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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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날마다 길거리에서 최루 가스 냄새를 가득 묻혀오곤 했을 때 체 게바라를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교수대로부터의 레포트'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같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죽음과 혁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과대망상에 휩싸여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불행하다고 여기던 때였다. 길거리의 최루가스에는 혁명의 냄새가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은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체 게바라를 평가한 말들은 무진장 많다.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사르트르)'이란 평가가 가장 유명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타임지에서는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정신이고, 라울은 혁명을 위한 단검이고, 게바라는 두뇌이다. 그는 이 삼두마차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여자들을 홀리기에 딱 좋은 우수가 묻어나는 미소를 입꼬리에 흘리면서 체 게바라는 냉정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쿠바를 이끌고 있다. 놀라운 능력과 지성, 그리고 세련된 유머로서." 라고 평가한다. 미국놈들 입장에서 잘도 보고 있다.

그의 가장 훌륭한 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고인이 된 그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그는 무척이나 대담한 사람이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순간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해내곤 했다. ... 그는 순결하고, 용감하고, 모든 것에 초연하고, 욕심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간이었다. 체의 삶을 그를 맹렬하게 반대하는 이념상의 적까지도 감명을 받고 찬사를 할 정도로 위대했다. 그의 죽음은 이 시대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평가는 "에르네스토는 진실에 열광적이었다. 진실은 그의 환상이었다. 전투할 때는 냉정했고, 혁명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는 굽힐 줄 몰랐던 만큼 그 아이는 더할 나위없이 부드럽고 유머가 넘치는 아이"였다고 이어진다. 그에 대한 평가들은 일관되면서도 이상적인 인간상을 부조로 빚고있단 생각이 들게 한다.

미국 놈들이 쿠바에 행한 짓거리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
"만약 거기에 미사일이 없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면 대결할 생각"이란 말은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라크에 부시가 했던 말의 복사판 아닌가?

이 책을 조금씩 읽던 중에, 체 게바라 자서전을 만나서 먼저 읽었다. 그 책은 훨씬 내용은 빈약하지만, 체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총에 맞는 순간, 잭 런던의 책에서 읽었던 <가장 멋지게 죽는 방법>이 떠오를 만큼, 그는 독서광이었다. 그리고 늘 고결한 죽음을 생각했으리라. 시인의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천식이란 결정적인 병을 품은 이였지만, 의지로 이겨내고야 말았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도 있는데, 지독한 인종이다.

마오 쩌뚱이 홍군이 위대한 장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엄격한 규율이었듯, 그의 성품도 깨끗하고 특권을 누리려 하지 않았다. 늘 소탈하면서도 유머를 지닌 사람, 그러면서도 항상 옳은 길을 이마의 별처럼 지향했던 사람. 그의 이전 역사에서 '게릴라'란 강력한 정규 군대에 대항하는 소수 과격파만을 일컬었지만, 비로소 체에 와서는 <압제자에 대항하는 전체 민중의 싸움>이라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관점을 획득하게 된다.  위대한 인물은 르네상스적인 통찰력을 가졌다는 말은 헛된 말이 아니다. 그를 읽읽는 일은 사르트르의 헌사가 헛된 것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이 계발되어 있으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그는 스스로 '해방자'임을 부정한다. '해방자들'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민중을 해방시키는 건 그들 자신이라고 강조한다.(434) 그는 진정한 혁명가였기에 '인간이 권력의 자비에 매달려 사는 사회가 아니라, 공적인 생활의 중심에 있게 되는 사회' 건설을 꿈꾸었고, 그래서 '테러리즘은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결정된 혁명 운동에 대해 반감을 품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형식'(709)으로 확신을 표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게오르그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앞머리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영달과 권세라, 정말 지겨운 것들이오!"하는 말을 툭 던지고는 다시 총을 잡고 아프리카의 콩고로 건너간다. 베네룩스 삼국이라는 벨기에란 작은 나라가 아직도 엄청 잘 사는 이유는 콩고 공화국 같은 나라를 착취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 시기에도 벨기에의 수탈은 극에 달했고 체는 아프리카의 동포들과 함께 했다. 다시 그는 남미의 볼리비아 정글로 뛰어들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게 된 채 살해 당하고 마는 운명에 처한다.

