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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재수강 - 자네, 참삶을 살고 있나?
곽수일.신영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7월
평점 :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자는 바쁜 생활을 하느라 안부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다. 어렵고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승을 찾게 된다. 성공한 제자(신영욱)와 은퇴한 노교수(곽수일)의 대담을 담은『어느 특별한 재수강』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컨설턴트 제자가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떠올린 건 바로 스승이었다. 스승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자신의 나무농장으로 찾아온 제자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
제자의 질문은 삶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삶인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사랑과 결혼, 자녀에 대한 고민,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12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다. 경쟁에서 뒤질까 동동거리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우리의 모습과 마주하니 부끄럽고 창피하다. 때문에 책에서 들려주는 답에 집중하게 된다.
첫 번째 만남에서 제자는 원하는 일에 대해 질문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속하는 이들이 가장 궁금한 질문이다. 스승이 들려주는 말은 이렇다. “일의 본질에 집중해야지. 직장인(職場人)이 되지 말고 직업인(職業人)이 되어야 해.” (69쪽) 한 번도 직업인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과연, 일의 본질에 집중했던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조건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선 수많은 취업준비생에게 새로운 길을 열에 만드는 답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선은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간절함은 때로 독이 된다. 간절하게 원해 소유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스마트폰, 자동차를 예로 설명한다. 편리하다는 이유도 어디든 자동차로 가야 한다는 생각, 1분 1초도 스마트 폰이 없으면 안 된다는 불안. 물건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반대의 경우로 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내가 어떤 것을 가지려고 하는 본질적 목적과 그것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본질적 효용을 ‘나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어떤 물건을 가지게 되더라도 우리의 불행함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86쪽)
그러나 나만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자녀에 대해서다. 스승과 제자 역시 부모로 이와 같은 고민을 나눈다. 부모의 뜻대로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녀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고 응원해야 한다는 스승의 말은 모든 부모에게 제대로 된 뿌리냐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
“모든 가지를 다 쳐내더라도 뿌리만 있으면 나무는 살 수 있어요. 사람에게는 부모나 가족의 믿음과 지지가 바로 뿌리인 거고 살면서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뿌리가 굳건하게 받쳐주면 나무가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갈 수 있지 않겠어요? 지금은 그 역할을 부모와 가정이 해줘야 한다고 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212~213쪽)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는 믿음과 지지 대신 부담과 강요로의 뿌리였다. 그러니 나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스승은 나무농장에서 나무를 키우며 경험한 것들을 고스란히 우리 인생에 적용한다.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나무가 자라는 이야기, 욕심을 내어 틈을 주지 않고 나무를 심으면 결국 나무가 죽게 된다는 이야기는 색다른 교훈으로 다가온다.
스승과 제자의 마지막 대화는 죽음이다.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갑작스럽게 맞이한 이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승의 답은 정리하는 마음이다. 죽음을 염두에 둔 정리가 아닌 살아 있는 순간의 정리, 그것은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나중으로 미뤄둔 모든 것들을 지금 이 순간에 품어야 한다.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요. 사람들은 일을 벌이는 데는 관심들이 많은데, 막상 정리하는 데는 소홀한 것 같아. 혼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에게 죽음에 대한 예감은 있지 않을까 싶어. 그렇다고 이런 정리를 꼭 죽음의 예감이 들 때 할 필요는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 삶에는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리가 필요한 거야.”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