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쓴다.

일주일째 고산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약은 현지 약국에서 구입. 한국에서 미리 처방 받고자 동네 의원엘 갔더니 대학병원에서나 가능하다며 처방을 거부했다. 바로 옆 약국에선 이미 구잎해놓은 수백 알의 고산증약이 썩고 있다며 다른 의원에 가면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며 다녀오라고 했다. 이럴 땐 원칙을 존중해야지.
예전에 고도가 높은 지역을 여행할 땐 고산증에 대한 의식이 없어서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별 탈없이 잘 다녔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주변에서 하도 고산증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기에 매 끼니 약을 먹고 있다. 조금만 숨이 차도 더럭 겁이 나는 거다. 아는 게 병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현지에서 구입할 때 이 사진만 디밀면 된다.. 약 2만 원 정도.

(평소 복용하는 약에 고산증약까지 추가히니 몸이 좀 괴롭다. 늙은 나이에 사서 하는 고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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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호수는 60%가 페루, 40%가 볼리비아 영역이라고 한다. 어제 티티카카 갈대섬 투어를 마지막으로 페루 여행을 마쳤다. 오늘은 볼리비아로 이동이다. 밴>대형버스>보트>버스>밴을 타고 힘겹게 볼리비아의 라파즈로 넘어 왔다. 티티카카 호수를 사이에 두고 빙빙 돌아온 셈이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한 라파즈, 내일 새벽에 우유니로 출발이니 주어진 시간이 야박하다. 한 나라의 수도를 이렇게 대접해도 되나.
빵과 과일, 샐러리로 저녁을 때우고 도시 탐방에 나섰지만 새해 첫날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이 닫혀 있고 패스트푸드점만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생수 한 병을 사기 위해 불 켜진 구멍가게를 기웃거리는데 출입구가 반쯤 가려져 있다. 안쪽에 앉아 있는 주인에게 제스처를 보내며 물을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큰 것과 작은 것을 가져오며 고르라고 한다. 작은 것 하나에 6볼리비아노를 주고 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며 물건을 사야 하는 상황이 낯설다. 호텔로 돌아오니 철창 같은 겉문이 잠겨 있다. 서너 번 초인종을 누르니 직원이 나와서 문을 열어준다.
호텔 창문으로 바라보는 야경은 저 언덕 끝까지 불이 밝혀 있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아름답다.
한 나라의 수도를 만 보는커녕 수백 보로 돌아보는 심정이라니... 언젠가 다시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짧은 생을 살다간 사람들에게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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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는 새해 선물로 노랑색 속옷을 나눈다고 합니다. 제 서재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웃에게 마음으로 안부를 전합니다. 못난 글에도 언제나 따듯한 마음을 나눠 주시기에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습니다. 서로의 따듯한 위로와 기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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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31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4-12-3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에서 새해를 맞으시겠네요.
바쁘신 가운데 올려주시는 사진과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여행 잘 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여행도 많이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nama 2024-12-31 19:56   좋아요 0 | URL
좀 더 재밌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마음같지 않네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답글을 못하거나 늦어도 이해바라고요~~
무탈하고 즐거운 새해되시길 기원합니다.
 

마추픽추 투어를 앞두고 쓴다.

Moray 라는 잉카의 계단식 원형 밭이다, 일종의 식물 연구소인데 규모가 크고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잉카 문명이 망하지 않았다면 .. 부질없는 가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자. 까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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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아침밥을 먹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몇몇 일행은 밤새 고산증으로 고생했는지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키토스에서 물먹은 데크를 걷다가 삐끗해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옆구리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기도 하고, 탐욕스럽게 파파야를 먹다가 설사로 고생했던 나는 이미 액땜한 셈인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래도 녹록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평균 나이 60쯤 되는 일행은 더 늙기 전에 남미여행을 하겠노라고 벼르고 왔을 터. 때를 놓치면 사회의 낙오자라도 되는 양, 학업, 취업, 결혼, 자녀입시, 자녀의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숙제를 대강 마치고나면 이번엔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에 몰두한다. 여행마저 숙제가 된다. 젊어서 하는 사서 고생은 약이 되련만 늙어서 하는 고생은 뭐람.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여햄을 추구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만치 않은 여행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어젯밤에 찍은 꾸스코 야경 사진을 올린다. 산꼭대기 허름한 집들에서도 볼빛이 반짝이며 멋진 밤풍경을 선사한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다. 모든 이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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