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현태준. 이우일 지음 / 시공사 / 2004년 9월
품절


--태준이 형과 나는 언제나처럼 홍대 앞의 선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형, 우리 여행을 가자. 그래 도쿄는 어때? 여행 다녀온 다음 그걸 책으로 만드는 거야. 그림도 그리고 일기도 쓰고. 엄청 재미날 것 같지 않아?"
"응, 재미있겠다."(9쪽)

널리 알려진 대로 코믹엽기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며 장난감 마니아인 두 남자, 술집에서의 수다가 현실이 되어 어느 날 나란히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우일이 만난 도쿄, 차례.

고양이 버스, 책방 순례, 무라카미 타카시, 제멋대로 카이조, 로스트 인 트렌스레이션, 초밥을 맛있게 먹는 법, 도쿄에서 구입한 장난감 컬렉션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태준은 프리마(노점의 일종)와 중고숍, 그리고 도시락, 식당이나 술집의 음식 소개를 열나게 하고 있다.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 맘에 드는 아이템이 있으면 죽어라 그것 하나만 입는다. 아무리 집사람이 그것 좀 그만 입고 다른 것을 입으라며 챙겨줘도 반드시 그것만 입는 것이다. 더럽혀지면 저녁에 빨아 아침에 다시 입는다. (...)아무튼 그래서 우린 평소대로 입고 동네 목욕탕 가듯 훌쩍 떠났다.
(13쪽)

정말 마음에 드는 두 남자의 패션 철학이다.


문득 눈에 띈 중고가게에서 아내 선현경을 위해 낡은 치마를 한 벌 사고 좋아라 하는 이우일.

--나는 책방에만 들어가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발견한 몇 곳의 책방은 정말 걸작이었다. 그림같은 책방이었다고나 할까.(...) 그 책방들은 너무나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울렸으며, 자신의 개성에 걸맞은 책을 다루는 곳이었다.(35쪽)

책방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코가 벌렁벌렁하고 가슴이 뛴다. 아아, 부러워라!

--혼자 도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일주일 동안 있었는데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곳이 많은 도시이고, 그래서 혼자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외로움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76, 77쪽)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이었던 영화 '로스트 인 트렌스레이션.(우리 나라에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라는 제목으로 개봉.) 도쿄로 여행 온 두 남녀의 스쳐지나가는 듯한 사랑과 손에 잡힐 듯 전해져오는 외로움이 나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영화였다.

--이곳의 모습이 내가 사는 곳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나의 여행은 시작된다.(121, 148, 149쪽)

현태준은 역시 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동네 허름한 골목을 선호한다.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 '그라바'라는 이름의 술집과 옷집 등 독특한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골목.

--청계천 벼룩시장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해서 찰칵. 인형, 골프채, 명품 핸드백, 교황 바오로의 사진까지 잡동사니 대행진이구나.(170, 171쪽)

<뿔랄라 대행진>과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의 저자답게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장난감 마니아 현태준은 100엔 이내의 중고 장난감을 선호한다. 마음에만 들면 비싼 가격도 별로 개의치 않고 사는 편인 이우일과는 쇼핑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도쿄의 오빠들과 야키도리술집에서의 만남을 기념하며.(231쪽)

거구의 대식가답게 맛있는 음식이나 식당, 술집이라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못 말리는 이 아저씨의 허름하고 맛나 뵈는 음식 소개 사진들도 빠트릴 수 없다.(머리에 두건을 쓰고 파란색 가로줄 무늬 티셔츠를 입은 이가 현태준.)

--멋쟁이 오빠의 놀라운 東京 특수 여행비법 대공개(266쪽)

도쿄에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 내심 그곳을 아지트 삼아 이런 여행을 꿈꾸기도 했는데 몇 주 전 친구 부부가 아예 짐을 싸들고 돌아왔다. 오호 통재라!

두 남자의 도쿄 여행은 중고 장난감 가게나 책방, 변두리의 도시락집, 선술집을 도는 게 다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뒤를 쫓는 이 시시껄렁한 기행이 무척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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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5-3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별 상관없는 댓글인 지 모름) 도쿄 여행기에서 이우일이 손에 쏙, 들어오는 그 작은 책들 얘기할 땐 저도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지 몰라요. 예전에 일본여행 갔을 때 무려 4천엔 상당의 비단으로 만든 북커버를 산 적이 있는데 사이즈가 너무 작아 할리퀸 로맨스 말고는 우리나라 책을 싸기엔 어림도 없더라구요 하하..

두 사람의 팬인 나로서도.. 로드무비님의 '그러면 된 거지 뭐'에 동감 ^^

하루(春) 2005-05-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근데, 오타 있어요. 아래에서 네번째 그림 옆 설명 '이곡--> 이곳' 아닌가 싶어서요.

nemuko 2005-05-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관찰기를 재밌게 읽은 탓인지 이것도 좋아보여요^^

로드무비 2005-05-3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네. 이 책도 아주 재밌습니다.^^
하루님, 오타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스노드롭님, 그러게 말입니다. 작은 책 이야기 흥미롭더군요.
오, 일본도 다녀오시고.
님의 쇼핑 목록도 궁금하구만요.^^

히피드림~ 2005-05-3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이름난 작가가 수필집 내는 거 별로 안좋아 하구요. 이런 만화가나 공예가(?)가 작품으로 말하지 않고 좀 시시해뵈는 여행기같은거 쓰는거 별로 안좋아해요. 이런 치사한 기획으로 탄생한 책들 보면서 일반인들도 나도 조금만 하면 책하나 쓰겠네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너무 엄숙주의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든 글이라는 것은 제 살과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 나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오직 소설로만 말하고 만화가는 만화만 성실히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라는 건 그 작가들이 늙어서 적어도 예순이 넘은 다음에 한권 정도는 써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경험하고 내가 읽는 여행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갔다온 사람이 아무리 얘기해주면 뭐합니까 본인이 한번 다녀오는게 낫지.
오해 마세요. 저는 이런 종류의 책이 싫다는 것이지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싫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도서관에서 빌려읽으면 모를까 제돈주고 살 일은 없으니까 여기서 이렇게 포토로 보고가니 좋네요.^^

릴케 현상 2005-05-3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
근데 혹시 잊은거 없수?

