발전하는 길이 된다.
연애 편지가 사랑의 발전을 기록하는 역사의 서술이 되듯...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단지 대상을 중립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라,
동시에 나의 관점, 거리, 욕망, 태도 등을 함께 드러내는 일이다.
나의 모습도 함께 드러내는 일이어서,
대상과 화자가 동시에 생성되는 과정이며,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자신이 '언어화'를 통해 동시에 출현하는 일이다.(120)

글을 쓰는 일은,
하나의 세계관을 표출하는 작업이 된다.
연애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면모를 이모 저모 드러내어, 상대와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모색에 대한 노력의 몸짓이 되는 것이듯...
인간은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 우연히 책을 소리내어 읽어볼 일이 있었는데,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아들 왈,
"아빠, 옛날에 나한테 책읽어 주던 그 목소리다." 이런 소릴 한다.
갑자기 시간이 십 년 전으로 급속한 리와인드를 겪으며,
아직 젖살이 뽀얗던 아들의 어린 시절이 호명되는 경험을 했다.
잠시 아내도, 나도, 아들도...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별것 아닌 말 하나의 표명도, 한 세계를 오롯이 불러올 수 있는 힘이 있다

명작이라면,
훌륭한 문학이라면, 독자를 그 세계로 불러 올리고,
독자 역시 작가와 마찬가지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길어올릴 수 있는 두레박 역할을 해야 할 노릇이다.

어떤 사람이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 보자, 아무도 없고 달팽이 한 마리가 초인종 위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달팽이를 떼어 잔디밭에 던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1년 뒤 다시 초인종이 울려 가 보니, 다시 달팽이 한 마리가 초인종에 붙어,
"당신, 조금 전에 나에게 무슨 짓을 했어!" 라고 항의하더란...(126)

이렇게 존재에 따라 바라보는 개념은 다르다.
인간의 1년은 달팽이에게 '조금 전'이 될 수 있는 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1년이 순식간에 쏜살같이 지날 수도 있으며,
지옥처럼 지겹게 기억하기 싫은 순간들로 점철될 수도 있으리라.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글쓰기를 위해 남들 앞에 글을 드러내야 하는 일도 필수란다.

말한다는 자체가 스스로 의식하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읽힌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연다는 뜻이며,
듣고 토론한다는 것은 함께 공감을 나눈다는 뜻이다.
어떤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스스로 의식하고 마음을 열어 타자와 나누고 타자가 함께 공감해 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더는 치유불가능한 정신적 문제일 수 없다.(154)

합평 뿐만 아니라, 글로 드러내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고미숙, 등의 '누드 글쓰기'에 사주 팔자를 도입한 것도 그렇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열어 오픈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가지는 일은,
공동체적 사회여서 묻고 말고 할 것도 없던 삶 속에 살던 한국인들에겐 생소하고 낯선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파편적 개인들의 사회가 된 이상,
의식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공감의 기회를 가지는 일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사물의 실재를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긴 인상만을 기록하려 한다.
스탕달에게 있어 사건이란 그 자체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영혼을 자극할 때에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155. 슈테판 츠바이크, 차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중)

모든 세부를 다 적을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영혼이 짙은 감동에 젖었을 때,
그 감동을 전해주려 언어를 풀어 내는 일이 '사건'이 된다는 것이리라.
자신의 진한 인상을 담아, 사물을 실재에 가깝게 표현하고 묘사하려는 일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게 되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법한 글을 만났다.
은희경의 트위터에 있던 재치있는 글 한 줄.

