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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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명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이슬람과 관련한 정수일 선생의 명성은 들었으되 역서고 저서고 간에 그분의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았다.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감되었다는 소식도 석방되었다는 소식도 풍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라는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이 그가 그의 아내에게 보낸 옥중편지 묶음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편지글을 엮어내며'라는 제목의 맨 앞글에서  편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이를 어기고 책을 내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밝혀놓았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 '분단의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성인이 남긴 글로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써놓아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이렇게 당당하게 칭하는 분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졸고를 어쩌고 저쩌고 하는 상투적인 겸손도 지겨웠지만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멋져보이면서도 조금 생경스러웠다고 할까.

그가 옥중에서 아내에게 써서 보낸 이 편지들은 나중에 책으로 묶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쓰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엄숙하고 정갈하고 한결같을 수가 없다.

13, 4년 전 나도 광주교도소에 몇십 년째 복역중인 한 장기수 어른과 몇 년 동안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환갑을 조금 지난 분이었는데 얼마나 다정하고 재기가 넘치는 편지를 쓰시는지 그의 편지를 읽으면 옥중에 있는 사람과 바깥에 있는 사람과, 또 우리들의 연령이 바뀐 것 같다고 느꼈다. 내가 편지 속에서 느꼈던 넘치는 그 에너지대로 그분은 출소하자마자 옥중에서 혼자 책으로 공부한 한의학 지식을 살려 민중탕제원에서 일을 하시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식까지 올리셨다. 나는 신문을 통해 그분의 출옥 소식을 듣고 결혼 소식을 들었다.  아이를 업고 남편과 신림동인지 봉천동인지 무슨 성당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인파를 뚫지 못하고 먼빛으로 뵙고만 왔다. 영화 <송환>을 보러가서 극장 화면을 통해 본 내 옛 펜팔 남자친구(?)는 여전히 젊고 패기가 넘치는 모습이어서 기분이 좋았다.(언젠가 페이퍼로 쓴 적이 있다.)

1980년대 말, 몇 년째 줄기차게 백수였던 나는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며 한 구절 한 구절에 너무 열광한 나머지 엎어지고 자빠졌다. 신영복 선생은 나에게 그 책을 통해 용기를 줌으로써 인생에 어떤 모션(!)을 취하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나는 취직이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이렇듯 책은 어떤 사람의 인생 행로를 구체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이 정도면 내가 사람들의 옥중서신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이해 될 것이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담담하고 정갈하되 어쩌면 조금은 심심한 옥중서신이다. 어느 날 불쑥 엄습한 외로움과 괴로움을 아내에게 에둘러 호소할 법도 한데 눈을 씻고봐도 그런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쓸데없는 양념을 치지 않은 담백하고 순수하고 평범한 삶이 진짜 삶'이라는 일절이나 , 민들레를 일러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수수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에서 그의 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면 잠잔다' '새끼줄을 톱삼아 나무를 베다'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 이라는 소제목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이 책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구교도소로 이감하기 전날 면회온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입산수행하는 셈치고 마음 편히 보내세요." 옥중의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는 아내라니! 그녀의 편지까지 몇 장 실었으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화답이라도 하는 듯, '감옥은 한낱 외로움과 괴로움의 공간만은 아니고 서로의 사랑과 믿음, 연대를 확인하고 굳히는 공간이기도 하오.' 출옥 전날 그가 아내에게 옥중에서 마지막으로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가 얼마나 이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고결한 학자인지 실천적인 지식인인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인간의 풍모를 보았다. 읽고 있는 책 여백에 녹두장군의 시를 메모하고, 또  국어사전에서 만난 낯선 우리말을 빽빽히 독서중인 책의 여백에 적어가며 복습한 사진을 보고는 잠시 숙연한 기분에 젖기도 했다.  결혼기념일 날 아내에게 쓴 편지  '너그럽고 검소하게'는 내 수첩에 몽땅 옮겨 적고 싶었고......

어쩌면 들뜨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읽어내려간 이 책에서 나는 저자가 말한 많은 것을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직접 말로 표현하진 않았어도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의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민족과 학문에 대한 한 지성인의 절절한 회고록을 두고  무슨 사랑 타령이냐고? 글쎄 말이다. 그런데 난 그런 이상한 독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수고하는 당신에게'라고 써내려간 선생의 편지. 그는 아내에게 어떤 행운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직접 만든 듯한 네잎클로버 도장으로 네 페이지의 편지 귀퉁이를 맞춘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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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3-1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전 책을 읽으면서도 저 네잎클로버를 놓쳤네요. 지금 처음 봤습니다. 에구..

깍두기 2005-03-1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숙하고 정갈하고 한결같은 거 나 싫어하는데....당신이 보고 싶어서 밤에 잠을 못 이룬다던지, 뭐 그런 말 없으면 이 책 안 읽을테여요.

