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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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도서관에 신청할 타이밍을 놓쳐서 읽지 못하고 있다.
새로 옮긴 학교 도서관에서 새학기 도서 신청하려면 아직도 멀었을 터인데...

어쩌다 보니 지승호와 인터뷰한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뭐랄까. 이 책은 그 책의 해설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책을 내고 조금 시간이 흘렀으니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렇지만, 이런 인터뷰의 가장 큰 단점은 한달 차이로 인터뷰의 따끈따끈한 찐빵같던 온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대선이 끝났고 두달의 인수위 활동이 별 잡음을 다 냈고,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좀 우습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를 조금 증보판으로 내는 것이 훨~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다.

명랑한 우석훈의 맹랑한 미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지만, 글쎄, 미래는 황사 먼지 속이다.

문화는 많이, 자원은 덜, 한가로운 시간은 많이 욕심을 절제하는 삶을 누리자는 이야기에는 동감이나... 이미 세상이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닐까 싶을만큼 멀리 와버린 느낌.

근본없는 이 나라에 그런 명랑한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면서 걱정하는, 총선 싹쓸이론이 한달 뒤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소선거구제여서 1등만이 필요한 지금 총선에서 과연 한나라당이 얼마나 공룡이 될 것인지가 의문이고 미지수다. 그 비율의 차이가 의문일 뿐, 공룡의 탄생을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

운이 좋아야만 갈 수 있는 널뛰기 경제...
이 미치고 눈먼 나라의 항해를 아슬아슬하게 바라보는 선장들은 눈을 질끈 감아야 할까보다.

지승호의 인터뷰집을 즐겁게 읽고 있으며, 드물게 직접 구입해서 읽는 나지만, 이 책엔 별점 여럿 못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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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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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장 최근에 전쟁이 있었고, 그 전에 식민지 시대가 있었다.
그 이전엔... 조선이라는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였던지...
그냥 세종 대왕(왜 얘만 대왕이야?)이 훌륭하고, 정조가 개혁 정치를 하려 했다던 것이 혹시 날조는 아닌지...

조선은 숱하게 많은 천민으로 밑바침된 사회였다.
그 여운은 신분제가 철폐된(갑오개혁때쯤)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신분제는 여전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쌍놈의 새끼"는 '개새끼'보다 심한 욕이다.(여성을 일컫는 "썅년"은 더욱 속된 욕이지만... 사실 '상놈'은 천민도 아닌 평민, 즉 농민을 일컫는 말이다. 양반은 평민을 이렇게 얕잡아 본 것이다.)
신분제는 그냥 철폐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산 수단(토지와 인력)을 지주가 가지고 있었고, 지주는 토착 양반이었으므로 그 선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었겠다.

식민지 사회는 더욱 깊은 골을 파고 말았다.
지주들은 '부자들의 인격'을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경주 최부자처럼 유명한 집안도 있다.
흉년에는 지대를 걷지 않고, 결코 싼 값에 땅을 사지 않고...
그렇지만, 대부분의 지주들은 친일파에게 땅이 넘어가고 말았지.
그랬으니 해방 후 북측에서 이루어진 토지 개혁에 농민들이 감사를 표했던 일은 당연한 일이지.
남측에선 유상 분배였으니 다시 친일파 세상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고...

식민지 시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쌍놈처럼 취급했고, 그 폭력적 사태는 최근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군인들이나 경찰들의 진압 상황에서 농민이나 노동자같은 시위대를 방패로 찍어대는 데서도 '관'의 '민'에 대한 경시가 담긴 것이 아닌지... 한다. 오늘 대통령 당선인이 '경찰, 맞지 마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눈높이에 경악할 일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유명하다. 한국의 사농공상의 제도는 유명하지 않을 뿐, 그보다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그리기 보다는 그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가르치기 위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좀더 감동적인 책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교육열도 비슷한 접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를 좋아했던 박정희처럼, 가난하면 쌍놈 소리를 들었던 나라에서 쌍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돈을 버는 일인데, 돈은 돌고 돌지만 애비에게서 아들로 돌고 돌지 부자에게서 가난한 이이게 돌고 도는 법이 적어서 학력을 취득하여 전문직이 되는 것이 가장 먹고 살기 손쉬운 길이었으리라.

