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 녹색연합이 추천하는 친환경요리 110선
녹색연합 엮음 / 북센스 / 2005년 7월
품절


'녹색연합이 추천하는 친환경요리 110선'

녹색연합에서 추천하는 친환경요리라는 소개에 마음이 끌려 1분도 망설이지 않고 주문한 책. 책을 받아들고 당장 포토리뷰를 올리고 싶다는 욕망을 참느라 힘들었다.


차례를 소개하면~
하나, 뭐니뭐니해도 밥과 국이 최고
둘, 입맛 돋구는('돋우는'이 맞음) 반찬, 반찬들
셋, 특별한 것 좀 먹어볼까?
넷,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간식
다섯, 솜씨의 내공, 육수와 소스

그 외에도,'이런 먹을거리는 노땡큐' 등의 친환경도우미 정보들이 풍성하게 실려 있다.(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한 줌,두 줌 등의 주먹구구식 계량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또 그것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찜찜하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요리에 한해서는 재료의 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니......

발아오곡밥을 먹고 싶어도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사진과 함께 단계별로 자세히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재료의 힘'이라고 하여 사용된 주재료의 효능 같은 것들도 상세하게 메모되어 있는데 건강상식으로 참고하면 될 듯.

'칼슘과 비타민의 여왕'아욱들깨국과 '고향이 그리운 사람 모여라'호박잎들깨가루국
요리를 수식하는 문장도 꽤나 공들여서 하나하나 만들었다.

호박잎은 쪄서 쌈만 싸먹는 줄 알았는데 국도 이렇게 끓여 먹는구나. 완성된 국을 보니 너무 구수하고 맛있게 생겨 감탄감탄!

친환경요리를 이용한 제철식단표.

월별로 메뉴를 소개하고 있어 이 식단대로 따라하면 좋을 것 같다.
7월 아침에는 고구마밥, 근대국, 가지찜...점심에는애호박무침, 깻잎도토리묵무침 등이...저녁에는 청국장비빔밥, 북어두부국 등을 먹으라고 소개하고 있다.

'콩나물의 화려한 변신' 콩나물장조림
멸치를 넣고 콩나물을 함께 조리는 것인데 멸치향이 스며들어 무지 맛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친 것보다 여름에 잘 쉬지도 않을 거고......

구미가 동하는 음식들 위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먹고 싶어 괴로워 혼났다.
우거지된장찜......만드는 법을 보니 간단한데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이때까지 몰랐다는 게 조금 억울하기도......

메뉴가 다양하고 음식들이 하나하나 단아하고 소박해서 좋다. 무엇보다 건강을 고려한 음식들이라는 게 이 책의 제일 큰 매력일 터.
요리책을 몇 권 사봤지만 이렇게 내용이 알차고 당장 만들어 먹고 싶은 음식들로만 채워진 건 처음 보았다.
건강과 맛과 저렴한 재료비의 삼중주가 어디서 들려오는 듯하다.
(1천원 할인쿠폰 이벤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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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7-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귀찮을 것 같은데.

로드무비 2005-07-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몇 개나 만들어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면
당장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수단님은 깍쟁이! 추천도 아니 눌러주시고,,,,,,
얼마나 공들여 쓴 리뷴데...흥=3

인터라겐 2005-07-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름한 밥상 식단이 더 맘에 들어요...ㅎㅎㅎ 로드무비님..

클리오 2005-07-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댓글 달기 전에 추천부터 달아야겠다는 압박이... ^^ 어쩐지 잘 안사는 야채 위주일 듯한... 실제로 주변에서 보는 음식들이 많이 있나요?? (실은 소개된 음식 중에는 별로 먹고 싶은건 없는지라서... ^^;;)

로드무비 2005-07-2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채식 위주예요.
육류는 아예 건강을 해치는 걸로 분류를 해놓았네요.
그런데 육류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 아닐까요?
아아, 그런데 제가 추천 압박 드렸나요? 은제요?('')(..)
인터라겐님, 호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sudan 2005-07-2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쟁이란 소리 익숙해요. 그런거엔 이젠 끄덕도 안하지만, 뭐 일단, 귀여우심에 넘어가서 추천!

2005-07-2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저도 그래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수단님, 저는 항상 샐쭉한 수단님이 귀여운데...^^
추천 고맙습니다아!^^

날개 2005-07-2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로드무비님의 허름한 밥상이 해먹기가 더 좋을것 같다는...^^

ceylontea 2005-07-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째 계량법이 참 마음에 드네요.. ^^ 추천입니다..
저도 장바구니에 담아둘래요..
(요리책만 사면 뭐하나.. 해야 말이지... ㅠ.ㅜ 그래도 전 요리가 즐겁습니다.. 히히)

로드무비 2005-07-2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게 보여요.
저도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전 바쁘다 핑계대고 밥을 사흘 동안 안 했어요.^^;;;)
날개님, 허름한 밥상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서연사랑 2005-07-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도 이거 침 흘리고 있던 책인데.....로드무비님의 평이 그러하시다면 당장 사야 겠군요^^

국경을넘어 2005-07-2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스읍. 우거지 된장찜에 밥 비벼 먹으면 마디겠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배 속에서는 봉기의 기운이 무르 익어가는... 아아아 타액 과다 분비... 녹색연합 각성하라!!!

바람돌이 2005-07-22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간 주부로 변신해야 하는 나, 이 책이나 사서 밥해먹을까나? `~~

瑚璉 2005-07-2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는 이 책도 사야한다는 말인가...