로드무비 2005-05-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자명한 산책님!
잊은 거 있습니다.
내일 꼭 보낼게요.
그런데 좋다고 하심시롱 뭐 잊은 거 없수꽈?ㅎㅎ

punk님, 저도 그런 엄숙주의 좋아합니다.
그런데 산문을 훨씬 재밌게 잘 쓰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가끔 봅니다.
여튼 저는 제가 읽어 재밌고 좋기만 하면 됩니다.
소설이든 시든 여행기든 여타 잡문이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책들 포토리뷰 올리는 이유가 뭐게요?
저야 워낙 좋아하니까 책까지 사서 보지만 그럴 의사가 없는 분들
사진으로나마 잠시 웃으며 즐기시라고요.ㅎㅎ

히피드림~ 2005-05-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말도 맞습니다. ㅎㅎ
세상만사 정답이 없는 법이고, 뭐든 상대적이니까요.
결국엔 많은 것들이 취향의 문제로 낙찰되기 마련입니다.
로드무비님, 제가 읽어보지도 않은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거 잘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좀 이렇게 신중치가 못하네요.^^
어제 하루종일 들어왔었답니다.근데 주말이라 어디가셨었나봐요.
님서재들어오면 재밌거든요.

로드무비 2005-05-3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방이 재밌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어제는 친구 생일 축하해주러 우리 가족이 출동했어요.
밤늦게까지 실컷 마시고 먹고 떠들고 왔습니다.^^

날개 2005-05-3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토론의 장이 지나고 난 뒤의 댓글 달기는 정말 어려워~~~ㅡ.ㅡ
하여간 재밌겠어요...^^*

로드무비 2005-05-3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배드민턴 여사님 납셨다!
날개님, 오늘 낮 올린 포토리뷴데요?
요즘은 리뷰든 페이퍼든 인적도 빨리 끊겨요.^^;

Phantomlady 2005-05-31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인적을 저라도 쭈욱~ 이어드릴게요. 제 쇼핑목록이 궁금하다구요? 하하, 기억날까 모르겠네(라고 하면서 열심히 굴리고 있음)

썸머소닉이라는 락 페스티벌을 보러 갔을 때라 쇼핑은 별 게 없어요 우선 HMV는 너무 비싼 관계로 우리나라에선 구할 수 없는 CD 딱 한 장만 샀어요. 그리고 중고레코드점에서 몇 장의 시디를 더 사구요. 비틀즈 마니아 샵이 있는데 거기서 퍼즐, 손거울, 열쇠고리를 샀어요 열쇠고리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구요. 도쿄 여행기에도 나오는 곳들이죠~

그리고 블라이스 인형을 샀어요 큰 걸 사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작은 걸루.. 1500엔 밖에 안 하는 옷도 하나 샀구요.. 그리고 책과 관련된 쇼핑은 비단 북커버와 책깔피,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읽은 패션잡지 정도.. 쓰고 나니 정말 별 거 없네요 ^^;

로드무비 2005-05-3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락 페스티발을 보러 일본에......멋집니다.
비틀즈 마니아 샵 꼭 가보고 싶군요.
블라이스 인형 무지 비싸던데 어느 놈으로 사셨는지
사진 찍어 한번 보여주세요.
비단 북커버도......^^

플레져 2005-06-0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우일씨와 선현경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요? 흐미~ ㅎ
이 만화는 좀 땡기네요.

로드무비 2005-06-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플레져님 그것도 몰랐어요?
얼마 전 가족관찰기가 알라딘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실비 2005-07-0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요.. 약간 외국에 대한 동경이있어서 꼭 한번 가고싶답니다. 엄마께서 외국나가는거 자체를 반대하셔서 지금은 보류중이지만.. 자세히 찍으셨네요
추천하고 퍼갈게요^^

로드무비 2005-07-1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고맙습니다!^^
 
출가 - 마음을 찾아서
글.사진 윤영관.이민우 / 동아시아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민 한 중년여성의 클로즈업 된 얼굴에 시선을 빼앗겼다. 신현임(48세)이라는 여성. 오대산 월정사에서 한달 동안 단기 출가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시간의 얼룩이 느껴지는 그 얼굴이 너무 좋았다. 나는 그의 수양이나 신심이 얼마나 깊고 심오한 것이든  인간사 모든 고뇌에서 완전히 해방된 듯한  말간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처와 고뇌와 욕망이 노루 꼬리만큼은 남아 다소 복잡하고 아득한 눈빛을 가진 사람의 얼굴이 좋다. 그녀의 얼굴이 바로 그랬다.

이 책은 바로 그 프로, 오대산 월정사에서 연례행사로 이루어지는 일반인들의 단기출가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한 프로듀서와,  '묘명'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에서 출가자들과 함께 한달 동안 행자 노릇을 하며  사진을 찍은 한 카피라이터의 담담한 기록이다.

깊은 산속 암자에서 방을 하나 얻어 한두달 간 틀어박혀 가지고 간 책이나 실컷 읽고, 잠이나 자고, 그것도 싫증나면 산보를 나서는 생활,  나는 아주 옛날부터 그런 생활을 꿈꾸었다. 어쩌면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인도나 네팔에 가지 못한 것보다 그런 생활을 해보지 못한 것이 내게는 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나는 더이상 내 영혼의 암자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내가 서재활동을 하느라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어드는 이 방, 책으로 가득 쌓인 내 조그만 방이 나의 암자이고 베이스캠프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내 절친한 여고 동창이 오래 전  마인드컨트롤을 배운다고 2박 3일인가  3박 4일 양산  모처에서 단기코스를 밟은 적이 있다. 그때 룸메이트로 배정받은 여성이 낯이 많이 익어  자세히 보니 시인 강은교였다고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눈빛이 아주 형형했지만 뼛속 깊이 외로워 보였다고 국문학도인 내 친구는 문학도답게 시인을 그렇게 표현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배우려고 한 것이었다니 너무너무 궁금해서 나도 어느 날 부산일보 강당에서 열린 마인드컨트롤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강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마인드컨트롤은 별게 아니었다. '아아, 오늘 날씨가 춥고 비까지 내리니 감기에 걸리겠는걸?'하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꼼짝없이 감기에 걸리고 만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따라 인생 모든 일이 결정된다는 것. 그때나 지금이나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마인드컨트롤을 모두 마스터했다 생각하고 유료 강습은 신청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는 모든 여행이 출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때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기웃거린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잠자리에 누워 낮에 만난 아버지와 딸(아버지가 딸을 무지막지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산보를 하던 두 행자가 보고  뜯어말렸다)을 떠올린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서로에게 마음을 드러내 보이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가장 훌륭한 선방과 가장 험악한 저잣거리가 겹친다. 한 스님이 강의 시간에 스님들이 쌀쌀맞아 보이도록 당당하고 꼿꼿한 이유는 자신이 부처임을 깨닫고, 자신이 있을 곳이 어딘가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있는 곳을 받아들이고, 제 자리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극락이라 여기기 때문이라 했다. 또 다른 스님은 절에 오면 부처를 만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가는 것이라 한다.(119쪽, 묘명 행자의 기록)

