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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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말하는 이들의 진심은 그 반대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삶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놓치고 만다. 그 내면에 얼마나 깊은 상실과 슬픔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란 제목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전해진다. 그러다 가만 생각한다. 특정한 날이 아니라 계절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을까. 눈부신 봄, 내가 좋아하는 4월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멈춘다.


소설 속 ‘케이시’는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케이시에겐 죽음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젊은 나이에 사업에 성공하고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영유하는 그에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케이시가 주최한 파티에 우연히 참석하면서 그와 친구가 된 ‘가즈키’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이른 나이에 은퇴한 케이시와 다르게 하루하루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가즈키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소개팅을 주선하지만 케이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가즈키는 데이트 앱으로 만난 ‘하즈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케이시가 안타깝다.


소설은 케이시를 중심으로 가즈키, 하즈네의 일상을 들려준다. 케이시는 가즈키의 조언대로 데이트 앱을 가입하자 수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받는다. 케이시는 그들과 만나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허무하게 만들었을까. 같은 보육원에서 지낸 카나에와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 케이시가 대학생이 되던 해 카나에는 죽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죽기 전 카나에는 케이시에게 어느 계절에 죽고 싶냐고 물었다. 그 질문은 평생 케이시를 따라다닌 것이다.


삶을 소모하는데 의미를 두는 케이시는 사업을 할 때 모델이었던 '유메'를 만난다. 유메 역시 부족한 게 없어 보이지만 그녀에게도 상처가 있었다.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들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 이처럼 이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빛나는 젊음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결핍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이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즈키와 하즈네는 결혼을 약속하고 케이시에게도 사랑이 나타난다. 카나에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찾은 뉴욕에서 만난 료코였다. 료코의 모든 게 거짓이었지만 케이시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원하는 만큼 돈을 줄 정도로. 과연 그 사랑은 진짜였을까? 반려견 하루가 죽고 반려묘 미루가 사라지자 케이시는 모든 걸 끝내기도 마음먹는다.


언제까지 이런 상실을 되풀이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앞으로 얼마나 더 두 다리가 허공 위에 떠 있는 그 아찔한 느낌을 받으며, 온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절망감을 겪어야 하는 걸까. 그만 반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부질없고 지겹다. 또다시 같은 슬픔을 겪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 상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일이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스스로 상실되는 것뿐이다. (384쪽)


그러나 잔인한 운명은 케이시가 아닌 가즈키를 선택했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면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아가는 가즈키는 교통사고로 떠난다. 남겨진 하즈네는 슬픔이 아닌 비장하고 의연하게 삶을 나갈 준비를 한다. 케이시는 그녀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발견한다.


아직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핍과 상처는 무엇 하나 온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은 채 삶의 그림자로서 지겹도록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힐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가 있고 지금보다 더 완성된 나를 향한 희망이 있다. 희망과 기대, 그것이 삶을 살아내는 진짜 계절이었다. 이제야 그것을 보기 시작한 나는 영혼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삶의 투지를 느꼈다. (398쪽)


삶의 가치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랑조차 믿지 못하는 청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러면서 삶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그 과정이 헛되지 않고 아름답다는 것, 그게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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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아르헤리치 -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암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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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잘 모른다. 그러니 연주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럼에도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평전을 읽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의 생을 알아간다는 건, 그것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강렬한 표지와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라는 부제까지 끌림은 당연했다. 어쩌면 이 책은 나 같은 독자가 아닌 다른 독자에게 더 적합한 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주 즐겁게 책을 읽었고 그녀를 더욱 알고 싶어졌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순간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녀가 놀라웠다. 예술가의 삶이란 정녕 이런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을지도 모를 마르타 아르헤리치. 그녀가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부터 남다르다. 어린 마르타에게 “넌 피아노 못 치지!” 하면서 무시한 남자아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피아노를 쳤고 놀랍게도 모든 음이 정확했고 리듬도 잘 탔다. 단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아이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르타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벗어날 운명이라는 걸 말이다. 당시 대통령이던 후안 페론을 만나 빈에서 프리드리히 굴다와 공부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엄마인 후아니타는 미국으로 가길 바랐지만 마르타는 스스로 자신의 스승을 결정한 것이다. 예술가는 서로의 영혼을 알아보는 것일까. 제자를 받지 않았던 프리드리히 굴다와 마르타 사이를 보면 그런 것 같다.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고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 그런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했고 굴다를 향한 소녀 마르타의 마음은 존경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수줍으면서도 당찬 소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씩씩하고 예뻤을까.


