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
이명희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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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사회나 그 나름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있을 거지만...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은 숱한 '질곡'을 예상하게 한다.

그 질곡을 벗어남은 '미친년'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룰 수 있는 것일까?

'미친 년'과 '미친년'은 띄어쓰기 한 칸 차이지만 상당히 다르다.
띄어쓰면 이 책에서 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여성을 일컬을 수도 있으나,
붙여서 쓰면 한국 사회에서 볼것도 없이 무시하는 '병신, 머저리...'류의 욕설의 하나가 되어버린다.

이 사회에선 남자라고 그 질곡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기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그냥 부유하듯 살게 하는 나라...

행방불명된 자기를 찾기 위해서는 누구나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으면, 그 경지에 미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남들처럼 자동차를 늘리고, 아파트 평수를 늘려야...
그리고 진급에 목을 드리우고 날 잡아 잡수 하고 살아야...
그게 삶인가?

그게 오히려 더 미친 거 아닐까?

이 책의 미친 년 프로젝트는 참 통쾌하고 속시원한 의도가 드러난다.

그렇지만... 이상이 크다고 책이 좋지는 않은 법.

인터뷰어가 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명희씨. 내공 좀 더 길러서 더 좋은 책 내 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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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8-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두 관심있었던 책인데 일단 보관함으로~ ^^

글샘 2007-08-0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잘 쓴 책 같진 않아요.
프로젝트가 좋았긴 한데...
 
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미다스 휴먼북스 3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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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두껍고 길다. 그리고... 지루하다.

내가 알던 헬렌 켈러는 어려서 앓고난 뒤, 삼중고에 시달리다가 애니 설리반 선생님을 만난 후, 글도 배우고, 세상을 향해 눈을 떴다는 이야기가 다였다.

그러던 중 ebs 지식 채널에서 '미국의 우상 2007-05-07' 이란 필름을 보고 이 책을 찾은 것이다.

... 오랜 동안 여러 개들을 계속 길러온 까닭은 개들이 티없이 천진하기 때문이다. 개들은 대개 내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는 걸 금방 알아챈다. 내가 다가가면 개들은 몸을 일으켜서 내가 비틀거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가 말하지 않았지만... 이 말 속엔 인간이 개보다 못하단 말을 하려던 게 아닐까?
인간들은 상대가 장애란 걸 알면, 도와주긴커녕 얕잡아보고 짓밟지 않는가...

헬렌의 선생님이자 삶의 동반자였던 애니 설리반에 대해서도 이 책에선 상당히 비판적이다.

너무 시시콜콜해서 지겨운 때도 많았지만,
인간의 장애란 신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사고 체계에까지 이르는 것임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는 비록 두 눈이 멀었을 망정, 히로시마의 폭격을 마음아파할 줄 아는 가슴을 가지고 있었으며,
장애인들을 멸시하는 사회를 꾸짖을 줄 아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 이였다.

옳은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전쟁과 핵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의 욕심은 늘 옳은 정신보다 앞서서 사고를 저지르는 것이 슬픈 일임을 그의 글에서 읽는다.

헬렌 켈러를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말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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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제된 천사 이미지를 벗어난 헬렌켈러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2009-04-16 16:08 
    도로시 허먼의 평전 대부분의 어린이용 위인전처럼 헬렌 켈러 역시 위인전에서 장애를 이겨내고 인간적 승리를 거둔 여성이자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 천사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 ‘천사’라는 박제된 이미지와 판에 박힌 서사를 걷어내고 난 후의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헬렌이 정말 ‘천사’같은 성품만을 지니고 있었을까? 평생 예외적인 장애인으로써 관찰 당하면서 살아야 했을 텐데 억하심..
 
 
순오기 2007-08-06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성인을 위한 책인가요? 보물창고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루이 브라이-점자로 세상을 열다'라는 초등 저학년 책을 읽었는데, 점자로 세상과 소통하게 한 루이 브라이를 극찬하는 헬렌의 말이 실렸죠. 님의 글 읽으니 이 책 읽어보고 싶군요.