그는 쿠바에서 고위 관료로 재직하던 당시 세계의 공산주의 국가들과 약소국들을 많이 순방하게 되는데, 사다트, 티토, 마오쩌뚱과 같은 인물들로부터 많은 시사를 얻어 각국의 혁명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소련과 동부 유럽 정권들의 부패>를 목도한 그는 '사회주의 진영의 열세'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사회주의 국가의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고 총을 들고 영원한 게릴라의 별로 산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분노하지 않는 민족은 야수같은 적에게 승리할 수 없다.(586)'는 말에서 그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란 이념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 공동의 적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체는 '인간은 태양을 향해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은 인간을 불타오르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 준다. 고개를 숙인다면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라는 신념과 용기를 우리 머리 위에 뚜렷한 <별>로 각인시킨, 단순한 게릴라의 경지를 넘어선 또 한 사람의 성자라고 생각한다.

역자가 마지막에 기록한 체의 한마디는 그 <별>을 잊지않도록 하는 경구의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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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1-26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아기를 책장 근처에 안고 있으면 아기의 손이 저 책으로 갑니다....혹시 게릴라가 되는 건 아닌지..^^ 아마 책 표지가 붉은 빛이어서 그렇겠지요.
저는 오늘 의령에 다녀와야 합니다.날씨가 춥다는데.. 눈은 안왔으면 좋겠당..평화로운 하루보내시길...

글샘 2007-01-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시민으로서의 게릴라의 관점을 가진다면 나쁠 것도 없겠지요.^^ 표지가 정말 강렬하지 않나요? 완존 빨갱이^^
아, 의령까지 다녀 오시는군요. 눈이 내리지 말라고 할게요. ㅋ
님도 평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07-01-2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에 누워있는 저 책을 다시 꺼내 봅니다. 사르트르도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란 극찬을 했군요. 마지막 말, 다시 보게 됩니다.

향기로운 2007-01-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흠... 지금도 읽을게 넘 많은데..^^;; 우선 제 페이퍼에 담아갈게요^^

글샘 2007-01-2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제 책꽂이엔 옛날 책만 가득합니다. 요즘에 책 안 산지 오래 됐어요. ^^ 가끔 정말 보고 싶은 책만 사고 다 빌려 보죠. 체는 참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향기로운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게릴라가 되어야겠죠. 평생을 싸워야 할 것 같네요. ^^

달팽이 2007-01-2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게바라 사망 40주년이 되는 해이군요..
제작년인가 체게바라 기념 음반이 나왔잖아요...
카스트로의 식사로 시작되는 앨범에 어찌나 유장함이 흐르던지요..
그리고 언젠가 체의 행로를 하이킹하는 여행상품이 나와서
한번 가보고 싶었었죠..
이젠 책꽃이 한 모퉁이에서 잘 쉬고 있군요..

글샘 2007-01-27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주기가 맞는 말이죠. 기념할 때 ~주년을 쓰니깐. ^^
체 게바라의 삶의 향내를 맡노라면 그 투박한 흙냄새에 머리가 어찔 합니다.
책에 밑줄 긋고 싶은 데가 너무도 많아서, 빌려온 책이라 손이 근질거려서 혼났답니다.^^
 
미국민중사 2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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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럽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부러웠던 것은, 민중이 중심된 역사서를 펼칠 수 있는 학문적 자유에 관한 것이었고, 아쉬움은 한국에 이런 역사서가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납북 작가들의 작품이 해금되었고, 이 기회에 북한에서 제작한 문화사, 역사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보았던 북녘의 역사책들은 또다른 편향의 하나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어쩜 그렇게 양쪽이 똑같은 모양새로 못난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남쪽의 역사서가 지나치게 왕조 중심 서술이라면, 북쪽의 역사서는 왕조 폄하 서술에 불과했던 것 같다.

