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딸의 결혼식 날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기쁜 날도 오는구나, 감격에 겨웠던 날. 


딸이 떠나간 빈 방만 덩그러니 남았다.



딸이 그린 그림과 내가 만든 커튼이 있는 딸의 방. 반려견 아진군도 잠시 머물던 방.





박새인지 딱새인지 모를, 참새보다 작은 새가 세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둥지를 떠났다. 부화하지 못한 알 세 개와 나뭇가지, 이끼, 솔잎, 솜 등을 입에 물고 수백번을 오가며 지었을 둥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적막한 산 속, 한 집에 살고 있어 식구같은 존재였는데... 저 작은 둥지가 작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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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3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24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6-05-2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군요.
축하합니다. 따님도, nama 님도 축하드려요.
서운한 마음 여기까지 전해지지만,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겠지만, 그냥 모른 척하고 축하한다는 말씀만 드리렵니다.

nama 2026-05-24 07:45   좋아요 0 | URL
글을 올리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슴 가득 차올랐었는데요. 결국에 남는 말은 시원과 섭섭이더라구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6-05-2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결혼 축하드려요.
딸이 결혼하면 많이 쓸쓸할 것 같아요.
따님과 사위님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nama 2026-05-24 07:51   좋아요 1 | URL
인생의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어요.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는구나...어렸을 때는 조바심으로 딸을 재촉하고 요구사항도 많았는데 지나고보니 그럴 필요가 있었나...싶기도 해요. 울컥 후회하는 마음도 생겨요.
자식은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뒤늦은 깨달음.
 

뻘짓. '아무런 쓸모없이 헛되게 하는 짓.' 


악기 하나쯤 두드리며 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과감하게 거리버스킹은 못하더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소심하게라도 악기 하나쯤 품에 끼고 두드리고 싶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해금. 기타보다 작으니 배낭과 함께 질머져도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한번 생각이 꽂히니 어떻게든 악기를 손에 넣어야 하고, 손에 넣었으니 어디선가 선생님을 찾아 배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렇게 몇년을 벼르다가 드디어 어느 봄, 해금을 구입하고 배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한여름에 악기 가방을 어깨에 메고 버스를 타고 국악당에 가서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나면 남편이 픽업을 와주었다. 내가 원하던 바를 다 이룬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해금 소리가 시원찮았다. 어떤 수강생은 중고 해금을 구입하였다는데 악기가 반들반들한 게 소리도 잘 났다. 길이 잘든 악기를 구입했어야 했나? 뻑뻑하여 삑삑 거친 소리를 내는 내 악기를 바라보며 악기 공장에 악기를 보내 손을 봐달라고 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며 다시 돌아온 나의 해금. 문제는 해금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수강생들 속에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었다. 잘 하는 건 밀어주고, 잘 못하는 건 일찍 포기하는 것. 내가 학교에서 터득한 내 삶의 방식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동요 '섬집 아기'를 겨우 스스로 켜보았다는 것으로 나의 해금 생활은 막을 내렸다.


어떤 것(일)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이다. 망설임이 많아지면 추진력과 흥미를 잃는다. 머지않아 그만두어야 한다. 정말 그럴까?


남들에게는 뻘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쳐보고 행동으로 옮겨봤다는 것. 그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뻘짓 몇번 해본다고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나를 막는다.


해금과 해금 관련 책을 떠나보낸다. 딸 친구에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일주일 만에 통과하고, 뜨게질을 하룻만에 배우고, 가야금과 거문고를 켤 줄 안다는, 천재성에 빛나는 친구에게 넘긴다. 고민을 하지 않아도 뭔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을 부러워하며.



















내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책, 해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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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인 친구와 나는, 십 년 넘게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었다. 선물로는 거의 대부분 두세 권의 책을 주고 받았다. 일년 간 읽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고른 책이었으니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러던것을 서로 합의(?)하에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솔직한 이유는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도 지겨워졌다는 것을. 취향이 같지 않다는 것을.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어떤 연유로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불면증, 당뇨, 관절염, 이명, 고혈압, 콜레스테롤, 비타민 D 같은 것들로 채워졌다. 책보다 병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었다. 올해도 내 생일은 어김없이 돌아왔으나 친구가 보내는 책 선물은 더 이상 없다. 이렇게도 책을 떠나보내는구나. 이것도 적응하게 되겠지.



