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처음으로 주눅들었던 때를 기억한다.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두 개의 산맥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서. 제우스는 그리스어, 로마어로는 쥬피터로 부르듯 그리스어 이름과 로마어가 따로 있다는 것. 이미 이런 상식으로 무장한 과친구들 앞에서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공부했나? 아니다. 그당시 시중에 나왔던 불핀치의 책을 집어들었으나 끝까지 읽지 못했다. 이후로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니 대충 알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늘 있었다. 마치 <성문종합영어>를 마스터하지 않으면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처럼.(뭐, 실제로도 그랬다. 성문종합영어를 수차례 통독하고서야 영문법이 잡혔다.)
그래서 요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 중고서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다. 것보다도 이 책의 지은이 한호림은 발로 뛰는 분이시다. 발로 뛰며 쓴 책은 저자의 숨소리 같은 게 느껴져서 좋다. 혼자 흥분해서 열을 올리며 잘난 체하는 것도 좋다. 생기가 있으니까.
무더위와 싸우는 기분으로 두 권을 읽었더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박홍규의 책.
그리스/로마 신화 디톡제로써 제격이다.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선 이런 책도 필수. 괜히 주눅들어 우러러보며 신화를 접해서는 안될 터. 엉성하게 아는 것보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그리스/로마 신화는 평생 읽기 프로젝트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읽을 바에야 제대로 읽어야지 싶다.
이건 다른 얘긴데....<성문종합영어>의 원래 이름은 <정통종합영어>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이 영어참고서가 제게는 더 신화같다는 말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