로드무비 2005-03-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깜찍하시기는! ㅎㅎ
(아내의 편지가 한 통 실려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야요.)
블루님, 어떻게 저렇게 중요한 걸 놓칠 수가 있죠?^^

balmas 2005-03-1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서평이에요.
이 주의 리뷰 같은 데 안 뽑히나???
추천 하나요~

로드무비 2005-03-1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그러고보니 정말 이 주의 리뷰 뽑혀서 책 공짜로 사고 싶어요.ㅎㅎ
에이 괜히 가만 있는 사람 가슴에 바람을 넣으시곤.
추천은 덥석 고맙게 받겠습니다.^^

파란여우 2005-03-1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지금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 없으면 저도 안 읽을래요....

마냐 2005-03-14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깍두기성님과 파란여우성님에게 줄 설래요~ (분위기 파악중..)

Phantomlady 2005-03-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주의 마이리뷰 꼭 뽑히길 바라며 추천 누르고 갑니다~

마태우스 2005-03-1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대단한 리뷰입니다....저도 모르게 추천에 손이... 전 이런 분들의 쉽사리 손이 안갑니다. 읽으면 나태한 자신이 부끄러워질까봐요.....

로드무비 2005-03-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추천 고맙고요.
그리고 부끄러워하실 것 하나도 없답니다.
님이 얼마나 훌륭하신데요.^^
snowdrop님, 응원해 주셨건만 이 주의 마이 리뷰 뽑혔다는 소식이 없네요.ㅠ,.ㅠ
마냐님,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파란여우님, 저도 그게 끝까지 아쉬웠답니다.
리뷰는 리뷰니까 저렇게 썼지만......
그래도 네잎클로버로 표현한 선생의 애정 깜찍하지 않나요?^^

urblue 2005-03-1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뽑히셨잖아요!! 역시!!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5-03-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uh huh, 비무드 부인, 축하해여! ^^

숨은아이 2005-03-1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아아아, 축하드려요!

로드무비 2005-03-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뽑혔군요.
알라딘 리뷰 선정 기준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닭털이 더 낫지 않았나요?ㅎㅎ
아무튼 기쁘네요. 책 사게 되어서......
블루님, 노웨이브님, 숨은아이님, 알려주시고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특히 블루님(찡긋ㅠ.ㅜ 뭔 뜻인지 아시죠?ㅎㅎ)
추천해주시고 관심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balmas 2005-03-1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어째 선정될 것 같더라니 ...
무비님, 제가 보기에는 선정하는 분들이 고심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소걸음을 줄까? 닭털을 줄까?? 아님 둘다 줄까???
그런데 왜 둘 중에 소걸음이 뽑혔을까? 네 잎 클로버 도장을 발견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말이 돼??)

starrysky 2005-03-1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멋진 글도 잘 읽었고요.. ^^
안 그래도 지금 보관함을 뒤적이면서 이 책을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 로드님 리뷰가 보이잖아요. 그래서 읽으면서 내려왔더니 이렇게 금주의 리뷰에 뽑히셨다는 희소식까지!!
오랜만에 들렀는데 기쁜 축하인사 드릴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쁩니다. 4월부터는 좀더 자주 놀러올게요~ ^^

아영엄마 2005-03-1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드무비님! 새벽부터 축하인사 받으시느라 바쁘셨군요!! 쬐끔 늦었지만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로드무비 2005-03-1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하나도 안 늦었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요즘 아영엄마님 리뷰며 글들이 예사스럽지 않던데
님도 마이 리뷰 상금 빨리 타시기 바랄게요.^^
스타리스카이님, 반갑습니다.
바쁜 일 빨리 끝내시고 4월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아, 우리 스타리스카이님 청춘인데 일만 하시고...어쩐답니까?^^;;
발마스님, 다 님 덕분인 줄 아뢰옵니다.
댓글에다가 노골적으로 마이 리뷰 안 뽑히냐고 덕담을 해주셨으니...
닭털이든 소걸음이든 상관없습니다.
적립금만 무사히 들어오면...ㅎㅎㅎ
고맙습니다!

반딧불,, 2005-03-1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어쩐지 심상치가 않더라구요^^
좋은 아침이죠^^

로드무비 2005-03-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심상치 않긴요.ㅎㅎ
고맙습니다. 좀 있다 아이 학교 가봐야 해요.^^

icaru 2005-03-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님...당선되셨어요!!! 진짜~ 축하드려요!!.. 적립금으로 무슨책을 사시는지 구경가야겠다~

잉크냄새 2005-03-1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전 적립금으로 사신 책 벌써 구경했죠.^^

stella.K 2005-03-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로 당선의 영애를 얻으셨군요. 부러워요. 축하합니다.^^

니르바나 2005-03-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신영복 선생의 글을 좋아하시는 이상이시군요.
남들은 하나도 못 올리는데 이 주일의 리뷰를 보니 첫 화면에 두개나 보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추천하였습니다.