교육에 올인하는 그 열정이 바로 '천민 사회'와 연관있어보여 몹시 씁쓸한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반면, 본인의 이야기가 좀 재미적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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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2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작은책 스타가 바라본 세상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1
하종강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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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 책>이 창간 12주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을 맞아 <작은책 스타>라는 강좌를 개설했단다.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박준성의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은 정말 무서운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지배의 원인이 여기 있다. 한국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과거를 잊도록 세뇌당했기 때문에...

안건모의 진실한 글쓰기 이야기도 재미있고, 이임하의 여성 이야기도 읽을 법하다.

정태인의 FTA 이야기는 정말 무섭다.
미국 수퍼에서 수술 도구 판다는 이야기. 뭣하면 지 손가락 지가 자르라는 이야기나,
무식한 대통령과 관료들이 들입다 대드는 FTA 이야기는 공포이며 괴담이다.

홍세화와 하종강의 이야기도 처음 읽는 이들이라면 신선할 것이다.

한국은 왜 이 꼬라진가.
숭례문이 불타고도 진지한 반성은 없고 짝퉁을 세우면 되지 않냐? 하고
화재의 책임이 노에게 있니, 이에게 있니 하고
온갖 비리의 온상인 정경유착은 마스크와 휠체어로 면죄부를 받고
그러다 보니 제새끼 잘 살기만 바라는 '사교육'의 나라로 변질된 사회.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온갖 과외를 받아서 계층 상승을 꿈꾸는 사회.

땅의 절반 이상을 1%가 가지고 있다는 나라.

과거사를 밝히기 위한 위원회를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나라에서 교회 뒤로 숨었던 친일파들이 이제 득세를 하여 과거를 덮으려 들 것이다.

정말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되며,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축구공이 그물망을 아무리 출렁거리더라도 빈익빈 부익부의 유일한 경제 원칙은 갈수록 공고화될 것이다. 그럼, 지금 이 땅에서 할 일을... 과거를 반추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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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2
안재성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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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도 잘 쓰면 예술이 되지만, 잘못 쓰면 논문처럼 되어 버린다.
안재성의 이 책은 예술에 속할 것 같고, 내가 읽다읽다 놓아버린 김수영 평전이 논문같은 글이다.

이 소설은 꼭 이현상의 평전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현상이라는 사람이 왜 지리산 빨치산 대장이 되어 살았고 죽어갔는지를 그리기 위해 그 배경을 자세히 그리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하긴 작가가 애초에 추구했던 것이 이현상이란 개인이 아니라 해방 정국의 한라산과 여순 반란 사건을 공부하던 것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작가는 이현상을 '선생님'으로 추앙받는 인격자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가진 투사로 표현하며, 역사적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사상가로 평하려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안 그래도 사랑하는 맘이 개코도 없었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에 대하여 너무도 지독한 회의와 실망에 휩싸였다.
내가 어려서 듣고 들었던 빨갱이들의 악랄하고 잔인한 만행도 간혹 등장하지만, 정말 금수만도 못한 것들은 친일파의 맥을 그대로 이은 경찰들이었고, 이승만 정권이었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역사다. 아니, 이런 것은 역사도 아니다.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어, 원주민 학살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삼고 싶은 생각이 뼈에 사무쳤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긴, 하얀 가면 쓴 넘들은 노란 인종을 손쉽게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노란 인종끼리, 툭하면 애국심을 이야기하고, 민족을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이건 너무 심한 일이다... 싶은 페이지로 한국 현대사는 점철되어 있다.

저질스런 창작으로 일관하는 남한의 '문필가연 하는 사기꾼들'의 속임수는 아직도 남한 국민들의 시선을 '애국심'이란 미명의 '눈가리개' 속으로 감추인 채 진실이 햇빛을 보는 일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리라.

자본의 힘은 역사를 '욕망'의 진화라고 이해하고, 모든 인간은 욕망의 노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욕망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진정한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실례가 참으로 많다. 한국이란 땅만큼 사상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데 저항하기 위하여 처절하게 투쟁한 공간도 이 좁은 푸른별에 드물 것이다. 이 책의 이현상은 그런 사례로 되살아 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이야기다.

이현상 평전을 읽고, 이제 경성 트로이카를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몰라도 너무 몰랐던 현대사를 이제라도 조금씩 읽고 눈을 떠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어제 밤을 새워 불타오르던 숭례문을 지켜보았다.
국보 1호의 몰락은 왠지 자꾸 한국의 몰락과 오버랩되어 비쳤고, 벌건 불빛이 자꾸 눈물을 자아내려고 했다.

