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3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에 이은 세번째 '그랜드 펜윅 공국'의 알콩달콩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가 나왔다. 1편이었던 뉴욕 침공기는 세계의 무력 시위에 대항하는 이야기였고, 두번째 월스트리트 공략기는 거대 자본주의앞에 무릎꿇는 세계 경제에 대항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세번째 달나라 정복기는 점점 치열해져만 갔던 1960년대 후반 우주 정복 싸움에 나섰던 미국과 소련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땅덩어리도 코딱지만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랜드 펜윅 공국이 점점 예산에 쪼들리게 되는데...그래서 비록 없이 살지만, 유럽 정통의 명망있는 국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수장인 '마운트 조이'백작은 미국에 절대로 원조(원조자체는 수치스럽다고 생각...)가 아닌, 특별 차관으로 500만 달러를 요구하게 된다. 이 차관은 그랜드 펜윅의 수도시설 정비와 공국의 마스코트라이며 군주인 '글로리아나 대공녀 12세'의  모피코트를 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미국은 그들의 정치적 야욕과 독선적 우주 개발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통 크게도 5천만 달러를 무상으로 준다. 500만 달러도 아닌 5천만 달러를 받은 그랜드 펜윅은 당혹감에 빠지는데...
 
과연...그랜드 펜윅으로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부담되고,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이 큰돈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정복(여기서는 달 정복...)의 야욕을 어떻게 무마시키고 세계의 안정을 이룩하게 될까?
 
이 작품은 '레너드 위벌리'가 1962년에 쓴 작품이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은 작품이 나온 해보다 6년 뒤인 1968년이다. 실제로 이때는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과 로켓을 발사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이고, 국가적 위신때문에 먼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려고 온 힘을 쏟을 때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맹목적으로 우주선을 먼저 한 기라도 쏘아 올리려는 두 거대 국가에 대한 풍자를 늘어놓는다. 그 때 당시의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작가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이 단지 그들만의 야심을 채울 뿐이며, 상대국에 대한 우월한 지위만을 확인할 뿐이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막상 1960년 당시 아프리카는 20여개의 신생 독립국가들이 새로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원조에는 인색한 거대 국가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랜드 펜윅' 시리즈의 장점은 거대 국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비판이지만, 매우 웃기다는데에 있다. 솔직히 그랜드 펜윅은 세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화도 없는 나라에서 다른 국가들 소식은 늦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물을 길어다 목욕을 하는 작은 나라에서 세계의 사건 사고에 뛰어들 여력도 없다. 그런데 항상 의외의 일이 유발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은 먹고 살며 조용히 지내기에도 바쁜데...항상 세계를 흔드는 굵직 굵직한 사건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세상을 깡그리 정화시킨다.  그것도..웃기게...
 
그래서 이 책이 매력적이다. 20세기 중반에 쓰여졌지만 지금도 이 책의 풍자가 유효한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에 앞서 나온 책을 읽고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레너드 위벌리'라는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의 신문기자 출신 작가이다.그래서 그런지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구조가 거대 국가들에 의해 재편되어 가고, 또 이념적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가는 그 때 당시의 냉전의이라는 시대상이 매우 불만족했을 것이다. 돈많다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힘있다고 유세 떠는 것도 아닌 이들 거대국가들의 유치하지만 세계인들을 볼모로한 몇가지의 불편한 경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량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비록 작가의 웃음과 풍자가 책 속에서 넘실거리고는 있지만, 책이 주는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이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한번 정도 읽어보아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이 시리즈의 원제속에는 항상 'mouse(생쥐)'라는 글자가 있는데...얄팍하지만 무서운 고양이 무리 속에서 이 생쥐(그랜드 펜윅)가 어떻게 그들을 요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나올 네번째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음편은 아마도 '석유'를 가지고 장난치는 서구 자본국가들을 요리할 듯 도 싶은데... 암튼 기다려진다. 책이 얇아(270여 페이지 정도..) 너무 쉽게 읽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6. 11. 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웹 2.0 경제학
김국현 지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What is the matrix?' 이 말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모피어스에게 한 질문이다. 또한 이 영화를 봤던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홍보겸 이해를 돕고자 만든 영화 매트릭스의 웹페이지 주소이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답을 해준다. 우리의 눈이 진리로부터 가려지게 되는 그런 세상이 매트릭스라고.
 