마르타는 한술 더 떠, 쇼팽이라는 사람은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쇼팽은 너무 감정 기복이 심하고 너무 파란만장해서 내가 못 살 것 같아요.” 마르타가 만나보고 싶은 음악가는 슈만이다. “슈만은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르게 하는 음악가지요.” (빈, 72쪽)


굴다는 마르타에게 대단한 영향력이 있었으므로 마르타는 반항하지 못했다. 굴다는 마르타를 잘 알았고 마르타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확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는요, 굴다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어요.” (빈, 73쪽)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부소니, 제네바, 쇼팽 콩쿠르에서 어떤 곡을 연주해 우승을 하고 그녀의 공연 행진과 음반 녹음에 대한 나열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평전과 다르게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생을 시간적으로 순차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공간의 이동을 통해 그녀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당연한 듯하다. 피아노를 사랑했지만 마르타는 무대에 올라 음을 찍어내는 기계가 아닌 삶을 누리고 싶었다. 예술적으로도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위해 노력하고 연주회 바로 직전에도 취소를 선언할 수 있는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언제나 두려울 것 것 없는 그녀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갑자기 엄마가 되고 아이를 볼 수 없고 키울 수 없는 상황, 다시 찾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세 딸. 마르타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 후아니타와 딸들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르타는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들을 간절히 바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자기 삶에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마르타는 자식들을 자신의 연장 선상에 두고 바라보지 않고 독자적인 인격체로 사랑하고 싶어 했다. (제네바, 222쪽)


나는 예술가나 연주자의 삶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할 수 없다. 그녀의 “나는 선물 같은 아티스트가 아니에요. 연주 요청은 많지만 나는 답도 잘 안 주고, 계약서에 사인도 안 하고, 취소도 자주 하니까요.” “나는 연주를 듣는 게 더 좋아요”(파리, 310쪽) 말은 유머처럼 들리지만 그녀가 삼키는 고독의 크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 곳곳에서 만나는 그녀의 말투는 재치가 넘치고 따뜻하다. 그래서 마르타 곁에는 언제나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가득했다. 동료를 위해 집을 내주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교류한 그녀. 표지처럼 흑발의 마르타가 아닌 백발 할머니 마르타를 응원한다. 


음악에는 시간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음악은 순간의 덧없음을 날카롭게 의식하게 함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를 희석시키는 또 다른 차원은 제공한다. 피아니스트는 영원한 아이로 남았기에 언제나 자유로이 발견하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아이였기에 지나치게 감상적인 노스탤지어나 치기 어린 어영, 발목을 잡는 소유욕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위상을 다지고 후세에 남길 이름을 준비하는 여느 예술가들과 달리 마르테 아르헤리치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유일한 신조에 충실할 것이다. “살아가고, 살게 하라” (파리, 320쪽)


보통의 평전과 다르게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수많은 예술가와 작품이 등장하지만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부제가 말해주듯 마르타의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가 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알지 못해도 그녀를 아는 것처럼 그녀의 생으로 빨려 들어간 건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인 저자 올리비에 벨라미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을 몰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이제는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 조금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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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8-11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을 수록 더 읽고 싶은 책.
평전은 그게 쉽지 않을 터인데...
좋은 책이었나 보군요.
담아갑니다^^

잠자냥 2023-08-11 23:09   좋아요 2 | URL
이거 재미나요!

책읽는나무 2023-08-11 23:5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아르헤리치?
잠자냥 님 떠올렸었는데 읽으셨군요?^^

자목련 2023-08-14 18:19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말씀처럼 재미읽게 읽은 책이었어요!

은오 2023-08-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래식 잘 몰라서 자목련님 아니었다면 눈길도 안줄 책인데.. 리뷰에 홀려서 일단 담습니다 주섬주섬..