로드무비 2005-07-2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 너무 비통하게 말씀하시는군요.
그런데 이왕 쓰시는 것, 사시는 김에 이 책도 한 권 추가하세요. 헤헤
땡스투 잊지 마시고요.^,.~
바람돌이님, 한달간 이 책과 함께 알뜰주부로 살아보시죠.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폐인촌님, 저도 이 페이지 읽을 때 뱃속 봉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커피우유 한 봉을 원샷으로 들이부어 간신히 무마했다죠.^^;;
서연사랑님, 사세요, 당장!
땡스투 누르는 것 잊지 마시고...^,.~

2005-07-22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7-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로드무비여사에겐 왜 이리 귀가 얇아지는건지.
허름한 밥상 recipe 보고 로드무비님이 간단명료한 걸 좋아하신다고 느꼈죠.특히 계량이 명쾌하게 되어있어서. 저같은 사람의 경우 나물이식의 계량보다는 차라리 테이블스푼, 티스푼, 계량컵처럼 똑 부러지는 디지털식 정량이 편하더라구요.
*사족; '돋우는'의 지적을 보면서 교정경력의 힘을 느꼈달까요.로드무비님은 꿈속에서도 글자교정을 보시는 건 아닌가 몰라 (실은 띄어쓰기를 잘 몰라서 로드무비님 서재에 댓글 달려면 -_-;;)

로드무비 2005-07-2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 여사, 제가 좀 부흥전도사 같은 기질이 있어요. 호호~
전 아무튼 말 길게 하는 거 복잡하게 하는 거 무지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교정 경력은 오래 됐지만 꼼꼼하지는 못한 편이라
제가 쓰는 글도 예사로 틀리고 합니다.
지성과 맞춤법, 혹은 띄어쓰기는 별 상관이 없더군요.
그러니 안심하고 써갈기시길.
눈에 띄는 건 제가 지적해 드릴게요.
그리고 이 책 정말 괜찮아요.
며칠 전 책 받고 몇 페이지 보자마자 포토리뷰 올리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이 정도면 '알쪼'있지 않습니까요?

로드무비 2005-07-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제가 님 방으로 가겠습니다.^^

2005-07-22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2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7-2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단표가 젤 맘에 들긴해요. 문제는 그렇게 해먹는게 어렵다는...ㅎㅎ

na5265 2005-07-2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요긴하겠네요.

ceylontea 2005-08-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너무 좋아요.. ^^
책을 받기는 지난 주에 받았는데... 이제야 쓰는 이 게으름...(퍽~~!)
좋은 책 알려주셔서 잘 샀어요..
내일 모레부터 휴가인데.. 더 자세히 읽으면서 실습하려구요.
토마토케첩 만드는 레시피며.. 각종 요리에 쓸 수 있는 가루, 육수 만드는 법. 건강에 좋은 장아찌 만드는 법등.. 너무 너무 좋아요..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요리책이더라구요..
감사합니다.. ^^

로드무비 2005-08-0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그렇죠?
님이 좋아하시니 저도 무지 기쁩니다.^^
(휴가 멋지게 보내세요. 뭐 만들면 꼭 페이퍼로 올려주시고요!^^)

na5265님, 네! 참 실용적인 책이랍니다.^^

플레져님, 그, 그, 그렇죠?
책은 재밌게 읽어놓고 아직 하나도 안 해먹어 봤어요.^^;;;
 
사진이란 무엇인가 - 최민식, 사진을 말한다
최민식 지음 / 현실문화 / 2005년 6월
품절


--만일 내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사진작가의 길을 걷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인생의 좌절과 힘겨움은 오늘날 나의 창작활동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사진의 표현기법이나 방법론이 아닌 위대한 사진작가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들의 대표작 등을 중심으로 사진의 본질적 의미와
작가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서문)

'집에서의 공부' 1939년, Russell Lee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한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사진 설명)

어딘가에서 주워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낡은 서랍장은 아이들 책상으로 사용하기에 너무 높다. 하지만 조그만 칠판과 무언가 덕지덕지 붙였다가 뗀 흔적이 분명한 벽이 묘하게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알프레드 슈바이처' 1949년, W. Eugene Smith

--가식 없이 헝클어진 슈바이처의 선명한 흰 머리칼. 이 사진으로 그는 <라이프>지와 결별하게 되었는데 슈바이처를 평범한 인간으로 그리려 한 유진 스미스의 의도가 <라이프>지의 편집자에 의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사진 설명)

작가의 작품 의도와 잡지라는 매체, 혹은 출판사 측의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면 무조건 작가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피리 부는 소년' 1954년, Werner Bischof

--남루한 옷을 입고 큰 자루를 걸머진 채 피리를 불면서 산길을 걸어가는 페루의 목동. 작가는 1954년 페루에서 교통사고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사진 설명)

이 흑백사진 엽서를 열 장쯤 사서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사용한 해가
있었다. 내가 좋아한 한 여성 시인은 이 엽서를 물끄러미 보며 페루의 마추픽추 부근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죽어 묻히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회' 1973년, Slava (sal) Veder

--베트남에서 5년 동안 억류돼 있다가 풀려나 공항에서 가족과 재회하는 미 스탐 중령. 1974년 퓰리처 상 수상작품.

그런데 이 부부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고 하니 그때 그 기쁨과 감격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인생사 알 수 없다. 기뻐 날뛰는 순간과 울부짖는 시간의 교차......

'절망의 얼굴' 1969년, 라구 라이

-- 나는 세상에서 잊힌 사람들을 찍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해 싸우고 있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다. 사진 속의 슬픔을 간직한 그들이 내게 다가와 눈물 흘린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서러운 인생 얘기에 귀기울이고 싶다.(221쪽)

사진들은 따로 고급용지를 쓴 게 아니라 보통의 본문용지에 그대로 실려 있다. 그것이 이 책과 잘 어울린다.

부산, 1981년, 최민식

--부산 자갈치 바닷가에서 머리를 맞댄 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

작가가 몰래 스냅촬영했다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어느 바닷가(제2 송도 아카시아 길가로 기억)에서 안주도 부실하게 한잔 마시다가 옆 테이블 데이트족이 남기고 간 파전 반 장 접시를 재빨리 세이브하고 환호작약하던 어느 날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부산, 1980년, 최민식

--길에서 만난 두 아이가 손을 뻗어 올리고 웃고 있다. 이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찍는 건 사진가로서 큰 수확이고 행운이다.(249쪽)

아이들이 손에 든 게 백설기 쪼가린가, 생라면 한 조각인가 유심히 살펴보는데 잘 모르겠다. 가만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제일 행복했던 날은 동생들과 손잡고 걸어서 15분 거리인 연산시장까지 짜장라면을 사러 가던 그때이다. 그때 우리 세 남매의 입성도 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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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 2005-07-1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좋습니다.