미국의 역사야 200년 남짓이니 기록으로 남은 것들도 많이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 끝도 모를 역사의 시원을 가지고 있으며, 기록이 남은 삼국 시대의 역사부터 치더라도 천오백 년 이상이 되었고, 지금 남은 자료들은 대개 왕조 사관으로 기록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나마 7차 교육과정에 들어서면서 한국근현대사란 선택과목이 개설되기도 했지만, 국사 교육의 강조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국사>책을 <근현대사>책과 위치바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역사는 모두가 근현대사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사라고 하면 단군부터 시작해서 태고내고(태조왕,고이왕,내물왕, 고대국가) 소침눌불(소수림왕,침류왕,눌지왕, 불교전래)... 뭐, 이런 완존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버린 친일 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정희 욕하는 국사책은 아직도 멀었고, 김대중 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공과를 기록하기엔 아직도 미약한 듯 하다.

2권을 붙들고 씨름한 것이 한달 쯤 되는 것 같다. 노트에 필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하루에 한 챕터 정도 읽으려 했지만 더 재밌는 책에 밀리고 밀리고... 도서관에 대출하러 갈 때마다, 몇 달 전에 빌린 이 책이 맨 위에 떡하니 찍혀 있어 좀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충 읽고 가져다 주기엔 아까운 책이어서 야금야금 읽다가 마침내 오늘 부시를 쫑쳐버렸다.

멋진 책에 멋진 후기가 없을 수 없는 법. 하워드 진은 말미에 붙인 후기에서 이렇게 쓴다.
한 세기에서 다음 세기로, 한 천년에서 다음 천년으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역사 자체가 달력처럼 극적으로 변화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역사는 화려하게 통일되어 있는 한쪽과, 초라하지만 고무되어 있는 다른 한쪽의 세력이 경쟁하는 가운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여기 끊임없는 끔찍한 일들로 얼룩진 과거가 있다. 폭력, 전쟁, 생김새나 피부색, 이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 소수에 의한 전 세계 부의 독점, 거짓말쟁이와 살인자들의 수중에 놓인 정치 권력, 학교 대신 감옥을 짓는 현실, 언론과 문화 저반의 타락, 이런 과거를 보면서 사람들은 쉽게 낙담하게 마련인데, 특히 신문과 텔레비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과거가 온통 이런 것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표면적인 순종의 이면에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변화 역시 존재한다.... 아,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계급의 이념에 충실한 역사책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던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통해 인혁당 사건이 고문으로 인한 조작이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을 향해 무죄라는 말이 당키나 한 것일까? 법복을 입은 판사들이 그들의 묘소에 뒤늦게나마 참회의 술잔이라도 바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은 한 사람에 대해 '집행 유예' 판결을 내렸다. 사형 집행은 그렇게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는데, 32년이 지난 이제서야 집행을 유예하는 법을 도대체 어디서 배웠단 말인지... 인혁당 사건은 한일 회담 반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조작된 역사란 것을 세계가 알고 있는데, 한국 사회만 이제서야 밝히면서 그렇게 부끄럽게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부끄럽기만 하다.

세계대전의 시작으로 여는 이 책에서는 <세계를 착취하는 자가 이제 국가, 즉 단합된 자본과 노동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 국가>임을 분명히 한다. 그 중심에 선 미국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였다. 1861년 남북전쟁을 초래한 원인이 400만 노예제가 아니었듯이, 2차세계대전에 뛰어든 이유도 유태인에 대한 히틀러의 공격이 아닌 진주만 기습이었다. 자국의 <국익>을 위한 철면피같은 행위는 이 책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 책의 109쪽에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영,미는 국제 환시세를 조정하기 위해 IMF, IBRD를 설립한다. 이미 미국 정부는 전후의 경제 원조까지를 계산한 것'이란 구절이 나온다. 끔찍하다.

흑인, 원주민, 노동자, 약소국의 국민, 특히 유색인종은 무조건적인 탄압의 대상이었다.

트루먼이 "세계는 최초의 원폭이 군사기지인 히로시마에... 가능한한 민간인의 살상을 피하고자...' 하고 거짓을 말했지만, 미전략 폭격조사단의 공식보고서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목표물로 선정된 이유는 경제 활동과 인구가 집중된 도시이기 때문"이란 명백한 기록이 진실을 밝힌다.

그들이 국제 기금으로 지원하는 '원조'의 대부분은 약소국의 인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익 독재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고 혁명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테칼라, 레바논,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숱한 국가들과 한국등에서 잘 드러나듯이.

