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전쟁의 공포와 시장의 공포가 점령한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을 가장 잘 규정하는 용어인 듯 하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한국인으로 산다는 일은 뭔가 특별한 한 '종'이 되어버린다는 뜻일게다.

한국의 교회(오늘 풀려난다는 19명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힘도 전쟁의 공포에서 나온 것일 게다.)의 기형적 성장과,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재테크에 열광하는 시장의 나라.

그 공포의 원인을 진중권만큼 차분하게 밝힐 인물을 이 시대에 찾기 힘들 것이다.

그에게 가면 너훈아 같은 짝퉁 가수도, 낸시 랭같은 키치 예술가도, 귀엽게 보인다.
그렇지만 그에게 가면, 황우석이나 심형래같은 애국심의 비호를 받는 세력도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토탈 키치(저속한 예술).

21세기 한국을 가장 걱정스럽게 하는 측면이기도 하고, 일면 한국의 힘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오이시디 국가 중, 고급 문자 해독률이 꼴찌라는 불안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영구 아트의 짝퉁 시뮬레이션은 엉성하지만 '흥미로운'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숱한 엄지족은 훈민정음의 창의성을 통하여 문자 대화에 성공하고 있고,
미디어를 통한 멀티족들은 피시방에서 오락을 통한 현대화에 진입하고 있다.

독일에서 살다 왔고, 그래서 한국인의 낯선 면을 꿰뚫어 보는 힘이 그에겐 있다.
그리고 일본인 아내와 살고 있으며,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그는 아직도 한국이 낯설다.

하긴, 이 땅에서 벗어난 날이 불과 20일 가량밖에 안 된 나도 이 땅이 날마다 낯설고,
그렇게 많은 교회엘 가기가 그렇게 두렵고,
그 많은 게임 중에 할 줄 아는 게 그렇게 없는데...
장사를 하려면 교회엘 다녀야 하고,
앞으로 개신기독교 대통령이 생기면 국가를 봉헌할 지도 모를 일인데...

한국의 허와 실이 그대로 담긴 책이다.
진지하지만, 그의 이름대로 진중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이 웬수같이 여길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창엽 2007-08-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를 봉헌 ㅋㅋㅋㅋㅋ 이미 서울은 봉헌하지 않았습니까? ㅋㅋ

마노아 2007-08-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다시 관심 목록이 증가. 글샘님 서재에만 오면 보관함이 두둑해져요..;;;
 
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교실밖 시리즈 6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 이후, 자동차가 보급되고 도로가 정비되면서 여행이 붐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그 붐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엔 해외 여행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고...

그런데, 나도 외국 여행을 몇 번 다녀왔지만, 알지 못하고 가는 것 만큼 재미없는 여행이 없다.
모르고 가서 가이드가 떠드는 거나 들으면서 로마의 큰 건물들을 바라보다 오노라니... 참 허망했다. 차라리 조용한 동네 가서 푹~~ 쉬다 오는 것이 휴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의 발달로 외국의 명소를 구경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학창 시절에 누런 갱지에서 배웠던 지리 지식들을 텔레비전의 화면 곁으로, 우리가 돌아가니는 세상 속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좋은 책이다.

한반도를 토끼 닮았다느니, 호랑이 닮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재미가 덜하지만,
한국의 표준자오선이 1908년 대한제국에서 127.30으로 잡았으나 일제 강점기에 135로 바뀌었는데, 해방 후 1954년 다시 127.30으로 되돌아왔다가 박정희 그새끼가 집권한 1961년 다시 135로 돌아간 이야기를 읽으면 열이 확 받는다.

하긴 대통령 되고, 일본인 스승님께 가서 큰절을 올렸다는 황국 사관으로 무장한 군인이었음에야...

내가 6학년 때, 교과서에는 사막을 농경지로 바꾼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찬사를 퍼붓는 글이 국어책에 실려 있었다.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강대국의 힘을 빌려 아랍인들의 농경지를 빼앗았던 것이다. 거짓된 나라는 거짓된 역사와 지리를 진실인 양 가르친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승복 어린이 이야기나, 김정호가 지도를 그렸다고 처벌했다는 이야기나...

