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국경을 넘을 권리가 있다 시 읽는 여행자
이승원 지음 / 홍익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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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기상. 오후 12시 취침. 기상과 취침 사이에는 '일'이라는 게 있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빼곡하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얼굴이 하얗게 바래가는 딸아이를 보면 그래도 '나는 편하지.'하며 속으로 꼬리를 내린다. 빨리 수능이라도 끝나야지 좀 살 것 같다.

 

띵한 머리로 책을 읽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이미 출근은 했고, 시집 한 권 집어든다. 시 엮음집이다. 저자 소개란에 있는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20세기 초 조선인들의 해외 기행문>이었다.' 아, 내가 언젠가 국문학을 전공한다면 선조들의 해외 기행문에 대해 공부해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한 발 늦었구나, 하는 쓰라림.

 

피곤한 눈으로 책을 스캔하듯 뒤적거리다 한 페이지에 눈이 머문다.

 

 

                       이탈한 자가 문득

 

                                                            김 중 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

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

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

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

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

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이 되기는 두렵다. 그래서 이렇게 질기게 살아남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깟' 자유,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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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와...진짜 에펠탑 같아요!

nama 2015-10-08 07:20   좋아요 0 | URL
에펠탑 같다고 생각하면서 밀양이 떠올랐어요. 희망버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늘 후회가 남네요.
 

http://blog.aladin.co.kr/nama/7774318

 

 

'작가와의 만남' 행사 이후 교과서에 있는 문제를 변형해서 영어문제를 만들었다. 참고로 중학교 3학년 수준이다. 정답은?

 

 

* 다음 중 어법상 어색한 것은?

1. There is a writer named Lee Ha.

2. Many students holding his book are waiting for him.

3. He comes into the room full of students and teachers.

4. A student named Yubin asked the writer about becoming a writer.

5. There are many students asked the writer about his novels.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는 사람에게는 추억이겠지만,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겐 재미없고 골치 아픈 문제이다. 정답률 약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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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0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사구문에 관한 문제인가요? 순간적으로 분사, 동명사, 부정사가 세트로 혼동이 오고 있습니다.
5번이 정답 맞나요?

nama 2015-10-08 07:16   좋아요 0 | URL
짝짝짝!!! 맞습니다. 문장 중간에 있는 과거분사와 현재분사, 형용사 앞에 `주격관계대명사+ be동사`가 생략된 문제인데 5번의 asked를 asking으로 바꿔야해요. 진짜 재미없는 문제예요. 만점자를 줄이기 위한 고난이도 문제예요.
 

 

고종이 커피 마시던 곳. 이름하여 고종's cafe

 

1970년대 쯤. 단체관광을 다녀오신 아버지가 사온 그림엽서는 대개 이런 모양이었다. 어설프고 색도 선명하지 않은데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부족하고 부실한 그림엽서였지만 어린 마음을 채우고 미지의 곳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 있었다.

 

고종은 에스프레소를 즐겼을까, 아메리카노를 즐겼을까? 아마도 에스프레소가 아니었을까?

 

사진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찍어봤다. 고종 때 찍은 사진 같다.

 

이렇게 못 찍기도 쉽지 않겠다. 요즘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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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을 꼽으라면 내가 출근할 때 산책하는 사람들이다. 전의를 다진 출근길에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맥이 풀리곤 한다.

 

오늘 아침 모처럼 산책에 나섰다. 식구들 챙기다보니 이미 시간이 저만큼 흘러 있었다. 어쨌거나 아침이다.

 

 

바랠대로 바랜 입간판 뒤로 보이는 저 길을 걸어 퇴근한다. 10년 째다. 그간 입간판이 이런 모양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내 나이 먹는 것만 서러워했지 이 입간판을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보는 것이 보는 게 아니고 아는 것이 아는 게 아니다.

 

 

 

노란 무늬에 반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 거미, 이미 만다라의 세계다.

 

 

 

 

퉁퉁마디에도 가을이 들었다.

 

 

 

 

너도 버티는구나.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의 책.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자연에 대한 경이의 감정을 간직하고 강화하는 것, 인간 삶의 경계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그 무엇을 새롭게 깨닫는 것, 이런 것들은 어떤 가치를 지닐까?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즐겁고 기쁘게 보내기 위한 방법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확신한다. 거기에는 분명히 매우 깊은 그 무엇, 언제까지나 이어질 의미심장한 그 무엇이 있다고. 과학자든 일반인이든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삶의 고단함에 쉽게 지치지도 사무치는 외로움에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일상에서 분노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오솔길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그 길을 걷다보면, 분노와 걱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활력과 흥분을 되찾을 수 있다.

철새의 이주, 썰물과 밀물의 갈마듦, 새봄을 알리는 작은 꽃봉오리, 이런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뿐더러 어떤 상징이나 철학의 심오함마저 갖추고 있다.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고,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오는 일. 이렇게 되풀이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상처 받은 모든 영혼이 치료받고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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