마냐 2005-03-1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지금 다시 보니...마이리뷰도..'뽑혀라', '뽑혀라' '뽑혀라' 하면 뽑히는 군요. 로드무비님뿐만 아니라 눈밝은 알라디너들도 만세~ ^^

플레져 2005-03-1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로 뽑혀 마땅하신 글입니다. 추천은 당연하거지요...

마늘빵 2005-03-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 봤어요. 축하드립니다~~ ^^;

분홍달 2005-03-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발적 반응이네요^^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로드무비 2005-03-1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 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어제 하루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이제야 봅니다.
마냐님 메모가 무지 웃기네요.
맞습니다. 신통한 예언력을 가지신 발마스님과 뽑히기를 빌어주신
님들 덕분입니다.
앞으로 마음에 드는 리뷰 보면 '뽑혀라!' 덕담 해주기로 할까요?^^

릴케 현상 2005-03-1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뒷북이지만 축하드립니다

로드무비 2005-03-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뒷북 절대 아닙니다.
고마워요.^^

미누리 2005-03-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로드무비 2005-03-2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l 님, 미누리님 고맙습니다.^^

달팽이 2005-04-1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들렀군요...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로드무비 2005-04-1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달팽이님, 반갑습니다.^^

비연 2005-04-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우수리뷰로 뽑히신 걸 지금 확인했어요^^
넘 축하드립니다...좋은 리뷰를 접하니 기분이 좋네요~~

로드무비 2005-04-2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연님, 언제 오셨어요?
참, 이것 퍼가셨죠?
고마워요.^^

poptrash 2005-05-1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완전 뒷북이지만; 부끄럽지만; 축하드릴께요. 하하. 부러워요 T_T
 
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국영상점에 가 줄을 서서 두부 한 근(다섯 모)을 집에 사다놓고 출근하는 중년의 사내가 있다. 성은 임(林)이고 말단관리. 그의 하루 운수는 두부를 무사히 사고 통근버스를 놓치지 않는 그런 것으로 점쳐지고 최악의 상황은 바로 자기 차례가 왔는데 출근시간이 딱 걸려 빈손으로 통근버스에 올라야 할 때이다.  그럴 때 그는 길게 늘어선 대열에 대고 욕을 퍼붓고는 떠난다.  "젠장, 세상에 가난뱅이도 더럽게 많네."

그의 아내는 처녀 시절 얌전하고 참한 규수였다. 그런데 결혼 몇 년이 지나자 그 조용하고 시적인 아가씨가 잔소리를 좋아하고 머리도 빗지 않고 밤에 몰래 수도물을 훔치는 주부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닭털같은 나날' 은 어느 날 바쁜 나머지 두부를 현관 앞에 봉지째 던져놓고 갔다가 가정부가 그것을 냉장고에 넣지 않는 바람에 그 두부가 상하여 퇴근 후 싸움이 벌어지는 임(林)씨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당신도 두부를 사고 출퇴근을 하고(... ) 빨래를 하고 말 무지하게 안 듣는 가정부까지 다루고 아이를 돌보다보면, 저녁이 되어도 책 한 장 뒤적이고 싶지 않게 되고, 웅장한 꿈이나 이상이라는 것은 개방귀 같은 소리고 철없던 때의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닭털같은 나날'(一地鷄毛: 원제)은 번역자의 말에 따르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여 닭을 잡은 뒤에 닭의 피와 털이 난무한 곳을 가리키는 말도 된다니 그처럼 냄새나고 비루한 일상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일화가 가장 인상깊었다. 아내가 매일밤 조르는 바람에 그녀의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 사내 어느 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아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런데 부탁을 해놓고 가만히 있었으면 좀 좋아?  일이 쉽게 풀려서 아내의 이직은 거의 성사 직전이었는데, 이 어리석은 부부 좀더 만전을 기한다고 먼저 부탁을 한 사람보다 한 계급 높은 사람을 또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먼저번에 부탁한 사람의 심사를 건드리는 바람에 그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돈 몇 푼 때문에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또 생각지도 않은 돈  몇푼이 생기는 바람에 맥주 한병을 사다마시며 희희낙락 가정부 몰래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하는 이 부부. 언뜻 보면 자존심도 뭣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생존본능만으로 살아가는 것 같으나 그게 그렇지 않다. 집앞 정류소까지 통근버스가 새로 배차된 것이 자신에 대한 사장의 배려인 줄 알았다가 사실은 사장 처제 때문이란 것을 알고 아내는 자존심이 무너져 가슴을 쥐어뜯기도 한다.