열네 살 중학생 소년부터, 여대생,  장성한 두 딸을 둔 중년여성,  70세의 뚜르르한 기업의 부회장 등 그들이 이 바쁜 세상에서 하던 일을 중단하고  한 달 동안 깊은 산사에서 스님들과 똑같은 생활을 체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를 벗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아직 그런 소망은 아주 쬐끔 남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내가  어렵사리 구축한 이 조그만 방이 주는 쾌락과 가짜 평화에서 좀체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데, 괜시리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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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5-05-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단기출가 프로그램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하지만 제가 가있는 동안 제 가족은 어쩌죠? 여하튼 아줌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도 걸리는게 너무 많다니까요. ^^

클리오 2005-05-2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전, 송광사에서 일주일간 하는 산사체험을 신청한 적이 있었어요.. 7기까지인가, 여름 내내 진행되는데, 놀라운 것은 그것이 전부 마감되어 저는 못갔다는 것이죠... ^^;; 마음의 평안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가봐요...

날개 2005-05-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이 안이한 생활에서 아직 벗어나고 싶지 않은걸 보면..^^;;

balmas 2005-05-2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잘하셨어요.
암자 가셨으면, 한 달 넘게 로드무비님 서재가 터~엉 빌 것 아녜요?
말도 안돼!!

kleinsusun 2005-05-2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휴가에 7박 8일간의 명상수련에 들어갔었어요. 3일만에...뛰쳐나왔어요.
하루 종일 좌선을 하고 앉아 있는데 온갖 잡생각만이 드글드글...
그때 간절했던건 콜라와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ㅋㅋ
몸만 산사에 가있다고 달라지는게 없더라구요.
마음을 내리지 않는다면...

로드무비 2005-05-2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 페이퍼(맞죠?)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
저라면 이틀을 못 넘겼을 것 같아요.
아무튼 어떤 간절한 염을 가지고 깊은 산속을 찾는 이들이
아름답고 애달프게 보여요.^^
발마스님, 달마스님과 좀 자주자주 모습 보여주세요.
두 분이 활약하지 않으시니 기운이 빠지네요.(바쁘세요?ㅎㅎ)
아유, 그나저나 발마스님 참 예쁘게도 댓글을 쓰셨네요.^^
날개님, 우리 함께 위로하며 그냥 이대로 살아요.^^
클리오님, 오, 님도 신청을 하셨었군요.
송광사도 참 좋을 것 같아요. 하긴 어딘들...^^;;
펑크님, 우리 주부의 역할이 막강하죠?
자신의 쓸모있음에 만족하며 당분간 이곳에서 버텨보자고요.^^

하루(春) 2005-05-2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프로그램 작년에 봤어요. 신현임씨도 기억나요. 얼굴까지.. 엠비씨에서 해줬을 때 꽤 인기 많았던 걸로... 나레이션이나 BGM 없이 그냥 그 오대산 월정사의 단기출가생들의 소리로만 채워졌던 그걸 기초로 쓴 책이군요.

비로그인 2005-05-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때문에, 그 눔의 술 때문에 저두 쪼매 힘들 거 같긴 한데, 그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그냥 책을 읽을 수 있다면 훨씬 잘 견딜 수 있을 거 같아요. 전 갠적으로 눈 맑은 사람, 무서워해요. 제 안에 있는 열등의식, 그러니까 어떤 내보이기 싫은 조잡함을 꿰뚫어보는 듯해서요.

로드무비 2005-05-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새벽 예불이나 108배등 장난이 아니던데요?
전 참선보다는 그냥 뒹굴뒹굴을 택하겠습니다.
그리고 호쾌한 복돌이님께 무신 조잡함이 있다는 말씀입니까요.^^
하루님, 전 중간부터 봐가지고요.
한 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월정사 너무 멋졌죠? 거기 참석한 사람들도...^^

플레져 2005-06-0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그 프로 봤어요. 한 사람이 부처가 되고 한 사람이 절을 할 때 그 중년의 여자분이 몹시 울었었지요. 이 책 사야겠어요. 살 때 땡스투 누를게요 ^^
참, 스님의 그 자세가 그러한 연유로 꼿꼿하신거군요. 흠...

로드무비 2005-06-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보다 그 프로그램을 한 번 더 보고싶군요.
중간부터 봤거든요.^^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 뜨인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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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사진을 찍어 올린다. 화가의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이다.

-내가 아는 오병욱은 특별한 귀재이다. 그는 화가이기 전에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사진가이고 음악가이자, 일찍부터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머무르면서 자연의 언어와 빛깔 그리고 자연의 냄새와 소리를 익힌 사람이다.(화가, 김병종)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시면 좋아요.)

--양철지붕집이라 여름엔 덥다. 그래도 우리집에 다녀간 사람들은 여름이 제일 좋단다. 양철지붕 아래서 듣던 소나기 소리 때문일까?(17쪽)

화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1990년 5월,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던 경북 상주의 빨간양철지붕 집으로 기어들었다. 식솔을 이끌고......