이제 이 좁은 한반도는 이방인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삶을 정착시키고 있다.
세계는 좁고, 사람은 많이 움직인다.

지리 공부는 그저 지도그리기로 마칠 일이 아닌 노릇이다.
그 땅에는 사람이 살아야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역사가 되는 법이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이다.

한미 FTA 같은 무서운 지도그리기는 세상을 자꾸 좁게만 만든다.

아이들에게 그저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
올바르게 가르치고,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치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159쪽의 待는 持자의 오독이다. 다음 판에선 고쳐서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8.15에서 5.18까지
박태균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은 한국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시켰다. 그렇지만, 한국엔 해방절이 없다. 광복? 빛을 되찾았다고? 그럼, 다시 조선 시대로 돌아간겨? 하긴... 이승만이가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프린스라고 꼴깝을 떨고 다녔다니 그런 이름을 선호했을 법도 하지만...

한국을 둘로 쪼개 놓고는, 미국이란 꿀물을 빨아먹도록 은혜를 베푼 나라.
국립종합대학을 만들어 이 땅의 지식인들과 지식의 수준을 '바나나'로 만든 나라.
통일을 꿈꾸는 여운형, 조봉암 등을 골로 보낸 나라. 그러다 뒤틀리면 김구나 박통도 보내버린 나라.

이 나라의 군사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거짓말을 외우며 나는 법관을 꿈꾼 적이 있다.
군사통수권은 일부가 대통령에게 있다. 실제로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다?
모든 영토에 주권이 있지 않다. 대추리처럼... 과거 그들이 지배하던 용산이나 부산의 하야리야부대 같은 곳엔 우리 주권이 머물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늘 그런 관계였다.

그렇지만, 한국의 지배층은 늘 '우방'으로서의 미국을 선전했고, 나도 어린 시절 코쟁이 미국의 나라를 몹시 동경하기도 했다. 그들의 것은 뭐든지 그럴싸해보였고, 고등학교 시절 미국을 보름 정도 다녀온 친구 녀석이 뻥을 섞어가면서, 미국에서 이티를 보았다는 둥, 극장에 가면 열 몇 군데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는 둥 이야기를 해 댈 때, 나머지 우리들은 침을 흘리며 미국을 동경했다.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원조에 쌩유를 날릴 수만은 없다.
러셀이 귀납추리의 약점을 설명하면서 말했듯이, 매일 낟알을 주러오는 농부 아낙의 손은 사위가 온 날 닭의 대가리를 비틀 수밖에 없음이 필연 아닐까?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뿌린 것은, 일본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해 주길 강력하게 바랐던 것 뿐이다. 일본은 원자탄까지 먹어 봤으니 미국의 쓴맛을 알테고...

그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이승만은 미국의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했지만 결국 낙마했고,
그 기회를 올라탄 박통은 장기 집권에 들어갔다. 마누라 이마빡에 재떨이를 집어던진 사건까지 알고 있던 미국에게 박통의 핵무기는 제거 이유로 충분했을 것이다. 결국 박통은 제거되었지만, 그가 남긴 향수는 그의 딸 박공주에게까지 전가되어 아직도 정치판도를 휘감고 있다. 이 슬픈 유전자여...

이 책은 한미간의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여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책이다. 저자의 결론은 늘 그 자료들의 구성 의도대로 이끌어내 지게 마련.

한국도 나름대로 뭔가를 많이 얻어 내려고 하긴 했지만... 그것이 '국익'이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그것은 국익보다는 '권력자의 이익'임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광주에서의 미국의 태도는 이랬다. "미국은 자제를 촉구했으나, 필요하다면 병력 사용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사령관은 "당시 한국군 20사단의 투입을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한국 당국의 합법적인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원조 없는 정부운영이 불가능했던 5,60년대의 역사가 <현대까지 미치는 학습 효과>를 준다. 아, 왜 민주 세력조차도 그 학습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 사회가 알맹이로 민주화되기 전까지는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이적행위인 범죄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실리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도덕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 평화와 인권-는 실리 이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한미 관계가 한국에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학습 효과"일 것이라는 말로 저자는 글을 맺는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과연 한국이 평화와 인권이란 학습 효과를 습득한 나라인지가... 이 땅엔 자본주의가 썩을대로 썩은 미국에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구더기만이 드글거리는 것은 아닌지...