로드무비 2005-07-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량님이다.
반가워서!^^

sudan 2005-07-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인지 '재회'는 별론데요? 아마겟돈류의 영화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잖아요 저건.

하이드 2005-07-1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정적인 순간'이란 말은 사진의 표현에서 꼭 있어야 될 요소다. 순간을 고정시킨다는 것은 사진의 중요한 기능을 일치시킨다는 말이지만 물리적인 순간만을 의도한 것은 아니고 ' 내용과 형식, 그리고 감정이 일치된 순간'을 말한다. 현상과 자기 의식이 스파크한 순간에 모든 것은 결정지워진다. 눈과 손가락을 연장으로 하여 자기의 의지에 의하여 비로소 자유롭게 실현되는 것이다.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中



 최민식선생님 전시회. 지난 여름.

 '사람만이 희망이다'
고집센 사진 속의 얼굴처럼 고집센 노작가의 전시회는
참 감동적이었어요.

 



하루(春) 2005-07-1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흑백사진만의 매력 컬러사진은 절대 따라오지 못할...

인터라겐 2005-07-1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란건 참 매력있어요... 한때 흑백사진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었는데..
으 그런데 로드무비님 처럼 저도 따라 해볼려고 그랬더니 포토리뷰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이제 전 안할꺼예요...ㅎㅎㅎㅎ

히피드림~ 2005-07-1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르트르의 외삼촌 슈바이처 박사가 있군여.
이 책 평소에 궁금했는데 잘 보고 가요^^

싸이런스 2005-07-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피리부는 소년..십년전쯤 잘가던 카페 놀이하는 사람들 입구 들어가는데 그려져 있는 그림...그게 저거 였네요

검둥개 2005-07-1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식 사진전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저 유명한 사진이 커다랗게 신영복 선생 글씨 위에 걸려 있는 걸 보니 좋.네.요.

플레져 2005-07-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머니즘, 이란 말을 님에게서 들으니 가슴에 와닿아요.
몰래 찍었다는 두 남자의 사진처럼...
근데, 로드무비님도 전문용어로 다른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안주 긁어오는 '하이에나' 를 하셨단 말씀이어요? 히히... 왠지 방가!

니르바나 2005-07-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밑의 사진에 올인합니다. 로드무비님
이 사진을 찍은 건 작가 최민식의 수확이지만, 이 사진을 여기서 만난 건 니르바나의 행운입니다.

로드무비 2005-07-1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나중에 책으로 좀더 확실하게 보세요. 저 어린 남매.^^

플레져님, 오 '하이에나' 남의 안주 싹쓸이를 우리 플레져님도
해보셨다고요? 어머나, 반가워라.^^

검정개님, 하이드님께 감사하자고요.
전 알고도 못 갔습니다.(그런데 눈이 참 밝으시네요?!^^)

싸이런스님, 반갑습니다.
마태우스님이 얼마 전 님의 이름을 가지고 리뷰 추천 어쩌고 하는
재미난 글을 올리셨죠?ㅎㅎ
저 사진 저도 참 좋아했어요.
예전 교보문고에는 저렇게 좋은 그림, 사진엽서를 더러 팔았는데 말입니다.
저 사진을 붙여놓았다는 10년 전의 카페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펑크님, 이 책에는 최민식이 좋아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꽤 많이 실렸어요.^^

인터라겐님, 아니 왜요?
포토리뷰 구경 갈게요. 잠시만.......^^

하루님, 그렇죠?
요즘도 일부러 흑백사진만 찍는 사람도 있다잖아요.
사진작가 아닌데도......^^

하이드님, 전시회 직접 보셨군요.
아유, 전시장 입구만 봐도 가슴이 설렙니다.
어떤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집은 드물게 참 보기가 좋습니다.
사진작가 최민식의 얼굴이 바로 그렇지요.^^
(고맙습니다.)

SUDAN님, 베트남전이고 미국의 가정이고 이런 거 저런 거 떠나서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기뻐하는 인생의 순간에 초점을 맞춰주시라요.^^

국경을넘어 2005-07-1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노해 曰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러자 실상사 도법스님 曰 "그려 사람이 제일 문제여"
(너무 산통깨는 댓글인가요^^*)

로드무비 2005-07-1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미에서 나온 도법 스님 책(<내가 본 부처>)은 별로였는데......
폐인촌님, 자주 와서 산통 좀 깨주세요.^^
('사람만이 희망이다' 저도 저런 제목은 조금 거시기해요!;;)

국경을넘어 2005-07-1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 무진 드라이한 책인데. 불교에 대한 상당한 애정으로 무장하고서 봐야.... 음...*^^*

2005-07-1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1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유머라고 한마디 하시는 것 하고는.^^
폐인촌님, 그러니까요.
너무 드라이한 책이더라고요.^^*

2005-07-20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전 이분의 책을 오래전부터 나오는 족족 읽었고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나저나 너무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2005-07-20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님은 뭐가 창피하다고 그러시는지.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라는데.
아무튼 콤배콤은 너무 기쁜 소식입니다요.^^

숨은아이 2005-07-2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바이처 사진 좋으네요, 라고 하려 했는데, 잇따라 아래 사진을 다 보고 났더니, 아 잇따라 보기 버거워요. 하나하나가 찐해서.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반가운 마음에... 이분의 책을 좀 뒤져보고 싶더라구요. 로드무비님이 무한한 신뢰를 가지신다니, 그럼 저도... ^^ 그런데 요즘에도 '~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붙이는 신간이 있네요.

