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 고대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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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5권 시리즈 중 첫번째 권. 

어머니가 홈스쿨링을 위해 자기 아이들을 위해 쓴 이야기이기때문에 아주 쉽다.
그리고, 챕터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꼭 다루어야 할 것들을 잘 다루고 있으며, 도판들도 쉽게 들어있어서 좋다. 

중학교때 처음 세계사를 배우면서 발음하기도 힘든 도시, 사람들의 이름을 만나면서 나는 참 당황했다.
공부한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던 것들.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라면 이런 책들을 마루에 비치해 두고,
잠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씩 함께 읽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첫 권에서 로마의 멸망까지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저자의 역사에 대한 박학함이 잘 묻어난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만큼, 상세한 설명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군사 독재'에서 '군사'란 군대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 뜻이고, 독재란 사람들이 무조건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아, 미국아이들은 이렇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그 '자유의 나라' 미국이 '군사 독재'의 모범이 되고 있는데 말이다.
미국이야말로 '군사 독재'의 전형이 아닐까?
군대를 가지고 온갖 일을 하는 미국.
그리고 사람들이 무조건 미국 정부에 복종해야 하는 듯한 분위기... 미국, 좀 짱나는 듯... 

262쪽의 '나스카 유적'에 대한 설명에서 실수가 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수백 킬로미터'라고 적었다.
헐~이다. 무슨 만리장성도 아니고... 수백 킬로미터짜리 그림을 하늘에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ㅎㅎ  

423쪽에 '명왕성'을 '행성'으로 분류했는데... 이 책의 영어판이 2002년판이고, 번역은 2004년에 나온 것이니 그럴 법 하다. 

명왕성에 대한 자료 중,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명왕성, 에리스, 세레스 등을 왜소행성으로 분류하여 사실상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명왕성이 처음으로 발견된 1930년부터 2006년까지 명왕성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가장 작은 행성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행성의 기준에 따라 타원형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명왕성은 행성으로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어 134340이라는 소행성 번호가 붙었다. 

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34340이란 소행성이 되었단다. 거기 어린 왕자가 사는 이웃동네쯤으로 보인다. 

지금 2권의 중세를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세의 역사는 어둡다.
페스트도 그렇고 100년 전쟁이나 장미 전쟁 등, 그리고 왕짜증나는 십자군까지...  

알라딘 중고샵에서 절반 가격도 안 주고 샀는데, 다섯 권 세트를 책꽂이에 꽂아 두니 마음이 뿌듯하다.
책을 잘 사지 않지만, 가끔은 이런 사치에 빠지는 재미도 있다.
법정 스님... 무소유가 이렇게 뿌듯하진 않잖습니까. 작은 소유의 뿌듯함을 누리게 허락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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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때문에 내가 죽겠어요~~.
서재브리핑에 글샘님 글이 뜨면 와보고 싶어서 죽겠고,
서평을 읽으면 책이 욕심이 나서 죽겠고....
도대체 저를 몇 번 죽이십니까?

이거 걍 다섯 권 몽창 질렀다 아입니까~~! ㅠㅠ
"님 쫌 짱인듯"이란 부제만 없었어도 한 번 훑어가는 걸로 끝났을텐데...^^

글샘 2010-05-07 11:05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ㅠㅜ
가족의 달에 자꾸 몇 번이나 죽여서...
이 책 세트를 서가에 꽂아 두면... 좀 짱이긴 합니다. ㅎㅎ
마기 님도 좀 짱인듯... ㅋㅋ

비로그인 2010-05-08 02:36   좋아요 0 | URL
진짜 짱이더만요.
뽀다구 지대로예요^^

글샘 2010-05-08 11:03   좋아요 0 | URL
이제 뽀다구 나는 책 뽀다구 나게 읽어 주자구요.
 
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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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슴이 뜨거워지고 피눈물이 흐르는 광주에서 출발하여,
김대중과 노무현을 평가하면서 민주주의의 나무가 자란 과정을 살펴 보다가,
돼먹지 않은 이명박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야당>으로 끝을 맺는다. 

결국 이 특강은 광주 시대의 죽음인 2009년의 노무현 사망 사건과 김대중 사망의 국면에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정치판을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읽으려 했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지나온 30년을 이렇게 잘 정리한 책을 찾기는 드물 성 싶다. 
이전에 한홍구가 쓴 대한민국사 같은 책들이 가진 가치는 개별 사건에 대한 상세한 연구 쪽이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시사적인 사안들이 너무도 중차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시론 時論>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이 책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권해야 할 책으로 보인다. 