요즘의 화두는 'Web 2.0' 이다. 그런데 웹은 알겠는데, 도대체 2.0은 왜 붙는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변화되고 있는 인터넷(혹은 IT)에 어떻게 딱지를 붙일 수 있는가이다. 조용한 강에 물이 고요히 흘러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제부터는 버전이 2.0인 강물이 흘러갈 것이다' 라고 정의를 내린다. 별다른 변화없이 강물은 흘러간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혹자는 Web 2.0을 사기라고도 말하고 있으니까.
 
우리의 인터넷 생활은 얼마되진 않았지만, 확실히 변화는 빠르다. 처음엔 텍스트 위주였고, 그 다음은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으며, 요즘은 동영상이 대세이다. 똑같은 강물이지만, 우리는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딱히 어느때부터라고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책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계속 되어지는 웹의 베타버전이라고. 구글이 베타라는 것을 뗴지 않은 것 처럼...우리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완성된 플랫폼이 아니다. 계속 release되고 있으며, 여전히 테스트되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는 지속될 것이다. 가끔은 도태자도 나올 것이고, 가끔은 다크호스가 나타나 이 가상공간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구글처럼...
 
똑같이 흐르는 강물로 보이지만, 항상 그 양이 같은 것은 아니다. 어느때는 많고, 어느때는 적고... 웹은 똑같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지만, 항시 같은 소통의 형태를 이루지 않는다. 이말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말이다. 단방향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Delay가 있는 response에서 바로 실시간 확인 할 수 있는 real time response까지... 똑같은 웹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그릇이 다르다. 형태가 다르다. 이게 바로 플랫폼의 변화이다.
 
컴퓨터에서부터 접속할 수 있는 웹의 형태는 이젠 소형 단말기(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등등..)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부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 될 것이다. 그만큼 소통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접속의 형태도 다양해진다.
 
많은 기업들이 감언이설로 포장된 IT로 인해 그들의 꿈이 깨져버렸다. 일명 '닷컴버블'을 겪었는데, 그럼으로써 웹은 상당히 가벼워졌다. 그리고 더욱 쉽게 유저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공유,참여,개방'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변화를 맞고 있으며, 이것은 하나의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하며, 다른 이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참여의 기회도 많아졌고, 더욱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방되어갔다. 개방은 또 다른 공유이며, 참여의 확장이고, 더욱 넓어진 문이다. 이것이 바로 웹이 지니는 가치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닷컴버블은 사실상 웹에 대한 경고이다.  그리고 왜 이 책에 웹2.0 다음에 경제학이 붙어있는 가에 대한 답이다. 기업은 문을 열어놓고, 유저들이 그 문안으로 들어와 자기들끼리 속닥꺼리며 지지고 볶고 이런 것을 원한다. 그런데 문을 열어만 놓았다고 해서 그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질 않는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참여하고 싶은 욕구, 더욱 자기 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 남들과 똑같이 활동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어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등...사실상 많은 욕구들을 포용해야한다. 그렇지못하면 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구글은 다들 잘 알것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좀 힘든 과정을 겪고는 있지만, 어찌하든 구글은 구글이다. 그런데 왜 세계는 구글을 주목하는가. 그들의 검색 능력이 뛰어나서? 그들이 보여주는 맵의 상태가 더 뚜렷해서? 그들이 서비스하는 메일 용량이 거대해서? 물론 이것들이 초기의 구글의 문(gate)이라 할 수 있고, 지금의 구글을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구글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수익성'때문이다. 물론 유저들이 수익성까지 보아가며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웹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익성은 구글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것으로 하여금 유저들이 구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수익성은 한마디로 거대한 인력(引力)을 내뿜고 있다.
 