글샘 2007-08-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이 브라이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좀 긴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좀 지루해요...
 
노근리 이야기 1부 - 그 여름날의 기억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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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No Gun Ri 영어로 이렇게 쓴다.

gun은 '총' 아닌가. 총을 반대하는 마을에서 일어났던 '총격'은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던가...

이 사건은 양민 학살이 아니다. 학살은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서 폭탄을 퍼붓거나 총으로 한꺼번에 싸그리 죽여버리는 행위다. 차라리 학살이었으면 노근리처럼 울음 소리로 가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양민임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분명한데, 그들을 토끼몰이하듯 몰아 놓고 기총 소사, 폭격 등으로 죽게 만든 사건이다.

거창 학살 등을 보면, 마을 사람들을 조용히 골짜기로 몰아다 놓고는 한꺼번에 총으로 갈겨대지 않았던가.

노근리에서 있었던 일은 '미군'의 실체를 밝혀주는 명백한 백서가 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떠벌이지 못하게 한 것이 미국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였으니...
역사는 그래서 슬프다. 누군가는 '국사' 과목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만, 난 반대다.

거짓된 역사, 왜곡된 역사, 날조된 역사, 입막힌 역사는 가르칠수록 손해다.

바닷가 개펄 흙을 개간하여 소금기를 없애고, 그 땅에서 낟알이 '대추 나무 열매 열리듯' 풍성하게 열리라고 '대추리'라고 이름지은 땅에, 코쟁이 양키들이 터잡고 군사지역으로 만들 줄 누가 알았으랴마는, 노근리 쌍굴다리의 귀곡성은 이 만화의 흩어진 수묵화 사이에서 아직도 여전히 서글프게 울린다.

전선을 통과하는 모든 피난민을 적으로 간주해 총격을 가하라!

이런 명령은 미국인 병사들에게 늘상 하달되는 것이 아니던가.

아, 전쟁... 그것은 어떤 명분으로든 긍정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조국 통일을 위한 것이든, 민족의 자존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든...

한국 전쟁에서 미국이 얼마나 정신 못차라고 헤매고 있었던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머나먼 조선 땅에서 하루에도 수십 리를 전진하는 북한군에게 그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겠는가. 그러니 양민들에게 토끼몰이처럼 기관총을 갈겨대는 <미친 놈 람보>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책으로 읽는 것에 비하여 시각적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는 그림이다.
먹의 농담과 번짐에 의하여 전쟁의 참혹함에서 피비린내가 흑백으로 가셔지기도 한다.

전쟁은 전체적으로 보면 수백 만이 죽었다는 통계로 존재할는지 몰라도,
미국의 전비가 베트남 전과 이라크전이 맞먹는다는 숫자 놀음이나 하고 싶은지 몰라도,
아이를 잃은, 애인과 가족을 놓쳐버린 한 사람에게 전쟁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로 돌리는 일이다.

전쟁은 총들고 멀리서 쏘아대는 넘들에게는 '장난'이자 '국익을 위한 놀음'일는지 몰라도,
주변으로 손가락과 대갈통이 날아다니는 사람들에겐 '지옥'이고 '평생 용서 못할 원수'를 만드는 일이다.

모든 전쟁의 <축>에 있는 한 나라. 그 나라여, 회개하라!
이미 지은 죄만 해도 끝없거늘... 너희에게 재앙만이 있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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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책이 나왔군요. 찜해갑니다.

글샘 2007-07-17 01:01   좋아요 0 | URL
이 만화는 정말 참혹한 장면을 비극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먹의 짙은 농담이 지나치게 잔인한 화면을 감싸줍니다. 다만 값이 좀 비싸더군요. 3만원.

순오기 2007-08-0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독서실의 구입도서 목록에 올리고 추천합니다. 만화는 좀 가볍게 취급되는 거 같아 망설였는데...그래도 청소년들을 접근시키기에 만화만큼 좋은 것도 없겠죠? 감사합니다.
 
