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ㅇㅇ도서관에 가서 정회원에 가입하고 회원증을 만들었다. 다섯 권을 빌렸다.

오후에는 빌린 다섯 권 인증샷을 찍고 이 서재에 자랑삼아 올렸다가 잠시 후 삭제해버렸다.

내가 도서관 회원증을 만든 것이나, 다섯 권을 빌린 것이나, 나한테만 의미 있는 일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다섯 권의 책도 그렇다. 도쿄 관련 책이 세 권, 인도네시아 관련 책이 한 권, 그리고 어떤 배우의 에세이 한 권이 나한테나 관심 있지 도대체 남들에게도 관심거리가 되느냐 하는 문제. 그래서 삭제했는데 삭제하고보니 '도서관에서 책 빌린 얘기'를 왜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스럽지 않은가? 새 동네에 와서 도서관 회원증을 새로 만들었으니.


도서관의 좋은 점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다섯 권씩 마음대로 빌려보는 일

하루만에 다 읽던 일주일 연장해서 더 읽던 아니면 고대로 반납하건 그건 내 맘대로


도서관은 책더미 속에서 길을 찾는 곳


일 없어도 일삼아 도서관에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야 도서관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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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3-06-15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책을 살리고, 도서관을 살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누군가를 살리는 일입니다.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nama 2023-06-15 20:30   좋아요 0 | URL
네, 열심히 빌리고 열심히 해볼게요^^

서니데이 2023-06-1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소소동경이 있어요. 사진이 좋았던 에세이인데 휴일에 읽으면 여행가는 느낌으로 좋았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면 다양하게 여러권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아요.^^

nama 2023-06-15 22:34   좋아요 1 | URL
아, 읽으셨군요^^
도서관에선 책을 우연히 만날 확률이 높아서 좋아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이 있는 소설가 오정희를 나는 이렇게 기억한다.


  80년대 말 중앙대 문창과에 잠시 적을 두고 있었다. 한정없는 백수 시절, '글이나 써볼까' 하는 한량스런 생각으로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당시 소설에 뜻을 둔 친구들에게 소설가 오정희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오정희의 소설을 정성들여 필사하는 게 유행이었다. 허술하고 뻔한 대학 교육과정에서 글이란 홀로 터득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는 게 당시의 문창과 존재이유였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글쓰기는 독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럴 때 오정희와 같은 치밀하고 세련된 문체를 구사하는 소설가의 작품은 대학교수나 대학교재 이상이었다. 필사는 글을 쓰고 있다는 포만감과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과 불안을 재우는 데도 한몫한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오로지 소설가로서만 기억하고픈 작가를 오늘 뉴스에서 논란의 인물로 떠오른 것을 보고 있자니 착잡하다. 블랙리스트의 진위는 어디까지일까.... 소설가는 죽을 때까지 소설가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배우의 마지막 꿈이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것이듯 소설가는 마지막까지 펜을 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젊었을 때 간접적으로 만난 오정희는 내게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작가로 보였다. 나는 오정희 글을 필사하진 않았지만 오로지 순정한 마음으로 필사에 매달렸던 그 당시의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순수한 숭배의 대상이었던 소설가 오정희의 오염된 모습을 보는 건 괴롭고 부끄럽다. 늙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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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6-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연배에서 오정희소설가는 소설가들의 소설가였거든요.
신경숙도 오정희의 소설을 필사하며 글을 연마했다고 했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nama 2023-06-15 20:2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문학계의 우상 중의 우상이었고 여신 중의 여신이었는데요. 슬프고 씁쓸합니다.

지나 2023-06-1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정희의 뭐랄까 날카로우면서 끈적한 그런 문체가 좋아서 새와 불의강을 좋아했는데..안타깝네요

nama 2023-06-19 12:56   좋아요 0 | URL
무슨 영달을 위해 그랬을까요. 인생의 끝이 보일 나이인데....안타깝지요.
 


어제 친구들과 카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음식 얘기가 나왔다. 누구는 점심으로 먹을 스파게티 사진을 올리고, 누구는 애호박전을 올렸다. 음식 만들기의 어려움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한 친구가 엄마의 말씀이라며 문장 하나를 올렸다.


'머릿속에 있는 것은 입으로 안 들어온다.'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의 말씀 한 마디에 삶이 응축되어 있다. 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 남에게 기대어 사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걸 종종 깨닫는다. 그래서 적어본다.


아는 게 너무 많다

읽은 게 너무 많다

먹은 게 너무 많다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렸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았다