웹의 가치가 공유,참여,개방이긴 하지만 이것들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기 위해선 기름을 쳐야한다. 유저들은 앞다투어 스스로 기름이 되고 있다. 하자민 앞서도 말했듯이, 유저들 스스로 기름이 되어 IT기업들을 돌아가게 하긴 하는데, 모든 유저들을 만족하기가 쉽지는 않다. 모든 사람이 가지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 그것이 바로 '롱테일 법칙'이다. 크게 기여를 하진 않지만 끝없는 수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 이들이 웹 2.0 에서는 타깃이다. 어찌보면 블루오션에 거주하는 80%가 타깃인 것이다. 예전에는 상위 20%가 전체 수익 80%를 내었다면, 이젠 하위 80%가 있어야만 명목을 유지할 수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순 없지만, 모두를 기대감에 들뜨게 할 수 있고, 사실 이것이 이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서로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아 서로 만족시킨다. 이게 바로 '공유,참여,개방'이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세상... 모두가 프로슈머가 되는 세상. 이것이 바로 웹의 다음 단계의 세상이다. 그리고 정말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 평정이 된다면, 'web 3.0'이 도래할 것이다(실제로 기사에서도 심심치않게 web 3.0 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긍정적이라 할 수는 없다. 크랙부터 해킹까지, 스펨부터 피싱까지...더 많이 개방되고 참여할 수록 그 부작용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정보와 데이터의 의미가 다르듯이, 우리가 염원하는 정보화 사회보다 우리가 싫어하는 쓰레기 데이터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우려가 크다. 제대로 된 인식없이 우리들이 누려아 햘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악용하고 오용한다면, 정말 영화속 매트릭스의 세상이 될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올바른 정보가 될 수 없듯이 우리가 접속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심각히 오염되어 누구에게나 상처가 되고,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했던 말처럼, 진실이 우리의 눈에서 가리게 되고, 거짓말과 상처투성이의 세상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누려야 할 것은 누리되 확실한 정화 작용또한 필요할 것이다. 접속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고, 수많은 익명들이 활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오가 그랬듯...빨간약을 먹었으면 그만큼 책임질 자세도 있어야지 않겠는가...
 
(빨간약이라니...ㅡㅡ;;;)
 
 
<덧붙임...>
 
 
2. 웹과 관련된 또 다른 책...'우메다 모치오'의 <웹 진화론>은 도서관에서 빌려 볼 예정...(좋으면 구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eating 2006-12-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정말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 묻혀서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것같습니다.

쿼크 2006-12-26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큐..님 덧글 감사합니다.... ~~~~
 
