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 갈 일을 별로 만들지 않고 살지만 어쩌다가 갈 일이 있다. 왠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주는 게 습관이다보니 <예술의 전당>에 갈 때도 당연 3호선 남부터미널에서 내려 걸어가는 게 내게는 상식이다. 5번 출구로 나와서 걸어가면 기껏 5~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는 게 우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걸어다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전철역에서 나와 이곳을 찾아가는데 작은 표지판 하나 없다. 이 유명한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 하나, 혹은 작은 화살표 하나가 없다니... 지방에 있는 유적지 같은 곳을 가게 되면 길을 잃을세라 입구까지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차례로 나와주는데 말이다.  

얼마 전 고흐전에 가려고 내가 앞장서서 걸어가니까 남편이 날 못믿는 눈치를 보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중에 남편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고는 이내 기가 죽어버렸다. 아, 정말 화살표 하나 없다. 뿌르퉁한 내 눈에 그리고 남편의 눈에 온통 들어오는 건 외제 자동차의 물결! 

이럴 땐 내 마음도 거칠어진다. 역시 비싼 동네다. 안내표지판 하나 붙여놓으면 집 값이라도 떨어지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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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Jihad: A Young American's Travels Among the Youth of the Middle East (Paperback)
Jared Cohen / Gotham Books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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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원어민교사가 쓴 이 책의 독후감입니다.

On “Children of Jihad” by Jared Cohen

To be honest, at first I was a little apprehensive when Mrs. Jeon first offered this book to me. I don’t often read non-fiction anymore, as I usually find the writing somewhat dry, and so I was a little worried. But then I considered how worldly Mrs. Jeon is and thought, Am I the kind of person who doesn’t try new things or challenge her thinking when she is given an opportunity? Of course not.  


And Cohen’s book, which details his discovery of youth culture in Iran, Lebanon, Syria and Iraq, was definitely an opportunity to open my eyes about a subject that North American media reports very little about. According to a census done in 2006, there are about 22,000 Arab Canadians living in my own city, Toronto, and yet I know so little about the individual histories and cultures of Arab countries. What I have gleaned from world news over the years is that the Middle East seems to be a place where an older generation is stubbornly, often violently entrenched in their ways. Rarely is anything ever mentioned about the youth of these countries, the quality of their lives or the nature of their ambitions.  


This is why Cohen’s findings are so paramount. What I found especially interesting is that when he began the first step of his journey into Iran, discovering youth culture wasn’t even the original purpose of his trip. He had been intending to interview government officials for his Oxford dissertation but found the Iranian government’s surveillance too hostile to manage it. By chance he befriends the local youth, and with a sudden realization, his entire journey changes to one of exploring the realities and life philosophies of young Islamic men and women.  


Cohen’s writing itself clear, amiable, intelligent and engaging. I was hooked by the first page because his tone was so personal. He talks specifically about the people he met, their fashion, what they do in their spare time. Then there are times when we are really reminded that he is traveling through politically volatile countries and the danger affects us more deeply. (I had no idea what would happen when he was hiding in the back seat of that car.) He expands on each region’s history in a simplistic way that keeps your attention - only once does his writing dry up, when he’s explaining Lebanon’s history to such a great extent that his narrative starts to drag. Otherwise, his insights are welcome and, obviously, incredibly crucial to understanding the socio-cultural context these young people live inside.  


It made me reflect two-fold upon my own socio-political existence in the world. At first, reading of his adventures made me want to see these different places for myself, and I instantly realized that I probably couldn’t. Although as an American Jew, Cohen is not the most ideal visitor, his hair is darker and he is male. Traveling in Asia this year has made me realize how conspicuous I am, with my light hair and pale skin. As a white woman, there is no doubt that the attention I would get would put me in worse danger. Women are also banned from certain places and customs in Islamic countries, which would doubly impede my efforts.  


Yet seeing how many of the youth Cohen met were trapped within their society by a lack of money, opportunity or the threat of religious or political backlash made me appreciate my own freedoms. My own youth, my education, and the language I speak allow me to travel to foreign countries and pursue a career I think is personally rewarding. I have always had that ability, and I have never had to worry about it being revoked. So many young people in these countries are struggling to live, to escape religious oppression, or to understand where they stand in relation to how the world sees the Middle East. I am grateful for the advantages I possess.  


Overall, Cohen’s book is a fresh perspective compared to what is often a very narrow view of Arab countries. To get a better idea of the future of the Middle East it is absolutely crucial to understand the next generation of Iranian, Iraqi, Syrian, and Lebanese people, their views, and the lives they have lead in their youth.

- Leona Burl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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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글 지우다가 이 책에 대한 짧은 내 흔적마저 사라져버렸다. 원, 컴퓨터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다니...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반납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읽은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었는데... 

꿈을 꾸게하는 책은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실크로드를 걷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 있었다.  

잘가라,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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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일렬종대로 늘어선다. 대개는 가벼운 복장에 굽 낮은 샌들 종류의 신발을 신고 있으며 어깨엔 적당한 크기의 배낭이나 색을 걸치고 있고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순서가 조금이라도 뒤로 밀리거나 섞일까봐 앞뒤로 선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눈에 힘을 주며 기억하려고 애쓴다.  