버림받은 사람


                      윤후명

지난해에는

뻐꾹새 소리도 못 들었다

일명 '홀딱벗고 새'라고 한다는 소쩍새 소리도

못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무슨 일이냐고 혼자 곰곰 속상한데

못 들은 소리뿐 아니라

못 본 모습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곤줄박이 역시 그렇다

그뿐인가

떠나간 사람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새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나를 버렸구나

이제는 내가 나를 버릴 차례인가

모든 것은 여전히 아름답게 비치는데

버림받는 사람이 될 차례라니

마침내 모든 것이 나를 버리는가

이렇게 될 걸 모르지 않았건만

나는 어디로 버려지는가


















(윤후명의 시가 이랬던가. 시도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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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구석. 난로에 둥지 튼 새가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다. 엄마, 밥 줘요!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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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 시민강좌
이재석 외 지음 / 연립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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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는 때가 있다. 책을 만나는 것도 때가 있다. 때를 만나는 건 시간이 걸린다. 마음이 닿아야 하고 머릿속에 그 어떤 것을 품고 있어야 한다. 요즘 일본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책이 내 눈에 띄었다는 것. 허나 아직 때가 덜 여물었다는 것도 절감한다. 책이 반갑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완독하지는 못했다.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이 아직 어설프기 때문이다. 딱 이 시점에서 내가 읽은 부분만 조금 이해할 뿐이다. 총 10강에서 반 정도를 재밌게 읽었다. 그러니 리뷰를 쓰는 건 언감생심. 조금 베껴놓는다.


p.245

일본 유학의 특징은 초월적인 보편 원리로서의 이理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 오히려 우키요浮世, 즉 덧없는 이 세상, 내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현세를 긍정하고, 그 속에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종속의 논리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유학은, 천황이라든지 또는 무사라든지 실제 존재하는 것들과 강하게 결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황도유학皇道儒學'이나 무사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천황에게 충성을 바쳐야 하는 이유를 유학적으로 설명한다든지, 전쟁기에 군인들의 전투 의욕을 높이기 위해 충효의 개념을 활용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일본의 유학이 모습을 쉽게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유학의 '본령'에서 일본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별 위화감 없이 옷을 갈아입듯 쉽게 변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조선의 경우에는 유교 본령의 가르침에, 그 정통성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성리학이라는 이론적 학문 체계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 형식에서도 원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왔습니다.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유교문화가 파괴되었는데,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서 공자와 선현에게 지내는 제사인 석전제를 복원하기 위해 한국의 성균관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보편적인 이理라는 형이상학적인 가치에 대한 양국 유학자들의 인식 차이는 현대의 일상어에서도 엿보입니다. 우리는 섭리, 순리, 도리와 같은 말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말들이 사전에는 있어도 일상에서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날씨를 천기天氣, 병을 병기病氣라고 하듯 기氣와 관련된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또한 우리와 저들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196

주자학적 세계관에서 세상 만물은 기氣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수목이 우거지다가 가을에 단풍이 들고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것, 동물이 태어나고 자라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이윽고 늙어서 죽는 것. 이 모든 것이 기가 움직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는 반드시 어떤 원칙에 따라서만 움직입니다. 봄이 지나면 반드시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반드시 겨울이 옵니다. 어린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노인이 되며, 노인은 때가 되면 반드시 죽습니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어요. 이처럼 기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원리가 이理입니다. 주자학의 세계관에서는 이것을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라고 부릅니다.


p.244

일본은 가직국가家職國家라는 말을 합니다. 각자의 가업을 가진 집안을 하나의 상자로 본다면, 이 상자가 마치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으로 포개져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그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사회였기 대문에 가업 도덕이 발전했고 이것이 곧 상도덕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기업의 윤리를 유학에서 말하는 충이나 효 같은 도덕적 개념과 등치시켜 이해하는 인식이 일찌감치 18세기부터 성립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와 저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왜 관심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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