두잉 베스트... 해야 한다던 잘난 놈들의 덕담 아닌 덕담이 재수없던 날, 화마와 수마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폭삭 고꾸라지던 국보 1호의 모습을 보던 내 맘엔 왠지 나라를 잃었다는 말에 아편을 물고 죽어갔다던 구한말의 고지식한 학자들이 자꾸 떠올랐다. 두잉 마이 베스트를 할 의욕은 어디로 소실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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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2-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타는 숭례문을 보는 순간의 놀라움을 어떻게 말로 할까요.
가슴 아픈 뉴스로 시작한 하루였습니다.

개학 첫 날부터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방학 동안 영어 단어 외우기를 자율 선택 과제로 해 온 아이들이 많더군요.
숙제 검사하면서 단어를 물어보니 대답을 잘 하더군요.
그래서 내친 김에 한글도 얼마나 잘 아는지 평가해 보자고 했지요.
5학년인데, 교과서 범위를 정해주고 받아쓰기 하는 데도 60점 이하가 수두룩 하더군요.
(20문제를 냈을 뿐인데)
불타 없어지는 것이 숭례문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못 가르친 우리들 죄이겠지요._()_

글샘 2008-02-12 16:22   좋아요 0 | URL
저도 내일은 받아쓰기를 좀 시켜볼까 합니다.
정말 진작에 불타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한글 쓰기를 생각해 보려고요...

2008-02-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2 16:25   좋아요 0 | URL
물론 남쪽 정부가 족같고 북쪽 정부가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내려던 글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해방 정국에서 보여준 남쪽 정부의 행태가 거지 같아서 지껄여 본 것이지요.
산다는 일이 '별이 보일 때'보다 '별조차 보이지 않을 때'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현상 선생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었더러도 별을 보며 가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순오기 2008-02-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언어든 문화든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우리 것을 쓰레기통에 처박지 못해서 안날이 났으니~~~~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기를 소원합니다!

글샘 2008-02-12 16:28   좋아요 0 | URL
우리 것이 소중하다고 강조하는 일이 갖는 한계도 물론 있지만... 너무 옛날의 중국 것, 근대의 서양 것, 일본 것에 익숙해 있는 현실을 보면, 제 것을 강조하는 일은 필요하지요.
더군다나 언어처럼 버릴 수 없는 관념문화의 경우에는 더한 것이고요.
영어가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소중하다면 숭례문 새로 세울 게 아니고, 영어탑을 그 자리에 세워야죠. LIBERTY OF ENGLISH!

달빛푸른고개 2008-02-19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두고 있던 책을 님의 서평을 통해 구매하게 되었네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글샘 2008-02-20 09:09   좋아요 0 | URL
평전 치고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해요.
역사적 고찰도 충분한 것 같구요.^^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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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이상하게 붙였다. 이 책의 내용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고, 원제목도 a long way gone - memories of a boy soldier 이다. 가버린 먼 길 - 어느 소년병의 기억들인데, 집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은 좀 생뚱맞다.

시에라리온이란 나라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자의 산이란 뜻이란 나라 이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도 내전이 일어났고,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을 겪었는데, 이 와중에 이스마엘 베아란 소년이 전투병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기록을 남긴다.

꼭 시에라리온의 전투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전쟁에서도 10대들이 대부분의 전투력을 차지했으며,
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군이라는 명확한 표지가 없는 여성, 아이들, 노인들은 몰살을 당했던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에라리온이란 천만 리 떨어진 나라의 전쟁 이야기건만, 수십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비참한 역사의 다른 버전에 불과하다고 느껴졌다. 전쟁을 듣도보도 못한 사람들이거나, 자기들은 원주민을 다 죽였지만 그 빼앗은 땅에서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미국인들이라면 반군들의 악한 모습에 치를 떨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사람이라면 이 논픽션을 어떻게 읽을는지 궁금하다.
또 이라크 아이들이나 우간다나 르완다의 내전 지역에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올는지도...

호환, 마마보다 훨씬 끔찍했던 전쟁의 휴우증을 이동하의 '파편'에서는 한조각 파편으로 그리고 있다. 형의 죽음을 목격한 숙부는 평생을 파편이 몸에 박힌 채 아파하며 살아가다가 죽음 후에야 파편 한 조각을 잿가루 속에 남겨 두고 세상을 뜬다는 이야기.