저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각자의 세계가 있겠지, 아마. 꿈도 있을테고. 그런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어디로 가기 위해서일까? 머리는 이미 희끗희끗하고 눈도 침침하여 금세 눈을 찌프리고 있을텐데. 자, 여기는 00도서관 2층에 자리한 일반자료실. 시각은 오전 9시. 드디어 입장이다! 나는 이곳을 통과할 때마다 나직이 외친다. 자, 드디어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라고.(이 도서관 자료실 입구와 비행기 탑승 입구가 실제로 매우 비슷하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늘로 도서관 출입 17일 째가 되었고 오늘을 끝으로 이젠 개학 모드로 들어간다.(매주 일요일과 정기 휴관일인 금요일을 빼면 실제 도서관에 갈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여릅방학 앞두고 왜 여행 계획이 없었겠는가. 하다못해(?) 중국이나 일본이라도 가려고 열심히 검색하고 여행사에 예약도 했건만, 남편의 의지는 확고했다. 중3짜리 딸아이는 죽어도 학원은 다니지 않겠단다. 부모된 자로서 여름방학을 허송 세월하겠다는 자식을 이제는 더 이상 봐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내외는 소위 부부교사가 아니던가. 

너무나 확고부동한 제 아버지 의지를 어쩌지 못하는 딸아이는 얼마나 맘 상하고 속상했는지 제 아버지를 보고 넘버원이라고 불렀다.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제일 싫은 사람의 뜻으로 넘버원이라나. 그리고 제 어미인 나는 자연스레 넘버투가 되었다. 

처음 3일 동안 딸아이는 자료실의 넓디넓은 6인용 테이블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은 채 한 구석에 있는 반원형 소파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말이다. 독한 놈! 

어찌어찌해서 딸아이의 마음에 눈물로 호소한 과정은 쓰지 않으련다. 때로는 쇼가 필요하다. 

10여년 전. 5년에 한 번씩 있는 직무연수를 받을 때였는데, 하루종일 8시간의 수업을 열흘 간에 걸쳐 들어야 했다. 몸에 무리가 갔는지 치질이 심해져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수술이라는 걸 했다. 특이한 경험이었다고나 해두자. 음, 10여년 전에도 내 몸이 공부를 거부했는데 이제 50이 넘은 나이가 된 내 몸이 더 이상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20여년 전 순위고사(임용고시 이전의 제도) 준비하느라고 2개월 간 머리 싸매고 공부할 때도 새벽마다 위염으로 구토를 해대곤 하던 나였다. 마지못해 8~10시간 정도를 도서관에서 보내며 다시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답시고 하루종일 앉아 있을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식은 위대하다. (절대로 부모가 위대한 게 아니다.) 50대의 부모를 다시 도서관에 않힐 수 있는 건 자식 밖에 없으리.

교사들은 방학을 앞두고 매번 의례적으로 연수원을 써야한다. 출장이나 연수 혹은 방학 중 근무를 뺀 나머지 날짜를 자율연수라고 하여 일정한 장소를 선택하여 일정한 과제로 공부할 계획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야한다. 공부는 무슨, 하면서도 그래 써주마, 하고는 보통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적어놓고는 한다. 드디어 나는 처음으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에 다녔노라고. 

딸아이가 무슨 공부를 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 그건 모른다. 테이블에 엎드려 있기 일쑤거나 추리소설에 빠져 혼자 흐물흐물 웃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뿐이었다. 사실은 그마저도 대견하게 보였다. 테이블에 앉기까지 3일이나 걸렸던 만큼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주는 것만이라도 고마웠다. 저도 생각이 있으면 깨닫는 바가 있겠거니 믿어주고 싶었다. 시간이 걸리겠거니 하고 믿어주는 수밖에. 

이렇게 방학이 끝나간다. 

딸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우리 내외는 무엇을 했나. 남편은 퇴직 후에 나무를 심겠다고 나무 공부에 빠져있고, 나는 매일 피곤하고 머리 아프다는 핑계로 각종 기행문에 빠져있다. 그래서 내가 이름을 붙였다. 남편은 '정착'을 위한 공부고 나는 '유목'을 위한 공부라고. 하다보면 어디선가 만나는 지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앞으로도 3년 간 이렇게 도서관에서 버텨야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여름방학은 의미있게 보냈노라는 남편의 말에 내 가슴 저 밑바닥에 고인 슬픔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책은 책이고 여행은 여행이네." 

그러나, 집에 에어컨이 없는 덕에 도서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확실한 피서법으로는 최고였으며, 하루 세끼 밥상 차리기를 꺼리는 나 같은 엉터리 주부인 경우에 한끼 3,800원(10장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3,500원씩)하는 매식은 과히 환상적이었다. 시원하지, 밥 해결되지, 만족스러운 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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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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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보았으나 사고 싶은 책. 핀란드가 좋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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