'그러지 말았어야지'에서 주로 배운다.
'그렇게 하는 거구나'에서 배우면 좋을 텐데.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겨먹은 걸.
'또 그럴 수도 있다니!'에서 배우지나 말아야지.(219)

인간은 늘 부족한 존재란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공부해서 습득하면 좋으련만,
늘 잘못된 일을 겪고나서 후회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그렇지만 스스로 어리석은 것을 인정하면서 살아야한다.
다만, 한번 저지른 실수를 또 저지르지나 않고 겨우 살았으면 하고 바랄 뿐.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루어지는 확률이 극히 낮다~는 말이렷다.
인간은 세상의 참으로 많은 경험들을 전수받는 기회를 가진 동물인데,
그것에서 배우지는 못하는 존재다.
그런데, 더욱 어리석은 것은, 그 잘못을 반복해서 자꾸 저지르는 것.

시나 소설을 쓰는 이라면,
아니면 책을 집피하는 이라면, 적어도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이 책을 교과서삼아,
특히 3년~5년 동안 정진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를 얻게 되도록... 애써보는 일도 힘겹지만 보람있는 일일게다.

사는 일 역시 그렇다.
정진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 세상에 하나도 없다.

 

172. 한자가 하나 틀렸다. 주식(柱式)...은 기둥의 예술 양식... 같을 때 쓴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하는, 일본어 가부시키... 영어로 stock을 가리키는 한자는 株式이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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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01-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구입해 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햇는데...글샘님의 리뷰를 읽고나니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늘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어요~

글샘 2013-01-24 13:00   좋아요 0 | URL
첨 뵙는 거 같네요. ^^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구체적으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어서 읽어 보세요. ^^
 
빈티지 팩토리
안지훈 지음 / 학고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빈티지...  포도 수확한 정평 있는 양조원에서 만들어, 포도 생산 연도 라벨 명시한 포도주, 오래됨... ~년식

              오래되어 값어치 있는...

 

빈티지...라는 말이 패션계에서 많이 쓰인다.

낡고 오래돼 보이지만, 제법 가치있는 물건을 일컫는 용어같은데...

외국어가 이처럼 들어와 의미가 변질되어 가면서 쓰이는 경우 이해가 금세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들을 늘어놓는데...

원래 명품이어서 '골동'이 된 것도 있고 - 버버리 코트나 몽블랑 만년필처럼...

싸게 구입했지만, 알고 보면 무척이나 유서 깊은 물건도 있다.

주로 유럽이나 일본 등지의 벼룩시장 같은 데서 구매한 것들이다.

 

품격있어 보이는 물건을 두고 감상에 젖는 취향이야 예전부터 가진이들이 누려왔던 호사지만,

그런 것들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아버지가 무역업에 종사하였거나, 가족력이 외국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풍요를 기억하는 정도의 삶이라야,

그런 취향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친근감이나 호기심보다는 억하심정(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러하는지 없음 이르는 .)으로 밸이 꼴리며 읽게 된다.

 

이런 분야는 책보다는 작가의 홈페이지 같은 곳이 더 적합한 공간으로 보인다.

 

작가의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팩토리 홈피 주소

 

www.scandinavianvin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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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3-01-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티지가 '오래되어 가치있는' 이란 의미를 갖는다면,
집이 넓지도 않고, 골동품에도 그닥 관심이 앖는 나지만,
사람이라도,
나이들어가면서 더 멋진, 가치가 있는 사람이, 빈티지 인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마립간 2013-01-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목이 있다면 아버지, 집안의 배경을 접어줄 수 있지만, 안목이 빠졌다면 사치와 허영만이 남죠. ; 배경이 안목을 주었다면... 저는 우선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글샘 2013-01-10 08:13   좋아요 0 | URL
안목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구요. ^^
좀 눈꼴시단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1-10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잘 안 팔리는 시대라고들 하는데요, 이런 책은 용케도 나오네요. 물론, 읽어보지 않고 하는 말이니 공평하지는 않습니다만, 글샘님의 평을 보니, 앞으로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글샘 2013-01-10 08:24   좋아요 0 | URL
빈티지라는 게... 진품명품처럼...
무명의 공장이 만들었더라도 인정받는 수준이어야는데,
외국 물건 죽 늘어놔서... 좀 그렇더군요.
 