우편함을 하나 대문간에 매달았더니 딱새가 알을 낳았다. 딱새 집이라 크게 써주고 그 옆에 새로 우편함을 하나 달았다.

--새끼가 날아오르기 좋도록 팔을 쭉 뻗고 가만히 손을 폈다. 손바닥을 차고 날아오르는 순간에 약한 무게감과 가슬가슬한 발톱을 느낄 수 있었다. 좋겠다. 쟤네들은 하루만 연습해도 저 정돈데 우린 이게 뭔지 모르겠다.(29쪽)

사진은 양철지붕집의 어둑신한 방. 목침을 베고 늘어지게 한숨 자도 좋겠고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봐도 좋겠다.

--상주 시내에 있는 커피가게 주인한테 삭발한 전시 포스터를 한 장 주었더니 다음날 바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았다. 재즈 뮤지션들 사진하고 잘 어울린단다.(34쪽)

'마음 한없이 고요하여라. 그 위에 향기로운 일감이 오다.'
이중섭이 원산 화실에 써 붙였다는 이 말은 빨간 양철지붕집 화가의 마음속 등불이 되었단다.

왼쪽이 암컷 '쏭(Song)'이고 오른쪽이 수컷 '칸(Khan)'이다. 여름엔 개들이 더울까봐 등나무 아래로 개집을 옮겨준다. 쏭이 낳은 강아지 네 마리 이름은 도,레,미,파. 짧고 간단하고 기분좋은 이름이다.

--우리는 시골생활의 이런저런 단점과 불편을 뜻밖에도 쉽게 받아들였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린 그저 '잠깐 소풍을 나온 것처럼 가볍게' 살았던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건 웃으며 받아들일 작정이었다. 중요한 한 줄기만 확보되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122쪽)


--모 국립대학엔 가서 부임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교수보다 백수가 좋다고 했다. 난 지금도 그림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일을 부끄러워한다. 그 결벽 때문에 내 인생은 힘들어졌다.(124쪽)

한쪽 벽에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기타가 나뒹구는 화가의 널찍한 방. 방문 창호지 하나도 어쩜 저리 멋들어진지......

'나의 희망' . 1998년의 수해로 인근 폐교 화가의 작업실 그림들이 몽땅 떠내려가고 망가졌다. '나의 희망'이라는 제목 덕이었는지 단 한 점 멀쩡하게 보존된 그림.

"저...... 건너편 초등학교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요. 이번...... 그림이 떠내려가서......피해신고를 하라기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면사무소 직원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런 거는 나중에 면사무소로 직접 나오세요. 그리고 집이나 논밭이나 축사 같은 부동산이 보상 대상이지, 그림이나 돼지 같은 '동산'은 보상 대상이 아닙니다."
그림이나 돼지? 차라리 잘 됐다. 일단 빨리 여기서 도망치자.(97쪽)

'내 마음의 바다.' (2004, 200호 캔버스 두 개의 그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 이 책 속의 화가를 만나면 좋으리라. 화가가 직접 찍은 그의 시골집 풍경과 이러저러한 사진들과 유려한 글이 위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낸 출판사와 아주 약간의 관계가 있지만 책이 너무 좋아 포토 리뷰로 당당하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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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5-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두 마리 앉은 사진이 젤 좋아요. 시원하고 은밀해 보이는 나무그늘 아래 개집, 개집 앞에 우아하고 꼿꼿하게 앉은 두 마리 개... 근데 책을 누른 저 빨간 건 뭘까 하는 분위기 깨는 궁금증이... ^^

Phantomlady 2005-05-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표지의 담배 피는 대머리 아저씨가 화가예요? 스타일 멋지시네~~ 이런 멋진 분인 줄 알았으면 책을 살 껄 그랬나.. 저도 다음에 사기로 하고 서점에 서서 후다닥 책을 읽었는데 (..)(") '커피 가게 주인한테 삭발한 포스터' 어쩌구 하는 글과 함께 사진이 실려서 그 커피 가게 주인인가 했다는 ^^;

강남의 유명한 입시학원을 물려준다는 것도 사양했다니 그 예술적 결벽성이 대단할 따름입니다 예술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urblue 2005-05-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세상엔 재밌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인터라겐 2005-05-2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를 마다하는 사람이 진정 챔피언입니다... 뭔소리? 사람은 물욕에 약한데... 저도 저런 마음가짐을 배워야할터인데...

로드무비 2005-05-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엊그제 노래방 가서 우리 남동생이랑 주하가 불렀는데...ㅎㅎ
책읽고 잠시잠깐 그런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블루님, 저 화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글도 얼마나 잘 쓰는지...^^
스노드롭님, 서점에 서서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왔능기요?
저도 저 포스터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예술가, 그거 아무나 못하죠.^^;
숨은아이님, 새끼들 사진도 있는데 올릴까 하다가...
님 이 사진 이 책 좋아해 주실 줄 알았구먼요.^^
그리고 저 빨간 건 고래 모양이 뻥 뚫려 찍히는 뭣인데요.
이름이 기억 안 남.;;

chika 2005-05-2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에도 책 주문하고 왔는데.. 정말 서재질이 늘어나면서 느는건 지름신의 강림...
ㅠ.ㅠ

로드무비 2005-05-2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아무리 책이 많이 쌓였더라도 이 책 꼭 사세요.ㅎㅎ
땡스투 누르시고요.^^

2005-05-23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2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워요..빨간 양철지붕..근데 쥔장의 쌍라이트가 너무 눈부셔요! 게다 저렇게 책을 쌓아놓으면 낭중에 보고 싶은 책을 빼내려 할 때, 저거 다 무너지는데..

히피드림~ 2005-05-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나 돼지"? 언제부터 그림과 돼지가 한 문장 안에서 서로 다정하게 동급이 됐죠? 화가자신도 면사무소에 찾아간 자신이 참 순진하게 여겨졌겠네요...

로드무비 2005-05-2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수해로 집을 잃은 촌로들 앞에서 화가는 자신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란 걸 부끄러워하더군요.
그 심정을 잘 알 것 같았습니다.
복돌이님, 늦게라도 엽서 내놓으세요.
ㅎㅎ 쓰고 싶으실 때...공선옥 씨 책 선물은 님께 아직 유효합니다.^^
속삭이신 님,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도 무지 신기하네요.^^

잉크냄새 2005-05-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지붕위의 소나기 소리...찜통같은 오후, 그 말만으로도 시원해집니다.

