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
유성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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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도 나올 수 있군요. 눈이 번쩍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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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2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성환, 이분 강의도 몇 차례 들어봤는데, 이런 책도 내셨군요. 이집트 상형문자는 따라 쓴다기 보다 따라 그린다는 느낌일 것 같은데요. 재밌습니다.

nama 2024-11-03 16:52   좋아요 0 | URL
컴퓨터를 자주 켜지 않아서 답글이 늦었어요.
이분은 잘 모르는데 유명하신 분인 것 같네요.
 

쓰는 속도는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읽는 속도는 책을 구매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 안의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에 쫓기듯 다수의 책을 껴앉고 있다. 책은 나날이 쌓이고 생각도 중구난방이다. 내가 뭘 읽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그래도 내가 읽은 책은 흔적은 남기고 싶다는 이 마음. 인정욕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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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이 입문용 기본서라면 <육두구의 저주>는 심화학습용이다. 전자는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과 감칠맛이 있고, 후자는 깊이 읽기의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 번역의 어려움도 생각해보는데, 번역자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야 글이 매끄럽고 명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해봤다. 


<육두구의 저주>에서 자본주의 발생에 관한 부분을 읽어보면,


(170쪽) 자본주의는 결코 서구에서 유래한 게 아니다. 그것이 형성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유럽의 식민지 정복과 아메리카 인디언 및 아프리카인의 대대적인 노예화였다. 자본주의가 주로 자유노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심지어 서구 공장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비백인 노동자들이 강압적 근로 조건 아래 생산하던 19세기와 20세기에 조차 사실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서구인이 다수의 여러 민족을 향해 - 그들의 신체, 그들의 노동, 그들의 신념, 그리고 (특히) 그들의 환경에 -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구 제국이 군사적 지정학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반다제도의 재편을 통해 분면하게 보여주었다시피, 자본주의는 다름 아니라 제국의 부수적 결과였다. (중략) 세계의 종말보다 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서구의 절대적인 지정학적 우위의 종말이다.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갈 이름은?


(40쪽)"일부 국가에서 민법에 의해 불법화되고 금지된 특정인이 존재하듯 자연의 법 및 여러 국가의 법에 의해, 또는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불법화되거나 금지된 국가들도 있게 마련이다." (   )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방탕한 국가는 기실 국가도 아니요, 그저 자연법칙에 비추어볼 때 완전히 뒤떨어진 "불온한 사람들의 떼거리"일 따름이다 그런 연유로 "시민 정신이 투철하고 치안이 잘 갖춰진 국가가.....그들을 이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것은 합법적일뿐더러 신의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이런 무서운 말을 한 인물은....철학자이자 잉글랜드 대법관을 지낸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 뭐 이런 생각을 한 인물이 이 사람뿐이던가. 


(356쪽) 오늘날 인류의 (대다수는 아니라해도) 상당수는 과거의 식민주의자들처럼 살아가고 있다.


지난 3월 필리핀 세부 여행 중 호핑투어를 한 게 내내 기억에 남는다. 호핑 투어 사장은 40대 초반의 건장하고 잘생긴 한국 남성. 손님 두 명당 현지 고용인 한 명씩 배정하여 진행되는 투어는 현지 고용인의 헌신적인 노동으로 이뤄진다. 처음 보는 손님 앞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흥겹게 춤을 추며 비위를 맞추는데 그들도 그 일이 어디 쉽겠는가. 투어가 끝날 무렵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음식과 술(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에 취한 그들의 모습에 고단함과 비루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작년 인도네시아 미니버스에서 만났던 여성. 가족을 떠나 대만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던 여성. 


서울에 온 필리핀 가사도우미 여성들.


포장만 그럴듯하지 결국 식민주의의 다른 모습들.


(동남아를 빼놓고 해외여행하는 내 친구들에게 동남아 여행을 권함.)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종교개혁가 칼뱅의 독선에 목숨 걸고 맞선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이야기.

"진리를 구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로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어떤 신념을 갖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신념은 자유다."를 온몸으로 보여준 카스텔리오.

















바로크 이야기. 카라바조 전시회가 곧 열린다는데 때마침 이 책이 나온 건 우연이겠지.<육두구의 저주>에서 서양미술사에는 서구식민주의와의 관련성을 언급한 예가 없다며 한탄한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읽었더니 어쩐지 책이 싱거워지더라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글이 너무 쉽고 매끄러워서 가독성은 좋지만 기억에는 별로 남지 않는다는 점. 문장에 힘을 주며 읽는 글은 읽기에 고통스럽지만 뇌리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건 확실하다. 
















뉴욕에 다시 간다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말고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 

클로이스터즈, 프릭 컬렉션, 더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등.
