자목련 2023-08-14 18:20   좋아요 0 | URL
이상한 게 나이가 드니 예전보다는 클래식을 듣는 시간이 길어지고 좋아지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3-08-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많이 들어 봤는데
정작 음악으로 만나본 적은
없네요 ^^

자목련 2023-08-14 18:2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겠죠~
 

태풍 ‘카눈’이 오고 있다. 아주 느리게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지켜내며 오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뜨거운 열기가 태풍에게 힘을 더해줄 거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지만 밤부터는 다를 것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위를 사라질까, 그런 기대보다는 이 태풍이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태풍이 오기 전에 책을 주문했다. 태풍 핑계로 냉큼 주문한 게 맞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아구아 비바』는 서재나 이웃이 올려주는 문장이 좋아서 궁금했다. 실은 표지가 예뻐서, 책 만듦새가 예쁜 이유도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읽은 게 없어서 이 작품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 기대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은 신간 알림을 받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극히 낮으신』은 13세기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을 그려낸 책으로 2008년에 마음산책에서 나온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읽은 이라면 새로운 신간이 아니다. 나 같은 독자만이 새로운 신간이 되겠다. 물론 나는 아직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지 않았다. 마지막 한 권은 정용준의 산문집 『소설 만세』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블랑카 님이 좋다고 하시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더위에 지쳐서 아주 천천히 책을 읽고 있어서 조만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누그러지면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맘대로 살짝 소개하자면 이렇다. 대답의 책처럼 펼쳐서 나온 구절이다. 『아구아 비바』의 이런 구절, 이 소설 대체 뭘까.


고백할 게 있다. 나는 조금 겁이 난다. 자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 자체는 독단적이지 않으며 제멋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엮여 있지 않다. (『아구아 비바』 중에서)


그녀는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움 이상이다. 그녀는 더없이 부드러운 새벽빛을 띤 생명 자체다. 우리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녀의 초상화 한 점도 본 적이 없다. (『지극히 낮으신』 중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장이다. 그녀는 누구일까. 가톨릭 신자라면 이 책이 더 아름답게 다가올까.


소설을 쓰기 위해 혹은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과 욕망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아니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는 사라지는 평범한 불꽃이다. (『소설 만세』중에서)


정용준의 조언처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잘 키우고 싶다. 달아나지 않도록 잘 붙잡고 싶다. 책에 대한 마음도 읽는 마음도 쓰고 기록하는 마음도 달아나지 않도록 말이다. 태풍이 가까이 왔고 곧 실체를 확인하겠지만 우선은 아름다운 하늘이 좋다. 아이스크림 같은 구름이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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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8-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어제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구름도 예쁘더군요.
이게 실은 폭풍전야겠지만.
아마 태풍 지나고나면 하늘이 높아질 겁니다.

자목련 2023-08-10 08:48   좋아요 2 | URL
파랗고 맑은 하늘이 비로 가득합니다.
말씀처럼 조만간 더 놀라운 하늘과 마주하겠지 싶어요.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망고 2023-08-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비스듬하게도 아니고 한반도 전체로 바로 직진하는 예상 경로 사진을 살면서 처음 본 거 같아요 제발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근데 사실 저도 어제 하늘 보면서 파란 배경에 하얀 뭉개구름 넘 예쁘다고 생각했어요^^자목련님 태풍에 날아갈라 책 읽고 쓰는 마음 단디 붙잡으셔요😄

자목련 2023-08-10 08:49   좋아요 0 | URL
뉴스를 주목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은 아직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에요.
망고 님도 피해 없으시길, 마당의 꽃들도 넘어지지 않기를~~

coolcat329 2023-08-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용준의 <소설 만세> 저도 재미나게 읽은 책이에요. ‘소설만세‘라는 제목이 좋아서 샀답니다. 중간에 살짝 웃기기도 하구요. 자목련님처럼 우아한 책들 사셨어요~^^

자목련 2023-08-10 08:50   좋아요 0 | URL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쿨캣 님도 즐겁게 만나셨다니 기대 상승!
우아한 자목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ㅎ

독서괭 2023-08-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폭염에 힘들었지만 하늘은 참 예뻤지요^^
소설 속 문장들이 좋네요. 보뱅 책 더 읽고 싶은데 이번 신간은 종교얘기라 해서 손이 안 갔네요~