이웃의 배려로 그집 아이가 다니는 조건 좋은 유아원에 이 부부의 아이도 다니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봤더니 너무 내성적인 그집 아이의 수행원 역할쯤을 기대하고 '빽'이 되어준 걸 알고는 임은 자다가 일어나 자기의 따귀를 때린다. 이런 대목에서는 어이없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여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우리와 진배없는 한 소시민 가족의 우유부단하고 고단한 일상을 다룬 것이 '닭털 같은 나날'이라면,  꽤 묵직한 중편  '관리들 만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말과 얼굴을 열두 번도 바꿀 수 있는 정년퇴임 직전의 연령대인 국장과 7인의 부국장의 이전투구를 다루었다.

어느 날 이 고위간부들의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2층 복도  화장실의  변기가 고장나고 구더기들이 기어다닌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얼굴에 칼자국이 난 청소부 영감이 국장 이하 부국장들도 모두 경질될 것으로 알고 청소를 태만히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 능청과 입담이라니!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1942년을 돌아보라'는 르포르타주 형식의 독특한 소설이다. 그해 중국 하남성에 발생, 3백 만 명이 굶어죽었다는 혹심한 기근에 대한 추적 보고서이다. 장개석 위원장은 인민들이 수없이 굶어죽고 나중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지경에까지 이르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 보고서를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통치자는 언제나 통치자이다. 통치자가 되기만 하면 피부색과 민족에 관계없이 세계 일류의 의식주와 교통수단을 누릴 수 있다. 통치하는 민중과 전혀 동떨어져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각국의 통치자들이 악수하고 환담하는 것에 찬성한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동일한 계급의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민중들은 서로 연합할 필요도 없고 할 말도 없다. 통치자들은 전쟁이 발발해도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상에 있는 마지막 폭탄만이 통치자의 머리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이 책에 붙이는 글도 아주 재미있다. 소설가 이문구가 위화의 어느 소설 뒤에 '허름해서 좋은 위화의 사람들'이란 빼어난 해설을 붙였는데. 그가 류진운의 이 소설집 뒤에 붙인 글의 제목은 '인민으로서 살아내기'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을 읽고나면 '살아낸다'  혹은  '버틴다'라는 단어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것이 사람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뭔가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간힘인지 오기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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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3-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두부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으셨네요.
원제를 보니까 뜻은 다르지만 '한 모'드린 일이 그리 틀린 일 만은 아니네요.
오늘드리면 두 毛째 되나요.
저는 언제나 로드무비님처럼 소설읽고 리뷰를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아, 부러워라 '명편소설 리뷰'

릴케 현상 2005-03-1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세상에 가난뱅이도 더럽게 많네" 이거 우리 아부지를 영판 닮았네요 함 읽어보고 싶어 졌음^^

깍두기 2005-03-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사보겠습니다. 살 때 땡스투를 누르지요^^
근데 왜 저는 이 좋은 글을 보고는 '어, 저렇게 가난한 집에 가정부가 웬말이야?'란 생각을 한참 하다 가는 걸까요?
우리집은 가난합니다. 우리집 운전수도 가난하고 가정부도 가난합니다.....^^

암리타 2005-03-1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한편의 서평이 아니라 한권의 책을 몰래 엿보듯한 느낌이네요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PS: 모 회원제 인터넷서점에서는 반값으로 세일을 하더군요
단, 약정기간 좀 긴게 불만이지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kleinsusun 2005-03-1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내기" , "버티기". 적확하고 또 적나라하네요.
제목이 정말 리얼해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저도 읽어볼래요. 추천!

로드무비 2005-03-1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세요?
이 책 재밌어요. 작가의 능청이 우습고 내6용은 또 인간심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쳐놓아 끔찍한 부분도 있고......
(위의 6은 주하가 장난쳤음. 지우지 못하게 하네요.^^;;;)
암리타님, 모 회원제 인터넷 서점이 어딘지 가르쳐주실래요?
제가 이따가 님 방에 건너가겠습니다. 반가워요.^^
깍두기님 중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아주 헐값으로 가정부를 쓴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워낙 싸니까요.(맞벌이를 하는 경우, 아이를 맡겨야 하니까.)
이 책 깍두기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읽으면서 생각했다오.
특히 '관리들 만세'를......(읽어보면 알게 됨!)
자명한 산책님 꼭 한번 읽어보세요.
아주 재밌어요.^^
니르바나님, 뜨끈뜨끈한 두부를 두 모씩이나......
고맙습니다.
그리고 명편소설 리뷰~는 과찬이십니다.^^

icaru 2005-03-1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것이로군요...닭털같은 나날~ 음냐... 님의 리뷰를 뵈니, 작가의 능청이 만져질 듯 합니다..^^ 근데..님의 답글에서 주하가 6을 지우지 못하게 한다는 부분... 재밌어요...흐... 참 독특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친구입니다 ^^

