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노예들 사계절 1318 문고 9
팔라 폭스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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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의 고난에 찬 역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그들이 얼마나 암흑의 세월을 보냈는지는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특출난 재능으로 성공한 소수의 흑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흑인이 최하층의 생활을 해나가는 것을 보면 아직도 그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흑인은 백인들에 의해 노예라는 존재로 규정지어지면서부터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대해졌다. 그렇기에 그들 위에서 군림하며 억압과 고통을 가했던 이들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동물학대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 제시는 피리를 부는 것으로 어려운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어느날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납치되어 강제로 배에 태워진 제시는 그 배가 아프리카로 향하는, 노예로 팔려나갈 흑인들을 태워 올 배임을 알게 된다. 제시는 단지 선원이나 일꾼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피리를 불 줄 알기 때문이었다.

피리를 불어 노예로 팔려 나갈 흑인들을 춤추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즐거운 선상 파티가 아니었다! 단지 삶의 의지를 상실한 채 화물칸에 구져지다시피 갇혀 지내는 흑인들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여 '그들의 건강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피골이 상접하여 죽음의 내음을 풍기는 이들이 춤추는, 아니 허우적 대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선장이나 선원들에게는 흑인들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벌어다 줄 상품에 지니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싱싱한 상품'을 싣고 가서 돈을 더 받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다. 흑인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요리된 음식을 줄리가 없었다. 말이나 먹을 사료를, 그것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최소량만 줄 뿐이었다. 빛도 들지 않는 화물칸은 겹겹이 쌓일 정도의 인원을 몰아 넣어 사지를 뻗기는 커녕 제대로 누울 공간조차 없는 곳이었다. 넘쳐나는 오물과 악취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그냥 바다에 던져 버리면 그 뿐이었다.

족쇄에 묶인 발목, 못 먹어서 여윈 모습, 병들어 신음하는 흑인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던 제시. 그러나 흑인들이 사용하는 오물통을 버려야 하는 제시는 그 일도 싫었고, 피리를 부는 것도 악몽 같았으리라. 차라리 흑인들이 모두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을 탓할 수만도 없다고 여겨졌다.

납치되어 온 제시에게 선상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제시는 다정한 말로 자기를 위로하는 스타우트보다 그를 잡아왔으며 거친 말을 해대는 퍼비스에게 더 정을 느낀다. 처음에는 스타우트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제시의 행동이 의아했었지만 부드러운 표정 뒤에 숨은 간악한 본성을 알게 되었을 때, 차라리 거친 퍼비스에게 애정을 느꼈던 제시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제시의 피리를 고의로 노예들이 들어차 있는 화물칸에 숨겨버린 것도, 자신의 호의를 받아주지 않는 제시를 곤궁에 빠뜨리기 위해 스타우트가 저지른 일이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가 목적지에 다다라 노예를 다른 상인에게 넘겨주기 위하여 앙상하게 메마른 노예들에게 그럴듯한 옷들을 입힌 후에 강제로 춤을 추게 만드는 장면이다. 조금이라도 상품이 싱싱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연극같은 상황. 그러다 불법으로 규정된 노예매매를 단속하는 미국함대에 들키자, 선원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하여 노예들을 서슴없이 바다에 던져버린다. 도대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자신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원들을 무조건 질타해도 되는 것일까? 왠지 자신이 없어졌다.

이야기는 제시가 한 흑인 소년과 배를 탈출하여 뭍에 오르고, 우연히 만난 사람의 도움으로 자신의 집으로 찾아가기까지의 장정으로 이어진다. 제시에게 선상에서의 악몽은 사라져간다. 시간이 기억을 지워 주었으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더이상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심지어 아이가 머리빗에 종이를 둘러 두드리는 소리조차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나와 두 귀를 막는 제시의 모습을 보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잊혀져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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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는 곰 보로 사랑과 지혜가 담긴 동화 13
라파엘라 마리아 론디니 지음, 김홍래 옮김 / 서광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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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동물들은 겨울을 지낼 보금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사슴 가족이 겨우내 지낼 동굴을 발견하는데, 다른 동물들이 이 곳으로 찾아 들어와 함께 지내기를 청합니다. 토끼 가족, 여우 가족, 늑대 가족들을 받아 들이는 사슴네도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 같지요? 그런데 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식을 잃어버린 곰 '보로'가 와서 하루밤 신세질 것을 부탁합니다. 어쩐 일인지 사슴아빠는 단호히 보로의 부탁을 거절하고 마는군요.