자목련 2023-08-10 08:51   좋아요 1 | URL
낮의 하늘도 노을 가득한 하늘도 정말 예뻐요!
종교는 모르겠고 보뱅의 문장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구매했어요. ㅎ
태풍 피해 없기를 바라며,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3-08-0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어서 오늘은 계속 태풍 소식인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불안합니다.
날씨가 계속 폭염이예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3-08-10 08:52   좋아요 2 | URL
얼마나 많은 비기 내릴까 걱정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은오 2023-08-09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젤 중요한거 맞는거같아요. 🤧 제 안의 쓰고싶은 마음은 달아난걸까요....? 어디갔니.....

잠자냥 2023-08-09 22:09   좋아요 2 | URL
저기 누워있네.

은오 2023-08-09 22:11   좋아요 1 | URL
그 주인에 그 마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9 22:19   좋아요 1 | URL
눕쓰대 하나 사줘요…..

자목련 2023-08-10 08:53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말씀처럼 달아난 건 아니고 누워 있는 듯.
이제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말해주세요, 마음이 냉큼 일어나게!!

책읽는나무 2023-08-0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만세>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읽지도 못한채 그대로 반납했던 책이어서 오늘 갔었던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려다 또 포기했던 책입니다. 살 걸 그랬나? 지금 조금 후회가 되네요. 보뱅의 책도 아까 만지다가 다시 제자리에 꽂았었구요...저 책도 살 걸 그랬나? 또 후회를...ㅋㅋ
암튼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3-08-10 08:55   좋아요 1 | URL
소설 만세를 만날 좋은 때가 아직 오지 않았나 봐요. 책은 달아나지 않으니 언제라도 책나무 님 곁으로 올 수 있지요.
남부 지방은, 태풍과 인접했을 것 같은데, 피해 없기를 바라요.
만복이네 학교도 휴교일까 싶은데...

책읽는나무 2023-08-10 09:02   좋아요 0 | URL
쌍둥이네 둘 다 가정에서 하는 원격수업 중입니다.
늦잠 자다 일어나 부리나케 노트북 켜서 출석체크하고..전 이제 밥 안치고..한숨 돌리는데... 예전에 살던 이웃집 언니들이 그 아파트 앞에 있는 하천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산책로랑 농구장 축구장이 다 잠긴 상황을 사진 찍어 올렸더군요.
제가 있는 곳은 사방팔방 도롯가만 보여서 상황이 그런 줄 몰랐던지라...헐!!! 그러고 있네요.ㅜㅜ
빨리 태풍이 지나갔음 싶네요.
 
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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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시작은 어디일까? 말들이 모여 소문이 시작되는 곳,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모르는 사이 살아 움직이는 곳, 학교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맨 처음 경쟁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그런 곳이니까. 학교를 배경을 한 드라마, 영화, 소설이 꾸준히 인기가 높은 이유다. 여기 또 하나의 학교 괴담 『스터디 위드 X 』 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스터디 위드 X 』에서 만나는 학교 괴담은 신박하고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보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위선과 상처로 얼룩진 속내가 아프게 다가온다. 이유리의 「스터디 위드 미」는 전교 1등 ‘수아’의 브이로그를 시청하는 ‘나’가 발견한 귀신 이야기다. 나는 영상에 귀신이 등장하는 걸 알고 고민하다 수아에게 알린다. 다른 친구가 수아를 질투해서 저주 인형을 만든 것 같다고 알려주지만 수아는 그 모든 게 자신이 계획한 거라고 무시한다. 영상 속 귀신은 진짜 누군가의 저주의 결과일까? 친구와 우정 따위는 필요 없는 경쟁 사회, 언제부터 학교는 성적을 위한 곳으로 변한 것일까.


권여름의 「영고 1830」에서도 성적에 대한 압박을 다룬다. 해마다 명문고 1학년 8반 30번에게 일어나는 이야기, 무조건 영고를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강압을 이기지 못한 ‘희준’이 괴담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은 그저 괴담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그건 모든 걸 성적으로 평가하는 우리네 모습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본 모습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민낯이 부끄럽다.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것이 바로 학교라는 사실을 우리는 왜 놓치고 있을까.