강풀의 26년이 영화화되지 못하고, <화려한 휴가>가 주제의식이 흐려진 채 개봉되는 현실에서,
한홍구의 첫 회 강연, <광주의 자식들 - 그리고 노무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낀 사람들...을 읽는 일은 가슴이 아프고, 쓰라리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었다.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날 밤, 죽음을 무릅쓰고 도청을> 지키러 들어갔던 사람들의 슬프고 굳센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5월을 먹고 일어선 무서울 것 없는 '운동권'의 눈빛이 일구어낸 <장엄한 패배, 위대한 부활 - 80년 5월이 87년 6월로>를 읽는 일은 나의 슬픈 20대를 오롯이 되살려내는 아련한 일이었다. 85년 가장 데모가 심하던 시기에 대학을 들어가 공부라고는 별로 해본 적 없고, 노상 사회과학 서적 읽고 세미나하고 오후마다 벌어지는 교문싸움이나 하던 날들과, 서머타임으로 9시에도 지지않는 해를 보면서 남대문통을 휘젓던 6월의 기억, 그리고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백골단의 시뻘건 눈빛과 두려움의 상징, 화이바... 이런 것들로 치를 떨게 만드는 힘이 충분했다. 

김영삼의 후퇴, 김대중의 승리와 노무현의 희망과 좌절까지... 

한 해 한 해의 사건들이 뉴스거리와 함께 내가 살아온 날들 속에 각인된 것들이어서 읽는 일은 무척이나 쉽지만,
읽어내는 일은 마음 편하지만은 않은...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과거와 미래를 상대로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역사라면,
도대체 과거에서 무엇을 배워서 현재를 가꾸어 갈 것인지...
어떤 미래를 위하여 현재 뛰어야 하는 것인지...
이 책은 도란도란,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공부하게 해 준다. 

이명박 정권, 다시 죽음의 시대에... 이 편을 읽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시 죽음의 시대가 되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기기도 쉽고 지기도 쉽다. 그러나 싸우지 않으면 반드시 진다>는 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꼭 맞는 말이 아닐까 한다. 

보론으로 대한민국 야당의 역사를 덧붙인 것은, 야당의 역사가 바로 독재 정부를 만든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야당의 역사 속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면,
아니 지금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미래를 야당의 역사와 성공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한다면
민주적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열 명에게 선물하고, 또는 열 명에게 빌려주고 읽게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싶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그리고 법고창신의 마음으로...
역사란 과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을 파악하는 것이고,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홍구는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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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이긴 사람들 - 하워드 진 새로운 역사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문강형준 옮김 / 난장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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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최고의 지성 하워드 진이 타계했다. 지난 1월의 일이다. 

하워드 진의 길거리 연설 포스는 정말 죽인다. 그러나... 어차피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더이상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자유를 보호하고 싶다... 이라크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정확한 이야기다.
모든 폭력과 탄압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국민의 자유나 인권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것이 국가란 괴물이다.
기업의 이익은 모든 전쟁을 이끌고, 모든 가난한 자들에게 죽음도 불사하며 세계를 누빈다. 그것이 세계화의 본질이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방부가 쓰던 언어...
우리는 그 보도를 확인해줄 수 없다.
그 무기가 우리의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것은 사고였다.
우리는 민간인들의 사망사건에 유감을 표한다... 

아, 이번 천안함 침몰에 보여준 대한민국 국방부와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대한민국도 역시 기업의 이익에나 관심이 있는 더러운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워드 진이 개콘을 봤다면, 박성광을 천재라고 극찬했을지도 모르겠다.
국가가 나에게 해 준게 뭐가 있냐, 1등 기업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술푸게 하는 세상... 

진실이 가진 힘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일러주는 힘이라고...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그는 말해준다.
미래는 현재의 끊임없는 연속이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을 거부하는 가운데
우리가 마땅히 살아가야 하는 방식이라고 믿는 바처럼 지금을 살아간다면, 바로 그 자체가 위대한 승리이다...
고.(291) 

시민불복종은 이론이고, 민권운동은 그 실천이다.
소로에게서 자연예찬 이상의 불복종을 얻어내는 하워드 진의 이야기는 어쩌면 '미국 민중사'에서 모두 읽은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칼럼집을 읽는 일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소로는 말한다. 흑인들의 권리는 국가의 법보다, 헌법보다 더 위에 있다고...
가장 고귀한 정신적 능력과 순수한 마음이 대표되지 않는 정부는 괴물과 다를 바 없다고...

