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름이 낯설어서 적었다. 두번 다시 못오겠지 아마, 하는 생각에 괜히 비장해진다. 매일매일이 다시 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이젠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잘 사지 않는다.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는데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는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이도 한 몫 했고.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에 왔으니,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싼 나라에 왔으니 고기 한번 먹어봤다. 그간 여행은 자주 다녀도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 식탐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여행을 자주 다니기 위해서 식비를 아꼈다고 해야겠다.
이젠 그런 생각도 접으니 고기가 입으로 들어온다.

소식해야 한다며 스테이크 1인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으며 흐뭇했다. 포도주까지 곁들이니 부러울 게 없다. 참고로 여기 1인분은 보통 600g 이라고 한다. 예전엔 1kg이었다나. 맛있게 먹고 와서 한숨 자고 났는데 다시 배고파서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내 인생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행위는 일종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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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가능한 찰나의 시간에 올리는 오늘의 사진
그레이 호수의 유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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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잉크냄새 2025-01-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을 잃다....라는 표현외에는...
 

여기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남편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
어제는 우리 일행의 누군가가 외국여성에게 길을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 여성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친절을 베풀고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순식간에 여성의 핸드폰을 낚아채 도주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는 내가 세 명(그중의 한 명은 남편)의 일행과 함께 구시가지를 걷고 있었다. 뒤에서 어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목걸이를 탈취당해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은 아니고 다행히 끊어진 줄을 찾아서 평온을 되찾았다. 전철에서 가방을 뒤로 메고 있으면 앞으로 메라며 계속 주의를 주는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곤 하는 걸 보면 남미의 일반적인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음을 말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이어서 쓴다. 글쓰기가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 중노동이다.)
오늘 점심.
호텔 근처 식당.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보며 버벅대고 밌는데 옆 테이블에서 샐러드를 먹고 있던 손님이 우리를 도와준다.
밥 먹다 말고 전화라도 받으면 밥맛이 떨어져 식사가 엉망이 되련만 이 손님은 우리 내외 밥값까지 내고 갔다. 놀란 우리는 작은 결심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음식점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자의 밥값을 내리라.

이틀간 머문 산티아고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왈가왈부하랴만,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뭔가 도음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 흰머리도 한몫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내외는 좀 없어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으니. ㅎ

하나 더. 이곳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한 외모를 하고 있다. 도대체 표준이라는 게 성립할 수 없음을 단박에 깨닫는다. 평생 표준 이하의 키에 주눅든 나로서는 뭔가 억울한 심정이 된다. 타고난 외모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아옌데가 피노체트에게 대항하며 끝까지 버티다가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며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곳이다. 그 누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누구와 비교 당하는 것을 아옌데가 저세상에서라도 알게 된다면 몹시 기분 나빠할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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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에서 50여 분 하늘을 날아서 우유니에 도착. 마추픽추가 경이로움이라면 우유니는 신비로움이라고 할까. 얼마 못가 신비로움은 지루함으로 바뀌어 꾸벅꾸벅 졸게 되지만 그 잠깐의 졸음마저 몽롱하고 행복감에 젖는다. 그렇다고 이 넓디넓은 사막을 언제까지 달릴 수는 없는 노릇, 이 아름다움을 붙잡아두기 위해 우리가 할 수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사진에 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곳이 따라서 조용할 리가 없다. 특화된 단체여행 프로그램에 몸을 맡기는 순간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웨딩 촬영에 버금가는 연출과 촬영, 동영상 찍기는 기본, 현지식 점심 제공, 일몰을 바라보며 와인 마시기. PD로 변한
인솔자는 이런 일에 참으로 유능하다. 인내심과 유쾌함을 저절로 터득하기까지 수련의 과정도 거쳤을 터. 그의 직업정신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런 여행법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사진은, 찍히기보다 찍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으로 타인의 연출에 따라 행동수정을 하는 건 상당히 어색한 일이다. 내 의도가 먹히지 않는 일에 몸을 맡기는 일에 적응하기란 낯설고 때로 끔찍하기까지 하다. 아, 이런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라는 참담한 심정에 젖게 된다. 온종일 주인공이 되는 기회라고 받아들이면 행복하겠지만, 나는 안다. 이건 가짜임을.

사진 한장. 우유니 사막에 있는 선인장 동산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저 난생 처음 본 광경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정치의 어지러움만큼이나 튀틀린 내 위장을 오늘도 살살 달래보련만 마음대로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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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01-0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인장 동산의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서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네요. 저 선인장 이름은 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