로드무비 2005-07-2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오랜만입니다.
사실 이 책 사진은 좋았지만 글은 별로였어요.
책 제목도 그렇고......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을 강력 추천합니다.
숨은아이님, 허름한 종이에 찍힌 사진들이 참 좋았습니다.^^
 
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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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
겨우 일으켜 세운다 //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
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 깻잎장아찌를 담아야 한다고
(이창기 詩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중에서)

'문학과 지성 시인선' 300호 특집으로 문학평론가 박혜경, 이광호가 201번부터 299번까지의
문지 시집 중 사랑 시들을 한 자리에 묶어 발췌했다. 
한때 , 아니 꽤 오래 문지 시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나, 이벤트중이라기에  망설이지 않고 
시집을 주문했다.  이벤트가 없었다면 나는 이 시집을 주문하지 않았을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는 시집도 잘 사지 않고  '사랑 노래'를 '사랑 타령'으로
마음속에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으니......

1백여 편 수록된 시들을 살펴보면  '달콤한 사랑'(유진택), ' 저돌적인 사랑'(이정록), '자욱한 사랑'(김혜순),
쨍한 사랑 노래'(황동규), '8월의 사랑'(김행숙)
등 사랑을 수식하는 제목만 해도 가지가지다.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
황동규 詩 '쨍한 사랑 노래' 중에서)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마음 없이 살고 싶다' 니, 시인은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이렇게 읊고 있는 것일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사랑의 기쁨과 설렘과 환희보다는 사랑의 쓸쓸함과 상처, 혹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다. 아주 낮은 음성으로 때로는 축축하게, 때로는 건조한 음성으로......

언젠가 내게도 / 뿌리 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 내 고통은 그곳에서 / 샘물처럼 올라온다
(조은 詩 '따뜻한 흙' 중에서)

가라앉아도 가라앉아도 / 사랑은 바닥이 없다 //
사랑은 그렇게 갔다./ 미처 못 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 사랑은 그렇게 갔다.
(채호기 詩 '수련' 중에서)

 그런가 하면 이렇게 뻔뻔스러운 어조로 사랑의 끝장을 노래하는 시인도 있다.
'서로 폐 끼치며 사는 거다, 이 화상아!'라는 구절로 오래 전 나를 잠시 까무러치게 했던
시인 함성호.  역시, 함성호 시인이다!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함성호 詩 '낙화유수' 중에서)

' 한때 너를 사랑했고 이렇게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며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나는 죄없다! '라는  뜻이다. 솔직히 나는 사랑의 이상과 껍데기를
붙잡고 몸부림치는 것보다는  냉정하지만 솔직한 이런 시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이렇게 매몰차게 말하지만 어디 그 마음이 그 뜻이겠는가!
최소한의 감상도 남기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 표명이겠지.

곱추 여자와 절름발이 남편이 서로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도 사랑이라고 말하는 김중이라는 시인의
다소 충격적인  '사랑' 이란 시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시집을 통털어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시는
맨 앞에 소개한 이창기 시인의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이라는 제목의 시  앞부분
이다.(리와인드)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 일으켜 세운다 //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
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 깻잎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 등 쟁쟁한 시들도 많이 수록되었는데 이 시가 왜 특히 좋으냐고?
약한 불 위에서 자작하게 졸이는 그 짭조롬하고 물씬한 간장깻잎 장아찌 향기가 물씬 맡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은 이제 물 건너 간 것이 확실하고,  "이미 오래 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여인"이 
왠지 남 같지 않고 아주 낯이 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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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7-1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사신 줄 알았죠. ㅎㅎ 전 오히려 주문에서 빼버렸는데.
김행숙의 시 좀 페이퍼로 올려주시겠어요?
책을 노트랑 묶어놓는바람에 시를 읽어볼 수가 없더라구요.

로드무비 2005-07-1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김행숙 시인의 시요?
전에도 언제 이 시인에 대해 얘기한 적 있었죠?

hanicare 2005-07-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폐 끼치며 사는 거다, 이 화상아!
정말이지..

sudan 2005-07-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장아찌가 뭔지 알아야 저 시에 공감을 하던말던 하죠.

로드무비 2005-07-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깻잎장아찌를 모른단 말요?^^
간장에 졸인 것, 간장에 켜켜이 절인 것, 고추장, 된장에 박은 것 등
여러 종류 있어요.^^
하니케어님, 정말이지, 다음에 뭔데요?^^(너무 궁금!)

미완성 2005-07-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쨍한' 사랑 노래라..
사랑에 관한 시, 하면 전 황지우 시인의 '늙어가는 아내에게'가 젤로 좋던데..훗, 이창기 시인의 느닷없는 양조간장 타령은 정말이지 이마 한 번 탁 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구만요. 쨍한 사랑 노래라, 역시 이런 리뷰는 로드무비님만 쓸 수 있는 거 같아요. 추천!

2005-07-12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7-1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맞아요. 사랑해놓고 나는 죄없다! 라고 하는 사랑의 냉소가 맘에 들어요.
아... 이 시집이구낭... 옆에 두고 읽지 못함이여~~ 흑흑...
간장깻잎장아찌 냄새가 절절하게 나는 리뷰여요.

2005-07-1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05-07-1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내일 시집 한 권 골라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게 좋겠어요.^^

하루(春) 2005-07-12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마음에 들어라... 이런 시집 정말 미소 한잔, 눈물 두 스푼쯤이 보태질 것 같군요.