176페이지에 실린 흑인들의 '앉아있기 운동'에서 조롱당하는 시위대에게 오물을 퍼붓는 인간들을 보노라면, 아,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인가... 슬픔이 우러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약과다.

사진으로도 실릴 수 없었던 한국 전쟁, 한국 전쟁은 그 규모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전쟁으로 이 책에서도 별로 기록이 없다. 미국에서 반전 운동도 그닥 없었다. 베트남 전쟁은 그 피해나 반전의 규모에서 널리 알려진 전쟁이다.  거대 기업과 고위 정치가들의 결탁에 대한 고발로서의 역사. 그것이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역사, 소수자들의 삶에서 바라본 역사라고 할 것이다.

인민의 친구이자 평화주의자연하던 카터도 백만장자인 땅콩재배자였으며 각종 전쟁의 옹호자였고, 우너조를 반대한 인물이었다. 그 잘못된 시각을 교정시켜줄 반례들은 이 책에 수두룩 빽빽 하다.

레이건과 조지부시(父)의 당선은 카터의 희미한 자유주의를 불식시키고 형편없는 국가 정책으로 일관한다. 복지의 삭감과 국방 증대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오로지 석유에만 관심을 쏟는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방어'의 명목으로 국방예산은 늘어만 갔으며, 각국의 민중들은 미제 소총, 미제 폭탄으로 멸종되어 갔다. 조지부시는 파나마와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한다. 미국에는 2만개나 있는 핵폭탄을 이라크가 소지했을 지도 모른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레이저 유도폭탄이 군사 목표물만을 완벽하게 조준, 폭격한다는 확신에 찬 발언과 텔레비전의 친절한 레이저 쇼를 통하여 국민들을 속인다. 무식한 언론은 비판없이 그대로 방송하고, 한국의 청소년들의 1991년 당시 최고 희망 직종은 <동시 통역사>였다. 그 결과 2001년 9.11 테러 직후 한국의 동시 통역 수준은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의 40% 이상이 빗나간 폭탄으로 수천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걸프전 이후 부시는 "베트남의 유령은 이제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 영원히 묻혔"다고 거짓을 말했다. 그 아들 녀석이 그 유령을 다시 쫓게 된 것은 그 집안이 귀신에 씌인 집안이란 증거가 되었다. 미국이 전쟁을 벌이며 지키려는 '미국인이 생활방식'이란 미국인들이 전 세계 석유의 25~30%를 소비할 권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니 암담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반란을 과소평가하고, 정치가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여 시민들의 무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국사'책도 그러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기 감축을 거부하는 나라이며,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뢰 제거 협정에 100여국이 서명했지만 미국은 거부하고 있다.(한국도 동류 아닐까?) 한국 전쟁의 트루먼, 베트남 전쟁의 존슨, 걸프전의 부시, 소말리아, 코소보 사태의 클린턴 등은 외교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때에 군사적 해결을 선택한 탁월한 지도자들로 기록되고 있다. 참으로 영광스러울 일이다. 이라크의 경우 아동을 위한 의약품, 식료품 지원을 거부하여 "이라크에 대한 제재의 결과 50만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히로시마에서 죽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수지요... 그런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는 건가요?..."란 TV질문에서 올브라이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아주 어려운 선택이지만, 그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521)"라는 짐승만도 못한 대답을 한다. 이것이 미국의 얼굴을 보여주는 뚜렷한 예가 아닐까 싶다.