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내 주위에서도 그렇고 책을 꾸준히 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바램중 하나는 자기 이름을 걸고 책 한권정도를 쓰는 것이다. 물론 어떤책을 쓰느냐는 사람마다 다양한 차이를 보이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내고 싶어하는 바램은 매 한가지이다. 물론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쉽지 않듯이, 이 또한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책 낸다는 것은 고사하고 얼마되지 않은 글 쓰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다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온통 자기몫이다. 심지어 소설같은 경우는 상상도 자기 몫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글쟁이가 아니면 글쓰고 책 내는 것에 자신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어렵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들이 그렇듯, 이 책도 어느정도는 맨땅의 헤딩식이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시킨다라기보다는 대리만족을 위해서 읽어 봐도 무방 할 듯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책이 나오기까지의 몇 차례의 단계를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실행하길 원한다면 봐도 괜찮을 지침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나왔다시피 '책쓰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결코 '글쓰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러니까 글은 책을 내는 과정에서 교정자의 도움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선 여전히 소외된 분야이다. 문제는 교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 단계까지 어떻게 진입을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러니까 최소한 원초적인 자기 몫은 스스로 해내야한다. 어떤글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글을 어떻게 목차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표현할까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내어야 하는데, 이 책에선 이런 컨셉잡는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세세하다. 우선 이것까지 한다면 최소한 책을 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이 책은 '일하면서 책쓰기'라는 책이다. 과연 일하면서 책을 쓸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일하면서'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일에 쏠려있는 와중에'라는 개념을 가진다. 그러니까 이 책 읽지 않고..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은 시간개념에 대해 쓰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뜨고 있는 제테크 관련 아이템중 하나가 '복리'라는 것이다. 이 '복리'는 시간의 힘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도 이 시간의 힘에 대해서 말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결코 이 쪽에 많이 할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일하면서'라는 부분은 일부 실종되어 있고, 오직 '책쓰기'라는 부분에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일'은 전문성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전문성을 자신의 책속에 녹여 완성시킬 수 있겠지만, 그래서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원초적 몫일 수도 있긴 하지만, 어찌하든 '책쓰기'에 관한 설명만 주야장천(晝夜長川)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저자는 인터넷 시대인 요즘에는 누구나 책을 낸다고 한다. 그리 어려운 분야(전문성이 가미된)의 책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보고, 느끼는 일상에서, 자신이 힘들어하고, 성취의 기쁨을 느끼는 직장에서, 자신의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는 영화속에서, 또 그러기 위해 듣는 음악속에서...등등... 자신의 주위에 굴러다니는 모든 개별 아이템들이 책을 쓰기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자기소개를 보니...저자의 특기는 '컨셉'이다. 저자는 자신이 관심있어하는 특기(전문분야)인 '컨셉'에 관한 책을 자신의 방식대로 내었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고... 누구나 다 쉽게 볼 수 있는 책... 그러니까 하나의 실례를 이 책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책이 썩 좋은 책이구나라고 생각은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읽다 치울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다. 이 책은 오로지 책쓰기에 관한 책이니까(결코 글쓰기에 관한 책은 아님) 그러려니 넘어갔다. 앞서 말한 대로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잠시 책 내용을 보면...말 그대로 무엇으로 책을 낼까라는 질문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저자의 일등분야인 '컨셉'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은 우선은 무조건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블로그를 강조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디에 글을 쓰겠는가. 물론 일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이는 자신에게만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저자는 블로그를 언급한다. 최소한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자신에게 허용된 것도 일부 다른이들에게 똑같이 허용되는 것이다. 공유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판을 얻으라는 소리도 들어있다.
 
또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컨셉'잡는 법에 대해서 설명이 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 책 목차를 보더라도 왠지 전체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듯 하다. 저자의 말 그대로 이 책엔 실천이 되어있다.
 
요즘 시중에 인기있는 일련의 'how to' 시리즈의 책들(요리하기, 집 꾸미기, 아이 다루기, 영화 제대로 보기...등등)이 어떻게 컨셉을 잡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긴 하다. 혹, 자신도 그런 책을 내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도 꽤 괜찮을 듯 싶다.
 
이 책은 오로지 책을 쓰자라는 개념하에 나온 것이기에 어느정도 가볍다(만약 글을 쓰자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수 도 있을 듯). 보통의 자기계발서가 보여주는 의욕고취, 대리만족이라는 명제를 만족시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책 쓰기는 어렵고 힘들다.
 
왜냐하면 글은 쉽게 쓰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의 말대로...자신의 일상에서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세세한 관심을 늘상 보여 주고, 이러한 것들과 자신이 쓸 글과 연결하는 재치도 키워주다 보면. 또 어쨌거나 지금 당장 자신의 공간에 사소한 것 부터 하나씩 시간의 힘을 믿고 꾸준히 쓰다보면 꽤 괜찮은 목록들이 만들어 질 듯 싶다. 그 뒤에는 출판사에 연락해 편집자와 이야기해서 드디어 책을 내면 될 듯 싶다. 앞서 말한 바와같이 입소문이 나야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2006. 11. 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
알렉스 커쇼 지음, 윤미경 옮김 / 강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 링크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나의 리뷰 바로가기..
 