[안녕, 다정한 사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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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상큼,

은희경이란 작가도 눈길을 끈다.

이렇게 인연이 닿았던 책을 만나면 폭 빠져들고 마는데...

이 책을 읽고난 소감은...

맛있는 케익인 줄 알고 베어문 것이,

톱밥이라도 된 양, 낯선 이물감으로 가득한 재료였을 때...

그렇다고 뱉을 순 없는...

간간이 건포도나 파인애플같은 상큼한 식재료만 입맛다시게 할 뿐...

그런 아쉬움...

이 책을 위해 쓰러진 나무에 대한 미안감...

 

열 명의 예술가를 열 개의 도시로 파견하기로 한 기획은 깔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정식 작가가 아닐 때,

글의 품질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고,

여행의 방향자체가 지나치게 갈라져버릴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

우려대로 책이 엇나갔을 것이다.

아쉽다. 글을 좀더 정제하도록 대담 형식으로 적었어도 괜찮았을 듯 싶고,

이야기 나눈 것을 바탕으로 두어 사람이 가필했어도 멋있었을 듯 싶은데...

작가 열 명의 프로필을 봐도... 너무 따로 논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 이런 게 이 책과 어울리지 않으면 빼도 좋지 않을까?

그것도 두 명이나...

 

이 책을 넘기면서 참 부러웠던 것...

 

 

 

 

 

 

 

 

 

이런 모래밭에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이 사람들...

그들에게 뭔가를 읽는 일은 일상이었을 텐데... 반갑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도 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 안에서, 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뜻밖의 나와 맞닥뜨리는 것이다.(42)

 

은희경의 이런 여행담은 익숙하지만 새롭다.

 

퍼즐이란 무엇인가?

다 제자리에 들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59)

롱샷으로 보는 세상은 희극이고, 클로즈업으로 보는 세상은 비극.(66)

 

역시 영화감독답게 이명세 감독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91)

 

여행을 업으로 삼듯 떠돌아다니는 이병률의 이야기답다.

바람, 은 금세 스쳐지나가는 것이다. 가볍다.

여행은, 지나간다. 가볍게...

그래서 다들... 여행하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많은 생각을 하지만,

가볍게 찍고 가볍게 들었던 생각들을 책으로 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이었던 셈.

 

뉴칼레도니아에 간 박칼린.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203)

그리고 돌아왔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그 아름다운 곳으로부터 멀리 있다는 게.(222)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누추한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살지만,

꿈처럼 환상적인 곳을 구경하고 와서, 그 먼 곳을 상상하며, 반추하며 살게 되는 힘을 얻는 일,

그게 여행이니 말이다.

 

 

거의 매일밤 어딘가에 가서 공연을 봤다.(265)

 

런던으로 튄 장기하,

날마다 '에일'이라고 하는 외계인 비슷한 이름의 맥주를 마시러,

혼자 낮술 5차도 자행하며 다니지만, 밤이면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러 갔단다.

내가 정말 좋은 기회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는데,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이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지 못하고 온 것이다.

물론, 뮤지컬을 보고 올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함께 간 이들이 노땅들이어서 의기투합 할 수 없었던 아쉬움도 남지만...

이왕 튄 김에 더 튀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이 낮은 것은,

이 책을 서평단 도서로 받아 읽었기 때문에 별 하나는 더 깎았다.

나는 어쩌면 별을 잘 주는 사기꾼 비슷한 서평꾼이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한테 속아서 책 한 권 더 사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래서, 서평단 도서는 별 하나는 깎아야 공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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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1-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글이 보이는군요.
이병률이 손을 봤더라도 좋았을텐데요.
그럼에도 이 책이 마구마구 땡겨요. ㅋ
맞다. 신간평가단 신청해야지^^

글샘 2013-01-16 10:35   좋아요 0 | URL
이제 시간 좀 나시겠네요. ^^
이 책은 도서관에 신청해 보시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