로드무비 2005-05-3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좋아하실 줄 알았네요.ㅎㅎ
양철지붕 아래의 서정을 님말고 누가 또 그렇게 잘 알겠습니까요.
(오랜만에 뵈니 반가워서 아부가 절로 나오네요.^^)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어제 낮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공선옥의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를 장바구니와 함께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만삭일 때도 딱 맞았던 단벌 청바지 허리가 꽉 끼어 눈을 부릅뜨고 심호흡을 하고 지퍼를 올리고 단추를 잠갔다. 공선옥 작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럴 때 나는 사는 게 딱 거짓말 같다.


마을버스 속에서  장애가 있는 내 또래 여성에게 신호를 보내어 내 자리까지 오게 해서 자리를 양보했다. 그렇게까지 하기는 드문 일이다. 그건 순전히 내 손에 들려 있던 책 때문이었으니 공선옥의 책을 읽으며 노인이나 아이, 임산부, 장애가 있는 사람을 외면하고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자기 자리를 사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전철을 갈아타고 나는 두 건의 선행(?)을 더 했는데 여기 일일이 적지는 않겠다. 그녀가 울며 읽었다는 김성칠 선생의 <역사 앞에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제 잘한 일을 입 밖에 내거나 붓 끝에 올리지 말 일.


십몇 년 전 나도 이 대목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밑줄을 쳤다. 그러니 어떻게 전철 안에서의 그 소소한 일을 선행이라고 차마 내 입으로 떠벌릴 수 있겠는가!


‘내 이웃의 통곡 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밤이면 밤마다 휘황한 네온 십자가가 다 무엇이며 따뜻한 구들방에서의 선(禪)이 다 무엇이냐’(25쪽)고 작가는 묻는다.  또 서울 어느 대학 수학교수님이 정말 좋은 수학교수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어릴 때부터 나처럼 수학 노이로제가 있는 듯한 그녀는 생각한다. ‘저렇게 좋은 것은 지금도 좋은 저 아이들한테보다 지금 나쁜, 지금 아주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먼저 가게 했으면.’ (29쪽)


소설이고 산문이고 간에 그녀의 글들을 읽으면 나는 너무 많이 가진 자이고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유한부인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부자로 살아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가난뱅이였던 적도 없는 것 같다. 3만 원이 넘는 호머 심슨 라디오 같은 장난감도 사고, 갖고 싶은 만화 전집도 큰맘먹고 사는 걸 보면 돈 쓰는 데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 같지만 그 대신 10년째 청바지 하나로 사계절을 버티며 돈 아까워서 ‘빠마’도 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누리는 호사가 최소한의 것이고 정당한 것이라고 강변하는데(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말이지) ‘내 배가 부르면 꼭 누군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다’고 말하는그녀 앞에서 나는 뭔지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글 읽기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좀 더 부지런해져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의 소식을 먼 풍문처럼 듣지 말고 작가처럼 장례식장에 직접  조문도 가고,  좀 더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를 바랄 뿐.(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오래 전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독서교실인가 창작교실인가에 등록해 두어 달 드나든 적이 있다. 창작을 직접 해보겠다는 생각에서는 결코 아니었고 직장인이랍시고 회사엔 다니지만 그때 당시 하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 어딘가에 소속되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천승세, 김영현, 김남일 등 작가들의 리얼리즘 문학 강의는 무척 재밌었고 그 중 마음 맞는 사람끼리 ‘풀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을 꾸려 신촌의 주막을 전전하며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었다. 주로 월북 작가들의 소설을 구해 읽었으며 그 무렵 자주 있었던 시위 현장에도 꽤 열심히 참가했다. 1년쯤 지났을까?  우리 다음 기로 본격적인 창작반이 구성되었다는데 아이를 등에 업은 아줌마가 아주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고 들었다. 거기다 그녀는 공장 노동자라고 했다. 창작은 고사하고 독서는커녕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재미로 가끔 그곳을 드나들던 나는 내 또래의 그런 여인이 있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그녀가 바로 소설가 공선옥이다.


이 땅에 어느 정도 가진 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배울 만큼 배우고 누릴 만큼 혜택을 누린 인간들, 작가의 표현대로 하면 ‘사는 게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가 어떻고 교육문제가 어떻고 닫힌 의식이 어쩌고 하며 못살겠다고 이 땅을 속속 떠나든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자식들을 조기유학으로 빼돌린다. 그러면서 나라 걱정은 혼자 다 하지. 그런 이야기를 흥분하는 기색도 없이 이 작가는 조용히 읊조린다. 다 좋은데 떠나려면 조용히 떠나라고, 괜한 분란 일으키지 말고 ......이 대목에서 나는 짝짝짝~ 박수를 쳤다.  그녀의 독서일기와 나의 독서일기가 100프로(!) 겹치는 걸 알게 된 것도 유쾌했고.


하도 많은 분들이 리뷰를 올려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도 할 말이 남아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공선옥은 공선옥이다.  이 신새벽에 나를 책상 앞에 앉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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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5-20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씨도 대단하지만, 로드무비님도 정말 대단하세요. 회사다니면서 창작교실에 등록도하고, 모임도 갖고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져 보입니다.

호랑녀 2005-05-20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추천하고... 장바구니 들어갑니다.
공선옥의 책... 자꾸만 피하고 있었습니다. 왜였을까... 한번 잡으면 빠져버릴 것 같아서 그랬을까...

서연사랑 2005-05-2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추천받으셔야 마땅할 리뷰라고 생각해요^^

바람돌이 2005-05-2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던 공선옥의 글이 참 좋았음에도 그 후로 그녀의 글은 저를 피해간것 같아요. 아님 제가 피했었던가....
오늘 님의 글 읽고 그리고 그동안 많은 알라디너들도 이 책을 칭찬하고...
역시 봐야겠네요.

