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
이유경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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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희망...
그건 누가 가지는 걸까?
노근리의 굴다리 안에서, 과연 희망이란 이름을 조용히 불러볼 수 있었으며,
광주 도청의 마지막 밤, 멀리서 굴러오는 캐터필러 소리를 들으며 희망이란 이름을, 민주주의란 이름을 조용히 불러 볼 수 있었으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는, 아직도 한국의 과거이며, 현재여서 마음이 아리고 쓰라리고 아팠다. 대학 시절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하던 최루 가스가 아직도 남아있는듯...

한국의 인권은 아직도 80년 광주의 청산이나 삼청교육대의 반성에 전혀 가까이 가지 못했다. 경찰은 언제든 시위대의 골을 깔 준비를 하며 방패를 갈아대고, 언론은 비참하게도(이 책을 읽으면서 쪽팔리게도 네팔이나 카슈미르의 언론이 한국 언론에 비해 100000000000배는 공정하다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시위대때문에 막히는 교통을 졸라 걱정한다.

스리랑카의 타밀 타이거나 카슈미르같은 분쟁 지역을 넘나드는 정문태를 보고 삘을 받아서 그냥 거기로 날아간 여성, 이유경. 정말 대단하다.

나는 어떤 역사적 사명을 띠고도 하지 못할 일을 그는 즐겁게 한다. 천상 팔자인 모양이다.^^ 하긴 그가 천상 팔자여서 죽어도 못할 일을 나는 하고 산다.

한국 내의 타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피부색때문에 차별과 무시를 밥먹듯한다.
희망없는 나라에서 무슨 꿈을 찾겠다고... 코리안 드림이란 말도 아닌 소리를 듣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겠지... 여수에서, 이천에서 뜨거운 불지옥 속에서 죽어갈 줄 모르고...(새삼 고인의 명복을...)

한국에게 아시아는 '남'이 아니다.
그렇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 한국>에서 아시아인은 착취의 대상일 따름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한국>의 사장님들은 백색 사고를 하는 바나나들이므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동전을 뿌리는 작자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분쟁 지역에서 내가 살고 있지 않음에 잠시 감사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아픔을 내가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작금의 한국 상황은 총탄이 빗발치고 다시 보복을 위한 폭탄 테러가 횡행하지 않은다 뿐이지, 그들보다 나을 것도 별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을 가졌었지만, 태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부탄의 역사나 사회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무지 일변도인 건 나뿐 아니라 학자들이나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일 듯 싶다.

제발 언론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이런 책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사법 고시와 행정 고시를 공부하는 이들도 이런 책들을 좀 읽도록 했으면 좋겠다.

외국인 업무는 외무부에서 하도록,
출입국 관리소를 법무부에서 관리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지 않도록...
그래서 아시아인이란 이유만으로 '불법'이지 않도록...

섬나라 소녀 이유경이 대륙의 딸, 지구란 행성의 특파원으로 쑥쑥 커가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험한 곳만 디디는 그의 발자국마다 하느님께서 축복의 호위를 함께해 주시기를... 그가 딛고 다니고 보는 것들로 인하여, 인류에게 평화가 필요함을 더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폭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부유한 자들의 배부름>이외에 어떤 일도 없음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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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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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지난 4월 별세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구를 떠나게 된 영혼으로서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커트의 글을 읽노라면, 마음 속의 모든 장애가 스르르 사라진다.
국가조차도 장애가 되지 않는 그의 글은 역설적으로 국가가 얼마나 많은 악을 저지르는지를 말한다.

알코올, 니코틴보다도 중독성이 더욱 강한 <화석 연료>에 대한 탐닉과 그 비극적 결말에 대하여 그는 '폭력적인 범죄의 근원'이라고 일갈한다. 부시! 너는 화석 연료 중독증에 빠진 줄이나 알고 있냐?(50)

미국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블루스란 음악으로 영혼의 깊이를 드러냈음을 그는 사랑한다. 미국의 거만함을 대조적으로 비판하면서도...(72)

국민건강에 돈을 쓰면 인플레가 발생하고, 무기에 수십억을 쓰면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비상시의 수소폭탄이 인류의 안전과 후손의 행복에 기여하고,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하고, 기업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 체제면 충분하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은 자율적 사법 체제다. 맞는 이야기다... 이는 전부 농담이다. ㅎㅎㅎ(86) 커트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커트칼로 썩은 자들의 심장을 도리는 장면을 꿈꾸는 판타지의 오르가슴을 느끼게하는 일이다.