 
'로버트 카파'...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쳐 전쟁터만을 누볐으며, 비참한 전쟁터에서 사랑을 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사랑을 잃었고, 결국 그 자신도 전쟁터에서 산화한 전설적인 종군기자. 전쟁은 그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 주었으며, 모든것을 앗아갔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되짚어보면, 40년의 짧은 인생동안 그가 카메라를 놓지않으면서도 누렸던 것은 딱 다섯가지이다. 전쟁, 여자, 술, 포카, 담배...
 
그의 40년이라는 짧은 일생동안 그가 신물나게 들었던 소리는 딱 세가지이다. 포탄음, 부상자의 신음소리, 그리고 사진기만이 가지는 고유의 찰칵거리는 소리.
 
그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가벼운 인생의 행보를 즐겼고, 압도적이면서도 무거운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 갇혀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오버랩되는 영상이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장면으로 잔혹하면서 인격 말살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D-day날의 '오마하 해변'에 연합군 군인들이 상륙하는 장면과 역시나 2차세계대전을 그린 드라마(영화를 넘어선)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여러 장면들이 그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장면들을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해 보고 그 실상(처절함)에 단순히 몸을 떨기만 하면 되지만, 그 영상속의 누군가(군인, 종군기자)는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어떤 영상보다 나를 무겁게 짖눌렀다.
 
'로버트 카파', 글쎄.. 자신의 업을 천직으로 믿었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종군기자라 하면... 외부적으로 보이는 그에 대한 말일듯 싶다. 그렇다면 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직설적으로는 '바람둥이', 좀 더 그럴듯하게 표현하면...'로맨티스트'쯤 되지 않을까?
 
그 또한 카메라를 든 군인이므로,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 밖에서는 따뜻한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외로운 남자였으리라. 사랑하던 여인도 전쟁터에서 만났고, 결국 전쟁터에서 여인을 잃었으니...그에게는 전쟁터가 모든 것이었다. 결국 '카파' 본인도 전쟁터에서 불행한 죽음을 만났으니...이 사람만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자도 드물것이라 생각한다(그의 운명의 아이러니는 다른 기자의 갑작스러운 휴가때문에 그가 대신 사진을 찍으러 가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때만은 신도 잠시 눈을 감았던 듯 하다.).
 