로드무비 2005-05-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가 많이 올라오고 그걸 읽다보면 그 책을 안 읽었음에도
다 읽은 것처럼 생각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재밌게 읽었으니 말 다했죠, 뭐.^^
서연사랑님, 미누리님 방에서 가끔 뵌 분이네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호랑녀님, 한번 잡고 푹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동안 왜 피하셨을까요?^^
퍼키님, 제가 속한 제1기는 독서 모임의 성격이 짙었어요.
사람이 그리워서 기어들어간 거였으니 멋있다는 말은
취소해 주실래요?
듣기 영 거북해서.;;

비로그인 2005-05-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작가와의 만남 같은 모임이 마련된다면 멀리서라도 함 봤으면 좋겠습니다. 로드무비님만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 잼나게 잘 읽었어요.

urblue 2005-05-2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를 들고 나왔어요.
이것도 이제 읽기 시작했고, 공선옥의 글은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로드무비님의 리뷰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주말을 앞에 둔 아침인데 너무 무겁다구요~~

perky 2005-05-2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게보여서 멋있다고 말했던 것 뿐인데, 듣기 거북했다고 하니까, 제가 더 당황스럽네요. ^^;

로드무비 2005-05-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키님,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말씀은 무지 고마웠지만 괜히. 헤헤^^
블루님, 전 그 책 예전에 읽었어요.(오랜만에 블루님 앞에서 잘난척=3)
아이구, 주말을 앞두고 가배얍게 시집이나 한 권 들고 나오잖고...
복돌이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좋습니다.
청바지 터져나간다는 이야기가 특히 재밌었죠?ㅎㅎ

부리 2005-05-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멋진 리뷰십니다. 민족문학창작교실 같은 곳에도 가시고... 아아, 존경스럽습니다. 님의 빛나는 내공은 그 몇달 탓도 있지요?

stella.K 2005-05-2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작 교실 다니셨군요. 저도 예전에 잠깐 다녔었는데...그때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던 중이라 정말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아서 다녔는데 다니다보니 정말 사는 게 사는 것 같아 좋아지더라구요. 근데 다니다 말았죠. 지금 생각하니 살만해서 그만 두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더 다녔을지도...그땐 뭔가의 끈이 필요했었거든요.

로드무비 2005-05-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 저의 내공(ㅎㅎ)은 그 당시 신촌 술집 모임에서 키워졌답니다.^^

로드무비 2005-05-2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새 스텔라님이.^^
창작교실이 아니고 독서교실이었다니까요.
그때 사람들과 친해져서 한동안 꽤 잘 지냈답니다.
님은 계속 다니지 그러셨어요. 끈을 확실히 잡게...^^

stella.K 2005-05-2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글쓰는 게 점점 자신이 없네요. 흐흐.

숨은아이 2005-05-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수가 너무 많아 안 할라 그랬는데, 에잇!

로드무비 2005-05-2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그러심 섭하죠.;;
고마워요.^^
스텔라님 글쓰는 데 항상 자신있는 사람도 있을까요?^^;

히피드림~ 2005-05-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는 거지만 로드무비님은 페이퍼건 리뷰건 적당히 자신의 경험도 섞어가면서 참 맛깔나게 씁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날개 2005-05-2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마트면 못보고 지나갈 뻔 했어요..^^;;

로드무비 2005-05-2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뜰하게 챙겨서 봐주시는 날개님, 고맙습니다.^^
punk님, 제 리뷰가 좀 껄렁껄렁하죠?;;
재밌게 잘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5-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전 공선옥 작가만의 소설가의 각오, 같은 게 만져지더라구요. 다른 글들도 좋았지만 맨 마지막 북풍이 휘적 하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의 글요, 가슴이 다 아파오던데요. 로드무비님 리뷰는 안 껄렁껄렁해요. 진심이 담겨 있어서 온기가 느껴지는걸요. ^^ 추천도 해요!

2005-05-21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없는 이안님, 그런데 왜 리뷰는 안 올리셨을까요?
전 님의 공선옥 리뷰가 무지 궁금하답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5-05-2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보야, 봤지? 리뷰 특강은 무비 언니한테 받아야 한당께! 술 한 병 들고. 그, 근데, 소, 소개료는? =3=3
무비 언니 리뷰는 정말 안 보고 싶어요. 왜냐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던져버릴까 하는 갈등을 하게 만들 거든요!

kleinsusun 2005-05-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 소설을 딱 한권 읽었어요.<피어라 수선화>.
책을 읽다가 다 못읽고 덮어 버렸어요. 너무.....불편했어요.
읽으면서 계속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또 너무 무거웠고.....

공선옥 소설을 읽으면
저의 모든 고민들이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고,
자꾸만 움츠리게 되고 그래요.

그런데....
로드무비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산문집을 꼭 읽어보고 싶네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로드무비 2005-05-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답니다.
수선님의 화사하고 경쾌한 글쓰기도 얼마나 좋은데요.
아무튼 이 책 읽어보시는 건 찬성이에요.^^
노파님, 리뷰 특강은 마태우스님이 잡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정말 언제 두 분이 손 꼭 잡고 우리집에 술 몇 병 사들고
오는 것 아니우?^^

2005-05-24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어머 당연히 그러셔야죠오.=3
(고맙습니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빨리 읽고 리뷰를 쓰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최영미의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그리고 심지어는 주문해놓고 그렇게 기다리던 공선옥의 <사는 게 거짓말 같은 때>가 토요일에 도착했는데 뒤로 미뤄두고 이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리뷰 전에 자랑질

클래식 음악애호가 김갑수,  1989년 그의 첫 시집 <세월의 거지>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지금은 출판평론가로 명성이 자자한 모 씨가 나와 같은 출판사에 다니다가 <출판저널> 기자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독자서평 원고를 맡았는데 원고 들어온 게 없다며 급히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얼마 안되긴 하지만 원고료도 있다길래 방금 사서 재밌게 읽은 김갑수 시인의 <세월의 거지> 서평을 얼렁뚱땅 써서 넘겼다. 일로 알게 되어 꽤 친하게 지낸 원로소설가 한 분이 출판저널에서 그 글을 읽었다며 한국일보에 실린 어느 원로화가의 인터뷰 기사를 화가의 자전적인 수필로 바꿔 써달라고 내게 부탁하셨다. 그걸 써드리고 원고료를 10만 원 받았다. 그리고  웅진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내 친구가 어느 날 우연히 그 회사 복도 자판기 앞에서 만난 김갑수 시인에게 독자서평을 쓴 친구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접선이 되어 딱 한 번 술도 거하게 얻어마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김갑수 씨의 시집을 읽음으로 인하여 나는 꽤 많은 경제적인 이득과  더불어 시인과 술을 마시는 영광을 누려봤다는 것이다. 에잇! 리뷰의 서두가 뭐 이래! (죄송.)

