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이방인
김성희 글.사진 / 북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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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밑줄만 긋다가 끝나기도 한다.

내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 때문에 조용히 밑줄만 그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책은 밑줄을 긋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도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모로코 여행기가 책으로 나온 것이 드물다보니 내심 기대를 했는데, 온실 속의 화초 여행기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로코의 아주엘로스 사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

보석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에 있으니 차라리 모로코 보석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 전문적으로 들려주었으면 이렇게 허기지진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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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63  부모 없이 태어나 자식 없이 죽는 연어의 삶

....연어는 우리 인간과는 달리 부모 없이 태어나 자식 없이 죽는 독특한 삶을 삽니다. 연어새끼가 이듬해 봄 산란둥지를 뚫고 개울물 속으로 나올 때 부모들은 벌써 죽고 한참이 지난 후입니다. 

갓 태어난 어린 연어새끼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합니다. 새끼연어는 위험하고 위태로운 어린 시절을 혼자서 보냅니다. 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바다에 나갔다가 몇 년 후 돌아와 산란하고 죽을 때도 유산은 물론 자식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기 세대의 삶에 충실하고, 다음 세대는 스스로 자신과 같은 삶을 반복하도록 세대간에 깨끗하고 공평한 삶을 삽니다.

그러나 연어는 자기 자식을 직접 낳고 기르지는 않지만 살아 있는 동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식들을 위해 바치는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희생적입니다.

p.240 생태적 발자국...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교수인 빌 리스(Bill Rees)와 그의 제자 마티스 와커나겔(Mathis Wackrnagel)은 몇 년 전 인간의 소비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태계에 미치는 발자국의 크기(Ecological Footprint)를 계산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인간의 삶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면적의 계산으로 압축됩니다. 즉 개인이 소비하는 식량, 의복, 주택, 에너지, 여가활동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 목축지, 임지, 해양면적 등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이나 목재처럼 구체적인 물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땅의 면적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존이나 경제활동 과정 중 배출되는 쓰레기나 배기가스, 하수와 같은 오염물질을 세척하는 토지, 숲, 강, 바다 등의 면적까지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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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2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크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p.111 사람들은 보통 가난한 마을이나 에이즈에 걸린 아이에 관한 방송을 보면 마음 아파한다. 파리가 온 몸에 붙어 있는 어린이나 먼지 속에 누워있는 굶주린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기금을 모으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방송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후원금을 조성할 때 가난을 이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 이런 영상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을 마케팅 도구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p.149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훈은 '크게 행동하라. 아니면 집에 가라'였다. 변화를 만들길 원한다면 기억해야 할 말이다. 아직도 전 세계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시간을 들여 열정을 보이고 싶다면 원대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p.195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천하고 있는 사람을 비난해선 안 된다."(중국속담)

** 이 책은 읽기에 따라 성공담일 수도 있고, 자기계발류일 수도 있는 책이다. 하여튼 저자는 세상을 바꾼 사람임에 틀림없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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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도 여행 중 콜카타의 헌책방에서 사 온 <판차탄트라>라는 어린이 동화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사실.

먼저 판차탄트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이렇다.

The stories of Pnachatantra, originally written in Sanskrit, are very old. Legend has it that a king who had three foolish sons engaged a versatile teacher, Vishnusarman who taught them how to be happy and be successful in life.  Pancha means five, tantra means doctrines of conduct or modes of action, namely, confidence or firmness of mind, creation of prosperity of affluence, earnest endeavour, friendship, and knowledge.

