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쓴다.
경비행기를 타고 나스카 유적지를 본 느낌에 호텔 주변에서 발견한 티코 자동차를 더하니 뷔페를 먹은 기분이랄까. 나스카는 내 말을 보태는 게 어리석을 터.
어느 순간 공룡 사라지듯 눈 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우리의 꼬마 자동차 티코를 발견한 느낌은 그래도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여전히 세상에 건재하며 최선을 다해 생명을 이어가는 티코. 아직도 멀쩡한 티코를 우리는 왜 버렸나. 무섭게 치솟는 환율을 대책없이 바라보며 우리가 지금 구가하는 부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한때는 잘 나갔지, 하고 한탄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망해도 타코처럼 살아남아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4-12-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에 갔더니 부분부분 우리 나라 자동차 부속으로 재조합된 자동차가 많더군요. 자동차 완전조립품으로는 수입을 못하게 되어있어서 중고 부속을 수입해다가 이집트에서 다시 조합해서 사용한대요.

잉크냄새 2024-12-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르단 암만에서 마주친 횟집 물차가 떠오르네요. 트럭 1.5톤 마이티 짐칸에 물탱크를 그대로 달고, 뒷부분에 ‘부산횟집‘이란 상호도 지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죠. 해안도 아닌 내륙인데 용도가 궁금하더군요.
 

와카치나 사막을 4륜구동을 타고 달리기로 했는데 내 운은 딱 여기까지다.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네 번, 투어 사무실 화장실에서 세 번, 변기에 쏟아내는 배설물을 바라보며 북플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작은 위로가 된다. 나는 왜 이런 순간에야 글을 쓸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글이 마음의 배설물쯤 된다고 생각하나?

이럴 때 왜 그 者가 떠오를까? 계엄에 실패하고 계엄해제가 가결되기 직전, 그 者가 혹시라도 권총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남편이 그런다. 그럴만한 자존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양심, 자존심, 수치심.. 이런 걸 기대한 내가 순진한가? 나는 내 자리를 알고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안다. 명퇴를 선택했던 것도 그렇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몇자 쓰지도 못했는데 일행이 돌아오나보다. 요즘은 무슨 생각만 하면 기-승-전-계엄걱정으로 연결된다.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쩌다보니 페루 아마존까지 왔다. 내 생애에 아마존이라니. 꿈조차 꾸지 않던 머나먼, 그것도 지구의 허파라는 곳까지 왔지만, 뭐 내 인생에 깨알같은 깨달음이라도 움틀까. 인간사 변함없는 진리인,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할 뿐이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게 의미라면 의미랄까. 낯선 사람과 낯선 곳을 보며 비루하고 저열한 나 자신과도 만나게 되는 게 여행인 것 같다. 새벽 4시, 잠은 오지 않고, 타인을 비난하며 나도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아프게 인정하는 시간. 멀리 여행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아주 조금 생각에 잠겨보는 척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걷는 나무.
페루 이키토스, 아마존의 중심도시. 이곳 정글에 걷는 나무가 있다. 생존을 위해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생김새는 문어같은 뿌리가 마치 지지대처럼 줄기에 붙어 있고 가운데 굵은 나무 기둥은 지면으로 향할수록 쐐기모양을 하다가 지면에서 분리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기괴한 모양의 뿌리가 새로 뻗어나가거나 떨어져나가는 과정에서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한다.
곰곰 따져보면 수긍이 가는 이치이지 싶다.

나무도 기를 쓰며 움직이는데 사람은 걷는 존재이면서 왜 늘 같은 자리에 머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4-12-2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살기 위해 기를 쓰고 이동하지요. 어떡하든 살기위해서요.
여행 잘 하시고 오세요.

파란놀 2024-12-2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서는 나무도, 덩굴로 움직이는 나무도,
모든 나무도 다 다르게 움직이듯,
사람도 저마다 다르게 조금씩 움직이지 싶어요
 
읽다, 잇다, 있다. - 읽기에서 존재로 이어지는 24편의 리드레터read letter
김흥식 지음 / 태학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접한 책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몰입감 좋은 책으로 지은이에 대한 관심 폭발. 이런 재밌는 책 더 써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걸 다 수집하게 되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