10년동안 이를 갈던 세력들이 다시금 정권을 잡고, 조금이나마 싹을 틔워온 평화와 인권이란 토양에 제초제를 뿌려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조금씩 두렵다.

이 책은 창비라는 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도, 한글 맞춤법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인데...
싯점, 댓가, 촛점... 등은 한자어로 이루어진 합성어기때문에 시점, 대가, 초점으로 써야 옳다.
그리고 경음으로 적을 필요가 없는 소리들도 경음으로 적어서 도대체 이건 창비사의 문제인지, 저자의 의도인지를 의문갖게 만든다. 둘다 반성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를 위한 변명 - 숲길 3 숲길 3
마르크 블로크 지음, 고봉만 옮김 / 한길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기회였던지...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서 학교 도서관에 문의했더니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번엔 사서 선생님이 직접 이 책을 사 두었다고 메시지를 보내 오셨다.

이런 책은 방학이 아니면 읽기 어렵기 때문에 빌려다 두고는 서가 저 안쪽에 꽂아 두었다.
가벼운 것들부터 읽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읽다 보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었다. '역사를 연구하는 일'에 대한 마르크 블로크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쓴 것이었다. 역사 연구에 대한 관점들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저자뿐만 아니라 역자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간혹 우익 보수 꼴통들은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망발을 서슴지않고 내세운다.
그들은 아는 것일까? 이 땅의 역사 교과서는 친일파를 모태로 한 그들의 역사를 절묘하게 감추고 있는 책이며, 과거사의 사건 중심으로 별 가치가 없는 책임을... 아니, 그 역사 교과서는 쓸데없이 민족주의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전혀 비판적 역사관이 반영되지 않은 것임을 그들이 그토록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역사란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인간의 살냄새를 추적하는 자들이 역사가들이다.

그리고 역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파편적인 것들이어서 역사가들이 전체를 관망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이야기한다.

역사란 결국 '개별적 사건을 일반화'하는 일인데... 그 사료들은 진실성을 증명하는 '유사성'을 가진 자료들과 진실성을 떨어뜨리는 자료들로 가득하다. 거기서 진실성을 증명하는 유사성들을 추출하여 일반화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는 재판관과도 유사하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서는 판결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마련이니까.

그의 이 말이 제일 멋지다.
역사는 다양한 인간성의 거대한 경험이며 인간간의 오랜 만남이다.

박근혜의 한계는 자기 아버지가 독재자임을 아무리 인식하려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관계임에 있다. 전두환의 아들은 화려한 휴가를 아무리 쳐다보아도, 전장군의 우국충정밖에 못 볼 것이다. 숱한 공포정치가들이 훌륭한 가장이었을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많은 위인들이 사소한 잘못으로 실각하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역사란 그런 한 사람에 의해 나오는 결론이 아니라, 그 다양한 인간성들을 경험하는 거대한 덩어리라는 것이다.

일반화도 쉽지 않다.
역사가들이 말하는 '봉건제'는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실시된 제도가 아니라는 예를 그는 든다. 한국적 상황에서 봉건적이라는 말은 통할 수 있지만, 조선 시대는 전제 군주 국가였지 봉건제 국가는 아니었다.

동일한 사회환경 속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특히 자기들이 살고 있는 시기에 필연적으로 유사한 영향을 받는다.

내가 바라보는 역사의 관점은 이런 것이다.
현대의 한국에서 필요한 역사란 고조선부터 삼국, 남북국, 고려, 조선 시대의 통사가 아니다.

왜 한국인들에게 '애국심'이 강요되었던가.
왜 일제 식민 시대의 악몽은 아직도 진행형인가.
한국인의 대인공포증에 영향을 준 유교의 영향은 어떤 것인가.
한국에서 노사 관계와 반상 관계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근세사까지 이어져온 노예제와 양반제의 영향은 어떤 것일까.
광주가 27년 지난 우리에게 심어주는 두려움은 어떤 것들일까.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이유없이 싫은 사람들의 뇌구조에는 어떤 기제가 세뇌되었을까...