잽싸게 읽고 중고로 되판 책.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내 취향이 아닌듯해서. ㅎ.















무릎이 아파서 네다섯 군데 병원을 들락거렸는데도 차도가 없어 책 한번 보자고 샀다. 헐... 책 먼저 읽고 병원에 갈 것을. 이 책에 나온대로 간단한 근력 운동을 했더니 입에 달고 살던 "아야야" 소리가 반쯤 줄었다. 그래서 한 권 더.















<무릎 좀 펴고...>와 비슷하니 굳이 ....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 그래서 한 권 더.















동년배의 책을 읽는 맛이 각별하다. 예전에 엄마의 '개뿔'이란 말을 들었을 때 제스처로 머리 위에 뿔 모양을 그리며 킥킥댔던 작은오빠가 떠올랐다. 개뿔 같은 세월과 함께.

















한겨레신문 고명섭 기자의 책. 하나같이 어려운 책을 하나같이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글을 읽는 감동. 근데 몇권이 기억에 남을라나.....

















책을 사지 않는다는 분이 쓴 책. 토종 같고 풀뿌리 같은 느낌의 구수함이 살아있는 책.



오르한 파묵의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읽었다. '나의 아버지의 여행 가방'

내용 중 글을 쓰는 이유


As you know, the question we writers are asked most often, the favorite question, is:

why do you write?

I write because I have an innate need to write!

I write because I can't do normal work like other people.


글을 쓰는 이유는 계속 이어진다.


내가 쓴 책들과 같은 책들을 읽고 싶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에게 화가 나서 결국 모든 사람에게 화가 나기 때문에,

하루 종일 글을 쓰며 방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삶을 바꾸어야만 진정한 삶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

...

그리고 문학이 가져다주는 영광과 관심을 좋아하기 때문에,

홀로 있기 싶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작가 한강 덕분에 하루하루가 새롭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펼쳐지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읽는 맛도 각별하다. 한강 덕분에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내 생애에서 볼 수 있어서 즐겁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연설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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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2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저 미리 책 사두기 잘 안하는 편인데, nama님 서재 오면 그게 잘 안되요 ㅠㅠ

nama 2024-11-03 16:53   좋아요 0 | URL
저도 hnine 서재에 들어가면 늘 갈등이 생겨요. 이 책도 사야 되는가 보다...하고요.ㅎ
 

다리 하나 없는 개울을 폰툰이라는 부교를 설치하여 겨우 물을 건너고, 묵혀둔 땅을 일구어 밭을 만들어서, 올해는 삼 년 키운 도라지로 도라지 정과를 만드는 즐거움도 누렸다. 비야 여름이면 내리는 거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계곡물이 불어나는 위험성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 개울 둔치에 세워둔 자동차가 물에 잠긴 모습을 아침밥을 먹고도 한참 지나서야 발견했다. 오두막에서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아서 일부러 내려가야 하는데 계속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몸 사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나, 흠.




이렇게 잠기기 시작한 자동차한테 가려면, 목숨 걸고 저 물살을 헤치며 갈 수는 없고, 철옹성으로 둘러싼 옆집의 마당을 가로지를 수도 없는 노릇. 길도 없는, 경사가 급하고 나무가 우거진 정글 같은 뒷산을 타고 가는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차를 언덕으로 이동 시킨 후 한시름 놓긴 했다. 나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남편이 이 모든 일을 담당했다. 그게 지난 일요일이었다.


지난한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폐차 수순을 밟아서 오늘 자동차가 떠나갔다.




남편은 약속한 모임에, 딸은 직장에, 나 홀로 떠나가는 차량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삐질삐질 나온다. 작년 11월 시어머니 상, 연속으로 이어지던 시이모님 두 분 상, 얼마 전 작은아버지 상에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건만. 구순을 넘기신 분들의 자연사는 예견된 것이지만 식구 같은 자동차와의 이별은 너무나 갑작스러워서일까. 잘 가라, 2015년 생 싼타페야.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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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4-09-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이 되어주던 자동차, 떠나보내며 눈물 글썽이는 거, 저 잘 압니다. 물난리에 저렇게 보내려니 더 그러셨겠어요.
천사의 나팔이 예쁘게 피었네요.

nama 2024-09-28 08:34   좋아요 0 | URL
반은 트럭으로 사용한 차량으로 서쪽과 동쪽을 오가며 생활을 같이 했었는데... 식구 하나가 사라진 듯해요. 그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듯해요.

천사의 나팔은, 아파트 주민이 심은 것 같은데 단지 내 구석구석 예쁜 꽃들이 피어있어요. 마음씨 착한 분들 덕분에 마음에 빛이 드네요.