오래전이나 가능했던 잔인한 일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소름 돋는 건 그런 게 아니겠어? ( 「영고 1830」, 89쪽)


아이들 입장은 조금 복잡했다. 그곳을 향한 아이들의 시선에는 선망과 공포가 공존했다. 영고 밖에서는 천국, 안에서는 지옥. 이런 말이 농담처럼 중 3교실에 떠돌았다. 자부심을 느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생 때 전교권 성적이었던 아이들도 영고에서는 성적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 「영고 1830」, 90~91쪽)


어쩌면 성적을 위해 경쟁하는 건 심각한 왕따와 학교 폭력에 비하면 나을지도 모른다. 한 명의 주도하에 모두가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왕따로 인해 학교는 공포 그 자체가 된 사연은 너무도 많다. 그래서 중학교 때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준우’가 고등학교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 ‘상현’과 함께 가해자들을 나갈 수 없는 채팅방에 초대해 나름의 복수를 하는 윤치규의 「카톡 감옥」은 한 편으로 솔직하게 후련한 점이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이런 카톡 방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제발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교사 ‘미진’에게 학생 ‘윤재’가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은모든의 「벗어나고 싶어」는 괴담과는 전혀 상관없는 보통의 수업 시간처럼 보인다. 마지막의 반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묘한 슬픔으로 인상적인 소설이다. 조진주의 「그런 애」와 나푸름의 「하수구 아이」는 제목에서 따돌림과 편견을 예상할 수 있다. 하나의 틀에 가두어 친구를 판단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며 소문이나 괴담에 가담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려준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괴담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현실의 문제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일은 괴담을 읽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스터디 위드 X 』는 학교와 청소년의 실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르포와 닮은 소설이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스터디 위드 미’란 채널을 검색했다. 이런 방송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공부를 위한 소리, 먹방, 다양한 컨텐츠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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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8-08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대생과 공부하기, 고시생과 공부 하기, 빗소리 들으며 공부하기 등등...스터디 위드 미에도 얼마나 다양한 채널이 있는지 모른답니다.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은 현대인이 만들어낸 시공간이랄까요.

자목련 2023-08-09 11: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말씀처럼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태풍이 온다는 데, 피해 없으시길 바라요.

독서괭 2023-08-0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부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서 그걸 켜놓고 같이 공부하는 게 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런걸 ‘스터디 위드 미‘라고 하는군요?
읽기 좀 무섭긴 한데.. 요즘 청소년들 모습을 알려면 읽어야 할까나요.

자목련 2023-08-09 16:00   좋아요 1 | URL
스터디 위드 미라고 부르는 걸 저도 이 소설을 읽고 알았어요. 청소년의 전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의 생각이나 마음이 그렇구나 알 것 같기도 해요.
 

다양한 SNS 채널이 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가입을 한 다른 채널이 있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미디어를 테마로 한 『연결하는 소설』를 읽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누구와 연결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은 것 같았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모르길 바라면서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랐다. 익명의 존재, 닉네임으로만 알게 된 이들과 소통하였고 그 가운데 몇 명은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고 더 이상 익명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와 그들을 연결한 건 블로그였다. 미디어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개인이 개설하고 이용하는 미디어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진정한 대화가 있을 때 미디어는 빛난다는 사실을 『연결하는 소설』를 통해 생각한다.


미디어를 전면에 내세운 오선영의 「후원 명세서」와 김혜지의 「지아튜브」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디어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보여준다. 「후원 명세서」 속 ‘윤미’는 과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표정,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현재 아동 복지 재단에서 일하면서 과거 자신과 같은 후원 아동이 솔직함에 당황한다. 미디어로 포장했던 자신과 달리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의 모습.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후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번도 출연하는 이들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없다. 연출된 장면이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 리얼 리티 프로그램도 대본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적지 않게 실망하며 놀랐다. 보이는 대로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가.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제 후원 방송을 볼 때 한 꺼풀 벗겨야 하는 막을 생각할까 걱정이다.


