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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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참고서? 새삼! 그냥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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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효소 이야기 지리산에서 보낸 시리즈
전문희 지음, 김선규 사진 / 이른아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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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접하는 전문희의 책은 두번째이다. 먼저 책은 읽은 지가 꽤 되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산에서 사는 분이 직접 경험한 것을 쓴 책이어서 나름 감동적이었고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갖게 했던 기억이 난다. 선물로 주기위해 몇 권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 책에는 여러 가지 야생초를 이용한 차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나도 흉내낸답시고 칡꽃차를 만들어보았다. 결과는...힘들게 만들었는데 몇 번 먹어보지도 못하고 곰팡이가 슬어 그냥 버렸다는 사실.  

하여튼 그 책을 읽은 후로는 길가에 핀 야생초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분야의 책을 즐겨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기회가 되면 그 분야에 관한 책을 정리해서 리스트라도 한 번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 중이다. 

그래서 지난 6월 초 코엑스에서 열렸던 차 문화 관련 박람회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구입하게 되었는데...물론 20% 할인이라는 유혹도 작용했고...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간 꽤나 사람 때문에 심적 고생이 심했나보다. 서운했던 일 가슴 아팠던 일을 많이 썼다. 먼저 책처럼 어떤 정보가 들어있지 않을까 했는데 기대 만큼은 아니었다. 하기야 정보라든가 비법 같은 게 많이 실려있다한들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나 있나. 

여기에 실린 내용을 따라하기에도 벅찰 뿐이다. 이 책이 제시한 대로 사시사철 무슨 수로 효소를 담글 수 있겠는가. 그것도 도시에 살면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면서. 

그런데 이 분의 책을 읽으면 묘한 실천력이 생긴다. 전에는 칡꽃차를 만들어보았듯 이번에는 앵두 효소를 만들었다. 효소라는 어감이 낯설어서 그렇지 이 효소 담그는 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이 책을 접해보면 안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는 울타리 주변에 앵두 나무가 두어 그루 있는데 아무도 이 앵두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따먹지도 않는다. 대개 승용차로 출퇴근하니 앵두가 있는지도 빨갛게 익어가는지도 알 도리가 없다. 나 같은 운전면허 없는 뚜벅이과에 속한 부류에게나 눈에 띌 뿐이다. 

앵두가 빨갛게 익을 무렵 이 책을 보니 앵두 효소 담그는 방법이 나와 있다. 절호의 기회다. 그간 새로 옮긴 학교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이 앵두 나무 덕에 갑자기 이 학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는 거. 

앵두 효소가 적당히 발효되면 지난 봄에 만들었던 민들레 효소와 더불어 올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년 여름에는 민들레 효소에 찬물을 타서 갈증을 해소하며 얼마 안되는 효소가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또 하나의 소망.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가보고 싶다. 우리 엄마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 나는 꿈조차 꾸기 어렵다는 게 참 말이 안된다. 난 대체 뭘 위해 책을 읽는지.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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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차 한잔 - 신비의 나라 부탄에서 온 편지
브리타 다스 지음, 이은숙 옮김 / 문학의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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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캐나다 출신의 물리치료사가 부탄에서 보낸 일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봉사활동을 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부탄의 의료 상황, 가난한 시골 사람들의 참상, 빈곤하지만 순박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인도 의사와의 연애와 결혼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요즘엔 워낙 모험담이나 여행담이 넘쳐나는 시대라서 이 정도의 이야기로는 사실 새로울 것도 없고 눈길을 끌 것도 별로 없다.

물론 불교 왕국인 부탄의 종교를 빼놓고는 부탄을 설명할 수 없으니 종교 얘기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별반 새로울 것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티벳 혹은 히말라야에 관심이 있거나 히말라야에 가 본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 쪽도 정보가 넘쳐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이런 말을 한다. "세상이 더 변하기 전에 오지를 다녀와야 한다"고. 그 오지 중에 속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부탄이다. 몇 년 사이 히말라야 여행이 대중화되었듯 머잖아 부탄도 그 대중화의 물결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지금은 여행자 수를 제한하는 엄격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쉽게 갈 수 없는 오지의 세계인 부탄을 좀 더 알 수 있을까, 해서 읽었지만 역시 아쉬움은 그대로 남는다. 일 년을 그곳에서 보낸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여행자의 시각이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인이 본 동양의 세계는 기초적인 이해 단계에 머물기 십상이다. 

신선하다면, 20대에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용기와 개척과정(?)이다. 그러나 따지고 볼 때 오지의 세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가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얘기가 무슨 대단한 개척과정이 되겠는가. 