불한당들의 모험 2024-10-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컥!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다가왔습니다.
물살 너머 있는 새하얀 빛이 구리구리한 빛을 뿜어내는 우리 차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라 제 맘까지 아프네요.

nama 2024-10-18 10:35   좋아요 0 | URL
트럭 겸 사용해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 그 상처 하나하나에 마음이 실렸었는데...모두 옛 이야기가 되었네요.
 















마중물 같은 책이 읽고 싶었다. 더위와 더위 걱정에 집중력은 떨어지고,, 뭔가 자꾸 심드렁해져서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보곤 휙 집어던졌던 이 책을 중고매장에서 구입하고야 말았다. 내 사랑하는 도서관은...이용하기가 너무나 불편하다.


익히 알고 있는 사노 요쿄의 이런 말들이 좋아서 옮긴다.


(240)"그렇다니까. 게다가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류머티즘 같은 건 점점 나빠지기만 할 뿐이고 계속 아픈데도 낫질 않잖아. 죽을 때까지 인공투석을 해야 하는 병도 있고,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말을 못하게 된다거나 몸은 건강해도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 어째서 암만 가지고 '장렬한 싸움'이니 뭐니 하는 건지. 딱히 싸울 필요도 없잖아. 난 싸우는 사람 질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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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1.

80년대쯤인가, 동네와 동네를 잇는 시내버스를 갈아타면서 1번 국도를 종주하면 재밌을 거라고 제안한 사람이 있었다. 개그맨 전유성이다. ...수원 - 병점 - 오산 - 송탄 - 서정리 - 평택 - 성환 - 천안.....이렇게 지역명을 나열했던 그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양반은 어디까지 가봤을까, 내내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가. 낯선 버스를 보면 종점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이사온 동네에 낯선 버스노선이 눈에 들어왔다. 찜통 더위에 하루종일 에어컨 틀고 앉아 있기가 미안한 어느 날, 000번 버스에 올랐다. 수많은 정류장 중에 <경기도자박물관>을 목적지로 정했다. 서쪽방향 생활권을 벗어나 평소에 갈 일이 없는 동쪽방향 지역으로 빠져나가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전혀 낯선 길은 아니었다. 예전에 홍천을 드나들며 잠시 농사 흉내를 내던 시절에 뻔질나게 지나다니던 도로와 도로변 충전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난생 처음 가는 길로 접어들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형지물을 살폈다. 별 특이할 것도 없는 풍광이지만 처음 보는 풍경은 기분전환이 된다. 내겐 아무래도 이주형 유전자가 콕 박혀 있는 것 같다.


박물관 입구에서 하차. 동선을 따라 걷다보니 박물관보다 도자기판매업소가 가까워서 그곳부터 둘러보았다. 넓은 매장에 손님이 적은 탓인지 입사한 지 보름되었다는 판매원분이 이를 데 없이 상냥하다. 마침 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며 세 곳의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무료입장권을 건넸다. 아, 이 친절을 어쩌나.




셋째줄 세번째의 '불수감'이 낯설다. 설명에 따르면, "불수감은 모양이 부처의 손과 같은데다 '불佛'과 '복福'의 발음이 유사해 다복多福으로 이해된다." 이해가 되나? 불과 복이 발음이 유사한가? 지금도 어쩌다가 백화점 과일 매장에 등장한다는 과일이 조선시대에 그림 소재가 되었다는 게 흥미롭긴하다.




박물관 전시실에 있는 경기도 도자요 지도. 특히 김포를 보시라.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킨다고? 차라리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으로 바꾸는 게 나을 듯. 


경기도민으로 태어나서 경기도민으로 살고 있는 나는 다른 데는 이렇게저렇게 연결고리가 있어 다 가보았는데 유독 구리와 동두천과는 인연이 없다. 조만간 답사해보리라.


박물관을 벗어나 한 정거장을 걸어가니 소머리국밥 동네가 나온다. 유명한 배연정소머리국밥 말고 그 옆집인 시레기전문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먹으니 오늘 소풍 완성!



소풍2.

역시 에어컨 켜기 미안한 날 밖으로 나갔다.

양평 두물머리와 수종사



뭔가 처연한, 

눈치, 염치도 없는 권력자는 당당,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


명절날 시댁에 간 아들과 며느리 같은,

아들은 소파에서 뒹굴고, 며느리는 주방에서 종종거리고.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평 두물머리. 

남양주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 시원한 전망보다도 저 높은 곳에 절을 짓느라 고생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당신은 즐기고 나는 일하고.




두물머리의 명물 연핫도그. 핫도그에 시니컬한 내 입맛에도 맛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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