하워드 진은 민중의 눈으로 본 역사를 서술하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
정치, 노동 현장, 문화 곳곳의 다양한 항의와 저항의 흐름들이 새로운 세기에 하나로 결합되어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스스로 답하는 내용은 이렇다.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우 어떤 예상도 우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가운데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난 역사는 하나의 길잡이를 제공한다고... 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운동을 통해, 교육하고, 조직하고, 선동하고, 파업하고, 보이콧하고, 시위를 벌이고, 권력자들이 필요로 하는 안정을 파괴함으로써 그들을 위협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통해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학교들이 '요코 이야기'를 읽는 대신 이런 좋은 책들을 읽혔으면 좋겠다. 아마 미국의 학교들에서도 이런 책은 억압받지 않으려나? 깨인 교사들은 이런 책을 편집해서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힘들었고, 세계 역사의 '악의 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사탄의 제국사를 읽는 일은 충분히 가슴이 터질 듯했지만, 맥도날드의 나라, 어메리칸 드리밍의 나라의 추악한 역사를 바로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되어 가슴 뿌듯한 책이기도 하다. 하워드 진 선생님께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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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1-2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2월에 읽으려고 책꽂이에 고이 간수해놨어요. 이런 안되는데... ㅠ.ㅠ
좋은 책에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글샘 2007-01-2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요, 이거 진정한 서재의 폐인들입니다. ㅎㅎㅎ 리뷰쓰고 금세 들어와 보면 댓글 달린 이런 일은 제 서재 역사상 처음이랍니다.^^ 2월에 꼭 읽어 보시고 훌륭한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전공자로서의 소감을... (기대기대)

2007-01-25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1-2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는 2009년부터 검인정책으로 바뀝니다.^^ 정말 중요한 책이 국사책인데... 걱정되네요.

향기로운 2007-01-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샘님께 감사드려요^^ 알라딘에선 정말 좋은 책을 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상술(광고)로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를 통해 다듬어진 책소갯글이 제게는 아주 값진 보배같이 여겨지거든요. 배움은 평생할 일이라고 들었는데.. 무덤에 가는 순간까지도 책을 놓지 않고 배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혜덕화 2007-01-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워드진이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쓰신 분 맞죠? 그의 솔직한 글이 좋던데, 읽을 책이 넘 많이 밀려 이 책도 읽어질지 모르겠네요. 일단 보관함에 넣습니다.

글샘 2007-01-2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서재 지인들끼리 사진을 나눠보고 육아 정보도 나누고 하십디다마는, 저는 애도 다 컸고, 혼자서 책이나 보는 공간이라서요. 리뷰 올리고, 지인들 리뷰 읽고 코멘트 달고 하는 게 활동의 거의 다입니다. 요즘 좀 미쳤어요. @ㅂ@
혜덕화님... 맞습니다. 모든 중립이란 건 가진자의 편이란 거죠. 그래서 이런 민중의 시각에서 본 역사책을 쓰신 분입니다. 이책은 두껍긴 엄청 두꺼운데요, 무려 1200쪽. 전혀 어렵진 않아요.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걸 빼면요...

달팽이 2007-01-2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워드 진님의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저 세계모순의 정점에 서있는 미국 사회가 그나마 지탱되는 것은 미국사회가 가진 두 강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사회의 강점을 두 가지로 보면
한가지는 영성과 문화에서 열린 태도로 세계의 것을 받아서 미국화하는 것이요(물론 되파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죠..)(불교도 선센터를 비롯해서...많고 티벳불교, 일본불교 등...또 영성을 전파하는 캔 윌버라든지 닐도날드 니쉬,캔필드 등.. 또 영성에 깨인 의학자들 퀴블로로스, 브라이스 와이스..등)
또 하나는 바로 세계경제의 착취구조와 소비구조의 가장 위에 서 있으면서도 내국인의 경제적 양극화, 인종문제 등의 폭탄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직시하여 고발하고 비판하는 많은 양심적 지식인들이 있다는 것(하워드 진, 에릭 홉스봄, 크리스토퍼 히친스, 노암촘스키, 제레미 리프킨도 모리교수도..)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방학전 빌려두었는데...안가지고 왔군요..
선생님 서평을 보며 학교에 가지러 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글샘 2007-01-2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사회샘 앞에서 이런 책 리뷰를 올렸더니... 앞으로 댓글은 석줄 이하로 달기! 뭐, 이런 규칙이라도 만들어야할 듯, ㅋㅋ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의 글이나 스코트 니어링, 잭 런던의 글을 읽노라면, 워낙 심하게 까는 것이 마치 미국 사람 같지 않죠.
불교 같은 것도 그렇네요. 상업적인 공간으로...
굳이 가지러 가실 필요까지야 -.-;; 나중에 한번 읽어 보시죠. ^^
여느 역사서는 사실을 열거해서 지겨운데, 이 책에선 사례를 많이 들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읽게 되더라구요. 워낙 책이 두꺼워서 오래 읽긴 했지만요. ^^

향기로운 2007-01-2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댓글 석줄 이상하게되면 설마 일주일간 화장실 청소... 시키시는거 아니죠^^;; 그럼 아마도 달팽이님이랑 드팀전님은 일년내내 청소하시게 될걸요^^ㅋㅋ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에 존 그리샴과 로빈 쿡이 있다. 둘다 스릴러 소설을 쓰는 이들인데, 전자는 법과 관련된 소설을, 후자는 의료와 관련된 소설을 쓴다.

