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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환상특급 1
스티븐 킹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접한 스티븐 킹의 소설은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 집안 일을 하는 짬짬이 보는 동안 물기 젖은 손이 채 마르기도 전에 손을 뻗치게 만들었다. -예전에 2권을 먼저 구입해서 보았는데 그 후 절판되어 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책이라 더욱 반가웠다- 두 가지 이야기가 한 권에 들어 있어 분량이 제법되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을 빼앗겨 있게 된다.
1권에 포함된 이야기는 <소설을 훔친 남자>와 <멈춰버린 시간>이다. 먼저 <소설을 훔친 남자>는 언뜻 '식스센스'와 '장화홍련',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다. 한 유명한, 그러나 아내와의 이혼으로 심신이 지친 작가 레이니를 찾아 온 한 사람... 존 슈터라는 그 인물은 자신가 쓴 소설을 레이니가 발표했다며 그것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에 치러야 할 댓가를 경고하며 가버린다. 레이니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일은 자꾸 꼬이기만 하는데, 고양이의 죽음에 이어 방화, 주위 인물들의 죽음 등은 한 사람을 곤궁에 몰아 넣기에 충분한 일들이다. 작가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살아있던 죄책감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길래 사람은 죄를 짓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자잘하게 여겨지는 유혹을 이겨나가기란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명심할 수 밖에 없어진다..
<멈춰버린 시간>은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부적인 묘사가 탁월하여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의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시간의 틈으로 빠져 버린 사람들... 눈을 떠보니 주위의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당황할 수 밖에 없으리라. 잠이 들었던 사람들만이 덩그라니 남아,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그들의 불안과 초조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곳에서 직면한 이상한 일들...그런데 항공기술이 참 많이 발달되었구나 싶었다. 아직 한 번도 비행기를 타 보지 못했는데, 비행사가 없어도 비행기 기종만 좋으면 비행과 착륙까지 가능하다니...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가가 번역해 놓은 부분들 중에 눈에 띄는 것들... 낙제 점수 받은 것을 '빵구'라고 표기하거나, 작가가 공룡이름을 잘 몰라서인지 그것에 중국의 상상의 동물이라는 식의 주석을 붙이기도 하였고, '시리얼'과 '쌀과자'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이다. 비현실적인 면과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교묘히 결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글솜씨는 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