이유도 모르고 총알을 피해 달렸던 순진한 소년들의 눈망을에, <유엔>이란 평화의 사절이 천사로 비쳤을는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그 나라들엔 내전과 전쟁의 폭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엔 빌딩 그 안에서 몇몇 어린이들을 데려다 두고는 돈도 주고 먹이기도 하면서 비참한 실상들을 알리기도 하지만, 유엔의 대강당에서는 이라크에 봉쇄를 하기 위하여, 그리고 더 큰 타격을 주기 위하여 언제든 전쟁 결의를 땅땅거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진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전쟁의 참혹함만이 괴물처럼 크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원인없는 전쟁은 없다.

대부분의 내전은 '전제 군주정'이나 '독재' 세력에 반대하는 '정의로운 반군 내지 좌익' 세력의 폭거로 시작되기 쉽다. 이 와중에 민중들은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고. 한국 전쟁의 미-소 대립 구도가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남미의 대부분 반군들은 민족주의자들이었던 반면, 정부군들은 미군의 따까리들이었던 사례를 보고, 이 반군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몇 가지 자료를 검색한 결과, 이 반군도 처음에는 부패 정치 청산을 목표로 일어났던 것인데,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무서운 전쟁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미친 듯이 총을 쏘게 하는 일.
그것은 모든 전쟁의 공통점이다. 그들의 반군만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라크의 미군도, 이라크의 정부군도 미친 넘이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전쟁을 거부하는 일.
이런 일은 꿈속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리라.
돈 있는 곳에 욕심이 있고, 욕망 가득한 곳에 싸움이 있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이유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은 슬픈 법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시에라리온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읽기 바란다.

 

  <간략한 시에라리온 내전 설명>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영국과 미국의 해방노예들이 귀향하여 건국한 나라이지만, 오랜 내전으로 '아프리카의 킬링필드'라 불리기도 했다. 내전 기간 동안 무려 200만명이 난민으로 내몰렸고 35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다이아몬드 광산지역의 통제권을 지키기 위해 소년병에게 환각제를 먹이고 이들을 동원하여 인근 양민들의 신체를 절단하는 등 반군들의 극악무도한 만행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11년간의 내전 기간 동안 약 6,000여명이 신체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은 1991년 포데이 산코가 이끄는 혁명연합전선(RUF)이 모모(J.S. Momoh) 정권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되었다. 모모 정권의 부패와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애초 반란의 명분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둘러싼 이권전쟁의 양상을 띠게 되었고 이후로도 쿠데타와 내전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시에라리온의 국기인 초록.하양.파랑의 삼색기는 각각 자연.정의.평화를 의미한다... --EBS지식채널e<<지식e>>/북하우스p.57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시에라'는 산이라는 뜻이고, '리온'은 사자라는 뜻입니다.
'사자산' 이라는 이름은 15세기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해안의 산에서 들리는 천둥소리가 사자소리 같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헬기에서 내려 지프를 타고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려 막사에 도착했습니다. 이 나라의 문제는 아동 노동보다는 10년 동안의 내전이 갖다준 후유증입니다. 죽기살기로 계속 싸우는 이들을 방치할 수 없어 유엔이 개입해 2년 전에 전쟁이 끝났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건물은 모두 파괴되고,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성도 다 파괴되었습니다. 거기에 시에라리온의 비극이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자원은 다이아몬드 광산입니다. 물론 광산의 소유주는 대부분 부자 나라 사람들입니다.

돈이 있는 곳에 다툼이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영국령에서 해방되고 얼마 안 돼 정치는 점점 부패하고, 곧이어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쿠데타로 인해 손해를 본 세력이 또 다른 사람들을 시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싸우게 되었는지, 누굴 위해서 싸우는지조차 모르는 채 10년 동안 죽고 죽이는 일밖에 한 게 없는 것입니다. 

