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의 서평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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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아, 간만에 알라딘 서평단에서 침흘릴 만한 책을 받았다. ![](http://image.aladin.co.kr/coveretc/book/coveroff/8990429730_1.jpg)
다른 책들도 나쁘진 않았지만... 파란 여우님이 댓글로 메--롱이라도 하고 가면, 우띠, 이러긴 했다. 안 그래도 이 책을 언제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연수받고 오니 이 책과 메리 스튜어트가 배달되어 있었다. 아, 새 책 냄새 참 좋다. ^^
우선 메리 스튜어트의 사진과 해설을 읽고...(요것도 재밌겠다.)
김영수의 마지막 해설을 읽었는데, 그만 손을 떼지 못하고 친구 장모님 상에 조문 가면서도 줄창 읽다가 급기야 몇 시간만에 다 읽고 말았다.
우선, 이 책은 무협지보다 재미있다. 김영수...라는 사람이 ebs에서 32강을 했다는데... 난 워낙 텔레비전을 안보니... 그건 모르겠고...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아마, 이 책을 보고, 사마천의 사기를 들춰보다가는 다시 씨껍을 할 것이다.(부산엔 되게 혼날 것이다...를 씨껍한다...고 하고, 여기서 추론하여 10급은 급도 아니다...는 농담이 있음.)
그래도 씨껍할 땐 하더라도... 사기를 읽고 싶게 만들었고,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좀처럼 잘 안 드는 생각인데... 이 책은 다시 몇 번이고 읽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요즘 나이가 든 건지...(작년까지만 해도 40대란 생각이 별로 안 들더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하다.
진급하는 경쟁의 과정이 치졸하다고 점수따는 넘들만 교장 자리에 올라가는 걸 보고만 있을 건지... 그 싸움 속으로 뛰어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학교의 구조는 점점 여교사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답답한 관리시스템은 20년 전이나 변한 거도 없고... 맨날 10시까지 자습시키고 머리 단정하게 하는 걸 지고지선으로 아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만을 쏙, 뽑아내신 사기의 달인 김영수 선생 글은 참 재미있다. 내가 간혹 한문을 가르치기 때문에, 고사 성어에 얽힌 옛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좀 해야 하는데, 중국의 나라는 뭣이 그리도 어려운지... 애들 이름도 엄청 많고... 그걸 김영수 선생은 쌈박하게 정리해 주신다. 게다가...
2008년에 딱 맞는, '지금은 난세다.' 는 개념 정리를 해 준 '알마'(달마도 아니고... ㅠㅜ) 출판사의 기획팀도 멋지고,
마무리에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정권이 무엇으로 튼튼해 지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자산)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화식 열전)
이런 글을 색을 넣어서 인쇄해 두었다. 와, 쌈박하다.
어느 가장 못난 정치가는 초딩이랑 다투는 자더라... 그리고 인덕원은 안양가는 길에 있고(썰렁~), 물대포로 다스리려 하는 넘들...
달려들자니 무모한 싸움이고, 고개 숙이고 있자니 분해 죽겠을 때,
야단치자니 내 입만 더러워지고, 그냥 있자니 질서가 안 잡힐 것 같을 때,
사기를 읽을 일이다. 물론, 전체를 읽으면 혈압이 더 오를 지 모를 일이므로, 이 책에서 답을 구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듯 싶다.
물론 '해답'은 얻을 수 있겠지만, '정답'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삶의 변화율이요, 정식이다.
주군께서 과감하게 인재를 등용한지 1년... 이제 인재가 오지 않는 까닭은... 내 재주로 봉사하지 못할까 두려워함입니다. 이에 구구단밖에 모르는 저를 등용하시면... 캬, (82)중국 사람들 말 잘 한다. 아님, 사마천이 멋지게 적은 거든지...
지도자는 결코 백성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나라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109) 이런 거 노자에서 보면 추상적인데, 사기에선 이야기와 사람 속에서 읽게 되니... 감동적일 수밖에...
