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5시간 수업하고 중간의 빈 시간에는 공문 2개를 썼다. 학부모와의  전화 통화나 문자는 언제부턴가 틈새를 메꾸는 일이 되어버렸다.*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대비 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화요일- 나이 오십 넘으면 수업연구 같은 쇼 안시킬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교과서 수업 시범은 죽어도 못하겠어서 밥 말리의 <Three Little birds>와 비틀즈의 <Let It Be>를 비교분석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중1짜리 수업에서 얼마나 먹혔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정도도 내 마음대로 못하면 숨막혀서 못살것 같다. *0교시 수업이 있었다.*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수요일- 학부모 공개수업 있는 날. 1교시 부터 6교시까지다. 어제 써먹었던 수업지도안을 그대로 활용했다. 어차피 학부모 공개수업도 쇼다. 그럴 바에야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옳다. 내 수업에 들어온 학부모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건 늙은 선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함일까, 재미 있어서일까. 살짝 궁금. *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목요일- 어쩌다가 내가 맡은 업무분장 분야가 통일 담당이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일, 기대조차 하지 않는데 해야할 일은 있다. 안보교육건으로 경찰관 두 명이 와서 동영상 상영과 강연을 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이것도 행사라고 관리자들은 매끄러운 형식을 원하는데 약간 우왕좌왕하는 꼴을 보였다. 아까운 한 시간을 복도에서 행사 지켜보느라고 보냈다. *0교시 수업이 있었다.*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퇴근 후 조샘, 민샘, 안샘 등과 함께 신당동에서 가서 최정원이 나오는 <에디뜨 삐아프>를 관람했다. 최정원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다간 단 일주일도 못가서 죽고 말 게다, 나 같은 인간은.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가 넘었다. *0교시 수업이 있었다.*온라인 연수를 들었다.

금요일 - 아침 8시부터 30분간 교문 지도하는 날. 한 학년 담임들이 전부 출동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아래로 째린다. 아시는지? 교문 지도할 땐 아이들 얼굴이 안보인다. 얼굴을 보면 지는 거다. 얼굴 빼고 두발과 복장, 신발을 동시에 보면서 교칙에 어긋난 부분을 칼같이 잡아낸다.  

오후 3시, 영어과 협의회가 있었고(매주 있는 일이다), 오후 4시 학년 협의회가 있었다(이것도 매주 있는 일이다). *0교시 수업이 있었다.*온라인 연수를 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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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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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 하면 알래스카가 떠오르고, 알래스카, 하면 호시노 미치오가 떠오른다.  

10대의 어느 날, 헌책방에서 우연히 본 알래스카의 사진을 보고 정확하지도 않은 주소로 알래스카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이 왔다. 그 우연한 인연으로 그는 알래스카에 가게 되었고, 그후 평생을 알래스카에서 사진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불곰의 습격으로 바람같이 세상을 떠난 이 전설같은 인물이 호시노 미치오이다. 

연전에 읽었던 <여행하는 나무>도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 이 책은 한층 더 야생의 진수를 보여주어서인지 말 그대로 눈물나게 하고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하나 하나에서 호시노 미치오라는 사람의 진면목이 그대로 느껴진다. 얄팍한 경험이나 인간성에 비해 화려한 글이 주는 허무함이나 경박함을 얼마나 맛보았던가, 그간. 차라리 어눌한 한마디가 때로는 가슴을 더 파고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뭐랄까, 진정성이랄까, 뭐 그런 진짜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도 그냥 멋지다거나 예쁜 사진이 아니다. 가슴을 파고든다.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사진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팔 수도 있다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마디로 전율이다. 이 책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카메라 잡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야수 같은 중딩 녀석들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면서 나는 내내 속으로 울었다. 호시노 미치오의 진짜 야생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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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박사 2011-08-12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허영만, 박영석, 김태훈, 캠퍼밴 타고 대자연의 성찬을 맛보다 탐나는 캠핑 3
허영만.김태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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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운전면허가 있으면 하는 곳, 여행 천국,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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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박힌 한반도 - 박석수 요절시인 시전집 시리즈 8
박석수 지음, 이승하.우대식 엮음 / 새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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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임을 알게 해준 시와 시인이 있었다. 바로 박석수와 그의 쑥고개 연작이다. 부전공으로 국문학을 접하면서 시인 김남조의 강의를 들었었는데 중간고사였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그 감상을 쓰는 것이 시험문제였는데 나는 그때 박석수에 대해서 썼었다. 그의 쑥고개 연작에서 느꼈던 전율이 지금도 그대로 내 몸 세포 속에 남아 있다.  

얼마전 우연히 알라딘에서 그의 시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그의 시집은 처음이었다. 1979년, 한 시화전에서 만난 그의 시 몇 수와 문예지에서 베낀 시 몇 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첫사랑의 감동 같은 환희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환희는 서러운 것이었다. 시를 보자.  

  •    
     

    심청을 위하여 
    -쑥고개 1 
     
    헐벗은 우리의 가슴에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미군들의 털북숭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누이야. 
     
    내 몸과 바꾼 15불의 화대로도 
    애비들의 눈은 
    뜨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연꽃은  
    끝끝내 
    피어나지 않는다.  

    내의 껴입을수록 더 추워지는 
    이 겨울을 
    맨 정신으로 살아내기 위하여. 
     
    눈 부릅뜰수록 더 어두워지는  
    이 세상을  
    좀 더 바로 보기 위하여 
     
    인당수보다 더 깊고 깊은  
    수렁 속에 던져진 
    우리들 마지막 기다림 하나. 

     
       
 
이 시를 통해 나는 단번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1983년에 나왔다는 두 번째 시집 <방화>- 그의 시집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미국의회도서관'에 비치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미적인 성향으로 보였나보다. 나는 다만 그 시집에 실렸다는 다음의 시를 그저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에 와서 1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입이 향기로웠다. 
 
금붕어처럼 퐁퐁 입으로 
예쁜 방울만 뿜어내는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입만 향기로웠다. 
 
(생략)
 
   
 
*쑥고개: 지금은 경기도 평택시 소재이지만 한때는 독립적인 행정구역으로 송탄시로 불리기도 한 곳. 미공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 중 필리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 시집은 요절시인 시선집 시리즈 중 8권으로 나왔다. 요절시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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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한겨레 신문에서 이 책에 관한 기사를 읽고 몹시 궁금해진 책. 이 책의 저자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지 않을까 싶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책이다. 

 

 

 

   

2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해 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한 번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 다 지나간다" 는 위로의 한 말씀이 일상을 견디게 한다. 

 

 

 

 

 

끊임없이 여행기가 출간되는 이유...이 땅이 너무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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