그러나, 그저그런 경험담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하는 이 심사는 일종의 질투심이 아닐런지....20대를 맥없이 보낸 자의 쓸데없는 투덜거림에 불과할 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풋풋한 모험의 세계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늙어버리고 지쳐버린 자의 부질없는 푸념일 뿐. 결국은 부러움이고 질투심이다.

이런 책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속한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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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and Piece (Paperback)
뱅크시 지음 / Random House Uk Ltd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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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만화책이 나쁜 책이라는 관념이 나도 모르게 주입되어서 만화책을 멀리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만화책을 술술 넘겨가며 보지 못한다. 그림에 빠지거나 글에 빠지거나 해야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어렵다고나 할까. 

하물며 벽에 낙서라니...유럽에서 숱한 낙서들을 보면서 낙서 자체를 혐오했었다. 이런 답답한 고정된 생각들을 이 뱅크시라는 게릴라 낙서 아티스트가 한방에 날려버렸다. 통쾌하다. 전율이다. 

전쟁, 자본주의, 예술, 환경, 사회....그의 주 공격 대상이 되는 것들이다. 공격! 그의 작품은 내가 보기에 기존관념과 권력에 대한 공격 그 자체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접하면 기존의 안일한 생각들이 공격을 당하는 듯한 충격에 빠지는 것이다. 

낙서가 세상을 공격하다니... 

요즘 유행하는 아름다운 동네 가꾸기에 애용되는 벽화의 개념에 뱅크시의 메세지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해보는데... 

참고로 이 책의 번역서가 더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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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교실에서 언성을 높이지 않는 날이 없다. 단 하루도 조용히 흘러가는 날이 없다. 

급식 풍경이다. 힘 센 남학생 녀석들이 맨 먼저 밥을 타먹으려고 남 눈치 보지 않고 대뜸 식판부터 들고 달겨드는 것쯤, 그래 아침밥을 안 먹고 왔거나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었다고 치자. 다 먹은 식판 까짓거 내가 버리지 않으면 누군가 버리겠지뭐, 냅둬, 하며 남의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사물함 위에 올려놓는 거, 그래 집에서 오냐오냐 제멋대로 자라서 저럴 수도 있겠지, 한번쯤은. 그래도 지가 먹은 건 치워야겠다 싶어서 힘 약한 아이한테 맡겨버리는 거, 그래 그것도 우정이라고 우기면 그럴 수도 있겠지. 

일상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매번 소리지르거나 설문지 돌려 범인 색출하는 짓의 반복이다. 지겹다.  

그래도 위의 이야기는 오늘에 비하면 얘깃거리도 못된다. 사물함에서 두 개가 포개진 식판이 나왔다. 음식이 상할대로 상해서 냄새가 진동한다. 적어도 열흘은 지난 듯싶다. 어찌어찌해서 범인을 잡아냈다. 오늘 아침, 선생인 내 말을 가로채며 선생 노릇하던 녀석으로 한바탕 큰소리로 제압하고서야 제자리를 잡게 하던 녀석이었다. 그 못된 짓거리를 어찌 일일이 나열할 수 있으리오. 남에 대한 배려? 청소는 열심히? 숙제는 제대로? 말이 고와? 힘센 아이에게 빌붙어 야비한 행동 일삼기에 수업 시간에 선생들 열받게 하는 남다른 재주와 특기로 선생들 몸살 앓게 하는 놈이다. 

녀석 아빠와 통화를 했다. 벌써 세번째이다. 4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았으며 초등2학년 때부터는 틱장애도 있었고 병원 치료도 받다가 중단했다 한다. 그 사실을 세번째 전화통화인 오늘에서야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믿고 싶은 게 나약한 인간 심리라는 거, 모르는 거 아니다만 그건 아니지. 선생이 부처님이냐고. 비겁한 학부모다. 처음부터 제대로 말해주었으면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했을 거다. 인정할 거 인정하고 들어가면 쉬워지는 법이니까.

녀석에게 반성문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겠다 싶었다. 그래 물었다. "너를 정상적인 아이로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줄까?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걸로 인정하고 너를 이해해줄까? 너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건 네 힘이나 의지로도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거든. 널 어떻게 생각해야하니?"......얼마 후...대뜸, 일주일에 한번씩 교육청으로 상담 치료 받으러 가는 다른 녀석을 따라서 교육청으로 상담 받으러 가야겠단다. 녀석아, 상담은 니가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줄 알아? 세상이 니 맘대로 움직이는 줄 알아?" 

녀석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걸로 생각하면 마음은 가벼워지는데, 문제는 그 이상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거다. 휴....힘들다. 쓰러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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