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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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던가? 고등학교 때였던가?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었다.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등에 쓰인 끝(end)이라는 말이 작가의 이름과도 같다고 옮긴이가 적어 두었던 것도 같은데...

학창 시절 읽은 이 책을 꼭 한 번 다시 읽고 싶어서 샀다. 책은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했던가! 나는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을 가장 적당한 나이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작가가 너무나도 잘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아 참 신기하기만 했다.

뒷면을 보니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런 학년별 권장도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내가 맡고 있는 학년은 4학년! 아이들이 읽기엔 그 철학적 깊이가 너무나 깊고, 또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학급문고 도서로 사긴 했지만, 우리 집 책꽂이로 꽂으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읽고 있던 이 책을 자꾸자꾸 탐내는 아이가 있었다. 내가 먼저 읽고 주겠노라 했더니 자꾸 책상 앞에서 알짱거린다. "그럼 너부터 읽어라."

그렇게 해서 우리 반 아이, 지창이가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었다. "이해가 되더냐?" "네, 너무 재미있어요." 그러고는 이 책이 지창이가 읽은 가장 감명 깊은 책이 되었다. 시간 도둑 회색신사들과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고, 용감한 소녀 모모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작가의 빼어난 글솜씨로 인해 읽는이를 몰두하게 한다.

작가의 다른 책 <냄비와 국자 전쟁>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모모를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무언가 쫓기는 듯 열심히 살지만, 그 속에는 행복이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시간이 저축되는 것이 아니라 도둑맞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채 생각할 시간도 아까워 그저 쉼없이 일만 하고 그 속에서 점점 황폐해져간다.

직장 다니고, 어린 아가 둘 키우고, 그러다 보면 책 읽을 시간도 쉽게 나지 않고, 집안일은 끝이 없고... 사람들은 잠시라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과연 내게 다시 여유있는 시간이 돌아올까 자꾸자꾸 의심만 든다. 삶의 여유~ 언제 꿈꾸어 볼 수 있을까?

이 책 모모를 읽으면서 나도 모모를 만나 지금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모라면 내 얘기를 잘 들어 주겠지? 모모라면 듣는 것으로서 나에게 답을 줄 수 있겠지?

지창이에게 이 다음에 니가 어른이 되면 이 책을 꼭 한 번 다시 읽어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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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우리 가족
한성옥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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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행복한 우리가족이 누리는 행복은 과연 다른 이들도 웃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크게 잘못하고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많은 일상들이 돌이켜 보았을 때 잘못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사실~

학구에 사는 관계로 아이들 눈에 혹 잘못 띌까봐 더더욱 무단횡단을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까운 길을 놔두고 굳이 돌아가 횡단보도 앞에 서는 나를 어떤 사람들은 참 답답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주는 가르침도 상황에 따라 어찌나 탄력있게 변하는지!

무단횡단은 나쁘지만, 오늘만은 괜찮고, 엄마랑 같이 건널 때는 괜찮다는 투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행복한 가족의 행복한 나들이 길은 많은 부분이 다른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다. 내가 하는 잘못된 행동들은 다 합리화가 되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그러한 행동들은 용서가 안 되는... 그래서 친구들간에도 서로 싸우고, 이웃간에도 분쟁이 일어나나 보다.

그림이 기가 막힌다. 그림과 글이 이루는 대조가 아이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많이 줄 수 있으리라 본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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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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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가다가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어제 언니 집에 갔다가 조카가 보지 않는 책을 왕창 쓸어오는 중에 그래도 또 줄거 없냐고 자꾸자꾸 물어보니, 이 책 한 권을 던져 준다.

'모르는 척'이라? 뭘 모르는 척 한다는 거지? 출판사도 이름있는 곳이네.

짧게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우리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대출 살펴 보려고. 그런데 5살 우리 아이에게 읽어 줄 책은 분명 아니었고.

학급문고 책으로 쏙 집어 넣었다.

차별,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왕따의 피해자, 왕따의 가해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 못하는 대부분의 아이들! (그 이유는 자신도 똑같이 왕따를 당할 것 같기 때문이라지?)에게 이 책 한 권이 던져주는 의미는 엄청나리라 생각된다.

내가 주저리 주저리 왕따가 나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읊어 보아도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사소한 다툼과는 차원이 조금 다른 그런 이상한 기류가 교실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우리 반에서도 아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한 친구에게 나쁘게 한 것을 다른 친구가 보고 내게 말을 해서 나름대로 타일러 보고, 반성문도 쓰고, 부모님 상담도 하고, 왕따 관련 책도 읽히면서 아이들 전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해 지리라 생각된다. 혼자서는 못할 일도 여럿이 하면 용기를 내어 과감해지기도 하는 것이 아이들인지라, 지도가 무척이나 어렵다.