궁형을 감수하고... 오자서는... 작은 의를 버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길이 전했으니, 그 의지가 실로 비장하다. 강인한 대장부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128) 아, 오자서에 빗대어진 사마천의 '투사'는 실로 눈물겹지 않을 수 없다.(이거 내 말투가 자꾸 격해지고 있삼...^^)
원수인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한 제 환공, 그 관중을 천거한 포숙아... 아, 감동이다.
19년 망명 생활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낙관적인 여유를 가졌다는 진 문공...
외국인 인재 아웃소싱의 원조, 진 목공.
경청의 리더십을 보이는 초 장왕까지... 오월 춘추의 네 임금 이야기는 정말 멋드러지다.(129)
157쪽에서 서울대 캠퍼스가 100평 정도...의 귀여운 실수는 고쳐 줬으면 한다. ^^(만이 한 자 빠졌을 뿐이고...)
아예 파묻을 때부터 도굴을 방지한 진시황릉의 치밀함과, 그 개발을 과학이 발달할 때까지 늦추자던 저우언라이(주은래)의 멋진 마음과... 지난 주 40%대를 치솟앗던 1박2일의 인기를 배태한 박찬호의 고향 공주에서 보았던 "무녕왕릉의 발굴을 보라. 세계 발굴 역사상 최악의 발굴로 기록되고 있다."(177)... 이런 박통의 시대를 회상하면, 아무 생각없는 놈들의 행사가 얼마나 두고두고 후손에게 민폐가 되는지... 알아야 한다. 필리핀이 3년 지배당하고 5억달러 이상 받았고, 박정희는 35년을 3억에 비밀협약... 저질렀다는 만행들을...
사람이 산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다. 조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그때마다 지혜로운 이야기들을 머릿속에 가슴속에 새겨둔다면, 돌부리를 파내거나 무사히 건너뛰는 지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184) 아, 역시 사기의 달인다운 멋진 말이다. 음, 사기꾼들이 말을 잘 하지...
사기에는 민심과 관련된 격언이나 명언이 적지 않다. 민심이란 오늘날로 말하면 여론이다. 정치가나 사회 지도층이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백성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간파하지 못한 채 정쟁과 사리사욕 추구에만 빠져있을 때 민심은 폭발한다...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행적을 남긴 사마천은 민심의 동향에 크게 주목...(192)했다는 이야기는... 똥싼 놈이 방귀뀌었다고 민노당 의원 나무라는 퐝돵한 씨츄에이션을 저지르는 이름을 밝히지 않을 어느 당의 위인들을 향한 쓴소리 같다.
아무리 언론을 통제하려고 해도... 지금 세상에 비밀은 없다.
정치의 마지노선은 무엇인가, 바로 민심이다. 민심이 한번 돌아앉으면 돌이킬 수 없다.
민초들은 참을 때까지 참는다. 바닥까지 긁어가는 살인적 세금도 견디고 생활고도 견디며 최선을 다해 살아볼 때까지 살아본다.
그리 해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비로소 터진다. 그 정도 되면 막을 길은 없다.
그게 바로 민심이자 정치의 마지노선이다.(195) 뉴라이트나 딴날당 아이들은 이런 말 읽으면 이해할까? 왠지 마진은 알아도 마지노선은 모를 것 같다. ㅠㅜ
이 외에도 여론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그만큼 여론이 중요하단 뜻이리라.
여론은 황하의 물길과 같다. 곤은 9년간 치수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물길이 터지는 곳마다 제방으로 막았거늘 성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우는 황하의 물길이 넘치는 곳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물길을 텄다.
그래서 치수에 성공하고 하나라를 건국한다.
여론이 모이는 곳을 막겠다면 끝내는 여론은 원망으로 바뀌고
원망이 쌓이면 결국 홍수가 제방을 뚫듯 터져버린다.(319)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과 믿음으로 임금의 정치를 보필하고자 하는데 임금은 칼을 어루만지며 흘겨본다. 바로 이것이 뜻있고 가난한 선비들을 마른 나무와 썩은 그루터기만도 못한 재목으로 만드는 것이다.(209) 덕이 있으면 선비들이 저절로 모인다는 이야기다. 새길 일이다.