하루(春) 2005-03-1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독후감 올리셨네요. 올해 읽을 책들 목록에 넣어야 겠어요.

perky 2005-03-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관함에 담긴지 벌써 몇개월째인 책이에요. 님 리뷰 읽고나니 막 사고 싶어져요. ^^

플레져 2005-03-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님의 정서를 흔들어 놓았군요.
얼마나 재미난 소설일지는 안봐도 훤하네요.
두부 한 모처럼 딱 필요한 양, 딱 필요한 이야기들...훌륭한 리뷰여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3-13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로드무비님 쓰시는 글 같은 소설인가 봅니다. ^^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한 듯도 싶고, 겉으로는 재치와 유머가 난무하는데 속으로는 아픔이 서려 있는 듯도 싶고...

로드무비 2005-03-1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없는 이 안님, 항상 고마워요.
님이 말씀하시는 글과 제 쪼가리 글들은 상관이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그런 글들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플레져님, 오랜만에 본격정통리뷰(?)를 하나 써보려고 했는데
쓰다만 것 같아요.
두부 이야기도 쓰고해서 어제 저녁엔 아예 두부전골 해먹었답니다.^^

로드무비 2005-03-1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키님, 요즘 책 주문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호호 지른 김에 한번만 더 지르시죠, 뭐. 정말 좋거든요.
하루님, 오랜만에 독후감, 맞아요.
이제 책 좀 읽으려고요.
감흥이 생기면 독후감도 올리고요.^^
복순이 언니님, 전 능청스러운 글이 좋더군요.
면전에서 울고불고하는 건 딱 질색이에요.^^

잉크냄새 2005-03-1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리뷰를 읽으면서 위화의 소설인줄 알았네요. 님의 리뷰로 판단컨대 상당한 공통점이 있는것 같아요. "허름해서 좋은 사람들" 이 이 작가에게도 통용되는듯 하네요.

balmas 2005-03-1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무비님,
이렇게 리뷰를 잘 쓰시면 다른 분들이 리뷰쓰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리뷰를 읽었더니 책이 너무 보고싶네.
출판사에서 스카웃 제의 안오던가요?? ^^
ㅋㅋ 너무 아부 모드인가?
농담이고, 정말 리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실제로 소설 보면 리뷰만큼 재미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 ^^;;;

로드무비 2005-03-1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너무 과찬하시니 놀리는 것 같잖아요.
저 예전에 스카웃되어 출판사에서 일했어요.(ㅎㅎ농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시죠?
꼭 한번 읽어보시라는 뜻이에요.^^
잉크냄새님, 그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요.
위화의 사람들은 행색부터 허름하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마음이 그럴 수 없이 꾀죄죄하답니다.^^

파란여우 2005-03-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요?
왠지 서평이 너무 재밌으면 소설을 막상 대했을 때 실망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저 그래도 땡스투 눌렀다구요....

암리타 2005-03-1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청하신 대로 이 책을 50% 싸게 파는 곳은
베텔스만(대교)북클럽입니다.
http://www.thebookclub.co.kr/가 싸이트 주소입니다.
단, 2년동안 분기별로 책 한권을 꼭 봐야되는 의무사항이 있는 인터넷서점이죠
꼭 싸이트 홍보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이렇게 특정 책을 싸게 파는 곳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로드무비 2005-03-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리타님, 유용한 정보 고맙습니다.
꼭 한번 들러볼게요.^^
파란여우님, 글쎄, 제가 영화나 책 줄거리를 소개하면 보고 온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던데요(잘난척ㅎㅎ) 이 책은 안 그럴 것 같은데요?
마음이 땡기는 대로 하셔요.^^
(고맙습니다, 사게 되면 꼭 땡스투 눌러주시고요.)
 
태양의 장난 - 소료 후유미 걸작선 3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일생을 남편에게 맨얼굴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고 죽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할머니가 되어 죽을 때까지 남편에게 자신의 화장 안한 맨얼굴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맨얼굴하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연애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 끝나고 나면 제일 부끄러웠던 것이 그 사람에게 털어놓았던 나의 진심들이었다. 김현식의 노래 가사대로 '내 마음 보여줘본 그때 그 사람'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제일 가관이었던 건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애정만세>를 같이 보았던 남자를 단지 그 영화를 같이 보았고 그가 나보다 더 많이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날 밤 술을 마시며 자신을 완전히 발가벗겨버렸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그것도 어쩌다 우연히 접선이 되어 영화 한 편을 같이 봤을 뿐인 남자에게 자신의 맨얼굴(단순히 화장의 문제가 아니라)을 보였다는 건 치명적인 실수에 속한다. 그런데 때로는 그 치명적인 실수가 후련하게 생각되어질 때가 있다. 뭔가 꼭 밟아야 할  인생의 단계를 제대로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뭔가를 내주지 않고 날로 먹을 수 있는 건 인생에서 그다지 많지 않다.