역사는 언제도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 똑같은 비극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치졸한 역사 현상들은 과거 조선시대의 비극과도 다르지 않은 그것들이다.
임꺽정이나 홍길동이 부르짖었던 인권에 대한 이론이 아직도 이 땅에서는 천안함으로, 비리 검찰로 드러나는 것이다. 

진짜 적은 전쟁!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모든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폭력'과 '전쟁'이 용인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워드 진이 진정한 지식인임이 이런 지점에서 드러난다. 

"부잣집 아들들은 결코 베트남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 부잣집 아들들은 결코 천안함에 타고 있다 참변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원! 

전쟁은 우연히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며, 
인권과 별개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그는 명백히 보여준다.
<나는 판결이 두 개의 계급, 즉 억압받는 계급과 부유한 계급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억압받는 계급의 일원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오늘 이 피고석에 서 있는 이유입니다.>
사형 선고 직전 사코가 남긴 말이다.

이방인이며, 전쟁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죽어간 사코와 반제티의 사형 사건처럼,
불법인 인간은 없다는 그의 의견은 인권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무부' 아닌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관리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겹쳐지나간다.
불법인 인간은 없지만, 한국에 불법체류자는 엄청 많다.
어떤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그 불법 인간들은 유치장에서 불타 죽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죽어간 온갖 <부조리 속에서 산화한 넋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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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나이에 지다(홍세화)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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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법조계 등에 대한 불법 로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경영권 불법 승계 ... 이것이 삼성이란 괴물 재벌의 생존 전략이라고 김용철이 폭로한 책이다. 

김용철은 결국 졌다. 그렇지만, 김용철이라는 용기있는 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많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도 졌다. 사제단이 촛불집회를 말아먹었다는 헛소리를 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들은 세상을 모르는 이들이다. 촛불은 어차피 꺼질 때가 돼서 꺼진 것이다.   

그러나 김용철의 이같은 가슴 터지는 경험에 대한 고백과 사제단의 노력으로 삼성에 대한 일단이 세상에 밝혀졌다.
물론, 그들의 더러운 삶의 방식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용철의 이 책을 읽기가 두려웠다.
살아있는 권력에게 벌벌 떠는 검찰, 영원히 살아있을 권력의 개가 된 검찰을 지금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과 행정과 사법이 모두 군사독재 시절보다 철저하게 '돈'의 시녀가 되어버린 세상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 사는 원리가 그렇게 추잡한 것 아니냐는 듯,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내는 곳도, 노무현을 쥐락펴락 하던 곳도 삼성의 돈다발 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책을 읽기가 두려웠던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난 지금도, 역시 사는 일은 두렵다.
전두환의 비자금을 까발리던 검사가 삼성으로 들어가게 된 내력과, 삼성을 정면으로 들이받게 된 사연을...
그리고 그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고, 조사하지도 않는 불성실한 검찰...
권력을 물어뜯을 수 없다는 썩어빠진 검찰을 길들인, 삼성 장학금의 실체는 세상을 온통 미쳐버린 붉은 색으로 물들인 것 같다.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을 읽을 때,
아, 미국의 돈줄은 이렇게 추악한 모습으로 세계를 향해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한국의 <제1권력>이 이런 모습으로 부패해 있구나... 하고 온 몸으로 전율했다. 

누군가는 오늘도 '삼성 공화국'에서 살아가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건희 회장님께 감사기도를 올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오늘도 '삼성 장학금'을 받아 룸살롱을 전전하며 희희낙낙할는지도 모르고...
그러나 누군가는 오늘도 컴컴한 복도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피를 토하다 죽어갈는지도 모른다.

<홍세화 칼럼> 스물 셋 나이에 지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14/414621.html 

'삼성' 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좀 더러워도 빨리 성장하는 것이 좋은 일이 되어버렸다.
없는 것들은 좀 무시해도 좋은 것이 되어버렸다. 가진자들이 앞서가는 데 없는 자들이 길을 막아서는 안되는 거였다. 

