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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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면 갔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하지만,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생각해보지도 않는 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예외다. 혼란스러운 80년대를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벅차게 보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던 것 같다.

 

그가 꾸준하게 소설을 써왔듯 나도 꾸준하게 그의 작품을 읽었다. 처음에는 소설로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 그의 산문에 더 정신을 빼앗기게 되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그리스 여행기와 달리기에 관한 책까지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로나온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주기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주입해왔던 관계로 약간의 금단현상이 일어날 즈음이었다. 게다가 이 책이 서평단에 선정까지 되었으니...

 

잡문집이라. 산문집도 아닌 잡문집이다. 말 그대로 참 다양한 주제에, 다양한 매체에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해서 쓴 글들을 알뜰하게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평소 자기관리를 잘하는 작가답다. 그의 말처럼 천재는 아닐지몰라도 이런 빈틈없는 성격이 오늘날의 무라카미를 만들지 않았다 싶다.

 

그가 음악에 특히 재즈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새삼 이 책을 통해 확인한 것은 나 같은 문외한으로서는 도저히 소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 미친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를 새삼 확인했다고나 할까.

 

음악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게걸스럽게 읽었으나, 사실 이 책은 너무나 잡다한 책이라서 이런 서평을 쓰는 게 무리이지 싶다. 결혼 축사부터 각종 문학상 수상소감, 책에 붙이는 각종 서문, 인터뷰 기사까지, 심지어 '올바른 다림질 법'이라는 글까지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소설에 관한 부분이다.

 

p.404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으면서도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 (주로 재즈에서)배웠다....이처럼 나는 글쓰기를 거의 음악에서 배웠다. 역설적이지만, 만약 그토록 음악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설가가 된 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소설 창작의 많은 방법론을 뛰어난 음악에서 배우고 있다. 예를 들어 찰리 파커가 자유자재로 연이어 풀어내는 프레이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려한 산문 못지않게 나의 문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에 깃든 뛰어난 자기 혁신성은 지금도 내개 문학적 규범의 하나로 우러르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미국의 작가들에 관한 글을 읽고는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언급한 작가는, 적어도 그의 독자라면, 그가 이 책에서 입에 침을 발라가며 열심히 소개하고 있는 여러 작가들의 소설들을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도, 그냥 지나쳐서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그레이스 페일리, 레이먼드 카버, 피츠제럴드의 소설들을 읽지 않고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절박감이 들었다. 폐부에까지 미친다는 게 이런 것인가. 흠.

 

가령,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307) 뽐내지 않는 소설을 쓰고, 뽐내지 않는 시를 쓰고, 뽐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레이스 페일리는 또 어떤가. '그레이스 페일리의 이야기와 문체에는 한번 바져들면 이제 그것 없이는 못 견딜 것 같은 신비로운 중독성이 있다. 거칠면서도 유려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친절하고, 전투적이면서도 인정이 넘치고, 즉물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서민적이면서도 고답적이며, 영문을 모르겠으면서도 알 것 같고, 남자 따윈 알 바 아니라면서도 매우 밝히는, 그래서 어디를 들춰봐도 이율배반적이고 까다로운 그 문체가 오히려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런 글들을 숨을 죽여가며, 한숨을 쉬어가며 읽고 있자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잡문집>이라는 책 제목이 참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답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소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잡문이라는 얘기일테지만. 그러나 이 책을 잡문집답게 만드는 글 한편을 고른다면 바로 결혼식 축사이리라. 소박한 꽃 한송이 같은 글이 살짝 숨어있다.

 

p.86  가오리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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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서점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심지어는 인터넷으로도 신간 서적을 살펴볼 틈도 없이 해가 바뀌고 말았다. 오늘 모처럼 시내에 나갔다가 둘러본 서점에서도 쫓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딸내미 때문에 수학참고서 코너에서 잠깐 얼쩡거리고, 여행안내서 코너에서 버릇처럼 잠깐 얼쩡거렸을 뿐 다른 책에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수첩 하나를 겨우 계산하고있자니 계산대에 진열되어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라는 책이었다. 작가도 생소하고 책도 생소하고 제목마저 마음에 안들었지만 뭔가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살펴보다가 다음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이 책의 인세는 그녀의 세 살 난 아들의 교육 자금과 그녀의 병간호 때문에 빚을 잔뜩 진 가족을 위해 조금 남겨지고, 대부분은 생전에 꼭 이루고 싶어했던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에너지 숲' 프로젝트에 쓰일 것이다.

 

이런 책이라면 내용불문, 가격불문하고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책 한 권 사는 일이다.' 지난 여름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구입한 것처럼 책을 사는 일은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작고도 작은 실천이다.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투쟁가로 살아가고 있는 분이 쓴 이 책을 구입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소개한 글에 인용된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는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골수까지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 얘기, 여행 얘기. 그거면 된다. 이 책도 사줘야 할 책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절대로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그냥 사고 싶은 책이다. 그냥 얻는다면 더 없이 기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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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낮잠 표지말이죠... 어떻게 멀리서 보면 약간 잔인할 수도 있겠어요 ㅎㅎ
그런데 저도 저 책을 이번 추천 1위 도서에 떡하니 올려놓고 싶답니다 ㅎㅎ

nama 2012-01-05 20:58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표지사진이 눈에 들어오네요. 저는 사진보다 후지와라 산야라는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영화 sixth sense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유령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라던가요. 하여튼 반갑습니다.
 
말레이시아 -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라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2
박종현 지음 / 즐거운상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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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 관한 참 적절한 책. 개론서 및 소개서로 훌륭. 역시 아사아부터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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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
박은경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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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 떠나보는 방랑자의 삶. 호주인들의 특성과 삶의 모습. 포만감 느껴지는 유쾌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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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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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활에서도 끝까지 지켜야할 인간의 존엄성을 짧고 분명하고 처절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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