오늘 아침 후유미 소료의 <태양의 장난>을 읽었다. 네 개의 단편이 실렸는데 단편 한 개를 읽을 때마다 '어, 이 사람의 책을 왜 이제야 읽는 거지?' 하며 책장을 일단 덮고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책장을 여는 짓을 되풀이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는데 눈앞에서 구르며 콘크리트 계단에 머리를 부딪히고 넘어져 꼼짝않는 아가씨, 약속장소에 애인이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다른 여자의 목소리, 길을 걷는데 바로 눈앞 고층빌딩에서 퍽 하고 떨어져 죽는 남자. 매일 자신의 손목을 죽지 않을 정도로 긋는 주인공 소녀의 클라스메이트.('태양의 장난').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는 이 세상은  지뢰밭 같아서 무엇이 매복해 있다가 짠~하고 나타나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쁘고 머리 좋고 용감하고 정의감까지 두루두루 갖춘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선망에 가까울까 질투에 가까운 걸까?('사람의 유통기한')

사람들 눈에는 유능하고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완벽에 가까운 한 여성의 맨얼굴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도 알고봤더니.......('기묘한 유전자')

 '무지개빛 넙치'를 마지막으로 읽으며 할 말을 잊었다. 나나난 키리코의 <호박과 마요네즈>도 생각나고.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고 붙잡고 있는 것도 사실 실상을  파고들면 대부분은 그것으로 끝장이 나버리지 않을까?  그렇다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하는 건 더 바보같고... 그러니 되도록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색 물감으로 인생이라는 넙치를 그려갈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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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2-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만세를 지금은 사라진 동숭시네마텍에서 보신건가요?
한참 학교다닐때였는데, 울고 싶을 때 마다 일부러 학교 시청각실에서 그 영화를 빌려 보며 소리없이, 메이의 울음 소리가 커질때마다 간혹 소리도 내면서 울곤했어요. 얼마전에 보는데도...또...이유없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른 아침부터 만화를 보는 로드무비님이 아주 무비스러우십니다.
저두 리뷰 쓴 만화인데 저보다 훨씬 잘 쓰셨습니다....ㅊㅊ!

로드무비 2005-02-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전 연강홀에서 무슨 행사 기간 동안 봤어요.
헤헤, 오랜만에 리뷰 쓰려니 조금 어색하던데 추천 고마워요.^^

깍두기 2005-02-1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주 멋진 리뷰에요^^
저는 가끔 길 가다가 아무나 붙들고 술한잔 하자고 한 후 그동안 남에게 못한 얘기를 다 털어놓고 빠이빠이 한 후 두번 다시 그 사람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님이 하신 치명적인 실수가 왠지 부러운 걸요?^^

kleinsusun 2005-02-1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에게 한번도 맨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는 여자...참으로....대단하군요.
전 회사 사람들한테도 맨얼굴을 다 보여준답니다.아침에 늦잠자고 그냥 달려서 출근할 때가 많기 때문에...ㅋㅋ 이 만화 꼭 읽어야쥐.Thanks to하고 갈께요.

로드무비 2005-02-1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호호.
언제 우리 길에서 우연히 만나 술 한잔 마셔봅시다.
치명적인 실수를 예사로 하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5-02-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그 기사 읽으며 무서웠답니다.
결혼생활이란 것에 대해 공포도 느꼈고요.
그나저나 님은 맨얼굴도 너무너무 예쁘실 것 같은데요 뭐.^^

urblue 2005-02-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명적인 실수라...전 남들 앞에서 잘두 허튼 짓을 많이 해서 그런 건 아예 실수로 치지도 않고 삽니다. ^^;;

로드무비 2005-02-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저 정도가 인생의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2005-02-14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의 책을 왜 이제야 읽은거지~'했다니...저도 솔깃~

로드무비 2005-02-1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이왕이면 땡스투 누르고 사시는 것 잊지 마세요.^^
속삭이신 님, 솔직함이 뚝뚝이라니, 사실은 솔직함을 가장한 리뷰랍니다.^^

icaru 2005-02-1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예이~!! 훗날 이 책에 땡스투가 있다면 그 중에 하나는 저일거라고 생각해주시미...