그 둘의 공통점을 찾자면 이렇다.

1. 평범한, 그렇지만 똑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들은 보통 커플로 이루어지며, 지극히 평범하다.
2. 평범한 그들에게 우연히 검은 그림자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3. 그들은 평범하기 때문에, 그 실마리에 크게 관심갖지 않지만, 그들은 똑똑해서 의심을 갖고 있다.
4. 우연한 기회에 그들은 사건에 본격적으로 연관된다.
5.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마'는 엄청난 권력, 금력, 폭력, 행정력을 동반하여 평범한 그들을 억압한다.
6.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듯한 '악마'에게 주인공들은 큰 상처를 입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7. 그러나, 아주 우연한 계기로 '악마'의 본질을 직시하고, 정의의 사도를 만나 악마를 퇴치한다.
8.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감하면서 ending...

한학수 PD는 딱 이 주인공이다. 애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CP인 최승호와 조연출 김보슬이 커플로 활약한다.
그는 87학번답게 길바닥에서 데모하면서 대학 시절을 보냈을 것이고, 학생회 활동을 했으면 주사파의 영향도 좀 받았던 순박한 청년이었을 것이다. 좀 똑똑해서 언론사 시험에 합격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겠지만, 그저 그런 일에 재미를 붙인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어느 날 제보자가 나타나고... 소설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고, 추리 소설이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염려는 없다. 국민들이 이 소설의 결말을 이미 다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밤을 새워 이 소설 아닌 소설을(소설보다 정말 재미있다.) 읽으면서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그 예감은 이 소설의 속편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한 것이란 걸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가 권력과, 금전력과, 인맥 관계 등은 스릴러 소설이 등장하기 아주 적합한 환경이다. 삶 그 자체가 온통 스릴러다. 운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릴러 속의 인물이고, 붉은 악마로 변할 수 있는 파시스트 애국자의 피로 들끓는 나라다.

황우석이 연구는 안 하고 빨간 넥타이에 번드레한 헤어 스탈로 꼴깝을 떨 적에, 언론들은 왜 그가 사기꾼임을 몰랐을까? 매판 언론은 돈냄새만 맡을 뿐, 구린내에는 선택적 코막힘이라도 걸리는 걸까?

나는 황우석이 쌩쑈를 하고 서울대, 엠비씨가 조사를 하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갈 때, 아니 그 전부터 황우석이란 인물의 쇼맨십에서 그가 진실한 사람도, 과학자의 양심을 걸 사람도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고친다는 그의 말은 황탄하기도 그지없는 상식이었던 것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한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이 IT 강국이었기에 과학자들의 기여로 한피디가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과학도들의 상식적인 문제 제기는 권력을 이기는 들풀이 되었던 것이다. 감자캐는 익명의 제보자, 어나니무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런 이들이 한국의 힘이고 미래다. 황우석들의 권력자는 적이요, 악마일 따름이고.

한국 사회에선 어느 곳에서도 이런 일들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노무현의 청와대도, 황우석도, 조선일보도 반성문 제출하지 않고 쌩까고 있는 현실에서,
황우석이가 다시 연구를 재개하고 있다는 말에, 난치병 환자들이 또다시 상처입을가 두렵다.

아, 자기를 버리고, 공을 버리고, 이름을 버리라는 큰 공부를 하지 않은 자들이 '지식 권력'을 지니게 되면 그 일이 얼마나 재앙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지식 산업 사회에서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비루한 지식 권력의 추악함이 '功'과 '명예'에 가려질 확률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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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s678 2007-01-1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황우석 박사가 연구재개했다는 뉴스추척 보면서 전 "저 사람 할 일이 저거밖에 없을 텐데, 할 수 있으면 연구 시작해야지."하고 생각했어요. 제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명예욕에 휘둘리거나 정치적 권력게임에 끼어들지 않고 황우석이 순수한 학자로 돌아가 준다면 좋겠어요.

