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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마그레브 - 장영준 교수의 북아프리카 기행
장영준 글 사진 / 새로운사람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마그레브, 북아프리카 일대의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모로코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내가 이들 나라의 이름을 처음으로 귀담아들은 건 대학 때다. 같은 과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언니는 튀니지에 살고 있었고 오빠는 리비아에 장기 출장 중이었고, 또 다른 언니는 미국에 살고 있어서 가히 국제적으로 뻗어나간 집안을 둔 친구였었다.
튀니지로 시집간 언니는 원래 서독에서 간호원으로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튀니지 남자가 끝까지 이 언니를 기다리겠다고 하여 드디어는 결혼에 골인하였다고 했다. 그 언니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튀니지로 시집가서 살고 있는 그 언니가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 튀니지, 하면 나는 늘 그 친구의 언니가 떠오른다.
그리고 리비아로 장기 출장을 떠났던 그 친구의 오빠 얘기도 자주 들어서 리비아라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리비아 하면 나는 또 그 친구의 오빠가 떠오르곤 했다. 튀니지와 리비아를 알게해준 그 친구,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좀 무식한 얘기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튀니지와 리비아가 같은 지역으로 묶여서 마그레브로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언젠가부터 가보리라 마음 먹고 있는 모로코도 이 영역에 들어간다는 사실도.
아직은 이 지역이 낯설기 때문일 텐데, 그래서 이 지역을 다룬 여행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직은 때가 덜 탔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짜증을 유발한다.(죄송하지만)
1. 우선 패키지 여행을 하고 쓴 책이다. 패키지 여행을 하고 책을 쓰는 건 굉장히 조심스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만의 편견 때문일 터.
2. 김화영의 여행기 <알제리 기행>을 너무나 많은 곳에서 재인용했다. <알제리 기행>의 내용을 확인하러 간 여행은 아닐텐데, 어설프더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
3. 머리말 글이 좀 화려하고 현학적이어서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으나 역시 프로의 길은 어려운 거구나, 하는 깨달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1.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다녔기에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고, 어찌됐건 정보 제공 만큼은 훌륭하다.
2. 아무리 다른 책을 인용해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을텐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결코 쉽게 쓰여진 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특히 로마제국에 대해서.
3.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반납하려니 꼭 내 책을 내놓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서가에 꽂혀있는 이철영의 <앗 살람, 마그레브>로 헛헛한 기분을 몰아내기로 한다.