주로 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생활의 지혜를 어린이에게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아랍문화권의 <칼릴라와 딤나>는 물론 <그림동화>,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물론 우리 나라의 <별주부전>의 할아버지뻘되는 작품도 있다. <The Monkey and The Crocodile>인데, 이걸 읽으면서 생각한 점은.....'한국 고유'의 어쩌구 하는 표현을 섣불리 하면 좀 뭔가 모자라 보인다는 것이다. 어릴 적 '한국의 푸른 가을 하늘'도 그랬었다. 더 푸른 하늘도 세상엔 널려 있건만 유독 우리의 가을 하늘이 제일인 것인양 내세웠던 시절. 얼마나 자랑 거리가 아쉬웠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한바탕 속은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내 생각이란 것도 사실은 내게 아니고 어디서 왔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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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서평단 알림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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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이 청소년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작년에 내가 담임을 맡았던 한 아이를 계속 떠올렸다. 입학식 날부터 주먹을 휘둘러서 나를 적잖이 긴장시키더니 일년 내내 그 주먹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어 담임으로서 선생으로서의 내 무능을 일깨워 주었던 녀석. 그 녀석한테 맞고도 담임인 내게 말을 할 수 없었던 아이들. 보복이 두렵고 담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감도는 학급의 묘한 분위기. 설득도 훈계도 징계마저도 전혀 소용에 닿지 않는 상황.

 

 

그럴 즈음 미국의 교육 전문가 루비 페인 박사의 기사를 읽었다. (2007.6.12 한겨레신문)


대부분 중산층 출신인 교사들은 빈곤층 학생들의 의지부족․능력부족․태도불량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속수무책을 하소연한다. 그러나 페인은 이것 역시 ‘계급적 특성’의 일종으로 교사들은 가령 저소득층 학생들이 싸움을 일삼는 것은 싸움이 그들에겐 중요한 생존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싸움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은 이들에게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으면△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언어 습관을 익히고 △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버리는 등의 습관을 익히도록 교육하라는 얘기다.


얘기는 그럴 듯한데 이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싶었다. 아이의 눈빛에서 희망을 읽어 내고 싶은데 소통 두절 상태에 빠진다.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온갖 타이름과 훈화, 조언, 설득은 일방적인 지시 내지는 잔소리의 영역에 머무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과연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어할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어할까? 학교 시스템에서는 이 아이들을 자극시키거나 성적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지 못한다. 성적에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못한다. 아, 이 무능함과 막막함이라니......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애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완득이. 새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인 담임이자 사회 선생인, 똥주. 이들을 둘러싼 우리의 보잘것없고 서러운 이웃들. 우선 재미있고 유쾌하다. 잘 읽힌다.

   그러나 이런 점은 너무 쉽고 안일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몇 군데 있다.

먼저 똥주는 교회에 다닌다. 똥주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완득이는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교회를 찾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내 몸을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내 몸을 잘 움직여줄 수 있는 체육관을 찾았다.’고 말한다. 체육관이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허나 싫어하는 사람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기 위해 가는 교회라도 교회에 나갈 정도라면 희망을 품은 아이다. 그러나 현실의 주먹짱은, 내가 알고 있는 주먹짱은 절대 이런 생각하지 않는다.

   똥주 선생. 외국인 근로자의 인간적인 대접을 위해 교회 건물을 사들여 운영하고 생활은 옥탑방에서 한다는 설정.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 악덕 기업주인 아버지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나 속죄라고 보기도 그렇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천사표로 단정하기에는 그 인물됨의 깊이가 부족해 보인다. 또 교회건물을 댄스 교습소로 전환한다는 것도 이야기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정윤하. 완득이의 여자 친구. 야한 만화 사건으로 범생이였던 남자 친구가 전학 간다는 부분. 정윤하의 부모가 어떻게 작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 이런 일로 전학을 간다는 설정은 정말 설득력이 약하다. 이보다 훨씬 약발이 센 사건에도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그냥 버텨낸다. 아이들이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통통 튕기는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밝고 희망적이어서 좋다. 소설 속에서나마 그래도 인간의 착한 구석을 드러내주어 이 팍팍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위로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한낱 이야기일지라도. 비현실적인 설정에 비해 너무 앞서가거나 오버하지 않는 잔잔한 마무리는 작가의 숨고르기와 피로 같은 것이 느껴지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글쎄 이 주인공들의 삶에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까 싶다.

   책을 덮으며 풀리지 않는 현실적인 고민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의 주먹짱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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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나무 2008-04-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읽고, 주제넘게 몇 자 남깁니다. 역시 현실과 소설에는 괴리가 있지요? 저도 며칠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희망이라서 그런지.. 선생님의 주먹짱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의미라서, 힘들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잘 이겨내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