'카파'에게 여인은 중요하다. 어쩌면 '카파'는 여인들에게 둘러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이며 환상이다. 그 자신도 이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그의 본명은 '앙드레 프리드만(이 책에서 나온 대로...)'이다. 그가 '로버트 카파'까지 변신하는 도중의 일화가 그리 가볍지 않을 뿐더러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잠시...카파의 여인에 대해 언급한다면...카파가 앙드레였던 시절...동네 여자친구였던...'에바 베슈뇌'는 헝가리의 반유대주의 때문에 어쩔수 없이 헝가리를 떠나야 했으며, 그 위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의 베를린으로 향한다(이때까지만해도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헝가리보다 심하지 않았던듯..). 이때 앙드레 또한 떠나는 에바를 보며...그 또한 헝가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1년후(1931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떠나 독일 베를린에 도착하는 앙드레. 결국, 베를린에서 다시 '에바'와 조우한 '앙드레'는 먹고살기 위해서 에바를 통해 유명한 사진사(오토 움베르스)의 암실 조수로 들어간다. 이게 그의 인생의 서막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진에 관한 기본 기술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후 직관적인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고(이때 찍은 사진이 스탈린 최대의 정적인 '레온 트로츠기'였다. 트로츠기가 앙드레의 첫번째 촬영대상이었다.), 얼마후에 정치적으로 혼란한 베를린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유스럽고 예술가로 넘쳐나는 파리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작은 빨간 여우'라 불리는 '게르다 타로'가 바로 운명의 여인인데, 앙드레는 '볼셰비즘'을 가지고 있는  이 여인에게 매혹당한다. '게르다'는 앙드레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전문적인 능력을 알아보았고, 방탕한 그에게 한 가지 사업을 제안한다. 그 사업이란 바로 사진을 찍어 파는 일인데, 이 역시 지금까지 앙드레가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게르다가 구상한 사업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미국 사진기자를 만들어 '카파'의 이름으로 사진을 파는 것이다. 이 미국 사진기자는 좀 더 좋은 사진(원래 앙드레는 좋은 사진을 찍었으므로..)을 더욱 비싸게 팔 수 있었다(멋드러진 미국 사진기자의 이미지를 팔아서) 카파의 사진은 앙드레가 찍은 사진값의 거의 두배이상을 받아냈다. 결국, 실제적으로는 앙드레와 게르다가 같이 일하는 형식이었지만, 그들의 사업은 가상의 '로버트 카파'를 창조하여 세명이서 운영하는 사업체를 만들었으며...앙드레가 찍은 사진은 가상의 인물인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게 되는것이다.
 
그것이 '앙드레 프리드만'의 두번째 인생의 서막이며,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전쟁터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 물론, '로버트 카파'로서는 첫번째 인생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쯤에서 보면...카파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 후에 '게르다'가 죽고...몇년동안 사귀게 되는 '핑키'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를 포함하여, 그 당시 할리우드에서 제일 유명했던 '잉그리드 버그만'까지 포함하면, 주위의 여자가 바뀔때마다 그의 인생도 조금씩 바뀌어갔으며,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도 커져만 갔다.
 
시대는 영웅을 원하는 시기였고, 카파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덧칠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은 극단적인 위치에서, 극적인 장면으로 채워졌다. 또한 사람들은 전쟁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비참함에 매료되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카파를 한단계, 한단계씩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보았던 책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카파'의 제 2차 세계대전의 자전적인 종군기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카파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이 책은 카파의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그리 많이 다루지 않았다. 카파 자신이 하는 이야기였기에, 그에 대한 내부적인 시각보다는 외부적인 시각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고 있는 이 책 '로버트 카파'는 '알렉스 커쇼'라는 저널리스트가 카파의 여러 주변인물들과 그때 당시의 소개되었던 카파의 인터뷰, 자료 등등을 가지고 카파의 인생을 재구성한 책이다. 카파의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물론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의 죽음까지 생생한 증언과, 정보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실로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그때 당시의 사상과 이념에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도 좋겠지만(물론 사상과 이념, 철학에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읽힌다. 다만 카파의 내면을 스스로 캐내기 위해선 필요할 듯도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나의 양념일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은 사상과 이념에 대해 중요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카파의 괘적, 전쟁터의 포연을 따라가는데에 중점을 두었다.
 
앞서, 잠깐 짤막하니 카파의 여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것은 정말 카파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의 감초일 뿐이다. 무섭도록 대담한 카파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원한다면, 정말 이 책의 모든것을 음미해보길 권한다.
 
카파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치고라도, 그때의 전쟁, 사회,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참, 카파의 무거운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원한다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 후, 더 많은 카파의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이 책 '로버트 카파'를 읽으면 될 것이다.
 
<덧붙임>
 
** 카파의 두가지 책...'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와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나온 사진은 의미가 깊다.
 
1. 먼저...'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표지는 앞서 이 책의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카파가 찍어 '라이프 LIFE'지에 보낸 100장이 넘는 사진들 중 간신히 살아남은 10장정도의 사진중 하나이다. 그때 당시의 오마하 해변에서의 연합군 군인들의 몸부림이 흐릿하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으로 분위기를 살려낸 사진이다.
 