처연하면서도 심상한 자기고백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에는 지나간 사랑의 사연과 젊은날의 방황과 고뇌,  마흔을 훌쩍 넘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시인의 처연한 자기고백이 그의 영혼을 매료시킨 클래식 음악의 선율과 함께 실려 있다. 자신의 한쪽 눈이 완전히 멀게 된 사연도, "한번도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 애인에 대해서도 그는 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심상하게 말한다. 나는 그의 담담한 어조가  좋다.

십몇 년 전 전문 음악실을 방불하는 광화문의 그의 아지트에 대해 소문이 무성했는데 내가 조금만 뻔뻔하거나 용감했다면 그 곳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경 못한들 그게 뭔 대수겠는가. 이 책은 나같은 클래식 음악의 문외한도 아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재밌게 쓰였다. 

오래 전  <음악,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제목이 정확히 기억 안 난다)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작곡가와  음악과 명반을 소개하는 책을 읽고 당장에 살 명반 제목을 수첩에 빼곡하게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남의 입을 통해 듣는 음악의 감동은 읽을 때뿐이었다. 송영 선생의 비슷한 책도 마찬가지. 재밌게 읽고 호감은 가졌지만 그 당장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지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선물받은 말러의 교향곡들과 카잘스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 외에는 이렇다 할 명반 한 장 가져보지 못하고 인생을 끝내게 될지도 모른다.

음악이 안겨주는 전존재의 떨림이라!

--인생이 너무나 별게 아니라는 생각에 진저리치며  음악 속으로 도망을 친다. 거기 모든 것이 다 있다.(18쪽)

리스트와 바그너, 연애 문제로 악명이 높은 두 작곡가에 대한 저자의 이해가 막힘이 없고 참 명쾌하다. 연애 문제로 그 자신도 마음고생을 많이 한 눈친데 저자는 이를 결코 숨기려는 기색이 없다.

--그들은 사기친다고 드러내면서 사기쳤다. (...) 두 예술가는 그런 삶으로 충분히 화려했고 또한 충분히 고생을 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작품을 남겼다.  나는 그런 리스트,  바그너를 사랑한다.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25쪽)

삶이 괴로워서 음악으로 도망을 쳤다는 시인 김갑수는 음악에 빠져 시도 쓰지 않고 아예 클래식 음악 전문가로 방송 진행자로 나섰다. 이 책에서 30대, 40대, 50대 독신 트리오였다는 편집자 시절의 시인을 포함한  광화문 3인조 이야기가 나는 제일 재밌었다. 무명의 음악 애호가들의 삶, 나도 한번 그렇게 미친듯이 살아봤으면......

그리고  캐슬린 페리어니 벨라 바르톡 등 생전 처음 듣는 가수와 작곡가의 이름, 시인 김정환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음악이라며 그의 작업실에 놀러오면 청하여 듣는다는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몇 번 곡 등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시인의 음악 소개는 정말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 그의 책을 읽다가 언젠가 비오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듣고 무지 좋았던 에릭 사티의 곡명을 알게 됐으며, 작가 최인호의 딸 다혜 양이 초등학생일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듣고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접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국어 선생을 하는 내 친구 딸은 두 살 때 방문에 걸어놓은 아기 그네 위에 앉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듣는 것이 취미였다. 그 곡을 들을 때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이 결혼도 하지 않은 나는 신기하기 짝이 없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마이 도러는 음악적 재능이 없는지 몰라도 그런 애창곡이 없었다. 요즘은 운동회 준비를 하며 배운 학교 교가를 고래고래 악을 써가며 시도때도 없이 부르는데......

나는 오래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어떤 음악회에서 이탈리아 가곡은 악보도 보지 않고 열창하더니 한국 가곡을 부를 때 소절마다 악보를 보면서 부르는 어느 소프라노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클래식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미워했던 적이 있다. 그 무렵 또  윤호진 연출의 뮤지컬 <겨울나그네>를 예술의 전당에 보러 갔다가  겉멋만 잔뜩 든 그 엉터리 뮤지컬에  실망해  끝까지 보지 않고 일행과 함께 중간에 나오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 돈으로 음반을 열심히 사지 않았을 뿐 이렇게 저렇게 주워듣고 좋아라 했던 곡들은 꽤 되는데......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 이야기만 기대하고 이 책을 집어든 클래식 매니아 독자라면 어쩌면 조금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클래식 외에도 록이나 분노의 하드 코어, 밥 딜런 30주년 기념 콘서트장에서  사회자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나갔다는 시네이드 오코너의 소식까지 뭐 하나 내 구미를 충족시키지 않는 것이 없었으니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테리 리드,  할리 니어 등 그의 소개를 듣기만 해도 호감이 가는 대중가요 뮤지션들의 이름을 내 수첩 귀퉁이에 옮겨 적게 했다. 그것이 앞으로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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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5-05-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거리도 풍부한 로드무비님,
이런 저런 사연 읽기도 재미있었구요. 책소개도 잘 읽었습니다.
그가 라디오도 진행한다구요...
보관함에 넣고 추천도 잊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빡빡한 글씨에 맘 놓고 읽지 못 하였다가 저녁에 다시 와 차분히 읽었습니다. ^^

릴케 현상 2005-05-1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려하게 사셨군요^^아니 사시는군요...오늘 택배를 보냈습니당

날개 2005-05-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을 몰라도 재밌다니, 조금 용기가 생깁니다..ㅎㅎ