글샘 2007-01-1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우석이 진정한 연구자라면, 후배들에게 그짓을 해선 안되는거 아닐까 해요.
계속 없는 핑계 만들어 대면서, 아이들까지 언론 앞에 죽 세우고... 입원하고, 도망가고... 쌩쑈만 했잖아요. 완전 구속수사 감인데... 그 사람이 소, 돼지 등 다루는 손재주 좋다는 건 여럿이 인정하나 보더라구요. 그럼, 소나 잡아야지, 엉뚱하게 사람을 잡는다거나 유전자 조작소를 만들어 놓는다거나 하면 안 되죠. 무엇보다, 과학자가 과학을 거짓말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3
노암 촘스키 지음, 이종인 옮김, 장봉군 그림 / 시대의창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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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는 대학 시절 언어학 배우던 시간에 많이 들었다. 변형생성문법인지 뭔지 해서, 복잡한 문법을 설명하는 언어학자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촘스키기 어마어마한 운동 선수란 것이었다.

그런데, 촘스키의 글들을 만나 보면, 쉽지 않다. 글이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증거를 많이 들이대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논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거다.

이번에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란 제목으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원 제목은 UNDERSTANDING POWER, The indispensable Chomsky이다. <권력의 이해, 꼭필요한 사람 촘스키...> 뭐, 이런 뜻인가 보다.

그 1권에는 여론 조작, 가난해지는 세계, 미국의 신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낸다.
하워드 진과 촘스키같은 지식인이 바라본 그들의 조국,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비겁한 깡패 국가다. 그런 나라에 살면서 그들이 하는 일은 '베일'을 벗기고, 깡패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첫 장이, 미국의 제도적인 '베일' 작전이다. 모든 전쟁의 축에 서는 나라, 미국.
그들은 그들의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주지 않는다. 그놈들의 정부 비밀이란 것은 대부분 국가 안보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한다. '비밀'이란 국민에게 <사태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말자>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둘째 장, 점점 더 가난해지는 세계를 말하다... 에서 촘스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은 모든 전쟁에서 <공격>하지 않는단다. <공격>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모든 문건에는 <방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공격은 <방어>가 되는 것인지... 그런 수사는 나머지 별 생각없이 듣는 사람을 세뇌시키리라. 미국은 <방어>를 위한 나라라고... 미사일 방어 계획인지 뭔지 하는 MD 같은 것도 알고 보면 미사일 공격 계획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보수든, 우파든 가리지 않고 <과격한> 사람으로 분류한단다.

가난한 제3 세계에 대한 미국의 주안점은 민족주의적 정부의 등장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낮은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정부는 <곤란>하다고 미국 고위층의 문서에서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제국의 사회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돈으로 부자들에게 뒷돈을 대주는 형태. 징헌 것들.

제3장, 미국의 신제국주의에서는 미국의 불법적 전쟁 모습을 폭로한다. 이미 폭로된 것들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지만, 미국이란 국가의 본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는 군산 복합체란 것이다. 제국은 날마다 '전쟁'을 먹고 사는 불가사리다. 미국의 '방위'를 위한 계획들은 모두 하이테크 산업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고, 펜타곤이 그 중심에 서는 <전쟁 기업 국가>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천만 다행 머나먼 거리에 있기에 망정이지, 니카라과처럼 가까운 중부 아메리카에 있었다가는 이미 거지꼴이 되었을 것이다.

촘스키는 이 책 곳곳에서 한국을 미국의 <종속국>으로 묘사한다. 옳긴 하지만 참으로 씁쓸하다. 일본 놈들의 제국주의가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를 보면, 참으로 서구 중심의 생각은 남들을 웃기게 보는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한다. 옮긴이도 한참을 주를 붙여 두었지만, 읽고 나서도 몹시 씁쓸하다.

미국은 아직도 베트남에서 이기고 있었다. 베트남은 발전의 모델이 아니라 파괴의 모델이니까. 월드 푸드 프로그램이 베트남에 댐 건설을 지원하려 하지 못하게 막았고 봉쇄에 성공했다. 정말 치밀한 놈들이다.