내 손으로 해먹지 않았다

내 손으로 치우지 않았다



쓰다보면 줄줄이 나올 터.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자기 손으로 밥 해먹는 사람과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 사람.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나도 한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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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우체부길 고영훈의 스토리텔링 인도네시아 문화유산답사기 1
고영훈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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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월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뽑은 올 상반기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여행 전에 도서관에서 대충 읽고는 '아무래도 구매해야겠다.' 싶었는데 친구가 생일선물로 책을 고르라기에 주저않고 이 책을 골랐다. 친구 덕분에, 인니 여행 덕분에 찰지게 읽은 책이 되었다. 여행 전에는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며칠 여행했다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와 지리과목은 보기도 싫었는데 삼십 넘어 시작한 여행이 이 과목에 학구열을 일깨워주었다. 대학 시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고 목구멍에서 나오지도 못한 영어에 대한 해결책을 여행에서 찾았다면 그 후의 삶에서 영어에 대한 원망은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나 괴로움의 대상 자체였던 영어로 30여 년 간 밥 벌어 먹어야 했다는 게 생각할수록 송구스럽고 아이러니하다. 역시 나는 머리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듯 몸을 움직인만큼만 조금씩 나아질 뿐이다. 책도 몸으로 읽어야 머리로 들어온다. 거짓말 못하는 몸 때문에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머리로만 읽은 책들은 몸에 남지 않는다는 걸 이제서야 겨우 깨닫는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서쪽 끝 아냐르에서 동쪽 끝 빠나루깐을 잇는 1,000킬로미터의 도로에 붙여진 이름이 우체부길이다. 이 도로를 건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다엔델스. 1808년부터 3년 동안 제 33대 총독으로 재임했는데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우체부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12,000명이 죽었다고 한다. 잔인성으로 이름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이 우체부길을 따라가면서 이 길에 얽힌 역사를 하나씩 짚어가는 게 이 책의 골자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도네시아 역사에 어렴풋이나마 흐름이 잡히는 것같고 흥미도 생긴다. 굳이 남의 나라 역사를 꼭 알아야하는 건 아니지만 친구 하나 사귄 듯한 뿌듯함이 느껴져서 좋다. 물론 친구의 아픔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책에 소개된 영화를 통해서 아픔을 들여다보았다.



액트 오브 킬링



<액트 오브 킬링>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비밀리에 벌어진 100만 명 규모의 대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 속 실제 대학살의 가해자들이 직접 살인의 장면을 재연해 낸 충격의 다큐멘터리로, 학살의 가해자들이 스스로 살인(KILLING)을 재연(ACT)한다는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인간의 도덕성과 악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와 '에롤 모리스'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올해 연작 <침묵의 시선>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알라딘 상품 소개글에서 인용)



영화는 학살의 가해자들이 스스로 영화를 찍는 장면과 그 과정을 찍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자그만치 5년에 걸쳐 찍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주인공)의 심경의 변화를 추적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처음 영화를 찍기 시작할 때의 뻔뻔함(전두환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이 후반으로 갈수록 피해자의 입장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절절하게 알게 되는 깨달음으로 변한다. (전두환 일족은 죽을 때까지 깨달을 수 있을까?)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또다른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The Look of Silence, 2014)은 피해자편이라고 한다. 감독은 가해자 편에 있는 사람들과 피해자 편에 있는 사람들을 함께 인터뷰했는데  


' 가해자 편에 있는 사람들은 공산당으로부터 국가를 구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고 애국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자 편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해됐다는 것이다.' (p.164)


1965년 9월 30일 발생한 공산쿠데타를 진압하면서 희생된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50만 명 비공식적으로 100만 명이며, 같은 인도네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살이라고 한다.


어떤 기시감? 남의 나라 이야기인데 꼭 우리 나라 이야기 같지 않은가. 제주 4.3 사건, 여수/순천 반란사건, 광주민주항쟁 등.



별 준비없이 다녀온 인도네시아 여행. 책을 읽고나니 더욱 더 허술한 여행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 유명한 솔로(Solo) 라는 도시에서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남의 결혼식장에 가서 음식만 축내고 왔었다. 다시 가게 된다면 이 책을 한번 더 꼼꼼하게 읽어야겠다. 인도네시아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해준 이 책, 옥에 티라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오타가 심하고 입말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실렸다는 것. 이를테면 '그라고'. 여행 끝에는 약간 정신이 흐려지기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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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다녀온 라벤더 꽃축제. 평일, 그것도 월요일, 밭에 심은 꽃만큼이나 사람들이 많다. 강원도에서도 한참이나 외진 고성. 가본 사람보다 못(안) 가본 사람들이 많을 터. 짧은 기록을 남긴다.




라벤더 색깔의 도로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저절로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온통 라벤더 세상


어디 라벤더 뿐이랴









베일같은 꽃. 그대 이름은? 로열 퍼플 스모크트리(royal purple smoke tree) 

자엽안개나무라네요.




호밀(rye)밭



횃불을 잡은 듯, 마음을 밝혀주는 라벤더 아이스크림.

꽃보다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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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13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로도 라벤더색이고 아이스크림도 연보라색이네요. 축제 사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nama님 날씨가 많이 더워졌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nama 2023-06-13 08:32   좋아요 2 | URL
라벤더에 눈이 호강했습니다. 사진을 좀 더 많이 올리지 못해 유감입니다.
서니데이님은 어느 계절을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이맘때가 참 좋습니다. 즐거운 날 되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3-06-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새벽에 ˝6월 축제˝검색을 했더니 라벤더 축제가 있더라고요

제가 본 건 ˝고창˝축제 같은데, ˝고성˝을 잘못 보았나도 싶네요.

아름다운 보라빛이네요^^ 6월 초중순, 딱 좋습니다. 화사하고^^

nama 2023-06-13 10:41   좋아요 0 | URL
다른 곳에서도 라벤더 축제가 열릴지 몰라요.

축제는 일부러 찾아가야 축제가 되는 듯 다녀오니 기분전환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