마크트웨인은 생애 말년에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세계대전도 보기 전에... 위대한 영혼이다.(89)

조지 부시 주변에 C학점 상류계급 학생을 끌어모았더니 하나같이 1) 역사지리를 전혀 모르고 2) 백인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 이른바 기독교조이며, 4)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란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심한 것은 돌대가리이기 때문이다. 나사가 풀린 미치광이이기 때문이다... (99) 통쾌하다.

어떤 좋은 소식이건 끝이 있다. 우리 행성의 면역계는 인간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104) 인간은 정말 보기싫은 종자다. 동감이다.

'신비한 이방인'에서 마크 트웨인은 그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킬 정도로 확실하게, 이 지구와 '빌어먹을 인간'을 창조한 것이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의심이 든다면 조간신문을 읽어보라. 어떤 신문이든 상관없고, 어떤 날짜든 상관없다. (111) ㅎㅎㅎ 정말 신문에 새로운 것 없고, 빌어먹지 않을 기사는 없다. 특히 삼성 같은 재수없는 말 때문에 기분 나쁜 일도 많다.

지구는 우주의 정신병원 같다. 오늘날 하느님이 살아있다면... 하느님은 무신론자가 될 것이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116) 슬프지만 그의 유머는 위트로 빛난다.

우리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가지고 온갖 열역학 소란을 피우면서 그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독성 물질로 생명이 살 수 있는 하나뿐인 행성을 죽이고 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미쳤다는 증거다. ... 지구는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너무 늦은 것 같다. ... 아름다운 지구여, 우리는 그대를 구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속악하고 게을렀도다...(119) 이쯤되면 슬픈 유머다.

커트의 글을 이제 그만 읽어야 한다는 일이 슬프지만, 그의 이야기들을 더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느님과 함께 어디서 놀고 계실 그이에게 보낸다. 받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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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파스칼 크로시 글 그림,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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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죄를 사하시려 이 땅에 하느님의 아들을 보내신 날. 크리스마스다.

온통 봉사자들로 가득한 태안 앞바다를 보면서... 욕을 했다.
씨바, 저 원유 사고 낸 새끼들이 삼성인줄 다 알면서 왜 자원봉사 이야기만 뉴스에 내보내는겨~ 하고...

아우슈비츠를 읽는 일은 광주를 읽는 일이고, 한국 전쟁을 읽는 일이다.
아니, 지구에서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삶은 하루하루가 아우슈비츠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기다리는... 좌절한 삶들.

프랑스 의회 선정 청소년 도서부문 최우수 수상작.이란 표지의 레텔을 보면서... 참 한국의 의회는 뭘하나 이런 생각을 한다. 허경영이란 대선 후보가 지자체 해체한다던 말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더라. 허허

노인이 된 카직과 부인 세시아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회상하는데서 시작한 만화는 결국 보스니아 내전에서 두 사람이 사살당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지구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죽일 놈'에는 언제나 잘못된 판단이 가득할 따름이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지...

유태인들이 피해자라는 이런 만화를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피해자여서 더욱 가학적인 이스라엘을 보노라면, 미녀 이스라엘 여군에게 침흘리는 수캐들을 마취시키는 세상에 침을 뱉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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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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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왜곡과 거짓으로 점철되는 것인지를 한국 현대사만큼 여실하게 보여주는 일도 드물다.

한국의 현대사에는 '열전'과 '냉전', 민주와 독재, 부패와 개혁,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모든 대결이 물밑에서 흘러왔던 것인데, 언제나 승자의 몫은 가진자의 것이고 그들은 필연적으로 부패했던 것이다.

화려한 휴가가 영화로 만들어졌던 올해 여름.
그 영화의 어디에도 '전두환 찢어죽이자'는 글귀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히 보도통제가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광주의 모토는 찢어죽이자였는데...

이 만화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때, 고1 아이가 '선생님, 그거 보시면 열받으실 텐데요.'했다. 기특한 느낌이 났다. 그런데, 정말 읽으면서 혈압이 20은 올랐을 것이다. 부끄러웠고, 열받았고, 또 부끄러웠다. 이 부끄러움때문에 지난 역사를 이렇게 살아왔으면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읽으면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슬프고 아프고 부끄러움에서...