숨겨진 전쟁 -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
윌리엄 쇼크로스 지음, 김주환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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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생님 한 분이(그 분은 두 번이나 해직당한 경력을 가지신 분이다.) 캄보디아에 의료 봉사가는 팀에 따라간다고 하시더니 갔다 오셔서 캄보디아 후원회원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캄보디아 전쟁을 읽고 있어서 마음이 짠~하고 있었는데, 주위 선생님들께 한바퀴 돌리니까 다들 기꺼이 작성해 주셨다. 한 달에 최소 5천원 내는 후원회인데...

이 책의 제목은 Sideshow이고 부제가 키신저, 닉슨, 그리고 캄보디아의 파괴다.
숨겨진 쇼. 그 주연은 미국이란 나라가 아니라 키신저와 닉슨이란 이야기다. (이번 캄보디아 침공 작전에서 국무부는 거의 배제됐다. 국무부 내에서도 캄보디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140쪽) 희안한 인종들이다.

이 전쟁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줄거리가 너무나도 뻔하다.

캄푸치아란 나라의 옆에 베트남이란 나라가 전쟁이 났다.
캄푸치아는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북베트남 호치민 루트가 그 나라 밀림 속에 있었다.
캄푸치아는 베트남이란 나라에게서 예전부터 무시당하던 감정도 남아있었고...
남베트남을 무작정 편들던 미국이란 미친개가 북베트남이 호치민 트레일을 사용한다며
캄푸치아의 밀림에다가 어마어마한 폭탄을 퍼붓는다.
미국과 한통속인 캄푸치아의 썩은 정권은 제 배만 부르면 끝이다.
결국 크메르 루주란 빨갱이들이 썩은 정권을 물리치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영화 킬링 필드는 이 모든 맥락을 집어치우고, 마지막 크메르 루주의 <비피린내>만 클로즈업시킨 저질 영화다. 미친개는 역시 미친개다.

미국은 썩은 론놀 정권에 백80억 달러 원조했다.(그중 70억 달러가 공습이다.) 폭탄을 퍼붓는 것도 원조에 들어가나? 퉷, 미친개들! 150쪽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790만 달러를 집행 - 탄약, 군복, 의약품 구입, 폭격기 정비 등... 이 예산은 당초 한국 정부에 제공될 돈이었다.

192쪽.
캄보디아 보건 당국은 의약품을 공산품 수입 품목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 대사관측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의약품을 취급할 줄 모르는 데다 이중 일부가 베트콩에게 팔려나가기 때문... 이라니, 구역질나는 인간들.

그 와중에도 미군 병사들은 '유령 병사 명단'을 작성하여 수십만 달러의 월급을 낭비하고 있었다. 인간은 더럽고 또 치사한 존재다. 특히 전시에는 극악무도할 정도로... 정말 전쟁은 없어야 한다.

72년 3만 7천 톤
73년 3월 2만 4천 톤
4월 4만 5천 톤
5월 3만 6천 톤(이건 B-52 폭격기로만)...
그 외 비행기론 72년 만 6천톤, 73년 4월 만5천톤, 7월 만9천톤...

그 와중에...
프놈펜의 최고 사교클럽인 [세실 스포티프]는 야간에 테니스를 칠수 있도록 밤새도록 불을 켜두었고, 극소수의 상류층들이 테니스를 치고 나이트클럽을 전전하고 와인이 곁든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동안...

아직도 정글에서 폭탄이 터지고, 아이들이 지뢰로 다리를 잃는 나라.
우리나라에 비해 유아 사망률이 12배가 넘는 나라...
그 나라 아이들의 크고 맑은 눈이 자꾸 밟힌다.