포장마차 할아버지가 중학생에게 두드려 맞고 있는 한 학생(그 아이는 돈짱을 괴롭혔던 와라가세였다. 여기서 우리는 폭력의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되겠다.)을 구하려고 아이들을 말리고 쫓아내었다가 포장마차가 완전히 부서지는 일을 당하고 만다. 야라가세 일당에게 당하는 돈짱을 보고도 모르는 척 했던 주인공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 하신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보고 모르는 척하면 안 되지, 그러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아."

"하지만 그 대신 이 모양이 됐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되는 거야. 마음 속에 간직한 등불이 꺼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니?"하고 말씀 하신다.

괴롭힘을 당하던 돈짱은 학예회 무대에서 와라가세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는 전학을 가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주인공은 졸업식을 하면서 학교를 떠나기 전 모두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용기가 없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친구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전학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이대로 모르는 척하면서 졸업을 하게 되는 게... 이런 기분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그리고 끝! 그러나 나한테는 시작! 이라는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한 페이지의 글 분량은 짧으나 219쪽으로 끝나니 제법 읽을 거리가 있고, 그림 또한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돌려보면서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오늘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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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숨쉬는 자연 산 - 어린이를 위한 갈리마르 생태 환경 교실 1
르네 메틀러 글.그림, 김희경 옮김 / 키다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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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복한 아침독서의 도서증정행사로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책을 기증해 준 키다리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이전에 받은 미용사 레옹의 행복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깊은 재미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그런데, 기대 하지 않은 것이 미안할 정도로 배울점이 많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궁금했지만, 찾아보는 걸 게을리 했던 사실들을 책에서 자세히 안내 해 주었고, 전체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 찾듯이 동물과 식물들을 찾아 나가도록 짜여진 구성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산에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어찌 다 옮길 수 있을까마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주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잘 짜여져 있고, 또 기본적인 용어 설명이 따로 되어 있고, 찾아보기를 통해 필요한 동식물을 다시 되돌아 살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 관련있는 초등학교 교과 단원까지 자세히 제시 되어 있어, 관련교과를 학습하면서 참고 도서로 아이들에게 제시 해 보면 참 좋을 듯하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시계를 가지고 나침반을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아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 방법도 안내가 되어 있었고, 소나무과에 속하는 전나무와 가문비 나무를 구과가 잎에 달려있는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하루살이의 생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또 낙엽송의 정의도 알게 되었다.

1. 시계를 이용하여 남쪽 찾기

-시계의 작은 바늘(시침)을 태양과 일치하게 평평한 곳에 두면 12시와 시침이 이루는 각의 가운데 부분이 남쪽이 된다.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나침반을 이용하여 공부할 경우 이것에 대해 한 번쯤 설명해 주는 것도 좋겠다.

2.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구분하기

-전나무는 구과가 위를 향하고 있고, 가문비 나무는 구과가 아래를 향하고 있다.

3. 하루살이

하루살이의 생명은 보통 1~3일이다. 다 자란 하루살이 성충은 오랫동안 물 속에서의 애벌레 생활을 마치고 뭍으로 나와 날아다니는데 성충은 입이 퇴화하여 먹이도 먹지 않는다. 뭍에서의 짧은 생애는 오직 번식을 위한 것이며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곧 죽게 된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으며 2000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4. 낙엽송

낙엽송은 특별한 침엽수다. 대부분의 침엽수가 사시사철 푸르고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과 달리 활엽수처럼 가을이 되면 잎사귀가 떨어져 낙엽이 된다.  

자세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간단한 설명들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과학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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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 초승달문고 6
전경남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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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 주기 위해 교사가 재미있는 아이들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들의 입에서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책을 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책 중의 하나다. 신통방통 왕집중이라는 약은 도대체 어떤 약일까?

책을 펼쳐들고 읽고 보니 아이들이 언뜻 얘기했던 줄거리와 사뭇 다르다. 차례를 다시 살펴보니 이 책은 전경남의 단편 동화집이고, 책 제목인 신통방통왕집중은 제일 뒤에 나온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5월 5일>을 보내야 하는 주인공 진석이의 이야기

일요일날 유난히 일찍 일어나 엄마, 아빠를 깨워 보지만 쉽지 않아 집을 나섰다가 뒤로 걷게 되는 강민기의 이야기 <뒤로 걸은 날>

학원 가기 싫은 맘에 괜히 쥐 핑계를 대어 보고 쥐잡기 대작전에 나섰지만, 왠지 그 쥐가 불쌍하게 여겨지기 시작하고, 쥐가 쓴 글인 듯한 '살려 줘, 제발'과 '힘내.'라는 글을 읽은 준환이의 이야기 <살려 줘, 제발>

그리고, 산만한 동우를 위해 신통방통 왕집중 약을 샀다가 그걸 눈치 챈 동우가 엄마의 다른 약통의 약과 바꿔치기 하는 바람에 엄마가 약을 먹고 동우가 외치는 "왕집중."주문에 꼼짝 못하고 움직여서 예전의 엄마 같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다.

글을 잘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은 참 좋겠다. 그리고 그 글 속에 유머와 절제된 압축미를 함께 가질 수 있는 전경남 같은 작가는 참 좋겠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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