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목표는 책 안 사기였는데....실패했다.

 

 

 

그간 알라딘에서 책을 너무 사들였다는 후회, 책값만큼 책값에 걸맞는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세월이 지나고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 쓰레기처럼 보인다는 착각, 책값 대신 그걸 사람에게 썼다면 좀 더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그래서 올 7월엔 책을 한 권도 사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다.

 

까짓 신간서적. 느긋하게 기다리면 동네 도서관에서 대충 빌려볼 수 있으니 조급한 마음만 꾹 참으면 된다. 내 주위엔 도서관이 세 군데나 있다. 걸어서 1시간 30분 거리에는 인천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도서관이 있고, 걸어서 35분 거리에는 시설이 좀 구태의연하지만 내가 아직 못 읽은 책이 넘쳐나고, 걸어서 20분 거리에는 새로 생긴 산뜻한 도서관이 있는데 이 도서관엔 구비된 서적이 모두 새 책이라는 사실. 도서관 근처에서 사는 게 내 젊었을 적 꿈이었는데 나는 이제 그 꿈을 이루었으니 까짓 몇 개월 기다리는 일쯤이야. 그리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누군가 미리 신청했다는 사실에 나는 늘 감탄하고 그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죄송. 나는 뛰는 놈도 못되는데... 그냥 잘 걸을 뿐.

 

참다참다 못해 구입한 책은?

 

 

 

 

 

 

 

 

 

 

 

 

 

한겨레신문에서 이순원의 칼럼 <대한민국예술원을 폐지하라>를 읽다가 열 받아서 이 잡지를 사고 싶었으나 7월의 내 프로젝트- 책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 를 폐기할 수는 없는 일. 그럼에도 책을 사고 싶다는 물욕의 끈질김.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 과정을 거치니 적립금과 쿠폰을 사용하면 2,670원에 구입이 가능했는데...관두자 싶어 관뒀다. 미련이 금방 사라지면 미련이 아니지. 미련스러움을 인정하고 다시 체크하니 이런... 쿠폰도 다양해라. 67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돈 670원에 내 자존심을 꺾을 수야 없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래도 누군가 공들여 만든 잡지를 670원에 산다는 것은 고개 숙여 감사할 일이다. 사실은 굉장히 미안한 일이다. 이렇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는 건 내가 고상하거나 착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저 사실일 뿐이고 상식적일 뿐이다.

 

이 잡지에 실린 소설가 이기호의 단편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읽고 내내 마음이 어두워졌다. 자세한 내용은...직접 검색해보시라. 이순원의 칼럼을 검색하면 된다. 그저 내가 그간 존경해온 분들 때문에 마음 깊이 상심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추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로울 뿐이다. 작가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부디 지켜주시기를 바란다. 상식을 저버리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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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 가장 여행다운 여행은 1994년 1월의 인도여행이었다. (언젠가 자세히 쓰고 싶기는 하다.) 거의 한 달간의 여행을 끝내고 얼마 후에 뒤풀이로 몇몇 여행동지와 함께 우리를 이끌었던 가이드를 만나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 모임을 주선한 동지는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대학생이었고, 가이드는 외대를 거쳐 인도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들러리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별로 친절하지도 않았던 가이드와 여행 중에 마찰이 많았는데 뭐가 아쉽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또 만나고 싶었겠는가.

 

가이드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유창한 힌디어는 인상적이었다. 영어에 빌빌거리던 나는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힌디어를 공부했느냐고. '먼저 우리말을 생각한 후 힌디어로 옮기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했다. 나도 이 방법으로 여러번 시도는 해봤으나 좌절감만 맛볼 뿐, 영어는 영원한 외계어였다는.

