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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평점 :
복면가왕을 식당가서나 잠시 봤더랬는데,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듣고부터는 찾아 듣곤 했다.
작가들도 그런 것 같다.
세상에 많고 많은 작가의 수많은 책이 있지만,
어떤 기회로 우연히 알게된 작가의 작품들은 더 각별하다.
슈테판츠바이크의 책이라면 반색을 하고 구해 읽었는데, 이 책은 뭐랄까.
츠바이크를 느끼려 샀는데, 그의 글들이 소품들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달까... 그랬다.
운명은 창조적인 인간의 청춘 혹은 생의 한가운데로 엄습해
그를 은신처나 안전한 곳에서 떼어 내고는 낯선 곳에다가 셔틀콕처럼 패대기친다.
위대한 사람은 모두 이렇게
비좁고 익숙하고 유착된 곳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바깥 세계로 달음질치는 도망과 추락을 겪었다.
그 시간이 가끔은 죄인을 묶는 기둥이기도 했고,
가끔은 고독이기도 했으나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그 당시의 세상에 정면으로 대항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자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운명이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던 것.(49)
마치 그의 삶을 예견한 듯한 문장이다.
그와 시대를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나마 그 시대로 돌아가 살게 된다.
호흡이 가빠진다.
그의 위대함은 내면에 있지 않고 세계성이 있으며
머물러 있음에 있지 않고 솟구쳐 흐름에 있다.(79)
로맹롤랑에 대한 이야기다.
톨스토이에 대한 이야기도 뜨겁다.
진짜 변화는 사회시스템의 총체적인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었다.
그는 시간의 벽에 불꽃같은 경고의 말을 썼다.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는 잘못된 교육이 세운 벽이 있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전에 먼저 이 벽을 부수어야 한다.(95)
그렇게 고전을 완성한 톨스토이였기에 그의 작품은 영원하다.
유한한 인간에게 꿈이고 혼이다.
한 명의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그의 종족이 저지른 말로 다 할 수 없는 부정에 대해
속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133)
슈바이처다.
아집 따위가 아니라,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아는 한 인간의 안정감이
내부에서 외부로 드러난 것.(138)
츠바이크의 인간에 대한 비유와
삶의 곡절에 대한 평가의 절절함이 너무 간명해서 아쉬움이 크다.
나는 다시 낙담하고 말았다.
정신의 영역에서 위대한 예술을 창조해온 인류인데,
그 사람들이 어째서 지난 숱한 세월 동안
이 가장 단순한 비밀을 배우지 못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143)
그 낙담이 그를 죽음의 늪으로 몰고갔을지도 모른다.
그가 살았던 세기말과 새로운 세기의 시작 지점에서는
뜨거운 영혼들이 수도없이 출몰햇으나,
또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시작점이 거기에 놓여있었으니,
그의 영혼이 입었을 상처에 대하여 위로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