김혜지의 「지아튜브」도 다르지 않다. 아빠와 함께 인기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지아는 아빠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영상을 찍었다.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아빠도 좋아하고 엄마랑 함께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유튜브 채널 작가였던 희진 언니가 지아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올린 지아튜브의 진실에 대한 글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사이도 나빠졌다. 너도 나도 개설하는 유튜브 방송. 나를 표현하는 1인 미디어의 진정한 목적은 소통이 아닌 이익 창출인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일상의 대부분이 대면이 아닌 비대면을 가능한 시대, 온라인 쇼핑 훨씬 편리하다 말하지만 정작 장바구니를 볼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된다. 서이제의 「위시리스트 ♥」란 제목이 말해주듯 검색을 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추천 목록,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은 진짜 내가 궁금한 것일까. 온라인 서재에서 책을 대하는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광고가 뜨는 책은 한 번도 클릭하게 된다. 미디어의 장점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앱을 활용하는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보여주는 임현석의 「무료나눔 대화법」은 무척 인상적이다. 아내가 미국으로 가면서 집안 물건을 정리해야 하는 ‘나’는 무료나눔에 식탁을 올린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식탁에 대한 문의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건 아내가 알고 있었다. 화자인 ‘나’는 식탁을 무료나눔하면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한다. 오직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상대의 진의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바라보는 대화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마 이 단편을 읽고 뜨끔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집에 있으면서 말이 아닌 카톡으로 필요한 것을 전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만이 공들이고 신경 쓰던 것, 그것을 들어낸 자리였다. 나는 식탁이 놓여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나는 그 자리가 여전히 식탁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식탁은 사라졌고 그곳은 아무런 구획도 없는 텅 빈 바닥일 뿐이다. 그 순간 식탁이 놓여 있었던 자리는 유독 더 어두워 보였다. 나는 거기서 식탁의 그들이 차지했던 범위가 얼마만큼이었는지 떠오리며 손으로 바닥을 쓸어 보았다. 먼지 같은 것들과 찬 기운만 손에 들러붙었다. (…) 이젠 그때 흘려들었던 아내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무료나눔 대화법」. 159쪽)


언어와 문자가 사라지는 미래, 마지막 언어를 화자들을 전시하는 ‘소수 언어 박물관’을 배경인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만 봐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사투리가 있지 않은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주에 혼자 남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디어로만 소통하는 끝에는 우리도 말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연결되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 살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시끄럽고 쓸데없는 말, 유혹하고, 속이고, 농담하고, 화내고, 다독이고, 비난하고, 변명하고, 호소하는 그런 말들을…… (「침묵의 미래」, 34쪽)


이처럼 소설을 통해 미디어와 나 사이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을 받았는가 돌아본다.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회 이슈를 만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배운 적이 있나 싶은 거다. 너무도 많은 정보, 쏟아지는 영상들, 올바른 선택과 시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사고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시청법이라고 하면 좋을 태지원의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같이 읽으면 훨씬 유용할 것 같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읽으면서 미디어를 제대로 보고 있나 반성하게 된다.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과 말이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계층의 삶에 대해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재벌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크고 멋진 저택, 수많은 도우미들. 낙하산처럼 등장하는 재벌의 자제들 모습까지. 반복적인 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는 그들의 빠른 승진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계약직 직원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차별, 불평등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총 6장에 나누어 기회의 불평등, 양성평등, 사회적 소수자, 빈부 격차, 인종차별, 외모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은 인식했는지 돌아보게 질문을 던진다.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아이돌을 선택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떠오른다.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기획의도와 다르게 선정된 이가 있었다는 사실. 대학 입시를 다룬 드라마를 통해서 교육의 평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양성평등을 생각하면 드라마 속 여성의 직업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문직이 아니나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 살림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가부장 제도, 남성 중심의 사회 속 조연에 불과했다. 다양한 직업군과 차별받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방송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75쪽)


그렇다면 빈부 격차는 어떤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쌍하고 나약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고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고정된 이미지는 인종차별에서도 발견된다. 백인과 흑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같은가? 아니라는 대답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 속 백인은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업군인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보여준 이미지, 백인 중심, 서양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통해 마주한 미디어는 획일된 이미지가 많았다. 그런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청소년들에게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176쪽)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다양해지는 세상, 우리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 하나의 기준만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건 무엇일까. 미디어로 만나는 편리함 안에서 진짜 말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현명하게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쉽게 연결되는 것만큼 쉽게 끊어진다는 걸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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