로드무비 2005-05-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얼마전 <사색기행>을 재밌게 읽고났더니 책 읽는 즐거움을
어느새 회복한 것 같아요.
이 책도 단숨에 읽었습니다.
저처럼 클래식 몰라도 충분히 재밌으니 나중에 빌려드릴게요.^^
자명한 산책님, 동작도 빠르셔라.
내일 받는 대로 메모 남길게요.^^
그리고 저 화려하게 안 살았습니다.
어쩌다 얻어걸린 공연이며 생각잖은 두둑한 원고료였어요.
그러니 제가 잊지 못하고 자랑질을 하죠.ㅎㅎㅎ
미누리님, 추억거리는 풍부한 편인데 요즘 제가 왜 이리 시들한지 모르겠어요.
아, 제가 이 리뷰 너무 빽빽하게 썼나요?
재밌게 읽어주시고 추천까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Phantomlady 2005-05-1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는 촌스러운 믿음이 있는데 작년 봄 우연히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김갑수 시인을 본 적이 있어요. 물론 인사도 못 하고 스쳐지나갔지만요. 이 책 읽고서 클래식 음반도 몇 장 샀더랬죠. 얼마전 알라딘에서 이수정과 조지아에 관해 쓴 글도 본 거 같은데 로드무비님이었나..

깍두기 2005-05-1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의 수필집 같은 건 절대로 집어들지 않는 사람인데, 이책 읽고 싶네요. 로드무비님의 글빨에 속는 거 아닌지 몰라....

로드무비 2005-05-1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전 남의 수필집 좋아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님도 이 책 좋아하시지 않을까!^^
스노드롭님, 이 책 읽으니 사고 싶은 음반이 얼마나 많은지......
음반에 뒤늦게 필 꽂히면 절대 안될 형편이라 아쉬운 대로 두 개 정도만 사려고요.
그런데 님은 이 책 읽고 뭐뭐 사셨어요? (궁금)

하루(春) 2005-05-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새콤달콤한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요.

2005-05-17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예전 제가 다니던 직장 덕에요.
지금 생각하니 꽤 재밌게 지낸 것 같은데 그땐 왜 그렇게
인상 쓰고 다녔을까요?^^;;
하루님, 들척지근한...이라는 표현이 더 맞아요.
님도 재밌는 추억 많이 만드시길......^^

2005-05-17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muko 2005-05-1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독서의 스펙트럼이 정말로 넓으세요. 게다가 어쩜 그리 소설처럼 사신건지.. 옛 이야기들 하나씩 꺼내 놓으실 때마다 정말 부러워요^^

로드무비 2005-05-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뭐 그렇지도 않아요.
아무래도 출판사에 다니다보니 문인들 마주칠 기회가 좀 있었죠.^^

Phantomlady 2005-05-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의 구구절절한 고백을 듣고나니 브람스와 슈베르트를 피해갈 수가 없었어요. 아마 읽어본 분들은 다 아실 듯 ^^ 추천곡에 나오는 브람스 현악 6중주는 똑같은 앨범으로 사구요.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한스 호터 노래가 없어서 제가 좋아하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곡으로 샀어요. 그리고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가 뭐야, 궁금해서 존 할로웨이 바이올린 연주로 사구요.

코마개 2005-05-1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김갑수씨 매우 좋아하는데...그 분의 생각들과 글들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그 담담한 어투.

로드무비 2005-05-1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수선님 방에서 간혹 마주치던 분이군요.
김갑수 시인의 생각과 글, 담담한 어투를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로드무비 2005-05-1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는 처음 듣는 얘긴데...
그 부분 읽을 때 잠시 졸았나보다.;;;;
슈베르트와 브람스 정말 안 살 수 없게 써놓았죠?
님의 목록 참고하겠습니다.^^

hanicare 2005-05-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쌩스 투 누르고 구입했습니다. 예전에 이순열씨의'음악, 귀로 듣는 황홀한 술'을 샀었어요.그런데 한 귀절도 기억이 안나는군요.(이젠 검색조차 안되네요. 얼마나 되었다구.) 그런 책들은 결국 종이재활용으로 보내버립니다.저는 책의 육체성에도 굉장히 집착을 하는 고로 로드무비님처럼 중고서적은 통 정이 가지 않습니다.중고는 커녕 예전엔 초판만 사기도 했지요.은어낚시통신을 누구에게 주고 나서 판이 바뀐 책을 사려니 남 먹다남은 밥 먹는 것 같은 불결함(?)마저 느껴지던 기억.(어쩐지 쓰면 쓸수록 내 인간성이 나쁘다는 광고를 하는 것 같습니마만,흠흠.)
로드무비'님'이라고 술술 잘도 씁니다만, 처음에 서재나들이할 때마다 타 서재에 가서 '님'자 붙이기가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남편을 여보라고 못 부르는 입을 달고서 '님'이라고 치지 못하는 손가락까지 겸비했지 뭡니까.(투덜)
* 저 책 살까 말까 계속 망설이던 겁니다. 작가들이 쓴 음악책 영 나른했거든요.
* 아 그나저나 저번에 파니 핑크랑 도리스 되리 책이랑 김광석을 패키지로 묶어 팔던 그 이상한 가게 귀뜸해주지 않으면 인제 추천이고 썡스 투고 다 떼 먹을 거에요.

로드무비 2005-05-1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참 이순열 씨가 쓴 책이었죠?
전 인간성 나쁜 사람이 좋으니까 님이 그런 말씀하셔도
더 매력적으로만 보입니다.
이 책 일단 님도 재밌게 읽으실 거예요. 음악 취향하곤 상관없이.....
아, 그나저나 파니핑크랑 도리스 되리, 김광석을 패키지로 묶어팔던
이상한 가게를 아직 기억하시다니!
님 너무 재밌는 분이에요.ㅎㅎ^^

비로그인 2005-05-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유명인들과 친분도 나누시고..로드무비님, 이거 은근슬쩍 잘 보여야겠습니다. 흠흠..그나저나 이거 또 제가 읽어야 할 필독서구만요. 조그만 무식함도 용서하지 않는 로드무비님 서재..아이고, 벱새가 황새 따라갈려면 가랭이가 찢어진다고..저, 로드무비님 따라댕길라다 깁스하게 생겼습니다. 우..웁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