블로크의 '기이한 패배'에서 이야기하는 말.
전체로서의 사회적 유대는 너무 강하기 때문에 고립해서 존재하는 도덕적 자율성이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란 말은 내 유년 시절의 사고를 강하게 구속한 기제를 풀이한 것 같다.

늑대같은 공산당과 일본놈들에게 끝없이 쫓기며 나락으로 빠져들던 어린 시절의 꿈을 공유한 세대의 사회적 유대만큼 강한 것이 있을까?
윗사람에게 대드는 것은 '쌍놈'도 해서는 안 되는 사회였기때문에, 아무리 폭압적인 선생들 앞에서도 찍소리 못하고 얻어맞으며 자란 세대들에게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말하는 것은 가능이나 한 일일까?

역사가의 사관이나 연구 방법에 대한 여느 책들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면, 이 책은 정말 아들이나 학생들에게 편안하게 난롯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역사 속에서 내 개인의 좌표가 확정될 수는 없을지라도, 내 좌표를 흐리우고 싶을 때, 나를 어리석은 쪽으로 몰아넣지 않을 만큼의 혜안을 띄워주기는 할 수 있으리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1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어려워서.. 골똘하게 생각하며 읽었는데..^^ 리뷰 제목이 좋으세요.
근데 블로크는 이 책에서 역사가는 심판관 혹은 재판관처럼 가치판단하기보다 '이해'하고 탐구하라고 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184쪽 이후)

글샘 2007-08-24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긴 좀 어렵죠.
그리고 역사가가 심판관같은 짓을 잘 한다고 한 말이었겠죠.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런 변명을 한 책이라 생각합니다.(역사 샘이 읽어 보면, 그건 아니죠~~하고 혼낼는지도.^^)
 
산다는 것의 의미 - 어느 재일 조선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 카르페디엠 14
고사명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정신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나는 세상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특히 일본놈과 공산당에 대한 공포로 어린 시절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체화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그저 책에서 읽은 공포의 교육만으로도 효과가 이럴진댄...

이 책의 지은이는 '서경식'선생처럼 재일조선인이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섞이지 않은 핏줄의 한국에서 이방인이 느껴야할 낯섦은,
섬나라 일본도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도 조선인이란 식민지의 '짐승같은 존재'들에게는... 그것도 그 식민지였던 나라가 아직도 제대로 주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나라임에랴...

아, 어린 삼이에게 나는 참으로 미안했다.
그 조국이 비록 해방되었지만... 집안 싸움과 권력 지키기에 급급하여 제 동포를 올바로 돌보지 못했고, 오히려 내쳐버리고 있었음에... 아직도 그 싸움과 지키기는 팽배하여 수요 집회를 하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빨리 죽어버리기를 바랄 한국 정부의 무기력에 대신 미안했다.

작가의 프로필을 무심하게 읽다가...
43세때 외아들이 자살한... 이라는 대목에서 눈이 컥, 멎었다.
숨이 아니라, 눈이 막힌 느낌이라니...

작가 본인이 자살한 것도 아닌, 외아들의 자살이란...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상냥함'은 정말 <상냥하지 못함>에 대한 반어가 아닌지... 의문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의 기본은 <상냥함, 친절함>이라 생각한다.
권위적인 인간들의 공통점은 안 상냥함과 불친절함이기 때문이다.

아... 삶의 팍팍함과 부조리에 질린다. 그렇지만, 살아가는 구차함이여...
밥벌이만 구차한 것이 아니다. 사는 게 모두 구차하다.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 뜻대로 살려고 하는 게 뭐 있었나 생각해 보면...
내 뜻도 세우지 않고, 되는대로 수동적으로 살고, 피동적으로 살고, 나의 <얼>을 돌보지 않은 채,
그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수십 조개의 세포를 주시고, 내 심장의 혈액이 폐혈관의 신선한 산소들을 호흡하며 온 몸으로 헤집고 다니는 기적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셨을 때엔,
되는대로 살라고 보내시진 않으셨을 터인데 말이다.

'산다는 것의 의미'와 상냥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 고마운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7-08-13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고마운 리뷰입니다. ^^

향기로운 2007-08-1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가슴이 막 아플것 같아요.. 그래도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