장마철은 이래저래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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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철엔 이래저래 술 먹기 좋은 날입니다.ㅎㅎ
요즘 책 속에 빠져 사시는군요...
방학되면 함께 산이나 나들이 가면 어떨가 하는데요..
천천히 생각해보시면..좋을 듯..
저는 늘 방학보단 학사일정이 마무리되고 난 후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좋더군요..
요번엔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해서 한 이틀 일을 해야 하지만요..
느긋하면서도 하릴없이 책을 드는 여유가 그립습니다.

글샘 2007-06-2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국어과 모임이어서 지금 가물가물 하누만...ㅠㅜ
요즘은 시험 공부해라~ 해 놓으면 아이들은 다 자고 나 혼자 열심히 독서하고 있답니다.
산에 가서 동동주 한잔 어때요?

2007-06-22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6-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가까운 곳에 있지 않나요? ㅎㅎㅎ 지구별에... 그것도 부산에요.
캄보디아의 씨엠립이나 똔레삽... 이런 이름들도 이쁘고, 그 오래된 앙코르 성전에도 가보고 싶고 하지만... 마음이 아파서 가 지려나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하워드 진.에드워드 W. 사이드 외 17인 지음, 강주헌 옮김, 데이빗 버사미 / 시대의창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턴가, 외국서적을 번역한 놈을 읽기 전에 원제목이 뭔가를 꼭 살핀다. 원래 붙인 제목이 내용을 훨씬 더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제목이 원제목을 능가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이 책도 그렇다. 20인의 사람들이 시대의 양심인 것 까진 그렇다 쳐도,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에선 좀 그렇다. 원제목이 더 옳다. Louder than Bombs : The Progressive Interview 프로그레시브 인터뷰 폭탄소리보다 더 큰 소리들... 그 울림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닿는다.

바사미언이란 유명한 미국의 인터뷰어가 있는 모양이다.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중요하다. 그가 누구를 왜 인터뷰하는지가 그 내용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면 하워드 진, 에드워드 사이드, 노암 촘스키 같은 유명인들이다. 역시 그 분들의 이야기는 많이 듣던 이야기여서 '진실'을 말하곤 있지만 놀람은 없었다.

오히려 처음 듣는 사람들의 처음 듣는 이야기에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아이티와 푸에르토리고 사람들의 고통처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미국인들의 만행은 정말 아메리카를 증오하게 만든다.

'반다나 시바'라는 행동주의자와의 인터뷰는 정말 멋지다.

인터뷰어 : 당신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흥겹게 지내는 듯 합니다.
인터뷰이 : 나는 즐겁게 살려고 합니다. 투쟁을 할 때는 그 투쟁을 즐기려 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기분을 돋궈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인간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자연을 보호하며 생물학적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내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나를 재충전시켜주는 활력소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기업들과 싸우면서 그들이 겉으로는 막강한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한없이 공허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짜릿한 전율감마저 느낍니다. 나는 앞으로도 이 길을 꾸준히 걸을 것입니다. 그 풍선들을 하나씩 터뜨릴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풍선을 터뜨렸습니다...

읽는 내가 다 통쾌하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에드워드 사이드는 테러의 근원을 "이슬람 세계, 산유국, 아랍세계, 중동, 요컨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직결된다고 여겨지는 지역의 사건들에 미국이 오랫동안 개입해온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오죽하면 미국 내에서 9/11테러조차도 자체조작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 나올까? 징그러운 것들... 에드워드 사이드는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다. 근조.