광주를 쓸어버리고 권력을 잡았던 신군부처럼,
삼성만이 유일의 가치인 삼성 공화국에서는 오로지 삼성을 인정하는 자만이 '공화'국 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
모두 화합하여 살아가는 삼성 공화국에서 김용철이나 사제단 류의 떨거지들은 지탄의 대상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박연차나 천신일보다 수천만배 큰 규모의 삼성 장학금을 조사하지 못한 채, 노무현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말 노무현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나니 하게 된다.
권력이란 것의 허상을 깨달았을 때, 칼날 위의 꿀을 빨던 혓바닷에 보게 된 피맛이랄까... 

존엄하게 태어난 인간,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얻으려고 애쓰지만,
삼성왕국에서는 그 물적 조건을 얻으려면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내던질 것을 요구한다.(위, 홍세화 칼럼에서...) 

아, 무서운 노릇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내던지고 얻을 수 있는 물적 조건이란... 지위와 권력이란... 

이 땅덩어리가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 휘말림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책. 

John Greenleaf Whittier라는 시인이 남겼다는 말이 있다.
"말로든 글을 통해서든,
모든 슬픈 말 중에서도 가장 슬픈 말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
라는 말이다." 

김용철과 사제단의 발표는 <삼성을 더 건강한 기업으로 고칠 수> 있었는데...
<삼성을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사건이었다. 

슬픈 말 중에서도 가장 슬픈 말...
그럴 수도 있었는데...   

아래같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깃털을 미워하는 사람들로서는 또다시 그 슬픈 말을 반복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떡을 언제 돌려야 할는지,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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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래도 삼성에 자녀를 취업시키고 웃음이 나십니까?
    from 글샘의 샘터 2010-05-12 15:39 
    지난 2~3년간 '반도체 백혈병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또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은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직원이 지난 9일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2003년 입사한 이 여직원은 2007년까지 연구실에서 잠깐동안 불량 처리된 반도체 제품 테스트 업무를 맡아왔고 2007년 이후 사무실에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 제1권력 1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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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인 '오쿠만쵸샤와 하리우도어 고로스'가 무슨말인지 곰곰 생각하며 읽었다.
첫장부터 충격적인 발언은 이어진다.
우연히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 탐정이야기처럼, 그가 가정하는 인맥의 가계도는 세계의 모든 <하드 보일드 역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억만장자는 헐리우드를 쥐고 흔들 정도의 큰 권력이었고,
그 자본의 권력이 저지른 온갖 공포스런 사건들을 구체적인 <인명>을 거론하면서 기술하는 것이 이 책의 특장점이다. 

정치, 전쟁, 언론, 수송, 자원, 과학... 어떤 것은 역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겠지만, 전혀 아닐 것 같은 발명품 같은 것에도 검은 손의 마수는 뻗쳐있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가 민중에게 가해진 사건으로 본 미국의 역사라면,
이 책 <제1권력>은 미국의 자본가들이 자행한 사건으로 본 미국의 역사편이라 보면 되겠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배워온 사실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으며,
이제 다른 시각으로 새로이 씌어질 필요가 있다.(88)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쓰는 것이 히로세 다카시의 책이 되었다. 

유사한 이름에서 출발한 가계도가 씨실로 먹히고,
온갖 사건 사고들이 날실로 먹히다 보면,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놀라운 무늬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는 깜짝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순수한 발명가로 알려진 에디슨의 탐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석유, 은행업 등의 검은 거래의 그림자는 그들의 '연합'을 실루엣으로 보여줄 뿐인데도 자본의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치러진 숱한 전쟁들의 뒤에서도 자본가들은 <위기를 이용하여 독점을 강화>해나가는 방안을 찾고 있음을 살필 때, 9.11 이후 미국이 걷고있는 길이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의 평화운동가라는 한 사람이 그려낸, 미국의 계보는 작가의 위대함에 놀라게 만들고, 자본의 추악한 마수의 발견에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놀랍고도 무서운 책.  

'석유 종말 시계'와 함께 읽노라니... 석유와 돈과 전쟁의 징그러운 상관관계가 얼키고설켜 머리를 뒤흔든다.
앎이 세계관을 뒤흔든다면... 이 책은 세계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이나... 펜은 탱크 앞에 무력하기 쉬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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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10-04-0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고도 무서운 책이라는 표현... 공감합니다

글샘 2010-04-02 16:19   좋아요 0 | URL
읽는 동안 내내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세상 사는 일이 그렇게도 무섭습니다. 지금 해군 함정을 둘러싼 왈가왈부도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ㅠㅜ

불화 2010-04-0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저도 읽고나니 세상이 넘 허무해지더군요..민주주의니..하는 개념들이 머리에서 지워지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