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외교관의 여행법 바람구두 여행문고 1
박용민 지음 / 바람구두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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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에 읽었으나 가치를 몰라봤던 책. 인도네시아 얘기가 알차게 실려있다. 다행인 건 그래도 책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 책을 읽었다고 읽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 겸손하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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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과 엄나무순, 머위순 철이 지나고 취나물 철이 되었다. 씨 뿌리고 가꾸지도 않은 자연산 나물 뜯는 재미가 쏠쏠하다. 친절한 이웃은 나물 이름과 쓰임새를 알려주고 심지어 자신이 알고 있는 자생지도 선뜻 가르쳐준다. 고마운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참취. 마트에서 파는 취나물보다 향이 강한데 향기로 확인하면 된다.




미역취. 이파리가 길쭉하고 향은 밋밋하다. 된장국으로 끓여보니 시금치보다 맛나다. 아마도 미역을 구하기 힘든 시골에서 미역 대신 먹어서 미역취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수리취. 일명 떡취. 떡해먹는 나물이다. 위의 취보다 잎이 훨씬 크고 잎뒷면이 하얗다. 참취 데칠 때 잎 두어 장을 함께 데쳐 나물로 무쳤는데 잎이 질겨서 껌처럼 씹히고 잘 삼켜지지 않는다. 떡으로 해먹는 이유를 알겠다. 쑥떡보다 맛있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볼 만하다.


이밖에 곰취도 있고 병풍취도 있는데 내 손으로 채취할 수 없어서 생략한다. 취의 대왕은 단연 병풍취인데 대왕이 빠진 취나물의 세계가 좀 허전하다. 대신 다른 걸로.




척보면 알 수 있는 이름, 우산나물.




가파른 산에 올라야 만날 수 있는데 무리지어 있고 이파리가 실해서 수확량이 많다. 향이 약하지만 맛이 참신하다. 향보다 맛이 뛰어나다.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먹어봐야 알 수 있는 맛.



산나물의 세계가 참으로 즐거운데 이젠 서서히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팔팔할 땐 이런 나물의 세계를 몰랐고 이제 좀 알만하니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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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곰취 곰취...하는 건 들어봤는데, 수리취 미역취 참취.
nama님 감사드려요. 사진만 봐도 좋네요.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분이 계셔서^^

nama 2023-05-07 09:58   좋아요 0 | URL
벌개미취도 있어요. 이건 제가 먹어보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어요.
감사합니다.^^
 


여행 갈 때 미리 정보를 세세히 알고 가는 게 좋을까, 대강만 알고 가는 게 더 설렐까? 영화를 볼 때 줄거리를 미리 알고 보는 게 신날까, 제목만 듣고 그냥 직접 보는 게 더 흥미로울까? 그림 전시회를 갈 때 화가에 대한 이력을 살펴보고 가는 게 유익할까,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왜 유명한지 따지러 가는 심정으로 가는 게 더 집중력이 생길까? '더'라는 말을 첨가한 것으로 보아 나는 후자를 따르는 편이다. 미리 아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서 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게으르다면 게으른 습성일지도 모른다. 모험이 사라진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반항 같은 것이다.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로즈 와일리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회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양반은 영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그림쟁이라는 사실을 내가 몰랐다는 사실이다. 1934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치면 90세인 로즈 와일리에 급관심이 생겼다. 모지스 할머니를 떠올렸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 모지스와 같은 분이 또 있구나, 하고 설레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다. 원래 그림을 공부했는데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40대 중반에야 다시 예술학교를 다니면서 그림을 시작, 70대 중반에 신진작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 지금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결혼이 발목을 잡았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I want to be known for my paintings - not because I'm old."    - Rose Wylie


"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 Rose Wylie




강릉아트센터



다음은 로즈 와일리의 작품









<인디언을 고문하는 스페인사람들>




<Korean Children Singing> 

노래하는 북한 여학생들. 정치적인 의미는 생각하지 말고 감상하시길.


로즈 와일리의 그림은 천진난만하게 보이지만 그것을 철저히 계산된 의도로 보느냐, 의도 자체를 떠난 무아의 경지로 보느냐...이 둘 사이의 어딘가가 아닐까. 당연한 말인가?




다음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











love 와 장갑(glove)이 무슨 상관? love가 쓰인 점이 공통점. 그림으로 나타낸 언어유희가 되겠다.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가 갈 때까지 간 느낌이랄까. 그림에서 감흥을 찾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일까? 현대미술을 모르는 무식한 소리?