2년 전에 전쟁이 종식되고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았지만, 너무 망가져 버린 나라 앞에서 누구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금은 세계의 시선이 온통 이라크전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무도 시에라리온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전쟁도 부자 나라와 해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세상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는 어린이들에게 달려 있으니 꼭 도와달라고 그는 다시 한 번 당부했습니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가뭄이 없고 땅이 비옥해 지도자만 잘 만나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수도 프리타운은 끝도 없이 펼쳐진 대서양을 끼고 있고, 노란 수선화 같은 꽃들이 큰 나무에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진분홍색 꽃나무들이 해변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또 얼마나 고운지...... '자유의 도시' 라는 뜻의 수도 프리타운은 19세기 노예해방 때 풀려난 노예들이 거추장스러워 대서양 어디쯤에 풀어놓은 뒤 붙여진 이름으로, 그들이 이곳에 본래 살던 원주민들과 섞여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피의 다이아몬드

 신의 축복이었던 다이아몬드 광산이 시에라리온에선 재앙이 되었습니다.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이제 바닥이 나버렸다는 광산에선 아이들이 하루 종일 광주리에 흙을 떠다가 고여 있는 웅덩이에서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렇게 흔들면 다이아몬드 알맹이가 가운데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광산주는 물론 따로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인 물 속에서 계속 일을 해서 그런지 온몸에 좁쌀만한 종기들이 바위에 따개비가 붙듯 다닥 다닥 붙어 있습니다...... 고작 하루 한 끼 밥을 얻어 먹으면서 중노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할 일이 없으니까, 광산 곳곳웅덩이마다 아이들이 올채이떼처럼 바글바글합니다.

시에라리온, 앙골라, 콩고 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3국에서 유혈 내전이 일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이 나라들은 모두 풍부한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갖고 있는데다, 반군 세력들이 무기를 사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캐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를 돈줄로 삼아 탱크와 소총, 군복, 맥주까지 구입하고 있습니다. 

반군통일혁명전선이란 거창한 이름을 가진 반군들은 포로로 잡힌 사람들의 손가락, 손, 입술, 귀 등을 즐겨 절단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들의 희생자 중에는 서너 살짜리 아기들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가장 잔인한 사건으로 알려진 이 내전으로 약 20만 명이나 사망했으며, 수만 명이 사지를 절단당하거나 정신적 상처를 입었습니다. 강간이 전국적으로 저질러졌고, 아이들이 병사로 동원되었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 캐낸 다이아몬드는 이웃 나라 라이베리아로 옮겨진 뒤 유럽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또한 반군혁명 세력이 생산한 다이아몬드 중 많은 양이 미국 뉴욕의 보석 가게들에까지 흘러들어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옵니다. 콩고 민주공화국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에 눈독을 들인 르완다와 우간다 군대가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또한 앙골라의 유니타 반군으로 하여금 무려 28년 동안 내전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보석 다이아몬드는 이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의 피와 눈물의 결정체입니다. 아프리카를 다니면서 다이아몬드가 모든 대학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다이아몬드가 대단히 슬픈 보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도저히 다이아몬드를 몸에 지니고 다닐 수 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것에는 그곳 아이들과 여성들의 피가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인 다이아몬드 거래의 경우에는 혜택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에 돌아가지만, 현재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오히려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반군들은 광산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고, 그들의 수중에 들어간 다이아몬드는 대량 살상 무기로 바뀝니다. 

다이아몬드는 넘쳐나는데 밥을 굶는 나라. 이 어처구니 없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당신의 손가락에 끼어 있는 다이아몬드가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흘리는 고통의 피눈물이라는 걸 아는지요?"

http://k.daum.net/qna/view.html?qid=3Q33r&q=%BD%C3%BF%A1%B6%F3%B8%AE%BF%C2%C0%C7%B0%ED%C5%EB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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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3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지식e에서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의 문제를 아이들과 같이 본적이 있어요. 그나마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아이들은 나은 편이었고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정신병원에 수용된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마음이 아파서 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세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글샘 2008-02-04 15:24   좋아요 0 | URL
시에라리온 반군들이 민간인들 손목을 자른 이야기들은 잔인하지요.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싸우는 인간들 사이에선 늘 슬픈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이 나라도 제대로 살면 관광국가와 보석산업으로 선진국이 될 수도 있는 나라인데 말입니다. 아쉽죠. 뭐, 한국도 그렇게 치자면 아쉽고...

2008-02-03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04 15:26   좋아요 0 | URL
요즘 별로 왕성하지도 않습니다. ^^
해야할 일이 있는데, 미뤄두고 밍기적거리는 중이거든요. ㅎㅎ
저도 아쉽지만... 올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고 꾀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