날개 2005-07-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표현한번 로드무비스럽군요~~!!! ^^

로드무비 2005-07-13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서민적인 음식만 보면 제 생각 나시죠?ㅎㅎㅎ
하루님,201권부터 299권까지의 문지 시집 중 사랑 시만 발췌한 형식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아요.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 등 유명한
시들도 몇 편 들어있고......
우울과 몽상님, 조금 전 제 설명 들으셨죠?
사랑시라니, 어디 눈이 아프도록 한번 읽어주마~ 하는 기분으로
읽어도 재밌을 듯.^^
플레져님, 책 사놓고 못 읽는 심정 그거 너무 잘 알지요.
전 사근사근한 사랑노래보다 좀 뚱한 방식의 표현을 좋아하는 듯해요.
사람이 많이 꼬였는지......^^
하니케어님, 저 사실 저 구절 여러 번 써먹었습니다.
어느 님께 쓴 댓글에, 페이퍼에, 너무 좋아서...ㅎㅎ
멍든사과님, '좀 불량하고 껄렁한 리뷰=로드무비 리뷰'
이런 건 아니겠지요?
아무튼 양조간장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근사한 효과를 낼지
시인도 몰랐을 거예요.^^

2005-07-13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07-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어떻게 시집 서평을 이렇게 멋지게 쓰셨어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당 ^^*)

로드무비 2005-07-1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시집 리뷰는 처음 써보는데 재밌네요.
좋아하는 싯구 인용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 존경하신다고 말씀하시니 너무 부끄럽잖아요.
앞으로 더 좋은 시집 소개할게요.^^

인터라겐 2005-07-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조간장.. 전 샘표진간장이 제일 맛있어요.. 이런 이게 무신....

로드무비님 책한권 내시라니깐요...

로드무비 2005-07-1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몽고간장.
인터라겐님, 난데없이 책은?!^^;;;


그로밋 2005-07-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소개되던 날, 사고싶은 맘에 보관함에 담에 놓곤, 깜빡 잊고 있었네요. -_-;;
님 리뷰를 보니 얼른 읽어봐야겠는걸요.

로드무비 2005-07-17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 저도 그렇게 보관함에서 울고 있는 책이 몇십 권 된답니다.^^

잉크냄새 2005-07-1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네요. 미리 주문하지 않았다면 땡스투는 님의 몫이었을텐데요...
그 아쉬움을 추천으로 대신합니다.

로드무비 2005-07-1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아이참, 아깝네요.
별로 잘 쓴 리뷰 아닌 것 같은데 알라딘 님들이 시집을 좋아하시나 봐요.
더구나 사랑 시집이니......
고맙게 생각합니다.(_ _)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노래를 사랑타령으로 바꿔 말하신다니, 그건 저랑 좀 비슷한데요. ^^
저도 요즘 이 책 들고 다녀요. 옆에서 하도 시끄럽게 하면 간만에 사랑노래에
젖어보려는데, 하고 살짝살짝 째려보면서. ^^

로드무비 2005-07-2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 문지 시집하고 똑같이 생긴 공책을 주거든요.
거기에 자기 시를 써보는 거예요.
시인들의 꿈이 문지에서 시집 내는 거라는데...^^

돌바람 2005-08-0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절대로 안 살 거예요. 시집 왔더니 시집이 너무 싫어요. 사랑! 거 별건가 하고 싶지만~~사고 싶잖아용^^
돌돌돌, 맨날 뭐하다 이렇게 늦게 오는 거지.(자학바람이었슴다)^..@

로드무비 2005-08-0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거 좀 일찍일찍 와서 추천도 좀 팍팍 눌러주고 하시시쇼!^,.@
 
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 교실에 청소를 하러 한 달에 두 번쯤 간다. 
보통은 두세 명의 자모들이 짝을 이뤄 청소를 하는데 지난번에 내가 갔을 땐
아무도 나오지 않아 혼자 낑낑거리며 스무 개의 책상과 마흔 개의 걸상을 옮기며 교실을 쓸고 닦았다.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바닥을  대걸레로 깨끗이 닦고 책상 줄을 맞추고 있는데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나타났다.
왜 혼자서 청소를 하시느냐고 깜짝 놀라서 묻는데 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럴 수도 있죠, 당번 엄마가 깜빡하셨나봐요." 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척 흡족스러웠다.
오늘 나의 노고를 알아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
더구나 그것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니!

책상을  한 개 한 개  깨끗이 닦고 걸레를 깨끗이 씻어 널어놓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실소를 금치 못했다.
담임선생님이 앞문을 드르륵 열고 나타났을 때 내 속에는 혼자 청소하는 게 서러워
입을 삐쭉삐쭉거리는 계집아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 나이에도 문득문득 이런 심정으로 살지 어떻게 알았겠나!
한가지 확실한 건 나이 예순이 넘어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사실이다.
사실  책상을 반쯤 옮겼을 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대강 해치우고 가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꼼꼼하게 청소한 나의 노고는 유치하게도 선생의 등장으로 보상을 받았던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연륜이 빛나면서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기는커녕
더욱 치졸해지고 변덕만 늘어가는 자신을 느낀다.
이럴 때 솔직히 나는 당황한다. 앞으로 어떡해야 하지?
이런 몰골로 엄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또 어른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야 한다니!
아아, 한 마디로 나는 지금도 살아가는 일이 자신 없고 순간순간 아득하기만 하다.

어제 읽기 시작한 야마다 에이미의 <나는 공부를 못해>를 조금 전 마저 읽었다.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이 책 한 권을 통해 뭔가 조금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열일곱 살의 공부 못하는 개성 만점 고교생 도키다 히데미와,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에
학교에 불려와서도 눈치 안 보고 담임선생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젊은 엄마 진코와,
아비 없는 자식을 기르며 사는 딸의 집에 함께 살며 잔소리도 간섭도 어설픈 훈수도 없이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할아버지, 이 세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뭔가 조그만 힌트를 얻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잠시 잊고 있던 것 정도랄까.

다음은 히데미가 한 초등학교에 전학 왔을 때의 인상적인 장면.

