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나의 독서가,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한 권의 책에서 하나만 얻기 식으로 되고 있다. 내 취향이 좀 그렇다. 음식도 향이 강한 것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익히지 않은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고수, 걸죽한 짬뽕, 진한 커피, 생마늘, 청양고추.... 책도 강한 맛이 있어야 눈에 들어온다. 일단 강한 맛이 눈에 들어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강한 맛 하나로도 만족하니까.
메리 올리버의 이 시집에서 눈에 들어온 시 한 편. 이 시집은 다행히(?)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제대로 알건모르건 본모습을 대면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
That Sweet Flute John Clare
That sweet flute John Clare;
That broken branch Eddy Whitman;
Christopher Smart, in the press of blazing electricity;
my uncle the suicide;
Woolf on her way to the river;
Wolf, of the sorrowful songs;
Swift, impenetrable murk of Dublin;
Schumann, climbing the bridge, leaping into the Rhine;
Ruskin, Cowper;
Poe, rambling in the gloom-bins of Baltimore and Richmond-
light of the world, hold me.
감미로운 피리 존 클레어
감미로운 피리 존 클레어,
부러진 나뭇가지 에디 휘트먼,
전기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 크리스토퍼 스마트,
자살한 나의 삼촌,
강으로 가는 버지니아 울프,
구슬픈 노래 짓는 후고 볼프,
더블린의 짙은 어둠 조너선 스위프트,
다리 위로 올라가, 라인강에 뛰어드는 로베르트 슈만,
존 러스킨, 윌리엄 쿠퍼,
볼티모어와 리치먼드의 음울한 정신병원을 배회하는
에드거 앨런 포-
세상의 빛, 나를 품어주오.
존 클레어가 누굴까? 1793년 출생, 1864년 사망, 워즈워드, 셸리, 바이런과 같은 당대 유명한 시인들과 함께 영국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들의 그림자에 묻혀 평생을 무명으로 살아온 비운의 시인.(출처: 나무위키)
에디 휘트먼은 누구? 미국의 유명 시인 월트 휘트먼의 부러진 나뭇가지(장애인 형제) 동생.
다음, 다다음 사람은 누구? 이들을 공통으로 묶어주는 것은? 원문에 쓰인 sweet, light 를 빼면 설명이 된다. suicide, sorrowful, murk(암흑, 어둠) 등. 감미로운 인생을 살지 못한 유명인들이다.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시인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나는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light of the world, hold me.
세상의 빛, 나를 품어주오.
그러나 뭔가 불편하다. 시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빛이 비추지 않아서 고통을 겪은 것일까? 그들의 고통을 세상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묶음으로 처리된 그들의 최후. 그들의 억울함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