 

2. 다음으로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실린 사진...

이 사진은 카파 개인적으로 그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비통한 사진이라 한다. 1945년 4월 18일. 전쟁이 끝난 후에 촬영한 것인데, 전쟁이 끝나는 날에도 군인은 이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카파는 독일 라이프치히에 도착한 후 라이프치히의 전경을 찍기 위해 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잠시 책에 나온 카파의 인터뷰속 회상을 들어보자.


 

...(중략)... 그래서 나는 "맨 위층에 올라가면 전투 마지막 순간의 라이프치히를 멋지게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르주아들이 산 듯한 그 아파트로 들어갔더니 젊은 병사가 발코니에 있었다. 젊은 하사는 무거운 기관총좌를 설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맙소사, 전쟁은 끝이 났다. 사격을 하는 병사의 사진을 더 보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4년 동안 이와 똑같은 사진을 찍어왔다. ...(중략)...그러나 병사의 모습은 마치 전쟁 첫날인 듯 단정해 보였고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좋아, 이제 이 전쟁의 마지막 사진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세워 놓고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그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저격병의 총에 사살되었다. 아주 맑고,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지는 죽음이었다. 나한테는 이 일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중략)...

이 사진과 관련한 또 다른 사진...


 

** 위 사진들은 매그넘 싸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1. 『매그넘 site』로 가기 (클릭)

2. 로버트 카파의 사진 보기...(클릭!! 매그넘의 '로버트 카파'로 넘어갑니다...)

2006. 11. 1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쿼크 2006-11-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그넘 싸이트가 개편되는 바람에 링크 주소가 바뀐 듯 합니다...예전에는 로그인이 필요치 않았는데....우선 그대로 놓아둡니다...~~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 사진에서의 구성. 색감. 그리고 디자인 포토 라이브러리 1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이미지의 시대이다. 카메라 기술과 IT의 발달로 정형물이든, 인물이든, 풍경이든 손 쉽게 그 이미지를 자신의 휴대용 디스크에,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 해 놓을 수 있다. 이젠 사진을 찍는 것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사람들은 왜 그리 이미지에 열광을 할까?
 
 
어쩌면 이 질문은 훨씬 오래전부터 해왔을 것이다. 카메라의 발달로 요즘은 손쉽게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지금에서야 각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특이한 이미지를 보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 일 수 있다. 그것이 광대한 자연이든, 도심속 특이한 패턴이든 무엇이든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앞서 말한바와 같이, 요즘의 이미지 시대에는 그리 특이할 것도 없는 것도 가둬두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특이점 없는 것을 찍었다해도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사진을 찍어보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욕구이자 자부심일 수 있다.
 
무엇이 욕구이고 자부심일까? 이 책을 읽은 나로선 한가지 대답은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것은 자신만의 창조적인 시각이고, 같은 공간,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서 상상이라는 덧칠을 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것일 것이다. 이 책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은 사람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담아낼 수 있는 그러한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피터슨'은 사진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재주가 돋보인다. 마치 옆에서 하나하나 자세하면서도 부드럽고 자상히 가르쳐준다. 정말 화법좋은 강사에게 강의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예시 사진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들을 바라보면,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느껴진다. 비록 나는 카메라맹이라 약간의 기술적 묘사 혹은 카메라 기교는 여전히 어려울 수 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물 혹은 정경을 바라보는 눈이다. 그리고 그 시각을 자신의 사각 프레임에 어떤 식으로 옮겨 놓는가에 대한 상상의 발로이다. 물론 저자는 아날로그 세대이며, 그는 필름 카메라를 다룬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카메라에서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을 주로 언급한다. 이미 찍은 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것은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이런 작업이 주가 될 수 없음을 그는 역시나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1998년에 썼던 내용을 2003년에 다시 수정, 개정하여 내놓았다. 요즘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분야를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클래식 카메라든 디지털 DSRL 이든, 결국 이미지로 수렴되는 중요한 요소는 사진의 구성이고, 색감이고 디자인이다.
 