--자기 소개를 할 때 히데미는 교단 위에서 그냥 멍하니 서 있는 듯이 보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 오쿠무라(선생)는 그의 뒷머리에 손을 대고
인사를 하게 했다.  그러자 히데미는 그 손을 뿌리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억지로 머리를 숙이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열한 살 소년 히데미의 말대로 누구도 누구의 머리를 강제로 숙이게 할 수는 없다.
부모든 선생이든 대통령이든 대통령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라도......
이 간단하고 명료한 원칙만 알고 지키더라도 세상은 좀더 자유스럽고 살 만할 터인데......
<나는 공부를 못해>는  자신도 모르게 구축된 오만 가지의 편견과 불길한 암시로 가득한 
삶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나 같은 어른이 가볍게 일독하면 더 좋겠다. 작가의 바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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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7-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네요.
매달 2번째 토요일, 전일제 CA가 끝나면 저는 혼자서 저희반 청소를 합니다. 평일에 학생들의 청소 시간이 있지만, 남자애들이다 보니 워낙 게으르고 대충대충. 게다가 청소하고 또 보충수업하고 저녁먹고 야간자율학습하니. 청소는 하나마나. 학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저 역시 혼자 교실을 쓸고 책상 줄을 맞추면서, 고교에서도 한달에 한번이라도 학부모님들이 자식들 학교 청소 좀 해봐야 자기 자식 잘 타이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로드무비 2005-07-09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그러시군요.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갑니다.
선생님들이 온갖 궂은일을 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은 특히 선생님들이 보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실마다 히데미 같은 녀석이 한둘은 꼭 있을 것 같아서요.
소설로 보면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소년.
현실에서는 문제아!^^

서연사랑 2005-07-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어른들이 없다면 '문제아'도 없을텐데 말이예요. 중간고사 기간을 '가을방학'이라며 가방에 책 한 권 안 넣어가지고 오던 녀석들도 학교를 벗어나니 사회에서 다들 제 자리 찾아 한 몫하는 성인들로 자라더군요. 그럴때면 '도대체 왜 그러니? 어!', '한심하다, 이놈들아'하고 화내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정말 미안해지더라구요.
꼭 읽어볼께요.^^

2005-07-09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1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쑥스럽긴요.
이런 리뷰 쓰는 제가 쑥스럽죠.
님의 댓글이 항상 반가워요.
더 자주 뵈었으면......^^

서연사랑님, 화내던 당시에는 그런 아이들이 또 걱정이 되어서
그랬던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이 책에 나오는 교사의 몇 유형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서연 사랑님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인터라겐 2005-07-1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바뀌는게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아이들 손으로 청소하는것도 나쁘지 않은데 왜 엄마들이 학교에 가서 청소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개인적으론요...
아이들이 같이 분단을 나눠 청소하면서 더 끈끈해 지고 그런거 아닐까요?

로드무비님이 쓰시는 글을 보다 보면 꼭 읽어야 할것들이 너무 많아져요..

딸기엄마 2005-07-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히데미 같은 아이 맘에 쏙 들어요~ 저도 꼭 읽어 볼게요~

로드무비 2005-07-1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우개님, 네.
지우개님, 히데미도 히데미지만 미혼모로도 당당한 엄마랑,
항상 누군가랑 연애중인 할아버지도 무지 마음에 들었답니다.^^

인터라겐님, 제 생각에 1학년은 아직 청소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그래도 매일 청소를 하려니 한달에 두세 번 순서가 다가오는데
하루 걸러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은 극적인 스토리 위주의 책은 아니고요,
살아가는 자세랄까 룰을 조용히 말해주는 듯해요.
한번 당신 인생의 주머니를 몽땅 까뒤집어 보시지! 하는 듯한......

urblue 2005-07-1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천만. ^^

로드무비 2005-07-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만 해주시면 블루님께 미련 없어요.ㅎㅎㅎ
--이렇게 말하면 삐지실 거죠?^^

날개 2005-07-1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는 요즘 고학년 애들의 자원봉사(울 효주도 신청했대요..^^)를 받아서 저학년 반 급식해주고 청소해줘요.. 엄마들은 1주일에 한번만 가고요.. 잘됐죠?^^

로드무비 2005-07-1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거 괜찮네요.
효주 칭찬해 주고 싶어요.^^

2005-07-1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1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왜 웃을까요?

로드무비 2005-07-1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 물론 내 글이 재밌어서 웃겠지.^^
아니면, 허리 아프다는 대목에서 "살 좀 빼슈!"라는 말을 하고 싶었거나......

미완성 2005-07-11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가 이 리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요!
아무튼 저도 추천만. 이뻐해주세요;;

로드무비 2005-07-1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빨간 치마는?@,.@
멍든사과님, 그런데 왜 놀라셨을까?('')(..)

로드무비 2005-07-1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사과님, 추, 추, 추천한 거 마, 맞아요?
카운트가 어젯밤 그대론데?^^

비로그인 2005-07-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로드무비님, 카운트..그거 진짜 세고 계셨어요? 진짜죠? 캬..어쩜 저랑 일케 같으실까..이러니 제가 로드무비님을 좋아할 수 밖에..^^a

로드무비 2005-07-1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아니 추천수에 신경 안 쓰면 이 허무한 세상
뭐에 신경 쓰고 살겠습니까요.
저도 복돌이님이 너무너무 좋아요.
그, 그, 그런데 추천은요?ㅎㅎㅎ

2005-07-11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5-07-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검다리 같은 댓글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미완성 2005-07-1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 옛적에 미리 추천해뒀었다구요 흥흥흥;;
삐져서 빨간 치마는 저만 입을 거예요 -_-V

로드무비 2005-07-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전 꼭 제가 추천했다고 밝혀야 속이 시원하던데......
사실 모르는 이의 추천은 감미로워요.
저도 요즘 그런 추세로 나가고 있답니다.^^
니르바나님, 죄송합니다. 댓글을 늦게 봤어요.
제가 좀 부흥사 같은 면이 있어서요.
(추천과 댓글을 강요한달까! 헌금처럼.^^;;)

조선인 2005-07-1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별개로 입을 삐죽삐죽대고 있는 계집아이 몫으로 추천을 하지요. 히히

로드무비 2005-07-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속에도 있는 계집아이인게죠?^^*
추천 감사.^^

조선인 2005-07-1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들켰네요. 우리 친구인 거 맞죠? 부비부비. 히히

로드무비 2005-07-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비부비, 헤헤헤^^
 
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품절


--작은 언덕배기 동네, 사직동에 그녀가 산다. 주워온 개와 더불어 독신으로 살고 있는 시인 조은의 삶.(표지의 글)

1960년생 시인 조은.
2001년,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는데 질투심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왜냐하면 나도 인생의 꽤 긴 시기를 북아현동이라는 허름한 골목 낡은 한옥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고 이 책에 실린 글과 사진들은 바로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질투심을 느끼는 건 아주 드문일인데......