제의 위왕이 남긴 장일인과 팽일인도 무서운 이야기다. 한넘은 백성의 칭송이 자자하고, 한넘은 백성의 비난이 가득했다. 위왕이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칭송자자는 놀고 먹고, 비난가득은 열심히 일하고 백성도 평화로웠다. 위왕이 비난 가득을 불러 사람들은 그가 팽일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가 상받은 인이 되고, 칭송자자는 상받으러 폼잡고 들어갔는데 그가 삶아 죽임을 당한 팽일인이 되었단다.(251) 아,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도 이와 같거늘... 높은 점수를 따서 승진을 노리는 이들의 많은 이들이... 장일인 쪽보다는 팽일인 쪽에 가깝거늘... 그걸 바로볼 줄 아는 사람이 어디 없는지... 점수라는 것, 평가라는 것은 언제나 비열한 쪽이 좋은 점수를 관리할 줄 아는 것인데 말이다.
장의와 소진의 합종 연횡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 장의의 좁은 그릇을 간파한 소진은 앞에서는 모욕을 주지만 뒤로 돌보아 준다. 그러나 장의는 소진의 논리를 역이용해 자신의 출세를 도모한다. 아, 어떤 것이 과연 삶의 진실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나비가 장자인지... 꿈이고 마는 것인지... 무간도의 이야기처럼... 결과를 모른다면, 첩자인 체 하는 것인지, 첩자가 된 것인지... 지난 추석에 본 감동적인 영화 '바르게 살자'가 오버랩된다.
작지만 강한 나라 '정나라'를 이끈 자산의 이야기는 한국이란 나라의 통치자가 가져야할 정치철학을 생각케 한다. (322)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기 전에 '공직자 재산 신고'를 했다.
그의 사후에 재조사한 신고에서도 땅 한 뼘 늘지 않았다.
저우언라이 수상도 죽을 때 단 한 푼의 돈도 남기지 않았으며,
자식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났다.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직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330)
아, 이런 글을 읽으면, 괜히 내가 부끄럽다.
박근혜는 얼마나 부자냐... 박정희, 육영수, 정수 장학회가 얼마나 부자냐...
언놈은 재산 기부한다고 뻥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소식이 감감 무소식이고...
이러니, 중국 아이들은 외국에서 공부하면 조국으로 간다지만, 한국 아이들은 훨 좋은 땅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지...
사마천이 역사책을 썼으면서 86%를 사람 이야기로 채운 것은 "사람이 사업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처세술이라는 것이 곧 인간과의 관계를 맺는 일임을...
그 속에는 온갖 꼼수가 종횡무진 판을 치더라도, 결국 이기는 것은 믿음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사랑한 춘추오패에 있어서도,
리더십은 결국 인재 활용의 문제였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야말로 리더십의 출발(385)이다.
아, 다시 문제는 인간이다. 오늘 정말 반가운 책을 만나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이 책은 서평단 도서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대상은...
지금 이 나라의 정치를 말아먹고 있는 이들이 '문맹이 아니라면...' 꼭 읽기를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나라의 정치에 소름이 돋는 이들도, 미네르바의 거친 경제학보담은 사기를 읽고 힘을 충전하면 좋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인문학적 소양이 꼭 필요한 '관리직'이나 고위 공직자들, 그리고 사장님들(난 씨이오란 말 싫다. 쳇, 사장님이면 됐지, 회장님하더니 씨이오가 모냐... 스펠링도 모를 것들이.)
그리고 공공미술하는 사람들이 좀 봤으면 좋겠다. 미술가들도...
중국의 석상들이 얼마나 멋진지... 이순신 동상은 참... 말하기 좀 뭣하고...
이 책과 연관지어 읽기를 권하는 책은...
고우영의 만화 18사략... 열 여덟권의 역사책을 요약해 놓은 거라는데... 정말 재미있고 쉽게 되어있다. 시립, 구립 도서관 같은 데 가면... 이-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감동적인 구절들은 정말 많다. 그걸 줄이고 줄여서, 가리고 뽑아서 적은 것이 위에 저렇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