우리의 눈이 보는 것과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 우리가 보는 것에 상상을 더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기본적 방식은 물론 렌즈를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러 렌즈를 통해 사물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같은 사물이지만, 다른 렌즈를 통해서 보면 그 사물이 이야기하는 바가 달라진다. 감정의 변화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어떤 렌즈를 통해 이미지를 구성하였다면, 그 이미지가 말하는 바를 조금 더 뚜렷하게 각색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아이디어만을 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의 기본에는 선과 형태, 형체, 질감, 패턴, 색상등이 포함되어진다.
 
디자인의 여섯 가지 요소들, 즉 선, 형태, 형체 질감, 패턴, 색상 가운데서 어떤 것이 가장 강렬한가? 바로 선이다! 선이 없다면 형태도 없을 것이고, 형태가 없다면 형체도 없을 것이며, 형태나 형체가 없다면 질감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더 나가서 선이나 형태가 없다면 패턴도 있을 수 없다.
 
-- p. 50 --
 
이런 디자인의 요소가 들어있는 사진은 무언가를 말해주며, 이미지의 질감, 동감, 깊이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이런 사진들을 다른 사람이 더 쉽게 공감하고 더욱 쉽게 바라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배치가 필요하다. 사진을 바라봄에 있어서 어수선하면 그 이미지나 강렬한 인상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버릴 수 있다. 바로 이것을 위한 작업이 '구성'이다. 프레임을 채우거나 이미지를 분할하여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하거나, 이미지 안의 특정 포인트에서 시선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그러한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을 염두해 두고 사진을 찍는다면,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작가가 한가지 더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은 자연의 기교이다. 이것은 어쩌면 사진사의 열정이 필요할 수 있다. 더욱 긍정적으로 말한다면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이 자연이 선물해준 기다림의 미학은 바로 '빛'이다. 혹은 '빛의 조절'이다. 자연광(혹은 기존광)이라 불리는 이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역광이라든지, 측면광이라든지 말이다. 이런 시시각각 변하는 빛은 이미지에 감정을 더욱 실리게 만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황금빛'을 언급한다. 말 그대로 이 황금빛은 아침 여명이 시작되면서 온 세상을 황금 물결로 타오르게 만드는 그러한 빛이며, 반대로 해가 지고 저녁이 시작되면서 온 세상을 붉게 그리고 노랗게 만드는 또 하나의 황금물결인 노을과 같은 것을 말한다. 비슷한 색을 띠지만, 빛은 전혀 다르며,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은 더욱 극과극이다.
 
바로 빛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지를 더욱 감상적으로 만들며, 흐린날 혹은 비오는 날의 도심 풍경이라든지, 햇살 찬란한 자연 경관이라든지, 어둑 어둑 해지는 산 기슭이라든지... 감성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부곽시킬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사진 기술이나 렌즈에 대해서 배우는 것 자체도 좋았다. 하지만 정말 재밌던 것은 바로 이 책이 가지는 본질적인 재미이다.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
 
나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여러 웹 싸이트도 돌아다니면서 자주 감상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괜찮은 사진을 보는 법 또한 어느정도 좀 늘었을 거라 확신한다.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진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시각또한 중요함을 알았다.
 
아직은 사진 찍고 이런 여유가 나에겐 없지만, 언제든 맘만 먹으면 자연으로, 밖으로 나가 저자가 알려준대로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하나씩 해 볼수 있음에 고맙게 생각한다.
 
얼마전에 나온 저자의 다른 책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Understanding Exposure' 또한 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다.
 
자신이 이미지를 다루는 능력이 초급, 중급자라 생각되어지면 한번쯤 이런 책을 통해 조금 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정말로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6. 11. 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