--어둠 속에 섬돌처럼 떠 있는 불빛들을 딛고 가면, 자신이 불을 밝혀야 할 작은 집이 있다.

그림동화 <나의 사직동>처럼 이 책의 배경도 한옥이 유난히 많은 광화문 근처 사직동. 나는 능청스럽게 시인의 책 포토 리뷰에 나의 북아현동 이야기를 섞어 보련다.
남동생과 둘이 자취를 하던 때 바로 저 사진 속 골목의 낡은 2층집에서 2년 정도 살았다. 그 전에 살던 한옥이 헐리게 되었던 것.
살림은 빌린 리어카로 세 번 정도 나르니 끝!
한옥의 욕심 많은 주인 할머니는 자신이 10년이나 쓴 조그만 하이콜드 냉장고를 아주 싼 값이라며 내게 팔아먹(!)었는데 알고보니 새것에서 몇만 원 정도 빠진 금액이었다.
아무튼 새로 옮긴 단칸방, 세탁기도 없이 주워온 책상과 비닐옷장이 살림의 전부였던 때 여동생 부부가 서울에 놀러왔다가 우리 사는 꼴을 보고 기겁을 하여 집에 내려가 아버지를 졸랐다. 그리하여 단독 2층으로 이루어진 이사.
그때 여동생은 나보고 미련하기가 곰같다고 했던가!

--솜이불과 덧신, 체온이 낮은 사람이 자고 일어난 티가 난다.
(사진 설명 74쪽)

--내가 사는 곳은 인왕산 밑이고, 내 방에서는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가 은사시나무 사이로 잘 보인다.
오늘 새벽 나는 너를 생각하며 인왕산에 올랐다. (...)나는 인왕산에 올라 세상과의 편안한 거리감을 얻는다.
그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들이 큰 가닥으로 보이고, 내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있어 좋다.
산은 언제나 물통을 지고 제속으로 드는 사람들을 출구처럼 드러내며 침묵하고 있다.(46쪽)

수녀의 방처럼 침구가 소박하고 정갈해 보인다. 이 책을 썼을 때 시인의 나이 마흔 살 부근.

--길보다 낮은 집들(사진 설명 87쪽)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방을 구하던 때 합정동 너훈아가 함께 살던 골목 다세대 지하의 방이 났길래 구경 갔다. 그런데 그렇게 독특하고 멋진 가구며 인테리어라니!
무슨 사연으로 그 좁은 곳에 임시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방의 안주인은 여배우를 능가하는 미모의 세련된 여성이었다.
6천만 원에 가구까지 몽땅 주겠다고, 자기는 곧 미국에 살러간다고 하는데 살림살이까지 몽땅 준다고 하고 그것이 보통 고급스러운 게 아니어서 나는 구미가 동했다. 그때 우리의 예산은 3천 5백만 원 정도. 돈을 좀 빌려 그 지하방을 사자고 남편을 졸랐으나 남편은 들은 척도 안했다.
그때 무리해서 그 방을 샀더라면 몇 년 뒤 전세금을 홀랑 날리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이상하게 한번 본 그 반지하 집이 가끔 생각난다. 지하든 반지하든 그 이후 돌아다녀본 다른 집들은 너무 어둡고 지저분했는데......



--은이 태릉집에서 사직동으로 홀로 나온 이후에 은이 살았던 몇 개의 방을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이 적절치 못한데 햇살만은 찬란히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낮잠을 잘 때면 모자를 쓰고 자야 했던 방에서부터... 그리고 지금 추운 채송화처럼 옹송거리며 살고 있는 방까지.
(...) 은이 방이 사직동에 없었다면 내 서울 생활은 꽤 적막했으리라.
(소설가 신경숙의 발문)

신경숙, 황인숙 시인, 김형경 등이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시인의 사직동 집.
'마음산책'의 발행인 조은숙 시인이 이 집에 놀러왔다가 그 고졸한 골목과 집, 친구가 사는 모습에 반해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니 재밌다.

(보라색 티셔츠 입은 이가 시인 조은, 맞은편은 신경숙.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인간의 뇌세포처럼 굴곡이 진 지붕 위의 세계를 응시하다 보면, 눈썰매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갈 때처럼 가속도가 붙으며 순식간에 발치에 와닿는 기억들이 있다.(112, 113쪽)

북아현동 한옥에 살던 어느 해 겨울, 눈이 몹시 내려 기와며 담벼락이며 눈으로 소복소복하고 그 풍경이 너무 좋아 방문을 열고 앉아 마당을 내다보았다.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어 지갑을 뒤져보니 달랑 200원뿐.
풀빛출판사 뒷골목의 구멍가게에 가서 200원을 내밀고 백자라는 담배를 샀던 기억. 그나마 너무 독해서 한 대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다.

--혼자 살다 보면 십자드라이버의 다양한 용도를 알게 된다. 내가 직접 달아놓은 옷걸이.(144쪽)

시인 조은의 이 벼랑의 기록은 참 매혹적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과도기' 아닌 때가 어디 있으며, '벼랑' 아닌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나는 한 아이의 엄마였고 비록 전세지만 꽤 넓은 집에 살고 있었는데 사직동, 그녀의 벼랑이 너무 부러워 눈물이 날 뻔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오늘, 이 책을 오랜만에 꺼내어 읽어본다.