 

그건 그렇고, 그래도 힘든 여행을 함께 한 후라서 묘한 동지의식이 있어서 반갑기는 했다. 점심을 함께 먹었던가? 기억에 없다. 헤어질 무렵 마침 가이드의 손에 책이 한 권 들려있어서 무슨 책이냐고 물었는데 책표지를 열더니 위와 같이 몇 글자 적더니만 내게 책을 주었다. 웬 횡재? 하는 심정으로 기꺼이 받으며 무슨 말을 썼느냐고 물었더니 말해주지 않겠단다.

 

도대체 무슨 말을 썼을까? 내내 궁금해한 지 벌써 27년 째. 저 두 문장을 읽겠다고 힌디어를 공부할 수도 없고,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을 찾아서 물어볼 수도 없고.

 

다행스럽게도 sns 덕분에 지금까지도 연락 가능한 인도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다. 2001년 인도에 갔을 때 현지 에스코트였던 인도친구와는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sns 로 이따금씩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의 사진을 보냈더니 금방 답변이 날아왔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가.

나는 영원히 너를 사랑해.

 

 

옴매....이런 뜻이었어? 무슨 볼리우드영화 대사같네. 아마도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한테 한 장난치고는 좀 사랑스럽긴 하네. 그나저나 잘 지내시우, 가이드님?

 

1994년과 2001년을 가르는 건 인터넷이다. 1994년에 만난 사람과는 인연이 끊겼지만 2001년에 만난 사람과는 마음만 있으면 서로 연락이 가능하다. 안부 인사 정도만 이어지는 사이지만 그래도 먼 이국땅에 아는 사람 하나 두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근데 이 책 읽었냐고요? 읽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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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21-07-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모르고 달려든 인도 여행, 단체 배낭 여행으로 함께한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동선이 너무 길어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던 그 시절 1999년 겨울 인도에서 한 달을 떠돌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인도여서 더 반가운 글입니다.

nama 2021-07-04 12:57   좋아요 0 | URL
인도가 묘한 매력이 있지요. 저는 그후로도 자유여행으로도 가고 단체로도 가고 여러번 갔지만 최초의 인도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5월 31일부터 6월 26일까지, 하루 빼고 매일 찍은 사진이다. 하루를 건너뛴 건 이파리에 새똥이 떨어져서였다. 꽃을 찍으면 되었지 이파리에 새똥 하나 묻었다고 사진을 건너뛴 건 확실히 어리석은 일이다. 그땐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사소하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친구 하나 멀어지게 한 것처럼 쓰리고 후회스럽다. 살면서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을 터, 이제야 뒤돌아보게 된다.

 

같은 꽃을 찍었지만 크기와 각도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 멍멍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매일 오전과 오후에 멍멍이를 산책시키면서 한 손에 리드줄을 잡은 채 급하게 찍었다. 밖에 나오면 성질이 급해지는 멍멍이에게는 잠시 인내심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조련사도 아닌 나는 잠시 개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즐거움을 탐했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우리 멍멍이와의 합작품.

 

닷새동안 집을 떠나있다가 돌아와보니 꽃이 사라지고 없었다. 시들어서 꺾어버린 건지 그저 보기싫다고 없애버린 건지 꺾인 부분만 오도카니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이 꽃은 다른 꽃보다 오래 버티었다. 이 꽃을 매일 찍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이것보다 위쪽에 핀 두 송이는 더 보기 좋고 탐스러웠는데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바람에 일찌감치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다. 잘났다고 나대다가 당하는 건 꽃 역시 그런가보다.

 

수국이 한달가량 꽃을 피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또한 수국은 인간의 손에 의해 모습이 바뀐 식물이라는 것도.

 

 

 

 

 

 

 

 

 

 

 

 

 

'수국은 산수국의 크고 화려한 가짜 꽃만으로 만든 원예종이며 산수국과 달리 절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191쪽)

 

'수국은 산성에서는 푸른 꽃을, 염기성에서 붉은 꽃을, 중성에서는 하얀색 꽃을 피워낸다."(187쪽)

 

 

 

수국, 너도 참 모진 삶을 살아내고 있구나.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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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7-0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첨 알았네요. 수국에게 이런 사연이. 세상 난 것들에 이야기 없는 것이 없나 봅니다. 꽃도 정보도 감사해요.^^

nama 2021-07-04 13:31   좋아요 0 | URL
세상 난 것들은 다들 고통을 겪기도 하고요.
 