하루(春) 2005-02-1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문득 제가 할 일이 뭔지 깨닫고 컴퓨터와 멀어지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참 읽고 싶네요. 그리고, 그런 실수(?) 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이제야 알았어요. ^^

로드무비 2005-02-1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땡스투를 떠나서 꼭 이 책 읽어보세요. 님도 좋아하실 듯.^^
하루님, 우리 악수할까요?ㅎㅎ

michelle 2005-03-1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나치기만 했던 만화인데...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라울 따뷔랭 - 큰책
장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구판절판


생세롱의 자전거포 주인 라울 따뷔랭은 자전거에 정통한 사람입니다. 자전거 수리에 관한 한 그를 따라올 자가 없죠. 마을 사람들은 자전거를 보면 아예 따뷔랭이라고 부를 정도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그림이 흐릿해서 보이지 않으면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마을에는 따뷔랭 말고도 그런 귀재가 두 사람 더 있습니다. 햄 만드는 비법의 귀재 오귀스뜨 프로냐르. 마을 사람들은 그의 가게에 가서 "햄 주세요!" 하지 않고 "프로냐르 두 쪽만 주세요, 프로냐르 씨!" 한답니다.

또 한 명은 안경점 비파이유 씨. 마을 사람들은 안경을 썼다고 하지 않고 비파이유를 썼다고 말합니다. 이 세 사람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죠.

그런데 따뷔랭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답니다. 자전거의 달인으로 칭송받는 그가 사실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려서 자전거를 연구하다보니 자전거포 주인이 되어 있었던 거죠.
따뷔랭은 어느 날 큰맘먹고 사모하는 여인인 조시안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는데...
"사,사, 사실 저, 저, 저는 자전거를 못 타는데요."
조시안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가버립니다.

피구뉴라는 사진사가 어느 날 나타나 마을 입구 아케이드에 사진관을 차립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특징을 사진으로 어찌나 잘 잡아 내는지... 이것 보세요. 꽃을 좋아하는 르게 여사, 책을 좋아하는 랑뜨봉 선생님의 사진을......

그런데 이 피구뉴가 어느 날 가슴 철렁한 제안을 합니다. 자전거를 멋지게 탄 친구 따뷔랭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고 싶다나요? 그의 간청에 못 이겨 따뷔랭은 못 마시는 포도주까지 한 병 벌컥벌컥 마시고 언덕 위에 섰습니다. 그의 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립니다.

장 자끄 상뻬의 <라울 따뷔렝>을 읽었다. 자신의 비밀에 스스로 갇혀 전전긍긍하느라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라울 따뷔랭은 사소한, 혹은 심각한 비밀 한두 가지씩 가지고 쩔쩔매며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지. 더구나 사진사 친구 피구뉴도 어느 날 자기자신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털어놓는데......

'우리가 내색하지 않는 어떤 사소한 것이 점차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가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조망한 작품이다.'(책 날개의 작가,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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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xxx님, 이 책 너무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그의 책 없는 것 전부 살까봐요.

urblue 2005-02-0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또 돈 좀 들어가시겠네요. ^^
저도 쌍뻬 좋아하긴 하는데, 거의 빌리거나 서점에서 읽은 듯 합니다.

로드무비 2005-02-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상뻬에 대한 애정이 솟구쳐서 말이죠.
블루님, 참아야겠죠? ㅎㅎ

stella.K 2005-02-0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좋은가요? 이 사람 책 좋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얇아서 선듯 사게될 마음을 잘 안 갖게되요.^^

조선인 2005-02-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책 어디서 사셨어요? 알라딘은 품절인데. ㅜ.ㅜ

숨은아이 2005-02-0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사진관 주인의 비밀은 뭐였지? 하고 가서 보고 왔습니다. ㅎㅎ

로드무비 2005-02-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최소한 오늘 아침에는 이 책이 제게 최고였습니다.^^
조선인님,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어요.
그림과 글 내용이 똑같으니 책 크기는 상관없을 듯한데요?
숨은아이님, 역시 부지런하시군요.
그의 비밀도 엄청났죠? ^^

플레져 2005-02-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수수께끼는 안풀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불쑥 드네요. ㅎㅎ
상뻬의 그림들과 글, 언제 봐도 참 좋아요.
로드무비님스러움이 약간 배어나네요. 추천합니다.
사진 찍느라 고생하셨어요 ^^

로드무비 2005-02-0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추천 고마워요.
꼬마 니꼴라까지 갑자기 그의 책 전부 사고싶어졌어요.
돈도 없는데...ㅠ.ㅠ

니르바나 2005-02-0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빨간 하트를 꽉 눌렀을까요? 로드무비님

내가없는 이 안 2005-02-0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감동하며 본 책이에요. 그의 책은 다 좋은데 번역이 좀 거친 면이 느껴져서 아쉬웠어요. 상뻬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다는 표현, 로드무비님다우세요. ^^
 
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절판


월간 <페이퍼>에 연재되었던 선현경 씨의 '가족 관찰기'가 책으로 나왔다. 빨간색 표지의 코믹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선현경 씨는 '도날드 닭' 이우일 씨의 아내. 그러나 남편의 명성과 이 책은 아무 상관이 없다.