(이 책은 본격적인 사진집은 아니며 사진작가 김홍희 씨가 찍은 동네 골목과 그녀의 집 풍경들이 조그만 사진으로 시인의 다감한 산문과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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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6-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로리뷰를 읽고 질투심을 느끼는 건 아주 드문일인데......
저도 갖고 싶어져서 낼름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조은, 이라는 시인 궁금합니다

로드무비 2005-06-1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200원 들고 백자 담배 사러 나가던 때가 아마
지금 님의 나이였던 듯.
시도 읽어봤지만 이 산문집은 더욱 괜찮습니다.^^

urblue 2005-06-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로드무비님의 청춘엔 그리 많은 사연들이 있는지요.

숨은아이 2005-06-1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자... 농활 갔을 때 공기 맑은 중에는 그렇게 맛있었는데, 서울 하늘 아래에선 도저히 못 피울 맛이더군요. ^^

로드무비 2005-06-1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꽁초도 맛있었죠?ㅎㅎ
블루님, 어, 이 페이퍼엔 사연이라 할 만한 거 없는데......
대강 읽었죠?^^

urblue 2005-06-1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쓰신 페이퍼들이랑 이거랑 합해서 말씀드린겁니다. ^^

내가없는 이 안 2005-06-1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청자는 맛을 봤는데 백자는 맛을 못 봤어요. 그렇게 독한가요? 서울 하늘 아래선 못 피울 맛이라니... (아니 이건 숨은아이님 글이네 ^^) 그런데 로드무비님 책도 나왔으면 싶어요. 그리고 미련하기가 곰같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가난도 안주 삼아 청춘을 보낸 것일 터인데. 안 그려요? ^^

히피드림~ 2005-06-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소한의 것들만 누리며 미니멀하게 사는 삶, 때론 꿈꾸기도 하지만 저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욕심만 목구멍 바로아래까지 차올라요...

비로그인 2005-06-1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사진 설명과 로드무비님의 삶이 뒤섞여, 더욱 정겨워요. 구수한 숭늉을 마시는 듯한 느낌..

비로그인 2005-06-1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격적인 사진집보다 이런 뭔가 허름한 것이 더 좋아 보여요. 저는 좀 전에 담배 사려고 나갔는데 보니, 돈을 뽑아놓지 않아 외상했답니다. ^^ 백자 담배하니까 도라지가 생각나네요. 할머니들 전용 담배 같은 도라지, 저는 가끔 도라지를 피웁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도라지 담배. ^^

로드무비 2005-06-1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님, 젊은 사람이 허름한 것 좋아하면 안되는데...ㅎㅎㅎ
도라지만 피우던 어떤 사람이 생각나네요.
난 좀 이상하던데.
오늘 잊지 말고 외상값이나 갚아요.^^
(좋은 동네 사시넹!)
복돌이님, 저 숭늉 좋아해요.
200원 들고 담배 사러 나간 이야기 마음에 드셨나보다.
노파님과 하여간 잘해보시랑께요.^^
punk님, 최소한의 것, 심플...저도 항상 생각하는데
책이며 쓸데없는 물건들을 미친 듯 사들이는 두 얼굴의 여자가
제 속에 있습니다요.^^;;;
이 안님, 에잉? 청자, 그 누런색 담배갑이 생각나네요.ㅎㅎ
그리고 가난을 안주삼은 건 아니었지만 자기자신에게 도취가 돼 있어서요.
내 사는 게 그렇게 꾸지리한 모습인지 몰랐습니다.
왜 그땐 다들 그랬잖아요.
자기를 엄청 구박하면서도 자기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블루님, 어쩌면 제가 글을 너무 잘 써서 별 이야기 한 것도 없는데
사연이 많은 걸로 착각하는 것인지도 몰라요.=3=3=3

Phantomlady 2005-06-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로드무비님이'너무 잘 써서' 리뷰 빼고는 별 이야기도 없던데 책임지세요 ^^ 어제 서점 가서 '벼랑에서 살다' 있느냐고 찾아달라고 해서 읽고 왔어요. 생각보다 참 심플한 책이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삶이 보였습니다. 언젠가는 사서 읽을 날이 오겠죠.

니르바나 2005-06-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도시의 뒷골목에 들러붙은 눈이 가슴에 많이 남는 것은
로드무비님이 그려주신 부산 '나의 연산동'과 함께 제 어린 시절의 추운날의 초상이 삼중주로 울려대는 이유일겝니다.
짧은 글과 사진이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군요.
안녕하세요. 로드무비님
저는 요즘 오뉴월에 개도 앓지 않는다는 목감기로 빌빌거리고 있습니다.
빌려주신 책 '출가'를 가만히 앉자 읽고 있습니다.
동시에 알라딘서재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글을 함께 읽으면서요.
새삼 사는 일에 몇가지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시는 로드무비님의 모습에
감탄절탄하고 있습니다.
어릴적에 영화관에 가지 않던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새 제가 그 모냥으로 살고 있음을 보며 슬며시 웃었답니다.
......
밝은 날 알려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로드무비님

로드무비 2005-06-1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저의 연산동을 기억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전 시시껄렁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유, 그나저나 목감기 좀 차도가 있는지요?
저도 얼마 전 슬쩍 지나갔는데......
목 아프면 인생이 얼마나 괴로운데요.
그리고 저는 최소한의 집안일만 하고 서재활동도 게으르고
요즘 뭘 하는 인간인지 모르겠어요.
몇 가지 역할 감탄절탄하신다니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아무튼 목감기 빨리 나으시고요.
이 눈부신 계절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니르바나님.^^

로드무비 2005-06-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심플하고 군더더기없고, 그러면서도 시인의
어떤 고집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전 그런 종류의 고집 좋아합니다.
<벼랑에서 살다>는 선물 주고받기 좋은 책이에요.
친한 친구에게 선물해 달라고 조르세요.^^

비로그인 2005-06-2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진 속의 저 빨간 건 뭐래요? 보라는 건 안 보고 어만 것만 보는 복돌..

로드무비 2005-06-21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고래 모양 펀치 되겠습니다.
책장 넘어가지 말라고......^^
(최근 마이 도러 페이퍼에 이 펀치 등장하는데......)

2005-06-24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