박종철, 권인숙, 김근태, 건국대, 평화의 댐, 인천5.3, 이한열, 김현희, 지강헌... 슬픈 역사 속에서...

나는 아직도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 속의 한 사람임을 마음아파한다.
거짓 속에 파묻힌 역사를 잊어버린 사람들...
미국이 칼기 폭파를 이용했듯,
노태우가 칼기 실정을 이용했듯,
전두환이 이용했기 십상인 버마의 폭파 사건 같은 것들을 사람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지나간 일이다.
그렇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미래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다.
역사를 읽을 때, 부끄러움은 살아나고 나를 개인으로 머무르지 않게 한다.

그래서, 오늘 캐롤도 들리지 않는 성탄절에 전두환 개*끼에게 감사한다.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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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는 책들이 모두 우울모드네요.
그 중에서도 이게 최고일 것 같은데... ㅎㅎ

글샘 2007-12-26 10:32   좋아요 0 | URL
돌아보면 돌아보면 눈물 고개고 먼지만 팍팍한 역사였는데...
앞을 보아도 산 너머 산입니다 그려...
 
부서진 미래 -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 이야기
김순천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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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은 온통 돈, 돈 뿐이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백일상에서 제일 먼저 집기를 원하는 것도 돈이요, 아니 그 백일상을 차리는 일조차도 어머니나 할머니의 발품이 필요없는 돈치레다.
제 손으로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는 너댓 살 이후로, 돈돈돈의 노예가 되어 학교를 다니고 경쟁을 하고 시험들을 치고 좌절 속에 파묻히는 모양이다.

많이 가진자들이야 원래 고통이란 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땅의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질시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외로움에 분편화되어 덜덜 떨고 있고,
세계화를 부르짖은 이후로 점점 추락하고있는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 빈곤층의 두께를 무한정 두껍게 만들고 있다.

부서진 미래를 도서관에 사두고 몇 달이 가도록 두려워서 빌려보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읽어 본다.

내 옆에도 여러 명의 기간제 교사들이 있다. 우리 정규직 교사들이 즐겁게 맞이하는 방학이 그들에게는 차가운 해직의 기간이 되기도 하고, 산후 조리를 하고 방학을 연달아 누릴 수 있는 산모들때문에 그들은 토막난 근무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정규직의 잘못은 아니다. 그렇지만 양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처럼 드러난다.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사업은 '불법 파견 사업'이다. 생산직에서 불법 계약도 대기업을 끼고 있으면 전혀 법의 효력이 없다. 한국 재벌의 가장 큰 문제가 그것이다. 법을 뛰어넘는다는 것.

그런 지경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불법 인간을 다루는 부서는 '외무부'가 아닌 '법무부'인 실정이니 이주 노동자들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란 생각을 출입국은 갖고 있는 모양이다.

가정복지 도우미, 대규모 병원의 간병인, 노숙인, 건축설계노동자, 영화 스태프와 방송작가, 취업준비생과 알바생, 서울대 경비 아저씨, 파견회사 사장, 노동자들, 현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학습지 교사와 기간제 교사, 미증록 이주노동자와 농촌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한판 걸판진 대동굿을 바라보거나 예전 유행하던 마당극을 구경하던 느낌이 강하다.

20여년 전 <목동 아줌마>들의 목소리로 대변되던 난쟁이들의 슬픈 목소리가 고층빌딩 즐비한 21세기에도 더욱 쟁쟁하게 울린다.

30년 전엔 전태일도 있었고, 김지하도 있었고, 박노해도 있었다.
전태일, 김지하, 박노해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의 작은 음성에도 거대한 울림을 증폭시켜 들을 수 있는 가난한 마음들이 세상에 가득했던 것 같다.

그러나... 21세기 지금엔, 모두들 마음이 너무도 잘났고, 너무도 부자가 되어버렸다.
일요일이면 자동차를 몰고 가족들과 기름진 고기를 구워대러 이리저리 달리느라 작은 소리들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천성산 도롱뇽이나 태안 앞바다의 물고기들의 비명을 듣기엔 우리 귀게 너무 퇴화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시점, BBK 치킨집 사기사건도, 별셋 공장도 모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파묻히는 불안한 고요가 이룩되는데...

무서운 미래를 예고하는 이 붉은 책의 힘은 나를 강하게 일깨운다.

내가 오늘 싸우지 않으면, 내 아들이 내일 울 것임을 잊지 말고, 느슨해지려는 마음을 좀더 다잡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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