범죄의 나라 미국. 현재 재소자 수가 200만 이상이란다. 70%가 유색인이고 50%는 아프리카계고, 17%가 라틴계... 게다가 인구당 비율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가장 많다. 이런 감옥 산업의 나라. 안젤라 데이비스는 감옥 폐지를 주장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마나'가 많이 필요하다. 하와이 말로 '힘'이란 뜻이란다. 하와이는 미국의 한 주가 되기 싫단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한국을 냉소적으로 미국의 51번째 주라고도 하지만, 지금처럼 졸병 국가인 것과 51번째 주인 것과의 차이는 얼마나 클 것인가. 하와이는 꿈의 휴양지로 불리지만, 그 땅의 원주민들은 땅값이 비싸지는 거기서 추방당해야 한다.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 에버랜드 외국인 노동자들(공연 전문가들)의 눈물을 다루었는데, 그들은 그나마 남의 땅이니 그렇다 쳐도 하와이 사람들은 자기네 땅에서 그런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놈을 선택하든 '차선'이 아닌 '차악'이라고... 누구는 이런 현상을 <두 사악한 쓰레기>라고도 하는데, 랄프 네이더는 '정치를 쇄신하고 싶다면 작은 씨가 싹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한다. 승자 독식은 안된다는 것. <지지후보 없음>칸을 만들자는 그의 의견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명바기를 찍겠니? 박공주를 찍겠니? 지지후보 없음! 그러면 투표율이 확 높아지지 않으려나?

촘스키 선생님,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지식인은 잘 훈련된 개'란다. 한국의 학자란 것들이 뉴스 시간에 나와 떠드는 짓들을 보면, 정말 개같다. 그 똥개들은 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득실댄다.

나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를 좋아한다. 아, 그의 <수탈된 대지 : 라틴아메리카 500년사>는 아직 안 읽었다. 그의 책은 거꾸로된 세상의 학교를 읽었을 뿐인데, 그의 문체가 시원시원해서 좋다. 그는 <난쟁이>와 <어린이>를 혼동하지 말자는 말을 한다. 개발도상국을 말하면서 어린이처럼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에 살고 있는 듯이 말하면 안된다고. 사실은 개발도상국은 발전 도상에 있지 않고, 개발의 결과이고, 500년 수탈의 역사이며 이미 늙어가는 난쟁이란 비유는 섬뜩하다.
미국인은 겸손해져야 한다. 뉴욕이 건설되기 수백 년 전에 바그다드가 100만 시민이 사는 대도시였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를 지닌 도시였단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미국은 늘 악역을 만들어내는데, 펜타곤이 그 주역이다. 싸워야할 사탄이 없으면 하느님이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ㅍㅎㅎㅎ 이렇게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가장 큰 패러독스의 하나는 평화를 지켜야 할 다섯 나라가 무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 세계 무기의 절반을 미국이 만든다. 영,불,러,중이 그 뒤. ... ㅋㅋ 그러면서 이라크와 북한에게 무기를 만드는 <악의 축>이라고? 퉷, 옛다. 엿이나 먹으셔~ 갈레아노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냥 이야기 듣는 기분이다. ㅎㅎㅎ
소련의 붕괴에 대한 그의 탁견 " 나는 소련에서 주장하던 사회주의에 공감한 적이 없습니다. 소련의 사회주의는... 국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관료 정권에 불과했으며, 국민을 경멸했습니다. 말로는 국민을 찬양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소수집단, 어린아이느 어리석은 양처럼 취급... 따라서 소련이 붕괴되었다고 사회주의가 죽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소련이 그처럼 쉽게 붕괴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붕괴 과정에서 피도 없었고 눈물도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니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언젠가 인류가 사회주의를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 사랑스런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브리가르 에스페란자스... 에스파냐어로 '희망을 지키다'란 뜻. 희망은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것. 깨지기 쉬운 것. 그러나 끈질기게 살아있는 것.

하워든 진은 1960년 그리스보로의 연좌농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나아갈 길을 상징하듯 보여준다.

이 사건은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하지 않은 채 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합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뭔가를 꾸준히 반복해서 해야만 합니다.
도화선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바지직대고 꺼지더라도 실망해서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불이 확실하게 켜질 때까지 계속해서 불을 붙여야 합니다.
...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극적 인내여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 행동을 중단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
무엇인가를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즉각적 성공이라는 기대감을 버릴 때 작은 결실이라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즉각적 성공이란 기대감을 버리고 끈기있게 버틸 때 우리는 뭔가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라는 형식상 제약은 있어서 하나의 줄기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미국이란 국가가 저지르는 죄악과 그 아래서 휘둘리는 민중의 한 명으로서, 삶의 길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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