 
















상상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역경을 만나면 자기 연민이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그저 다시 시작하라.(마르쿠스)               -99쪽


  쇼펜하우어는 다른 동물인 고슴도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이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162


  쇼펜하우어가 살던 시대에는 백과사전이 곧 인터넷이었고, 인터넷 못지않게 유혹적이었다. 책만 열면 바로 해답이 있는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쇼펜하우어는 대답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내놓는 것이 100배는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함게 머무르지 않고 너무 자주 책 앞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책은 자기 생각이 고갈되었을 때만 읽어야 한다."                 -179


  우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 것은 그것을 찾아나설 때가 아니라 그것을 기다릴 때다. (시몬 베유)                                         -255


  얼룩 없이 깨끗한 것에만 쇼나곤이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쇼나곤이 찬미하는 많은 물건은 오래되고 낡았으며, 심지어 더럽다. 쇼나곤은 정성 들여 관리한 연못보다 "버려져서 수초가 잔뜩 떠 있는 연못"을 더 좋아한다. "그런 연못에서는 표면에 반사된 달빛 그림자가 초록색 사이사이로 하얗게 빛난다.."

  이런 불완전함을 향한 사랑을 일본인들은 와비라고 부른다. 와비는 해진 기모노와 땅에 쓸쓸히 떨어진 벗꽃 이파리, 희곡 한두 개가 빠진 셰익스피어 '전집'이다. 찢어진 청바지나 낡은 가죽 가방을 구매한 적이 있다면 와비를 따른 적이 있는 것이다.    -342~343


  키케로는 궁수를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궁수는 자기 능력을 허락하는 한 가장 훌륭하게 활시위를 당기지만 시위를 놓고 나면 화살의 궤적이 더 이상 자기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알고 숨을 내쉰다. 스토아철학은 이렇게 말한다.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우리는 외부의 목표를 내면의 목표로 바꿈으로써 실망의 공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놓을 수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칠 것. 자기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대신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진실한 소설을 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말 것.                        -408~409


  그때 롭은 스토아철학의 "위에서 내려다보기"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다. 당신이 지구 위 높은 곳을 맴돌며 당신의 작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별것 아닌 교통체증과 더러운 그릇과 옹졸한 말다툼과 잃어버린 노트들. 전부 무관한 것들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다.                 -424


 나의 자기기만 능력은 수염 몇 가닥이 처음으로 하얗게 셌을 때 생긴 것이 아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말했듯이 우리가 노화 탓으로 돌리는 많은 결점은 사실 인성의 문제다. 노화는 새로운 성격 특성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기존의 특성을 더욱 증폭한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더 강렬한 형태의 자기 자신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보통 긍정적이지 않다. 돈 쓰는 데 신중한 청년은 늘 투덜대는 늙은 수전노가 된다. 감탄할 만큼 의지가 강한 젊은 여성은 짜증날 만큼 고집 센 할머니가 된다. 이런 성격의 강화는 늘 부정적인 쪽으로만 흘러가야 하는 걸까? 나이 들면서 그 궤도의 방향을 꺾을 수는 없는 걸까? 더 나은 모습의 나이 든 애가 될 수는 없을까?                      -439


  다른 국가에서 보내는 이틀은 익숙한 환경에서 보내는 30일만큼의 가치가 있다.(유진 이오네스코)                                   -467


  보부아르는 노년에 수동성이 아닌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열정은 반드시 외부로 표출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소일거리가 아닌 프로젝트를 가져라. 프로젝트는 의미를 제공해준다.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한다. "노년이 이전 삶에 대한 터무니없는 패러디가 아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 즉 개인과 집단에, 대의명분과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에 헌신하는 것이다."                      -468