책날개에 실린 선현경의 약력과 자신의 얼굴 캐리커쳐. 그녀는 지난해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그림동화 <이모의 결혼식>의 작가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옛날옛날, 덜렁대고 칠칠치 못한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옛날옛날, 삐쩍 마르고 키만 멀대같이 큰 남자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아이와 그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만났습니다.

차례- 01 가족 만들기, 02 등장인물 소개

우일과 선경과 어린 딸 은서. 이런 그림을 보면 '흥=3 나도 이 정도는 그리겠다!'라고 생각했던 게 어림없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300일 넘게 떠난 세계 배낭 신혼여행. 그들의 303일간의 신혼여행기는 이미 두 권의 책으로 나와 있다.

자신의 집 구석구석 널려있는 신기한 장난감들 사진.

세계여행중 하나하나 사서 모으고 또 선현경이 직접 만든 인형과 소품들 사진 페이지.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이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절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나와요.^^

(* 고백하자면 저는 이 책을 펴낸 출판사와 아주 약간의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자발적으로 올리는 포토리뷰이니 거기 두서너 분 코웃음치지 마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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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5-01-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의 관련과 무관하게 며칠 전에 보관함에 담았던 책이어서 반갑게 보았어요. ^^

chika 2005-01-1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줌마 가족관찰기 재밌게 봤었는데요...로드무비님과는 무관하게(?) 보관함에 넣을래요~ ㅎㅎㅎ

비로그인 2005-01-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약간의 관련일까...크크크.

로드무비 2005-01-18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책 사실 때 꼭 땡스투 누르는 거 잊지 마세요.ㅠ.ㅜ(100원?)
치카님, 저랑 유관하게 장바구니로 옮기시면 안될까요?^^
노웨이브님, 크크크라니? 사람 참!^^;;
새벽별님, 아주 재미난 책이어요.
장난감 장식장 근사하죠?^^

비로그인 2005-01-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표정과 색상이 정말 이뻐요. 내용도 재미있을 것 같구..

2005-01-18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1-1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누리 2005-01-1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게 되면 ‹스 투 꾸욱~!

로드무비 2005-01-1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고마워용.^^

플레져 2005-01-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유관하고 싶어요 ^^
그니깐, 땡스투~~~

로드무비 2005-01-2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제가 땡스투를 너무 밝혔나요?ㅎㅎ

니르바나 2005-01-20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출판사와 관련있다고 하시니 저는 이 책 한 번 읽어보렵니다. ㅎㅎㅎ

하루(春) 2005-01-2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젠가 그저께인가 이 리뷰를 보며, 로드무비님은 저와 취향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표지가 재밌긴 하지만 좀 정신없어 보여 외면했었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제가 원하던 책이었네요. --; 쉽고, 빨리 읽을 수 있으면서 재밌고 배울 점이 있는 거요. 오늘 여러가지를 주문했는데, 무슨 책을 살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생각지도 않던 걸 하나 샀거든요. 그런데 지금 막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거 말고 이거 살걸.... 알라딘이 왜 이리 빨리 물품준비를 마친 걸까요? 로드무비님.. 이런 책은 어떻게 알고 사시는 건가요?

로드무비 2005-01-2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런데 님이 읽으시면 어리둥절해 하실 것 같아요.
부인께 선물하면 예뻐해 주시지 않을까요?
(그림 좋아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맞죠?)
하루님, 배울 점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친구처럼 희희낙락 사는 모습이
보기좋아요. 그림도 아기자기하고 예쁘고요. 참고가 되셨으면......

찌리릿 2005-01-2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보고 싶어지네요. 저도 살 때 꼭옥~ 땡스투해드릴께요~ ^^

chika 2005-02-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줌마 그림은 첨에 봤을땐 정말 성의없이 그려진 그림처럼보여서 선뜻 정이 안가요. 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엄청나거든요. 많은 분들이 그걸 염두에 두고 재밌게 봤음 좋겠어요~
(헉,, 근데 난 살꺼야~! 만 외치고 2월이 되도록 구입을 안했다. ㅠ.ㅠ... 로드무비님~ 전 이미 땡스투했으니 구입만 하면 되요오~ ^^;;)

로드무비 2005-02-0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찌리릿님이 언제......네, 땡스투 고맙습니다.^^
치카님, 빨랑 사세요. 빨라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