마이클 크레이그는 누구? 설명을 옮기면,


'초창기 개념미술가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그는 교육자로서도 인정받았다.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 특히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양성/배출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데미안 허스트, 줄리언 오피, 트레이시 에민 등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가르침 아래에서 각자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세계적 명성을 쌓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이 분의 그림을 해석이나 설명없이 직관적으로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현대미술이 불편한 이유.



"나는 늘 경이로운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작품을 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죠. 익숙한 것을 거대해 보이게 하는 것, 이것만큼 쉽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 Michael Craig Martin





저는 감동받지 못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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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거의 일이년 주기로 외장하드에 옮겨놓곤 했다. 애써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야멸차게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하면서 저장했지만 지금까지 보건데 그 사진을 필요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예전엔 500장 정도 들어가는 두툼한 앨범을 장만하여 사진을 저장하곤 했는데, 한 10여 권의 앨범이 모아졌을 무렵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것이다. 저장 매체도 cd로 사진을 굽다가 usb 로 넘어갔다. 카메라도 바뀌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사진을 찍을 때 한 호흡 숨을 참는 버릇이 나오곤 한다. 삭제가 쉬어졌으니 예전보다 쉽게 버튼을 눌러 결과물의 양적 팽창을 가져왔으나 사진에 대한 애착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인화와 현상을 거친 사진을 만지고 들여다 볼 때의 떨림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외장매체에 저장하건 클라우드에 저장하건 예전같은 애착과는 거리가 멀다.


며칠 전, 여행을 앞두고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외장하드로 옮기다가 깜짝 놀랐다. 일년치의 사진이 사라져버리고 최근에 찍은 이틀치만 남아 있었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처음엔 안타깝고 아쉬웠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찍은 사진, 딸의 벅찬 대학 졸업식 사진, 새로 알게 된 꽃을 담은 사진, 댕댕이를 순간 포착한 사진, 어쩌다가 잘 나온 셀카 사진도 있는데... 남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본 결과, 사진을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달라질 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차피 지금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사진을 남기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찍은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나머지는 어찌되든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사진을 이렇게나 좋아했었나?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텐데 사진은 남겨서 뭐하나, 라는 생각에 사진 따위 남기지 않는다는 남편 말에 어느덧 물들어버렸나?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을 추구. 그렇다면 이런 블로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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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라도 좋다. 하여튼 타블라를 갖고 싶었다...이렇던 차에 짬짬이 들여다본 당근에 타블라가 떴다. 1만 5천 원. 지난 1월 초였다.


옛날식 밥상에서 밥 먹고, 쪼그리고 앉아 나물 캐고, 소파에서 책 읽고, 방바닥에 신문 펼치고 읽고...그랬더니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라도 식탁을 사용하자, 했더니 남편이 당근에서 식탁을 발견했다. 그것도 나눔(무료)이었다. 엇그제.


식탁은 있는데 당장 의자가 시원찮다. 견물생심이 아니라 생심현물(?), 마음을 먹으니 물건이 나타나네. 당근에 플라스틱 의자가 떴다. 3개에 일만 원.



딸아이는 동묘를 다니면서 옷을 구입한지 꽤 되었다. 딸아이에게 맞지 않는 작은 옷가지는 종종 내 차지가 된다. 요즘도 그렇게 구입한 2천 원짜리 바지를 즐겨 입는다.


남편은 당근 매니아. 당근으로 구입한 물건이 적잖다. 기타, 각종 공구, 함지박, 책상, 의자, 탁자, 식탁, 가전제품(이건 실패할 확률이 높음), 퇴비, 청자켓, 안전모, 겨울 작업복, 등산화, 앵글 선반...... 그중 태그를 떼지 않은 새제품인 겨울 작업복은 딸아이 첫 출근복으로 요긴하게 입었다.


우리 댕댕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지 5년 차. 12살. '우리 멍멍이도 중고네' 한다면 딸은 뭐라고 할까? 분명 한소리 들을 터.



당근 덕택에 여러 동네에 가본다.

초고층 오피스텔 꼭대기층, 전망이 인상적이었다. 

송도의 새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흡사 지하도시 같다고나 할까.

시흥의 거북섬, 안개 낀 밤에 당근하러 갔더니 그 앞에 인공 서핑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시흥 산업단지 옆 빌라촌, 외국인 근로자와도 당근 거래 가능하네.

옆동네 아파트, 몇년 전 퇴근 길에 오다가다 만나 안면을 튼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여전히 아파트 청소를 하신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아직 건강하시다고. 

학교앞 동네, 당근하러 나온 청년이 아무래도 제자 같다고 자기 대신 거래하라고 등 떠민 남편, 체면도 생각해야지.



당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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