하지만 힘들고 지친 보로를 가엾게 여긴 엄마 사슴덕분에 동굴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지요. 보로는 자신도 어렵고 힘든 처지이지만 다른 동물들의 아기들을 겨우내 잘 돌봐줍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아기곰을 생각하면서 다른 동물들의 자식들을 돌보아 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한 동굴안에서 겨울을 지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동물들...보로를 싫어하고 경계하던 다른 동물들이 합심하여 겨울잠을 자고 있던 보로의 아기 롤리를 찾아 준 것을 보니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야옹이 밈모와 밈마의 하루'는 쌍둥이 아기 고양이들의 일과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크게 재미있다거나 감명을 주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 해바라기 질다'는 환경을 파괴함으로서 초래되는 문제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네요. 깨끗하고 잘 가꾸어진 도시보다는 풀과 꽃과 나무, 새 등이 있는 자연의 모습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알게 해 주니까요..

그 이외에 빨간 깃털색 때문에 흰색 깃털을 가진 암탉에게 따돌림을 당한 '로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가 다른 늙은 암탉의 생명을 구해주기 위하여 자신의 알을 나누어 주는 것에 감동했거든요. 다른 이들에게 따돌림받는 외로운 이가 자기 것을 남과 나눈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잖아요. 이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감동을 주는 것은 그 속에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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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모르는 재미있는 수학이야기 - 책가방속의 작은 도서관, 수학이야기
신창헌, 양인웅 외 글, 서영수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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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과목중에서 가장 싫어하고 못 했던 것이 산수, 그리고 수학이었거든요. 요즘은 여러가지 방법(동화책, 은물, 가베 등의 놀이감 등)으로 아이들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조건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것이 산수였고 수학이었죠. 그게 너무 싫어서(아니 못해서) 수학이라는 과목을 자세히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기에 내 아이만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이 되어서 관심을 가지고 보는 책들이 수학과 관련된 책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책도 그런 의도로 보게 되었는데, 정말 엄마인 제가 모르는 수에 관한 이야기가 아주 많이 있더군요. 특히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책 덕분에 '한 붓그리기'에서는 어떤 그림이 한붓 그리기가 가능한지도 알게 되었답니다.홀수점이 두개인 경우와 없는 경우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져요. 그리고 1mm보다 더 얇은 신문 한 장을 접고 접으면 달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아세요? 단, 종이는 8번, 또는 9번 이상 접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칼로 잘라야 합니다.

이 책 보고 난 후에가 기억에 남는 것-'총각이 각시보다 더 큰 이유'입니다. 총각이 각시보다 크다? 무슨 말인지 몰라 갸우뚱하다가 말 뜻을 알고 혼자 막 웃었습니다. 일종의 말장난이겠지만 그 속에 진리가 숨어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이 말 속에 든 뜻은 바로 A,B.C의 꼭지점을 가진 삼각형의 총 각(세각)이 각 C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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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나무
M. 아가다 지음, 이미정 그림, 박홍근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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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집과 가난한 집, 마음이 부유한 집과 매마른 집... 과연 동일할까요? 이 책의 '빵나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가끔 접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부자는 자기들이 편안하게 잘 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알기에 도우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속담에 '상전 배 부르면 종 배고픈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지요. 일단 자기가 배 부르면 남은 배가 고프던가 말던가 신경쓰지 않게 되는 법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다음 날의 음식을 얻어 먹고 간 나그네가 준 씨앗에서 얻은 열매로 빵을 만어 배부르게 먹게 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에서도 가난한 이들에게 이런 씨앗을 나누어 주는 천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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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마스크 - 집중력키우기 1
우어젤 쉐플러 / 지구촌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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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관에 갔다가 빌려 본 책인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연령, 예컨데 내가 추리소설을 접한 즈음의 연령일 때 볼만한 추리소설인 것 같다. 큰아이가 유치원생이라 이 책을 보는 것은 무리이고,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지라 빌려 왔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인 '오렌지 마스크'를 읽고 내가 추리를 제대로 했나 하고 답을 찾아보려니 왠걸, 어디에도 답이 나와있질 않았다. 아니, 답은 있는데 그것이 빨간색 매직카드라는 것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원래 책에 포함되어 있던 빨간색 카드는 분실되고 없었던지라 분홍색의 CD 케이스를 밝은 곳에서 대어 보니 글씨가 보여서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발견에 우쭐해져서 아이들을 불러 놓고 마술을 한답시고 수리수리 마수리를 해가며 글씨를 나타내게 해보였더니 신기하다고 난리를 피우기도 했었다.

책의 중반 정도 되니까 쿠겔블리츠 형사가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는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범인들이 자신의 말 속에 범행을 시인하는 단어를 포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사소한 말실수 한마디가 범행을 자백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러니 늘 말 조심을 해야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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