이런 전쟁에 <당신은 종종 그 세상에 개입하고 - 마땅히 개입해야 합니다.- 그것을 바꾸려 하게 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당신은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나중에 3권에서 이야기할 민중 운동의 측면을 말한 것이다.

이런 세계적인 석학이지만, 촘스키는 매일 좌절한다고 한다. 운동하는 사람치고 매일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는 비관론 따위는 아예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4장에서 미국은 전쟁을 일으키고 '민족주의' 정부를 몰락시키기 위하여 온갖 썩어빠진 반군과 반민족 세력에 돈, 물자, 군수품, 군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중부 아메리카에서도 그랬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가 그들의 건빵을 맛나게 받아 쳐먹은 놈들이다.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가 집권하고 있을 때, 차모로(미국편)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경제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고, 결국 민족주의 정부는 쓰러진다. 사탄이 존재한다면, 바로 미국 정부가 하는 짓거리가 사탄의 짓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해설한 부분은 참으로 씁쓸하다. 질문하는 미국인들도 모르는 사실을 계속 이야기하는 촘스키를 미국은 얼마나 미워할까? 닉슨은 <미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눈밖에 나서 그런 쇼를 겪은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레이건이 8년간 프롬프터를 읽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면, 세상은 참으로 허황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촘스키라는 이름, MIT의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강연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에, 자기가 언어학 교수여서 발언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한다. 혁명은 '전위부대'에 의해 수행된다는 레닌이즘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무식해. 그러니까 나는 빠지고 똑똑한 친구더러 알아서 해달라고 해야지.'하게 만드는 것이 소위 <직위>를 붙인 박사들의 분석인 것이다. 거기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누군가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면, '나, 저 친구 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하고 말해야 한단다.

결국 운동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사회적 변화를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 똑똑한 한 사람이 아니라, 꼿꼿한 한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해도,
바닷물에 소금 타기라고 해도,
자기 몸을 닦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학 大學>을 배운 큰 배움을 닦은 사람이 할 일일 것이다.

그의 낙관론을 듣자니, 그람시의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하는 말이 울리는 듯하다.
그람시가 살았다던 밀라노 거리의 건조한 공기를 마시면서도 그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생각했다는데, 전쟁의 화약 냄새 가득한 21세기의 지구별에는 단 하나의 헤게모니 국가가 행패를 부리고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늘 다시 이라크에 파병을 하겠다는 미국의 발언을 들으면서, 이익이 있는 곳에는 끝없는 집착을 보이는 사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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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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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을 읽던 중에 우연히 체 게바라 자서전을 곁들여 읽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자서전을 썼을 리 없는 체의 삶을 돌아보게 해 준 책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자서전이란 제목은 좀 상업적 냄새가 짙다.

이 책에서 체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의 인격의 향기와 은은한 시가 냄새가 뭍어 나는 편지들, 일화들도 재미있다.

목격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체 게바라. 그는 시인으로서, 사진가로서도 당당한 한 사람 몫을 해 낼 정도의 예술적 열정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어느 나라의 고통도 내 것으로 느끼며, 세계 어느 곳, 어떤 나라의 고통도 마찬가지로 느낀다던 낙관적 혁명가 체.

적당한 자기 중심주의는 노골적이고 줏대없는 개인주의임을 당당하게 어머니 앞에서 밝히던 그 밝은 얼굴은 미제국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어 사라졌지만, IMF의 본질은 <외부의 자본>이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것을 통제하도록 하는 기능이 그것이라는 선지자적 시각을 읽을 때, 그의 해박한 관점에 새삼 놀라게 한다.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이끌었던 50년 전의 사람. 그의 책읽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스캐너로 읽었다. 나무 위에서, 나뭇짐에 앉아서, 전투중에도 피곤함을 이기고 괴테를 읽는 그의 모습은 담배를 물고 미간을 조금 찡그린 사진만큼이나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는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로 조각하기에는 너무도 따뜻했던 인물.
우리의 것으로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위대했던 인물.
가장 위대한 아르헨티나인이었던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아마도 가장 참다운 세계 시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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