  여러 다양한 철학은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소로의 저항 정신은 10대의 마음을 끈다. 니체의 불꽃 같은 강렬한 아포리즘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인다. 자유를 강조하는 실존주의는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토아철학은 나이든 사람을 위한 철학이다. 몇 번의 전투를 이겨내고, 패배도 몇번 해보고, 상실도 경험해본 이들을 위한 철학이다. 크고 작은 인생 역경의 시기를 위한 철학이다. 고통과 질병, 거절, 짜증나는 상사, 건조한 피부, 교통체증, 카드빚, 공개적 망신, 지연되는 열차, 죽음 같은 것들. 스토아학파를 낳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철학에서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모든 행운에 준비되는 일"                                                           -397~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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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불합리했던 학창시절, 결혼과 식구들 건사로 바빴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이제는 느긋하게 거울 앞에 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저 책이 말해주는 듯하다.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외롭고 고달프지만 저 책들이 있어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책마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저런 책을 나눌 수 있는 친구마저 없다면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친구야 고맙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버텨서 앞으로도 책 많이 보내주시구려.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한 책. 일본책들은 이런 게 많다. 하향평준화된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책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은 고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책은 의미가 있다. 근거없는 자신감 좀 가지면 어때!

 

 

 

 

 

 

 

 

 

 

 

 

 

 

 

 

 

이 책을 읽다보니 나의 퉁퉁 불은 시니컬한 감정이 많이 순화되었다. 나무 같은 사람, 우종영. 나무의사가 사람의 마음도 치유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나, 내 취향이 아니었나. 과대포장 느낌이 살짝나는 소설. 촘촘한 문체가 다가오다가 멀어지다가. 하여튼 독특한 맛이 있다.

 

18. 엄마는 아빠와의 사랑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을 둘이 처음 만났던 여름만큼 생생하게 유지했다. 그러기 위해 인생을 외면했다. 때로 엄마는 물과 공기만으로 며칠을 버티기도 했다. 알려진 고등 생명체 중 그렇게 생존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로서, 엄마의 이름을 딴 생물종이 하나 있어야 마땅하다. 언젠가 줄리언 삼촌이 해준 얘기에 따르면,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머리 하나를 그리기 위해 때로는 몸 전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뭇잎을 그리기 위해서는 전체 풍경을 희생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는 것 같을지 몰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하늘 전체를 다루는 척할 때보다 무언가의 4분의 1인치 정도밖에 안 되는 부분을 다룰 때, 우주에 대한 어떤 느낌을 붙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

엄마는 나뭇잎이나 머리를 택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를 택했고, 어떤 느낌을 붙잡기 위해 세상을 희생했다.     -72쪽

 

 

 

 

 

 

 

 

 

 

 

 

 

 

 

 

 

 내 주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도 모자라 요즈음엔 다른 나라들 때문에 심란하고 마음이 시끄럽다. 미얀마, 인도, 홍콩. 미얀마의 신앙심 깊은 사람들의 저항, 인도의 '무능이 무죄한'(황지우) 사람들의 어이없는 죽음들, 야만스러운 중국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홍콩 사람들. 아픈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책. 그래도 이런 책은 읽어야 한다. 자칭 단골로서 침사추이의 태국 식당 주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해야 한다.

 

 

 

 

 

 

 

 

 

 

 

 

 

 

 

 

 

저자의 의욕이 과도해서 차분하게 읽히지 않는 책. 아니면 내 속이 복잡하거나... 

 

 

 

이렇게 2021년의 5월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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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5-30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ama님, 오랜만이어요.
어제 원주 <뮤지엄 산> 다녀오며 nama님 생각했어요.

nama 2021-05-30 15:13   좋아요 1 | URL
멋진 곳에 다녀오셨네요. 가끔 생각나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